제132화
#132
신규 스킬 ‘군단’.
스킬의 상세 정보는 이렇다.
[군단 Lv.MAX]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군단을 가지게 됩니다.
- 대장을 선출할 수 있습니다.
- 대장 아래로 부대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 군단에 속해 있는 소환수는 소환사의 명령을 잘 이해한다.
- 최대로 지정할 수 있는 대장과 부대는 스무 개입니다. 0/20
- 첫 번째로 ‘군단’ 스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전투 맵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 전투 맵에 대장과 부대원을 표기합니다.
- 전투 맵을 통해 기본적인 지시가 가능합니다.
어…… 음……. 그러니까 말이야.
이 사기적인 스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차근차근 다시 보자면 이렇다.
일단 대장을 선출한다.
“대장으로 오크 1호 지정.”
- 소환수 ‘오크 1호’를 대장으로 지정합니다.
- 대장과 소환사 간의 유대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 대장 아래 부대원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오크 2호부터 오크 100호까지 부대원으로 지정.”
- 소환수 ‘오크 2호’부터 ‘오크 100호’까지 선택했습니다.
- ‘오크 1호’ 아래로 편성됩니다.
- 군단의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오크 군단.”
- ‘오크 군단’이 생성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얻은 스킬을 간단하게 활용하면 이렇다.
군단을 편성하고 등록하는 것.
단순히 따지면 부대 지정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스킬이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 문구에 적혀 있는 것이다.
“전투 맵 활성화.”
내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 올랐다.
그리고 그곳엔 미니맵에 나오는 내용과 똑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그냥 단순하게 보기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사용할 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엄청난 위력을 선보이게 된다.
“설마하니 이 스킬을 가질 줄이야.”
전투 맵 스킬은 사실 내가 회귀하기 직전쯤에 유명해진 스킬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스킬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지금 전투 맵 스킬에 대한 평가는 이러했다.
“미로형 인던 탐사에는 좋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
딱 그 정도의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다.
홀로그램에 나타나는 것은 미니맵에 나와 있는 내용을 좀 더 크게 확장해서 보여준다.
물론 탐색하지 않은 곳은 표기되지 않는다.
전투 맵을 펼치고 있는 사용자, 혹은 파티원이 탐색한 지역만 표기된다. 거기에 파티원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으니 미로형 탐사에는 딱 맞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필요가 없다는 것은 미로형 인던은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몬스터가 숨어 있고, 각종 함정과 보물 상자가 가득한 곳이라 한번 공략을 시작하면 평균 일주일은 탐사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전 맵을 샅샅이 뒤져 챙길 수 있는 물건은 다 챙겨야 한다.
이러다 보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근데 사용자와 등급에 따라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어?”
회귀 전에 이 스킬을 배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한 정령사였다.
그, 저번에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소환사 랭킹 2위이자 세계 랭킹 9위의 정령사인 엘리스 말이다.
원래 유명한 연예인이자 가수인 그녀가 이 스킬을 익히고 그 스킬을 통해 네 마리의 정령을 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엘리스가 부리는 정령은 전부 최상급으로 대화가 통하고, 멀리서도 교신이 가능하다.
엘리스는 그런 정령을 이용해 전투 맵으로 인던을 편안하게 공략했고, 마지막 보스의 경우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편하게 사냥했다.
거기에 등급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노말 등급의 유저는 전투 맵에 파티원을 표기해 주는 게 전부였다.
레어 등급은 사용자나 파티원이 움직인 길이나 방향이 맵에 표시되었고, 유니크 간단한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아무튼 그 때문에 전투 맵 스킬에 재평가가 시작되었는데, 전투 맵을 가진 유저가 메인 오더를 내리고 유저끼리 계속해서 연락을 받으며 사용하자 엘리스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뭐, 그 뒤론 없어서 못 구하는 스킬이 되었다.
그런 스킬을 나는 공짜로 얻은 것이다.
그것도 레전더리로 말이다.
[전투 맵 Lv.1]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전투 맵을 활성화합니다.
- 사용자 혹은 파티원, 소환수가 탐색한 지역을 표기합니다.
- 전투 맵을 통해 기본적인 명령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사용자 혹은 파티원, 소환수가 이동한 지역을 표기합니다.
- 사냥터 혹은 인던의 전체적인 규모를 표기합니다.
“레전더리 등급의 효과는 전제적인 규모를 표기한다고? 미쳤네.”
이거면 인던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고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인던의 보스룸은 끝에 있으니 대비도 할 수 있다는 소리고 말이다.
이걸로 하나 확실하게 알았다.
“쩝, 칫솔이랑 치약 좀 사야겠네.”
너무 꿀 빨아서 이빨이 다 썩을지도 모르니 양치나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내 스킬 뽑기는 끝났다.
“다음은 범이부터 할까?”
나는 인벤토리에 있던 스킬 뽑기 권을 연이어 사용했다.
하지만 방금 나와 같은 운은 없었다.
범이와 팅고, 숭이, 가직스는 전부 기존에 있던 스킬이 줄지어 뽑혔다.
* * *
다음 날.
다음 오크 부락으로 향하는 중이다.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저 남작님.”
크루트와 기사 셋, 병사들이 나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안전, 또 안전하게 그리고 혹시나 안 될 것 같으면 도망치고.”
“알겠습니다.”
