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23화 (123/275)

제123화

#123

시저의 영상을 보고 온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로 댓글창으로 이동했다.

-팬티 세 장 갈아입었는데 혹시 더 필요하나요?

-저는 아직 화장실에서 못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주작 아님? 어떻게 소환사가 저 많은 소환수를 데리고 다님?

└통솔력 때문이라도 100마리까지는 힘들 텐데.

└그러니까 말이죠. 지금 우리 똘똘이가 늑대인데 통솔력 50 잡아먹습니다. 세 마리도 못 데리고 다녀요.

└나 100레벨에 통솔력 450인데 고블린 열다섯 마리가 한계임. 그 이전에 다섯 마리만 넘어도 통제가 안 됨!

└200레벨이다. 통솔력 600인데 코볼트 열 마리가 한계임.

└어디 쪼렙들이! 난 400레벨에 오크 사냥터 졸업했다. 헌데 오크 백 마리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숫자다. 나도 겨우 두 마리 운영하는데 힘들더라.

-오크 한 마리당 통솔력 얼마 필요함?

└한 마리당 100 필요함.

└그럼 최소 통솔력이 10000이라는 거네?

-X나 개부잣집 금수저라서 통솔력 아이템으로 도배하면 가능한 거 아님?

└아니 그전에 소환수 통제 자체도 안 된다니까? 지금 영상은 소환수 통제가 잘 되고 있잖아. 문제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첫 댓글의 반응은 역시나 같은 직업을 가진 소환사였다. 같은 직업이기에 그들은 금방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환수를 부리는 데 가장 필요로 한 것은 통솔력이다.

각 소환수마다 요구하는 통솔력이 다르다.

오크틴 산맥의 오크의 경우, 기본적으로 필요한 통솔력은 100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만 해도 10,000이라는 통솔력이 필요로 하다.

하나, 시저의 소환수는 오크가 전부가 아니다.

시저보다 유명한 범이.

여왕님으로 불리는 루이즈.

방패를 들고 굳건하게 버티는 팅고.

가직스와 숭이, 그리고 최근 합류한 로빈후드와 피이까지.

총 일곱 마리의 소환수가 추가로 더 있다는 거다.

일반적인 소환사의 시점에서 저 많은 소환수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통솔력이 필요로 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다음 아닌 소환수의 통제다.

소환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오히려 소환사다.

힘든 이유 첫 번째는 다음 아닌 경험치. 소환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소환사는 한두 마리의 소환수를 집중해서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먹을 경험치를 생각해 그 숫자를 늘리는 짓은 잘 하지 않는다.

헌데 지금 영상 속에선 무려 백 마리의 오크를 부리고 있다.

오크 한 마리당 주는 경험치가 오천인 것을 생각하면 백 마리가 나눠 먹으니 오백이라는 소리다.

결과 하나만 따지자면 백 마리를 사냥해야 한 마리를 사냥한 것과 같은 경험치.

소환사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손해다.

사실 경험치야 노력과 시간으로 해결한다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그 소환수를 통제하는 능력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이거다.

한 마리의 새끼 강아지는 어떻게 혼자서 감당이 된다.

하나, 그 새끼 강아지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해 봐라.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계속해서 늘어나면 결국 내 통제 밖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소환사가 소환수를 부릴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내가 얼마나 많은 숫자의 소환수를 통제할 수 있느냐이다.

한 길드에서는 소환사를 데려가는 기준이 저것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근데 멋지긴 하네. 저러고 있으면 거의 작전 지휘관 아님?

-무슨 소리지? 딱 봐도 최종보스 포스인데?

-그래도 그 와중에 계속해서 오크에게 명령하는걸 보면 능력은 있는 듯?

-와! 14 : 20 보면 시저의 명령으로 한 오크 살림.

└저도 이거 보고 놀랐어요. 분명 다른 곳에 전투 지휘하다가 바로 해결하고 다시 다른 곳에 지휘함.

└이 정도면 백 마리가 아니라 더 늘어나도 가능하겠는데?

└적어도 그 정도 능력은 되는듯해요.

-지리긴 하네. 근데 왜 자꾸 계속해서 불편하지?

└나도 불편함. 이게 뭐라 할까 X나 불편함.

└혼자 게임 하네. X발 나 같은 노재능충 게임 하기 X나 서럽네.

└아 이거네.

└그래 이거네.

처음에는 놀라움 경악, 그리고 부러움이었던 댓글이 점차 불편함으로 바뀌어 갔다.

아무리 귀여운 소환수로 인기를 얻었던 소환사라고 하나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은 그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수많은 소환수. 그리고 그 소환수로 사냥터를 씹어 삼키는 모습.

거기에 시저의 능력까지 합쳐지니 보는 사람이자 같은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부조리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거 소환사 너프각임. 지금 라온 소프트에 글 쓰러 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 저럴 거면 파티는 왜 함? 길드는 왜 필요하고?

-이건 해명 방송이 필요함

└ㅇㄱㄹㅇ 어떻게 된 건지 해명이 필요함

└해명은 무슨 버그거나 핵 쓴 건데 나라도 해명 방송 못할 듯.

└그러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100% 불법 프로그램 쓴 듯.

-아무리 소환사가 경험치 N빵 한다고 쳐도 저 정도 숫자면 오히려 숫자로 찍어 누르는 게 가능하지 않음?

└가능 가능. 사냥터 하나 독식하면 오히려 경험치 손해 안보고 이득일 듯

└사냥터 독식? 그럼 신고지.

└이 새끼 난독인가?

└난독이 뭐가 중요함? 내가 지금 불편한데.

└불편!

