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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30화 (130/275)

제130화

#130

- 악의 파편을 품고 있는 오크 족장을 쓰러뜨렸습니다.

-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26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단숨에 10레벨을 올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들어왔다.

“이런 녀석이 앞으로 열 마리 더 남았다는 거지.”

오늘 이곳에서만 벌써 60레벨을 올렸다.

내 레벨이 올라가고 필요 경험치가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못해도 350레벨 이상은 될 것 같았다.

이것 또한 내 예상 범위 밖이다.

경험치를 이 정도로 많이 얻게 될 줄은 몰랐거든.

거기에 오크 부락의 오크 숫자가 생각보다 더 많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곤 오크 족장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축.”

뭔가 오랜만에 쓰는 도축 스킬이라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분은 들어오는 전리품에 확 사라졌다.

- 퀘스트 아이템 ‘악의 파편’을 획득했습니다.

음? 이게 끝이라고? 고작 하나? 그것도 퀘스트 아이템이 전부라고?

에이, 아니겠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진 나는 아직 더 올라올 시스템창을 기다렸다.

1초.

5초.

10초.

1분.

여전히 더 이상 추가로 올라오지 않는 시스템창에 나는 격한 분노를 터트렸다.

“아니! 이건 아니잖아!”

필드 보스 몬스터 오크 족장. 평범한 필드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메인 시나리오에 연관된 몬스터다.

근데 고작 퀘스트 아이템 하나뿐이다?

이건 선을 넘어도 오지게 넘었다.

살짝 분노가 차올랐지만 어쩌겠는가.

“그래…… 대신 경험치 오지게 먹었잖아…….”

그나마 경험치라도 많이 먹을 것으로 위안 삼아야 한다.

사실 그거라도 없었다면 퀘스트를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일단 이곳 부락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 소환수 ‘팅고’가 오크 호위병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5,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45,000을 획득합니다.

- 소환수 ‘범이’가 오크 호위병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5,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45,000을 획득합니다.

팅고의 검이 오크 호위병의 가슴을 관통했고, 덩치가 커진 범이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긴 오크 호위병이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적절한 타이밍에 팅고와 범이가 나서준 덕분에 성가신 호위병을 제외하고 바로 오크 족장을 상대할 수 있었다.

“둘 다 고생했어.”

지금 둘의 전신에는 오크의 살점과 피로 가득했다. 뚝뚝 떨어지는 피나 살점이 징그럽지는 않았다. 승자만이 가질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멋지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추웅…….”

“크르르르…….”

둘의 울음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사냥이다.

규모가 작은 부락이면 쉬엄쉬엄할 수 있고, 이렇게 팅고와 범이가 직접 나설 일도 적다.

하나 족장이 있는 대규모 부락이라 시작부터 전력으로 움직였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것이다.

이 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저기 한쪽 움막에 몸을 기대어 쉬고 있는 숭이라든가, 오크의 시체 위에 누워 있는 가직스 또한 고생이 많았다.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화살을 쏘던 로빈후드는 그런 둘을 지켜주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피이는…….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더니 전투가 끝나자 내 어깨 위로 다시 올라온 상태였다.

어깨에 두 다리를 고정한 상태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다들 적당히 쉬고 있는 기존 소환수와 다르게 오크 워리어 백 마리는 아직도 사냥을 이어가고 있었다.

야생의 오크는 족장이 죽고 난 다음부터 혼란스러워 보였다.

덕분에 아까보단 손쉽게 사냥이 가능했고, 조금만 지나면 금방 정리가 될 것으로 보였다.

“대충 두 시간가량 걸린 건가…….”

지금까지 걸린 전투와 남은 잔당을 처리할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두 시간 정도.

평균 8시간 플레이한다 생각하면 하루에 3개의 부락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나도 사람이다. 두 시간 가까이 집중하며 사냥하고 나면 지치는 게 정상이다.

지금도 살가벼운 두통이 찾아왔고, 스컬 대검을 쥐고 열심히 휘둘렀더니 삭신이 쑤셔오는 기분이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 소환수도 이렇게 사냥하고 나면 충분히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 쉬고 있는 기존 소환수는 물론이고, 오크 워리어 백 마리에게도 말이다.

아무리 소환수가 몬스터일지라도 상태 이상은 걸리기 때문이다.

적절한 휴식은 다음 사냥을 위해서 필수다.

“그럼 뭐해. 나는 쉬질 못하는데…….”

문제는 이거다.

지금 나는 쉴 수 없다.

눈앞에 수많은 오크의 시체가 쌓여 있다. 이걸 그대로 두고 떠날 순 없다.

반은 스켈레톤 스킬을 사용해 스켈레톤으로 만들어서 합성할 것이고, 반은 도축 스킬을 통해 전리품을 챙겨야 한다.

지금 눈앞에 쌓여 있는 시체만 수천이다.

오크 워리어가 배 터지게 먹어 치워낸다고 해도 내고 도축해야 할 양이 엄청나다는 거다.

“어후…… 언제 다하냐.”

