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25화 (125/275)

제125화

#125

“그럼 이만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을 마치는 정중한 인사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후우…… 오늘은 좀 지치네.”

확실히 지친다.

오늘의 방송은 평소와 전혀 다른 방송이었다. 해명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엄청난 감정을 소모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시청자와 함께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정성이 통했는지 무난히 넘어갔다.

거기에 시청자를 위한 방송까지.

짧은 시간 안에 소규모 오크 부락을 무너뜨리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사냥터를 쓸어 버렸다.

30분가량의 방송.

평소보다 배는 길게 한 방송 때문인지 평소보다 정신력까지 엄청나게 소모되었다.

“남은 시간은 설렁설렁해야겠네.”

물론 그 설렁설렁한다는 대상은 나다.

백 마리의 오크는 죽어라 사냥시킬 것이고, 기존의 소환수는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쉬게 해 줄 생각이다.

오늘 스케쥴을 잡기 위해 잠깐 머리를 굴렸다고 지끈지끈 아파왔다.

확실히 잠깐 집중했던 것이 확실히 내 정신력을 많이 갉아먹은 듯하다.

확실히 백 마리의 소환수를 통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만능 지휘관 스킬을 통해 이것저것 미리 훈련을 시킨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AI라 그런지 주입식 교육 하나는 확실하게 먹힌다.

이게 참 좋은데…… 내가 피곤하다는 게 문제다.

“아, 꿀 빨고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만큼 편하게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없다.

플레이어를 최대한 괴롭히며 아주 실낱같은 희망 한줄기를 내려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게 월오룰이라는 게임이다.

그럼 뭐 하는가? 나랑 연관 없는 이야기인데.

지금 내 경우엔 플레이어를 최대한 편하게 해 주며 아주 큰 경험치 덩어리가 내려와 쭉쭉 성장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이미 꿀맛을 알고 있는 나한테 설탕물 준다고 만족하겠는가?

당연히 더 진하고 달콤한 꿀을 찾아야지.

“주인님 저쪽에 오크 부락 하나 더 있어. 거리는 5km 떨어진 곳.”

루이즈가 하늘을 날아 내 품에 살포시 안겨 왔다.

루이즈는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안겼고, 그런 그녀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살포시 안아주었다.

“고마워.”

감사의 인사에 루이즈의 얼굴엔 미소가 걸렸다.

열심히 일했으니 포상은 유지되어야 하는 법. 나는 공주님 안기라는 포즈를 유지한 상태로 외쳤다.

“가자.”

다음 사냥감을 향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 * *

시저의 방송이 끝난 직후,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수도 세크드릭의 한 주점에는 수많은 손님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이들 대부분이 NPC다.

듣고 있으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신나게 떠든다.

물론 그 내용을 듣고 있다 보면 우연히 퀘스트를 발견하게 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때도 있고, 숨겨진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그 때문에 대형 길드에서는 각종 주점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길드원을 투입 시켜 자그마한 정보라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쪽 구석에서 술잔을 들고 있는 두 남자는 주변의 대화가 아닌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하…… 어이가 없네. 나보고 그놈을 사냥하란 말입니까?”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 들고 있던 서류를 그대로 테이블 위로 던졌다.

그 서류의 내용은 다름 아닌 플레이어 시저에 대한 정보였다.

그는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남자다.

하물며 오늘 있었던 방송은 더욱 특별했다.

소환사 직업 최초로 레전더리 직업을 가지고 나왔다.

거기에 고유 특성 덕분에 엄청난 숫자의 소환수를 부릴 수 있으며, 소환사 직업의 가장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경험치 문제도 고유 특성으로 해결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환사 직업의 새로운 혁명과 센세이션을 일으킨 플레이어가 시저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남자가 그 시저를 죽여 달라는 의뢰를 한 것이다.

“분명 말하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남자의 말투는 강압적이었다.

괜히 강압적인 말투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데스티니 길드의 길드장인 카리스다.

426레벨임에 불과하고도 굳이 이곳 수도 세크드릭에 머물며 데스트니 길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의 레벨과 스텟을 증명하듯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강함을 증명했고, 입고 있는 장비와 허리춤에 차고 있는 단검은 겉으로 보아도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무심하다는 듯 말했다.

“넌 길드에서 만든 사냥개다. 고작 몇 가지 일 잘해서 올라가는 줄 아는데. 착각하지 마라. 너 같은 녀석은 세상에 많다. 그저 운이 좋게 그분의 눈에 들어온 것이지.”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투.

그 말에 인상을 절로 구기게 되는 사냥개, 아니, 닉네임 데키스인 남자는 원래 이렇다 할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다.

평범한 암살자 직업.

하지만 그를 데스트니 길드로 이끈 것은 특별한 스킬이 있기 때문이었다.

선고(Condemn).

선고 스킬은 지정한 대상에 대미지는 10배로 늘여주는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단순히 대미지만 늘여주는 것도 아니라, 크리티컬이 터질 경우 그만큼 대미지가 뻥튀기가 되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스킬이다.

당연히 이 스킬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강력한 대미지를 가진 무기이자 크리티컬 확률이 높은 무기를 가져야 하는데, 지금 데키스의 무기는 유니크 등급의 무기로 크리티컬 확률을 높여주는 무기였다.

지금까지 길드의 사냥개로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많은 유저를 죽였다.

