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124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나는 방송 시작과 함께 무덤덤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스타트 시청자가 만 명이면 감사할 수준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제 하루 동안 커뮤니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그 원인 제공자인 내가 켜는 방송이다.
하물며 긴급 방송도 아니고, 미리 시간을 고지하고 켠 방송이다.
이미 방송을 보려고 미리 대기 중인 인원이 상당하다는 소리다.
-오! 드디어 방송 켜졌다.
-5252 제엔장! 믿고 있었다구! 레전더리 직업이라면서!
-그건 모르겠고 얼른 설명해 보셈.
-해명 하려고 방송 하는 건가?
-해명은 무슨 해명임?
-라온 소프트에서 인정한 사실인데 해명할 가치도 없음
-여느 때와 같이 방송해 주세요!
-범이님! 보여 달라!
-여왕님은 잘 계시는지 보여 달라!
줄지어 올라오는 채팅창이다.
각양각색의 반응. 저마다 내 방송에서 원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며 채팅은 물론이고 후원금과 함께 한마디씩 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봤던 질문에 대해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레전더리 직업 맞습니다.”
그와 동시에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당연히 내가 볼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왔기에 나는 내 모습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먼저 해야 할 것은 사과의 인사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많은 분이 피해를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은 빠르게 반응했다.
진짜 뭔가 있는 것은 아니냐? 불법 프로그램이냐? 핵이냐? 등의 말들을 내뱉었다.
분명 라온 소프트에서도 아니라는 공지를 올려 주었음에도 그걸 보지 못했거나 믿지 않는 자들이 많았다.
쓸데없는 오해가 커지기 전에 얼른 말을 이었다.
“라온 소프트에서 증명해 주었듯이 저는 불법 프로그램이나 핵을 사용한 것이 아닌 순수한 캐릭터 능력입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시청자에게 내 상태창을 보였다.
물론 상태창의 전부를 보여준 것이 아니다.
직업만 공개하는 것이었다.
“저는 소환사 직업의 레전더리 등급의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얻었습니다. 고유 특성으로 [왕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 덕분에 통솔력의 상당한 여유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고유 특성의 이름이다.
하지만 이걸 보여주며 설명해야지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기에 스킬창에 있는 고유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내 능력에 대해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와…… 통솔력이 MAX라는 건 무제한이라는 거잖아?
-포획만 해도 경험치 절반을 얻는데 직접 사냥하는 게 아니라 포획만 해도 경험치 엄청나게 먹을 듯?
└그건 불가함. 포획하면 원래 경험치에 절반임.
└소환 되어 있는 애들이랑 그 절반을 N빵하는거고.
└사실상 포획으로 경험치를 얻는다는 건 손해 보는 장사임.
-아무튼 지금 오크 백 마리에 다른 소환수까지 부릴 수 있다는 건 증명 된 거네.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자들이 많았다.
특히 시청자 중 한 명이 후원금과 함께 나에게 물었다.
-시청자 시브레님이 만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좋아. 레전더리 직업이랑 특성 때문에 수많은 소환수를 부릴 수 있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이 가능함? 분명 내가 코볼트 사냥터에서 님을 봤음. 그게 한 달 전임.
그 말에 시청자들은 화들짝 놀라했다.
시브레라는 시청자의 말에 따르면 코볼트 사냥터인 미르지카 자작령에서 한 달 전에 봤는데, 고작 한 달 만에 코볼트 사냥터에서 오크 사냥터까지 단숨에 200레벨 가까이는 찍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네. 다른 직업도 아니고 소환사가?
-메시아 길드에 김세준이나 쥴리안나면 이해가 되도 소환사 직업으론 어렵지.
-소환사 직업만 어려운 게 아니라 일반 유저라면 꿈도 못 꾸지. 레전더리 직업이니 가능하지.
당연한 반응이다.
솔직히 아무리 내가 회귀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일 년 동안 월오룰을 즐겼던 나보다 최근 한 달 반 사이의 성장력이 더욱 빨랐으니 말이다.
이것 또한 회귀라는 말도 안 되는 일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 이 세상에서 나만큼 월오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숨어 있는 인던과 레전더리 아이템의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가 없으니 말이다.
아마 성장력을 하나만을 따지면 지금 나보다 빠를 존재는 딱 하나뿐이다.
대마법사인 쥴리안나.
그녀를 제외하곤 어지간하면 나를 이길 존재가 없다.
그런 나의 성장력의 기반이 궁금해하는 것이다.
“그것 또한 서머너 킹의 두 번째 고유 특성입니다.”
이번에는 차마 내 입으로 말하지 못한 고유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채팅창은 폭발해 버렸다.
-와 미친!
-이거는 진짜 사기잖아?
-경험치를 N빵 하지 않는다고?
-이러니 성장 속도가 미쳤지.
-와, 그럼 저번 영상의 오크가 사냥하던 경험치가 줄어서 들어오는게 아니라 그대로 들어온다고!
-경험치가 복사가 된다고?!
-파티 사냥도 아니고 솔로 플레이가 먹는 경험치 수준 보소.
-게임 혼자 하네? 이 정도면 싱글 플레이 돌려야 하는 거 아님?
-에라이! 평생 솔로로 살아라!
-옳소! 이 정도면 평생 혼자 해야 함!
엄청난 양의 채팅.
거기에 후원금을 이용해 모두가 볼 수 있는 채팅으로 나를 저주하는 글까지 서슴없이 올라왔다.
다행이라면 심한 욕설이라든가, 나쁜 발언은 거의 없었다.
지금 분위기는 그리 좋다곤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박진성 때처럼 완전히 나쁜 건 아니다.
이 정도면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저 또한 이런 직업을 얻게 돼서 많이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고민도 많이 했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지금의 내 심정을 시청자에게 전했다.