그리고 오크 시체를 처리하는 것으로 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인벤토리에 쌓여 있는 스킬 북을 사용해야 한다.

내 것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범이에 팅고, 가직스, 숭이, 피이까지 엄청난 양이 쌓여 있다.

이걸 다 확인하는 것도 일이다.

“고민할 시간에 얼른 하자.”

마음을 다잡고 근처에 있는 오크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찰나였다.

“시저 남작님!!”

갑작스러운 커다란 소리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잉?”

수십 명의 병사와 함께 NPC가 등장했다.

그것도 평범한 NPC가 아닌 크세이트 공작의 아들 크루트였다.

* * *

갑작스러운 NPC 크루트와 병사들의 등장.

당연히 어리둥절했다. 저 많은 병사를 데리고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쁜 의도로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수천 마리의 오크의 시체가 있다.

당연하지만 오크의 시체는 돈이 된다. 가죽부터 시작해서 뼈까지 뭐 하나 뺄 것 없다.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지금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저 NPC가 내가 잡은 오크 시체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오크 부락을 쓸어 버린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아니면 이게 희든 퀘스트와 연관된 것은 아닐까? 날 죽이고 이 모든 걸 가지려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귀족 플레이어다.

그렇기에 NPC라고 하더라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귀족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있기에 적어도 날 죽이거나 이 모든 것을 훔쳐 가진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 기회로 삼아 거래가 들어올 테지.

적어도 이곳 오크틴 산맥의 오크는 크세이트 공작령에 있어서 골치 아픈 존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다.

한걸음에 후다닥 달려온 크루트가 나를 향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시저 남작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오크 부족 하나를 무너뜨리시다니요!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업적입니다!”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는 크루트다.

나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업적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며 대륙 역사를 뒤져보아도 이 정도의 오크를 사냥할 수 있는 존재는 나뿐이라고 외쳤다.

그런 크루트 뒤를 이어 따라온 기사 셋 또한 나를 향해 외쳤다.

“정말이지 대단하십니다. 시저 남작님.”

“저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저 남작님에게 경의와 존경을!”

세 기사가 나를 향해 기사의 예를 보였다. 검을 뽑아 가슴 앞에 세워 나를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내왔다.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의 호들갑과 눈빛이었다.

덕분에 나는 민망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했다.

“흠, 흠.”

이걸로 하나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나를 해코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그럴 거면 대화가 아니라 검을 뽑아 들고 날 찔렀겠지.

덕분에 아까보단 긴장이 풀렸다.

그러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왔냐 물었다.

홀로 온 것도 아니고 기사 둘에 많은 병사까지 데려왔으니 말이다.

“실은 아버지께서 시저 남작님에게 한 가지 제안이자 부탁을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마치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듯한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제안은 다름 아닌 오크 토벌을 함께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며,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 토벌에 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흠……. 그렇군요.”

나는 잠깐 고민을 해 보았다.

과연 크세이트 공작의 제안은 나쁘지 않다.

NPC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방향이니 말이다.

특히 저 수많은 오크의 시체를 처리해 달라하고 내 몫만 챙긴다면 일이 훨씬 줄어들어 편하기 때문이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름 아닌 부탁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성가시단 말이지.’

솔직히 말해 지금 크루트의 실력을 모른다.

만에 하나 오크 토벌에 있어서 걸리적거린다거나 사고라도 치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

하물며 평범한 곳도 아닌 전쟁터 한가운데 있을 크루트를 지켜낼 자신도 없고 말이다.

그런 내 걱정이 얼굴에 나타났는지 크루트가 다급하게 외쳤다.

“토벌에 함께한다고 해서 제가 직접 전투에 나설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 계신 세 분의 기사와 병사들은 최대한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사냥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며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접 싸우지도 않을 거면서 왜 굳이 그 위험한 전쟁터에 함께하고 싶다는지 말이다.

그 의문은 한 기사의 입을 통해 해결되었다.

“도련님께서 지금 부족하신 것이 바로 경험입니다.”

이곳 크세이트 공작령에서 나고 자란 크루트다.

크고 작은 오크와의 전투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의 전투는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오크 부락을, 그것도 오크 족장이 있는 부락을 공략하고 있으니 크세이트 공작의 입장에선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홀로 오크 부락을 공략하기엔 크루트의 경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크세이트 공작이다.

그러니 비록 멀리서 바라보더라도 오크의 잔인함과 무서움, 그리고 전쟁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경험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공작 전하께서는 부탁을 들어주실 경우, 오크 시체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정가에 전부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히셨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중 하나를 드린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뭐? 가보 중 하나를 준다고? 아. 이건 못 참지.

더군다나 직접 싸우는 것도 아니고 뒤에서 구경만 하겠다는데 이거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그 제안과 부탁받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반응을 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크세이트 공작의 부탁]

난이도 : 매우 어려움.

내용 : 크루트에게 오크와의 전쟁이 무엇인지 경험시켜 주어라.

보상 : 크세이트 가문의 가보.

킁킁.

뭔가 레전더리 아이템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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