선고 스킬의 장점은 근거리든 원거리든 전혀 상관없이 대미지를 준다는 건데, 암살자 직업임에 불과하고도 그가 활을 잘 사용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원래는 이제 데스티니 길드가 아닌 메시아 길드의 인원으로 각종 지원을 받아 어둠 속이 아닌 밝은 세상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도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라고 하니, 반항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눈앞에 있는 카리스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카리스는 암살자 직업에서 레전더리 직업으로 그가 목표한 타깃은 절대 놓치지 않고, 눈 깜박할 사이에 죽이고 도망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유저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반항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그렇지만 겉으로는 반항할 수 있는 이유도 있다.

데키스의 집안이 세계적인 범죄자 집안의 아들이고 메시아 길드에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범죄자 기업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범죄자 집안의 아들이기에 돈으로 뽑은 직업이자 스킬이기도 하다.

그것 때문에 데키스가 사냥개치고는 빠르게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이유기도 했다.

꽁해 있는 데키스를 향해 카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마지막 의뢰라 생각해. 앞으론 이런 일 없으니까.”

방금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 분명 강압적으로 나갔던 카리스가 아까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거의 이중인격자라고 하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격하게 변한 그의 모습.

하지만 데키스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보상이 뭔데요. 진짜 보상 구리면 안 합니다.”

사실 카리스의 강압적인 말투는 길드 마스터라는 자리 때문에 만들어진 말투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르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카리스가 유일하게 편하게 대하는 길드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데키스다.

둘은 놀랍게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현실에서도 형,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다.

“위에서 유니크 무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해 주셨다.”

“오호.”

생각지도 못한 상당한 보상.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메리트가 있었다.

이제부터 양지로 나가는 일정이 뒤로 밀리더라도 말이다.

레전더리 무기도 흔치 않은 지금 월오룰에서 유니크 등급의 무기는 상당히 희소가치가 있다.

오죽하면 유니크 무기 하나만 잘 먹어도 몇 년은 사치를 부리며 먹고 살 정도라 하지 않는가?

어떻게 보면 지금 엄청난 찬스를 얻게 된 거다.

“좋습니다. 일주일. 일주일 안에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데키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저를 죽이기 위해선 일단 그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선고 스킬의 발동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직접 만나기도 해야 한다.

데키스의 발걸음은 오크 사냥터가 있는 크세이트 공작령이 있는 방향이었다.

* * *

“크워! 취익!”

“취익! 취이익!”

거칠게 포효하며 뜨거운 콧바람을 일으키는 오크 백 마리.

눈앞에 있는 동족을 향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서걱!

날카로운 무기에 베인 오크.

그 오크가 뿜어내는 피로 갈증을 해결하고, 쓰러뜨린 오크의 상점과 내장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은 게임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다.

하나, 저 행동은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이며, 승리를 알리는 축배와 같은 것이다.

나는 저 행동을 이해한다.

“모두 잘했다. 마음껏 즐겨라.”

“충! 취익!”

내 말에 백 마리의 오크가 게걸스럽게 죽은 오크의 시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쩝…….”

나는 입맛을 다셨다.

아! 물론 오크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에 나도 배가 고파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열심히 먹어 치우는 있는 시체가 아까운 거다.

오크를 사냥하고 남은 시체를 이용해 도축 스킬을 사용하면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

오크 가죽은 방어구의 재료이고, 오크의 어금니나 뼈를 이용해 무기의 강도를 올릴 수 있다.

보통은 거기서 끝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스켈레톤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오크의 시체를 먹게 만들었으니 내가 얻을 게 없어지는 것이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잰 왜 저기 있어?”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곳엔 가직스와 숭이, 그리고 팅고가 앉아서 오크를 씹어 먹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가직스와 팅고는 이해가 되었다. 동족을 잡아먹는 거로 유명한 몬스터이니 말이다.

근데 숭이가 저기에 앉아서 먹고 있는 모습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끼! 쩝쩝. 우끼!”

거기에 저렇게 신난 숭이 녀석을 본 것은 처음이다.

마치 엄청난 만찬을 눈앞에 두고 음미하듯이 먹는 모습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범이가 등을 돌리고 바닥에 앉아 졸고 있었으며, 그런 범이의 품에 피이가 기대어 자고 있을 정도겠는가?

그런 둘 옆에는 로빈후드와 루이즈가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더 물이 올랐네.”

AI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크 백 마리는 습득력이 빨랐다.

처음 소규모 부락을 처리했을 때 한 시간 걸리던 것이 방금 사냥은 30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끝나 버렸다.

물론 내가 통제하는 순간 그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저들끼리 전투를 해 나간다.

거기에 다른 소환수까지 합세하니 더욱더 빠르고 말이다.

“지금 240레벨. 이대로 계속 나가면 졸업할 때쯤이면 350레벨은 되겠군.”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오크 사냥터가 아닌 다음 사냥터에서 사냥이 가능해진다.

“자, 그럼 계속해서 달려보자고.”

식사를 마친 오크를 앞세워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소규모 부락이 아닌 중규모 부락이라도 서슴없이 공격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나흘이 지났을 때 눈앞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

-소환수 ‘오크1호’의 진화 조건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소환수 ‘오크1호’가 진화합니다.

백 마리의 오크가 한 번에 다 같이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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