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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29화 (129/275)

제129화

#129

스컬 대검을 쥐었다.

“생각해 보면 이걸 실전에서 쓰는 건 처음이네.”

어지간하면 소환수에게 맡겨두고 직접 나서는 일은 없다시피 했다.

오크를 육성하는 데 바쁜 것은 물론이고, 내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물며 나흘간의 사냥 덕분에 오크 워리어가 되고부터는 더욱더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지.

사실 오크 워리어 백 마리면 여기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오크 족장이라는 존재가 등장한 것만으로 이곳 전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나서는 거다.

나는 손에 쥔 스컬 대검을 바라봤다.

스컬 대검은 대검이라는 이름답게 커다란 검이다.

투 핸드 소드라 불리는 검의 형태인데, 일반적인 형태와 다르게 검신의 두께가 두꺼운 편이었다.

그 덕분에 무게가 더 늘어나 500에 가까운 내 근력 스텟으로도 한 손으로 들기엔 조금 무거운 느낌이다.

하지만 무게가 무겁다는 것은 자세와 중심만 잘 잡으면 엄청난 위력을 뿜어낼 수 있는 검이라는 소리기도 하다.

“그리고 익숙하지.”

한때는 메인 딜러로 레어 등급의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사냥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길드에서 2군을 육성할 정도로 검에 대한 지식이 있는 편이기도 하니, 오랜만에 대검을 쥐었음에도 머릿속에는 어떻게 사용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전과 이론은 다른 법. 얼른 머릿속의 지식을 몸에 주입시켜야지만 원활한 사냥이 가능하다.

“는 개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 내 스텟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오크에게 당할 리가 없는 스텟이다.

스텟만 그런지 아는가?

지금 내가 익히고 있는 공용 스킬을 떠올리면 몸에 익숙해지고 자시고를 떠나 그저 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스킬의 보정을 받아 원활한 사냥이 가능하다.

만약 오크에게 당한다면 밤에 자기 전에 이불 킥을 얼마나 할지 모를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간다!”

나는 양손으로 스컬 대검을 쥐었다. 그러곤 그대로 팅고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 명령했다.

“팅고! 공간을 열어!”

“충!”

내 명령에 팅고가 우렁차게 대답하더니 그대로 방패와 검을 허공으로 던져 그대로 주먹을 말아 쥐고는 아래로 휘둘렀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대지 강타’를 사용했습니다.

- ‘대지 강타’ 스킬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적이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 ‘오크’가 기절합니다.

- ‘오크’가 혼란스러워합니다.

- ‘오크’가 넘어집니다.

물론 이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팅고는 적의 공격에 노출된다.

팽팽하게 맞서 싸우는 상황에 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직접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공간을 만들었다.

나는 잘했다는 말과 함께 팅고가 만들어 준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각종 상태 이상으로 쓰러져 있는 오크가 있었다.

그저 검만 휘둘러도 충분히 죽일 수 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스킬을 발동했다.

“오러.”

스컬 대검에 푸른색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인지 세차게 우우웅하고 울었다.

그런 스컬 대검을 휘둘렀다.

“가로 베기.”

서걱.

-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휘둘러지는 내 일격에 하나의 오크의 몸이 두 개로 나뉘었다.

복부 부근을 반으로 갈랐기에 피와 장기들이 흘러내리는 게 끔찍했다.

하나 그것도 잠깐, 바닥에 쓰러진 오크의 몸이 그대로 ‘퍽’하고 터졌다.

- ‘스컬 대검’의 패시브가 발동합니다.

- ‘스컬 대검’에 죽은 자를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겔겔겔!”

그 자리에서 스켈레톤이 생성되었다.

지금 만들어진 스켈레톤은 일반적으로 흑마법사가 부리는 스켈레톤과 내가 스킬을 이용해 합성용으로 사용하는 스켈레톤과는 다르다.

보통 알고 있는 스켈레톤이라고 하면 인간의 형태로 뼈로 구성된 스켈레톤이다.

하지만 스컬 대검으로 만들어진 스켈레톤은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뼈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지금 내 바닥에서 일어난 스켈레톤의 경우, 인간의 두개골이 아닌 오크의 두개골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켈레톤은 죽기 직전의 입고 있던 장비를 그대로 입고 있다.