댓글은 순식간에 시저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실제로 라온 소프트에 항의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정말로 항의 했다는 것을 인증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월오룰의 공식 홈페이지이자 커뮤니티는 밤낮 할 것 없이 실시간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후…… 간만에 거하게 사냥했네.”

캡슐에서 나온 내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굳어 있던 근육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래도 근 일주일 전보다 몸은 덜 뻣뻣했다.

한동안 앉아서 진짜 꿀 빨면서 지낸 시간과 오늘같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사냥할 때완 느낌부터 다르니 말이다.

그래도 오늘 힘겹게 사냥한 덕분인지 레벨이 상당히 올라갔다.

근 일주일 올린 경험치 양보다 오늘 먹은 경험치가 더 많은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대로 계속 움직이면 보름이면 퀘스트 완료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사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나온 예상이다.

일단 보름 중에 나흘은 사냥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지금 내 소환수 모두가 힘을 합치면 소규모 부락은 한 시간이면 정리된다.

소규모 부락이 하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크틴 산맥엔 수많은, 크고 작은 부락이 있다.

나흘 동안 죽어라 사냥을 한다면 엄청난 경험치를 쓸어 담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가 있다.

백 마리 오크의 진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소규모가 50~100마리고, 중규모가 300~500마리의 오크가 있다.

진화를 위해서는 만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데,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상당히 기대되네.”

오크에서 진화를 한다. 무엇으로 진화할 지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음 아닌 정예 몬스터인 오크 워리어.

백 마리의 오크가 백 마리의 오크 워리어가 된다?!

이건 뭐,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하다.

아마 대규모 부락의 오크의 숫자가 천이 넘어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있었으면 좋겠다.

“전부 소중한 경험치니까.”

나는 기분 좋은 상상과 함께 휴대폰을 들었다.

“응? 부재중 69통?”

엄청난 양의 부재중 전화에 나는 누구에게 전화 왔나 싶었다.

전부 비기너, 아니, 지은이에게 온 연락이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내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다시 한번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의 진동이 마치 큰일을 앞두고 울리는 북 소리 같았다.

방금까지 괜찮던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고, 나는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사냥하는 영상 인터넷에 떴어요! 지금 난리 났어요!

나는 그 자리에서 월오룰의 홈페이지에 접속, 그리고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와…… 겁나 잘 타네.”

실시간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 * *

커뮤니티 사이트를 한번 훑어보았다.

“음…… 그래도 박진성 때보단 덜하네.”

사실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 회귀 전의 서머너 킹은 그 행보가 너무 쓰레기였기 때문이었다.

셀 수도 없는 플레이어를 죽이고, 사냥터를 독식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다. 아니, 솔직히 다른 유저들에게 딱히 이렇다 할 피해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반응도 생각보다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야.”

첫 반응부터 중간까지만 난리였지, 그 뒤로는 나를 응원하는 글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가장 큰 반응을 보이는 글이 있었다.

-어차피 몬스터. 플레이어가 공격하면 쉽게 사냥 가능하잖아? 마법사들이 폭격하면 소환수 다 녹을 텐데, 무슨 사기라고 하지? 그럴 거면 마법사들 마법부터 사기 아님?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문제인 것은 백 마리의 오크.

사실 따지고 보면 오크는 단순한 몬스터다.

당연히 플레이어의 손에 손쉽게 사냥이 가능한 몬스터일 뿐이지 특별한 무언가도 아니다.

저 글을 시작으로 나를 응원하는 글이 달려왔는데, 그중에서 같은 직업인 소환사 직업을 가진 이들의 글이 많았다.

-저는 시저 님을 응원합니다. 그 많은 인원의 소환수를 통제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천대받던 소환사 직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서 감사합니다.

-시저 님 소환사 정보 좀 공유해 주세요. 저희도 강해지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 시기의 소환사는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딱히 공유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라온 소프트 측에서도 이렇다 할 정보를 풀어주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면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며 플레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환사라는 직업의 단점이 너무 크기에 그 유저의 숫자가 적었고, 이렇다 할 정보가 풀리지 않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그 부대 지정이라는 글이 소환사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다고 했을 정도로 난리가 났었겠는가? 내가 같은 소환사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던 중에 라온 소프트의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되었다.

[플레이어 시저는 불법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버그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능력입니다.

플레이어 시저의 특별한 직업의 특수 능력으로 다른 레전더리 직업과 비교했을 때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저희 라온 소프트는 앞으로도 원활한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식 입장이 발표되고서야 커뮤니티 여론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별한 직업? 뭐지? 소환사 레전더리 직업이 드디어 나온 건가?

-레전더리 직업이면 인정이지 않음?

-솔직히 시저가 우리에게 피해 준 것도 없고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잖아?

-범이님을 모시는 집사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음.

-이건 그냥 시기질투에 눈깔 돌아간 애들이 문제임

-그냥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쪽팔리지도 않나.

다시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래도 이걸로 부족할 거야.”

부족할 거다. 아니, 아직도 실시간으로 나를 부정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그 어떤 노력을 해도 부정할 사람은 부정할 것이고 불편해할 사람은 불편해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바보같이 당해 주면 계속해서 괴롭힐 것이다.

“그러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말은 그렇지 사실상 해명 방송이나 다름없다.

겸사 우리 불쌍한 소환사 직업을 가진 유저에게 정보를 풀어줘야겠다.

나는 전화기를 들어 바로 지은이에게 연락했다.

“내일 라이브 방송 예정 잡아줘.”

내가 원하는 시간과 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곤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헬스장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에 머리를 싸매고 걱정할 필욘 없다.

이미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생각해 둔 것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