사실 내가 죽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자리 체인지 스킬만 잘 활용해도 적진 한복판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며, 가직스의 도약이라든가, 루이즈에게 안겨 도망치는 방법도 있으니까.
그리고 만약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NPC인 크루트와 기사 셋, 병사는 다르다. NPC는 한번 죽으면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니 최대한 안전을 챙겨야 한다.
크루트가 누군가. 철저한 계급 사회인 월오룰의 세상. 귀족 중에 가장 높은 작위인 공작가의 아들이다.
이걸로 설명은 충분하다.
혹시나 일반 플레이어가 크루트를 건드리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목이 베이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감옥에 끌려가 평생 밖을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니 절대 죽지 않게 해야 한다.
괜히 NPC의 분노를 사게 되면 내 목숨은 물론이고 앞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데 엄청난 지장이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만에 하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나는 서슴없이 크루트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날 것이다.
그게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움직여 볼까.”
나는 스컬 대검을 손에 쥐었다.
어제 첫날의 족장이 있는 대규모 부락을 공략하면서 하나 확실하게 알았다.
지금의 내 소환수는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추가 병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추가 병력을 만드는 데 내가 가지고 있는 스컬 대검만 한 것이 없다는 것도 말이다.
“가자.”
나는 소환수는 물론이고 NPC를 등에 달고 움직였다.
내가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사냥이 시작되었고, 그 뒤로 생성되는 스켈레톤과 함께 대규모 인원으로 오크 부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 * *
시저가 오크 족장을 사냥하고 있을 무렵, 오크틴 산맥에 있는 한 동굴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크악!”
“제발! 케짐 님! 살려주십시오!”
“다른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그러니 기회를 주십쇼!”
“아, 안 돼!”
처절하게 소리치는 네 사람은 동굴 바닥에 묶인 상태였다.
그 바닥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마법진에서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묶여 있던 네 사람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그런 네 사람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케짐이었다.
“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다. 그러니 받아들이거라.”
케짐은 생각했다.
열두 번째 파편을 박을 오크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존재를 만들면 된다.
그것도 자신의 수하를 이용해 야생의 오크보다 더 강력한 존재를 말이다.
그 선택지는 다름 아닌 언데드.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오크의 뼈 중에서 가장 좋고 튼튼한 뼈만 골라 다시 한 마리의 오크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
재물은 인간 넷.
거기에 파편을 심을 경우. 엄청난 힘과 능력을 가진 언데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 기회에 크세이트 공작령까지 무너뜨린다.”
열두 번째 파편을 박을 언데드 오크가, 다른 오크의 파편을 모두 흡수해 하나가 되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괴물이 탄생할 것이다.
케짐의 계산에 따르면 그 괴물은 크세이트 공작령은 물론이고 수도 세크드릭을 넘어 제국 황실까지 무너뜨릴 정도의 강력한 괴물이 될 것이다.
이곳 오크틴 산맥의 수만 마리의 오크를 이끌고 말이다.
재앙을 넘어선 재앙.
성공한다면 더 이상 마신교는 세상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너희의 희생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케짐은 언데드 오크의 부활에 박차를 가했다.
흑마법으로 보존하고 있던 각종 장기들 마저 뼈 무더기 위에 올리고는 주문을 외웠다.
“다시 태어나거라. 오크틴 산맥의 왕이여.”
그와 동시에 엄청난 마기와 함께 재물로 사용되었던 네 명의 신도의 숨이 멎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고, 가운데 있던 뼈와 장기들이 허공에 떠 올라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뼈와 장기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마기를 잔뜩 머금은 검은 빛이 밝게 뿜어졌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언데드가 나타났다.
“오호!”
케짐은 기뻐했다.
오크틴 산맥의 왕이라 불렸던 그 오크를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초록색의 피부가 아닌 검붉은색의 피부와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 그리고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마기와 투기를 말이다.
거기에 살아생전 사용했다는 커다란 두 자루의 도끼는 여전히 강력해 보였다.
그런 오크를 향해 케짐이 외쳤다.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하지. 오크의 왕이여.”
하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감고 있던 눈이 번쩍하고 떠지더니 그대로 케짐을 바라보았다.
“…….”
오크 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무심한 듯, 그리고 하찮은 벌레라도 바라보는 눈빛. 거기에 심연이라 느껴지는 검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눈앞의 오크를 부활시킨 것은 다름 아닌 케짐이고, 마법진에 자신의 명령을 듣게 만드는 술식도 집어넣었다.
그렇기에 명령했다.
“지금 당장 나가서 파편을 모두 모아 오거라. 그리고 크세이트 공작령을 칠 것이다.”
손가락으로 동굴 입구를 가리키는 케짐이었다.
하나 오크 왕은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케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오크 왕의 한쪽 팔이 움직였다.
서걱, 푸슈슈슈!
케짐의 머리통이 허공에 떠 오르며 피를 뿜어냈다.
케짐은 오크 왕이 휘두른 도끼에 순식간에 죽어 버렸다.
서서히 쓰러지는 케짐의 몸뚱이를 붙잡는 오크 왕이었다.
우걱, 우걱.
오크 왕은 케짐의 몸을 입으로 가져가 뼈까지 오독오독 씹어 버리고는 그대로 꿀꺽 삼켰다.
“네놈의 바람대로 모든 인간은 죽여주마.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우리 오크뿐 일 것이다.”
그제야 오크 왕은 동굴 밖으로 향했다.
심장에 박혀 있는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