방금 내가 죽였던 오크는 살아 있을 때 도끼 한 자루와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 두 개의 아이템을 착용한 상태로 태어난 스켈레톤은 그대로 바로 옆에 있는 살아 있는 오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퍽!

가슴 한복판에 선명하게 만들어진 도끼 자국에 오크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하나, 비명이 흘러나와야 하는 입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했다.

“세로 베기.”

-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 ‘스컬 대검’의 패시브가 발동합니다.

- ‘스컬 대검’에 죽은 자를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내가 죽였기 때문이다.

허공에 떠 올랐던 머리통이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을 때 또 한 마리의 스켈레톤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만들어진 오크는 갈비뼈 몇 개가 부러진 상태였다.

순식간에 두 마리의 스켈레톤을 만든 나는 스컬 대검을 앞으로 내밀고 그대로 정면을 향해 힘차게 내질렀다.

“찌르기!”

스킬의 보정 덕분인지 평소보다 빠르게 그리고 깊숙하게 찔렀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찌르기에 오크가 꼬치처럼 줄줄이 꿰였다.

-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2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40,000을 획득합니다.

- ‘스컬 대검’의 패시브가 발동합니다.

- ‘스컬 대검’에 죽은 자를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퍼퍼퍼퍽!

단숨에 네 마리의 스켈레톤이 만들어졌고, 그 스켈레톤은 바로 옆에 있는 야생의 오크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겔겔겔겔!”

네 마리의 스켈레톤이 오크의 전신에 검을 쑤셔 넣었다.

그 오크는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잠깐 몸을 떨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간단하게 오크 한 마리를 처리한 스켈레톤은 그대로 다음 사냥감을 향해 턱과 몸을 덜그덕거리며 움직였다.

그러곤 한창 숭이와 가직스가 싸우고 있는 오크를 향해 등 뒤에서 검을 쑤셔 넣는 것은 물론이고, 몸에 매달려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기까지 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스켈레톤의 위력은 충분히 합격.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다.

“계속해 보자고.”

나는 다시 두 손으로 스컬 대검을 쥐고를 크게 휘둘렀다.

경험치가 들어오는 시스템창과 함께 스켈레톤이 만들어졌다는 시스템창을 뒤로하고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 * *

스컬 대검을 휘두른 지 한 시간이 흘렀다.

“후아…….”

나는 격한 한숨을 내쉬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에고고. 죽겠네.

나는 뻐근한 팔은 물론이고 집중하느라 뻣뻣해진 목을 손으로 주물러주었다.

오랜만에 진짜 진심을 다해 한 시간을 사냥했다.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내가 회귀 전에 처음 검은 손 길드에 들어갔을 때 당시 루키로서 모든 역량을 다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전성기 시절의 수준으로 집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냥의 결과는 다음 아닌 지금 내 레벨로 알 수 있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2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단숨에 50레벨 이상을 올려 버렸다.

아무리 오크 대규모 부락을 공략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먹었다.

하물며 오크의 숫자는 아직도 대략 오백 마리가 넘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이곳 부락을 공략하는 게 끝이 난다. 물론 눈앞에 존재를 사냥하고 나면 말이다.

“인간! 취익! 죽고 싶은 건가?”

오크 족장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죽일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악의 파편을 품고 있는 오크 족장 Lv.500]

저 봐라.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 그건 다름 아닌 내 메인 퀘스트 대상이라는 거다.

확실히 메인 퀘스트 대상이라 그런지 다른 오크와 다르게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죽고 싶진 않고. 그저 네놈 몸속에 박혀 있는 파편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셔서 말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에 오크 족장이 아까보다 더욱 진한 살기를 뿜어냈다. 거기에 아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웃기는군. 취익. 이 물건은 나에게 힘을 주는 파편이자 그분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취익!”

“그분의 의지?”

“그렇다. 취익! 그것은 이 세상의 파멸이다.”

파멸이라는 단어와 함께 몸에서 강력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찌릿! 찌릿!

놈이 뿜어내는 힘에 내 피부가 따끔했다.

거기에 그 강력한 힘은 방금까지 나를 향해 뿜어냈던 살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좀 더 노골적인 기운이다.

마치 나를 짓누르고 싶어 하는 그런 기운.