이런 사기적인 직업을 가졌음에도 마음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설명해도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걸 알기에 공개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천천히 하나씩 공개하며 시청자와 소통을 하며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생각이었는데 급작스럽게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죄송하다.
이제부터는 당당하게 어떤 능력인지 설명도 하면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송을 나가겠다.
“그러니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마시고 같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진심을 다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내가 한 말이 먹힐지 안 먹힐지 모르겠다.
설사 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회귀 전에 박진성이 그랬듯 서머너 킹으로서 게임을 즐길 것이다.
지금의 나는 메인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퀘스트를 진행하며 이 게임의 끝을 보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월오룰의 개발 업체인 라온 소프트도 나에게 제재를 걸지 않는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 반 설램 반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움켜잡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채팅은 다행스럽게도 나를 응원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시저 님 응원합니다!
-이제부터 편하게 게임 즐기세요!
-솔직히 처음부터 시저 님 응원했어요. 앞으로도 범이님과 함께 재밌는 방송해 주세요.
-여왕님을 보여달라! 우리 여왕님 잘 계시는지 보고 싶다!
-요즘 팅고의 그 우직한 모습을 보면 솔직히 저런 소환수 하나 가지고 싶음. 든든하잖아.
-가직스는 익숙해서 그런지 친근함.
-숭이도 빠지면 섭섭하지.
-피이가 성장한 모습도 보고 싶어요!
“가,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해 찔끔 눈물이 날 뻔했다.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예상은 이러했다.
운 좋아 봐야 ‘그래. 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 정도였다. 최악의 경우는 시청자와 한바탕 싸우고, 이제부터 피가 난무하는 지옥도를 걷게 되는 상상까지 했다.
그런 내 예상과 다르게 이렇게 진심을 다해서 응원을 해줄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나도 모르게 조금 감동을 먹은 것이다.
“후…….”
나도 모르게 나온 한숨.
그 한숨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인지 나를 놀리는 채팅이 보였다.
-야! 야! 우냐?
-생각보다 감정이 풍부하네.
-어이! 집사가 울면 쓰나.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예상치 못한 귀여움을 가지고 있네.
조금은 신이 난 듯한 모습. 열심히 채팅을 치는 시청자가 즐거워한다는 것이 뻔히 보였다.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내가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내 이미지라고 하면 소환수로 어이없이 편하게 사냥하는 모습과 소환수를 이용해 손 하나 까닥 안하고 입으로 필드 보스 몬스터나 정예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 무엇보다 지금까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당당한 얼굴로 지내왔었다.
그런 내가 이런 반응을 하니 재밌어하는 거다.
“흠, 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얼굴로 바꾸고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더 이야기를 풀었다.
“이런 말씀을 드려서 건방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보다 레벨이 높으신 소환사분도 계시고,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신 분 중에서 저보다 소환사 직업을 오래 하신 분이 있으시기 때문이죠.”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굳이 꺼내려고 하는 이야기는 소환사 직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입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지금까지 숨겨왔던 내 소환수의 정보창을 보여주었다.
“범이 상태창. 공유.”
이름 : 범이
등급 : 레전더리
계열 : 환수.
레벨 : Lv.234
고유 특성 : 자유 변형
스텟 : 근력230 민첩320 체력200 지식50 지혜50
충성도 : 100
성장 가능
진화 가능
처음으로 선보이는 범이의 상태창.
나는 범이의 상태창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저희 범이 태생부터 남다르죠? 레전더리 등급에 환수입니다. 평범한 녀석이 아니죠. 범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주목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마지막에 있는 두 줄입니다.”
성장 가능.
진화 가능.
저 두단어를 지목하며 말했다.
“소환수마다 개체값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 어릴 때 몬스터 볼에 몬스터를 가둬두고 대신 싸우게 만드는 애니와 게임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곳 월오룰에도 소환수마다 개체값이 존재합니다.”
나는 그 개체값을 볼 수 있으며, 그 개체값이 90% 이상만 되면 진화와 성장이 가능한 소환수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진화나 성장을 통해 강해진 소환수는 다음 사냥터, 아니 그 다름 사냥터에서 활약이 가능하며 운이 좋으면 또 한 번의 성장과 진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까지 덧붙였다.
“오늘의 정보 공유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방송에서도 또 다른 정보를 공유할 테니 많은 시정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해 줬다.
당연히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갓 시저! 외쳐!
-개체값? 그걸 어떻게 확인하는 거지? 방법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와, 그냥 막 포획할게 아니구나.
-성장에 진화를 한다고? 그럼 지금 눈앞의 범이님도?
-아직 더 할 수 있음.
-근데 고유 특성은 뭘까? 자유 변형? 뭔가 엄청난 것 같은 이름이다.
내가 알려준 이야기를 소환사 직업을 가진 이들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미소를 띠울 뿐이었다.
이제 소환사 직업을 가진 이들도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씩 풀어줄 정보까지 합친다면 더 이상 천대받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자, 오늘의 팁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래도 방송켰는데 사냥하는 모습 안 보여드리면 섭섭하시겠죠.”
내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채팅창에 또다시 활기 가득했다.
“그럼, 우리 귀염둥이 1호부터 100호까지 소개하겠습니다.”
내가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고, 그곳에 있던 오크 백 마리가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다는 듯 엄청난 투기를 뿜어내고 서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사냥터는 오크 소규모 부락입니다. 어제 해 본 결과 짧으면 30분, 길면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럼 방송이 너무 지루하겠죠?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조금 걸어 오크 부락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곤 외쳤다.
“풀 액셀 밟습니다.”
나는 그대로 명령했다.
“돌격! 앞으로!”
그 말과 함께 양쪽으로 있던 내 소환수가 전원 오크 부락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