나와 당장에라도 싸우고 싶어 하는 그런 기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자신감 가득한 기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기운이다.

하나하나는 알 것 같았다.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후후. 웃기는군. 고작 몬스터 주제에 말이야.”

나도 모르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누군가? 모든 소환수의 왕인 서머너 킹이다.

고작 몬스터인 오크, 제아무리 이곳에 있는 오크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족장이라고는 하지만, 내 앞에서는 한낱 몬스터다.

그런 하찮은 존재가 나를 무시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똑똑히 알려줘야겠군.”

아무래도 이 오크 족장만큼은 내 손으로 교육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오크 족장이 있는 곳으로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취익!”

그런 내 앞을 오크 두 마리가 막아섰다.

지금 눈앞의 오크는 이곳에 있던 평범한 야생의 오크가 아니었다. 족장을 호위하는 오크였다.

오크 족장보단 약하지만 오크 워리어보단 강한 존재다.

오크 족장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 두 마리의 오크를 먼저 사냥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소환수 ‘범이’가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 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했습니다.

- 10분간 덩치가 커집니다.

-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눈앞에 떠 오르는 시스템창과 함께 내 양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존재가 있었다.

거대해진 범이와 팅고.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그 스킬을 알아서 사용하고는 내 길을 막던 오크 두 마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크 족장.

나는 오크 족장을 바라보았다.

- 악의 파편을 품고 있는 오크 족장을 ‘통찰안’으로 꿰뚫어 봅니다.

- 개체 값을 분석합니다.

- 개체 값은 97%입니다.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중입니다.

- 포획할 수 없습니다.

상당히 쓸 만한 개체값임에도 메인 퀘스트 때문에 포획할 수 없는 녀석이다.

그렇다면 거리낌 없이 죽이면 될 뿐이다.

내가 오크를 향해 살기를 뿜었다.

오크 족장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코웃음 치고는 외쳤다.

“위대하신 그분의 의지 아래. 취익! 위대한 오크 족장이 될 내가 네놈을 죽여주겠다! 취익!”

어디서 듣고 왔는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내뱉은 오크 족장.

그런 녀석을 향해 내가 외쳤다.

“나는 서머너 킹이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의 외침.

하지만 내 외침은 시스템 창이 착실하게 반응했다.

- 고유 특성 ‘왕의 위엄’을 발동합니다.

- 서머너 킹보다 낮은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영혼 깊숙이 세깁니다.

고유 특성이 발동되자 오크 족장의 얼굴에 당황이라는 단어가 새겨졌다.

하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눈높이 교육.”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 악의 파편을 품고 있는 오크 족장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는 눈높이 교육 스킬.

방금까지 당황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던 얼굴이 경악으로 변해 있었다.

마지막 서비스 하나 더.

“피이 멸화.”

“피이~!”

- 소환수 ‘피이’가 스킬 ‘멸화’를 사용합니다.

- 영혼까지 불태우는 불길이 치솟습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오크 족장의 몸에 불길이 붙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서서히 역하게 흘러나왔다.

자신의 살이 타는데도 오크 족장은 뜨거워하기는커녕, 얼굴에 짙은 공포만 새겨졌다.

그런 오크를 향해 한 발, 한 발 계속 걸어갔다.

내 스킬로 모든 능력치가 30% 하락했다곤 하지만, 눈앞의 몬스터는 500레벨의 필드 보스 몬스터다.

지금 내 능력으론 한 방에 죽이지 못한다.

하지만 걱정 없다. 지금의 상황을 눈치챈 소환수 하나가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팅! 주인님.”

나를 향해 파이팅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루이즈였다.

그 모습에 내가 외쳤다.

“서먼 스피릿!”

- 스킬 ‘서먼 스피릿’을 사용했습니다.

- 동기화시킬 소환수를 설정합니다.

- 소환수 ‘루이즈’를 선택합니다.

- 능력치의 50%가 추가됩니다.

순식간에 내 능력이 뻥튀기되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스컬 대검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내 스텟과 루이즈의 스텟이 합쳐지진 지금의 근력으론 한 손으로 들고도 남을 정도다.

그리고 그 검에 오러를 씌웠다.

“세로 베기.”

그러곤 그 검을 아래로 내렸다.

서걱.

오크 족장이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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