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122
오크틴 산에 입성했다.
오크의 서식지라 불리는 이곳에 들어서자 반겨준 것은 역시나 지독한 냄새였다.
“가스! 가스! 가스!”
화생방 훈련을 떠올리게 하는 지독한 악취에 나도 모르게 외친 말이었다.
훈련 중이라면 옆구리에 있는 가방에서 방독면이라도 꺼내 착용하겠지만, 지금 이곳은 현실의 훈련소도 아니고, 월오룰이라는 게임 속이다.
당연히 방독면은 없다.
토가 쏠릴 것 같지만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이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 말이다.
역겨운 냄새를 참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내 곁으로 팅고가 방패와 검을 들고는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그 뒤로 숭이와 가직스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숭이의 경우 지겹다는 얼굴이었고, 가직스 또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얼굴이다.
루이즈와 로빈후드가 뒤이어 따라왔다.
루이즈의 품에는 범이가 안겨 잠들어 있었고, 그런 범이의 몸통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 피이였다.
범이와 피이의 경우 어느 순간 둘이 붙어 다니기 시작했는데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건지, 그게 아니면 그냥 단순히 친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뭐, 잘 붙어 다닌다면 나쁠 건 없다.
어찌 되었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둘이니 사이가 나쁜 것보단 훨씬 좋은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평소에 사냥터로 나가는 듯한 모습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름 살벌하긴 하네.”
나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 뒤따라 산을 오르고 있는 오크 백 마리를 바라보았다.
만능 교육관 스킬의 훈련을 마치고 실전까지 완벽하게 경험을 마친 오크는 진정한 전사의 눈빛이었다.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오크가 아니라, 정말로 잘 훈련받은 병사이자 전사의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런 오크 백 마리가 뒤에서 내 명령만을 기다렸다.
“잘하겠지.”
나는 든든하다는 눈빛으로 오크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오크 백기다.
물론 앞으로 사냥해야 할 오크의 숫자와 이곳에 있는 오크의 통계를 생각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는 숫자이긴 하다.
그럼에도 내가 저 오크를 믿는 것은 일주일을 투자해 내가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실전 훈련의 결과까지 생각하면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르친 오크 한 마리는 본능에 충실한 오크 세 마리까지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백 마리지만 삼백 마리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곳 오크틴 산맥에서 소규모로 이루고 있는 오크 숫자는 오십 마리에서 백 마리가량.
저 오크만 있어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
“거기에 내 스킬, 그리고 우리 애들까지.”
공격력을 올려주는 파괴의 가호, 상처 회복에 탁월한 치유의 토템.
거기에 기존의 내 소환수를 생각하면 어지간한 소규모 오크 부락은 손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회귀 전의 10년간 해 왔던 월오룰의 지식과 새롭게 얻은 서머너 킹의 힘을 계산했을 때 나온 계산이다.
이제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소규모 부락이 보일 것이고, 처음으로 대규모 전투를 겪게 될 예정이다.
“후우…….”
나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래도 긴장될 수밖에 없다. 소환수를 데리고 하는 첫 번째 대규모 전투이니 말이다.
이런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회귀 전에는 공대를 이끌고 대규모 이벤트 퀘스트라든가 보스 레이드를 진행해 보았으니 말이다.
하나, 그건 같은 유저와 함께 힘을 합쳐서 하는 전투다. 지금 내가 하려는 소환수를 이용한 전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릴렉스. 릴렉스. 잘할 거야.
나 스스로 잘할 수 있을 거란 주문을 외웠다.
거기에 지금의 전투가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정예팀을 꾸리는 것이 서머너 킹의 특성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내 미래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대규모 소환수를 운영할 일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날 테스트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보란 듯이 해 낼 거다.
그렇게 홀로 다짐했다.
눈앞의 언덕만 오르면 소규모 부락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에 잠깐 멈췄다.
뒤를 돌아보며 오크 백 마리를 보았다.
“오크의 이름을 1호부터 100호까지 정한다.”
-소환수 ‘오크’의 이름을 ‘1호’부터 ‘100호’로 변경합니다.
시스템창이 이름이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자, 그럼 가 볼까?”
내가 먼저 언덕 위로 올라가자 오크 부락 하나가 나타났다.
족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곳 부락에는 부족을 상징하는 깃발이 없었다. 대신 분주하게 이리저리 오가는 오크만을 볼 수 있었다.
대략 70마리가 넘어가는 오크.
저 오크가 내 첫 번째 목표다.
“오크. 1호부터 100호까지.”
“취익!”
내 부름에 우렁차게 대답하는 오크 백 마리. 거친 콧바람 때문인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쓸어 버려!”
“충! 취익!”
충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배워왔는지 짐작이 간다. 아마 팅고가 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배웠나 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런 나를 스쳐 지나가는 백 마리의 오크였다.
두두두두.
백 마리의 오크가 돌격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외쳤다.
“파괴의 가호! 치유의 토템!”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32% 상승시킵니다.
-스킬 ‘치유의 토템’을 사용했습니다.
-범위 안의 아군을 치유합니다.
두 개의 스킬이 정상적으로 사용되었다.
“크워어어어!”
파괴의 가호를 입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오크 1호가 거칠게 포효했다. 가장 먼저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오크이며,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오크였다.
그리고 내 시선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손에 쥐고 있는 커다란 검을 그대로 번쩍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휘둘렀다.
콰앙!!
오크 1호의 일격에 오크 한 마리가 그대로 피떡이 되어 바닥에 처참한 몰골로 쓰러졌다.
-소환수 ‘오크 1호’가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시스테창이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크 백 마리가 오크 부락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피가 튀고 살점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전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 모습에 내 소환수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캬락!”
“우끼!”
“끼에륵!”
피가 끓는 것인지 아니면 저 화끈한 전투의 열기에 동화된 것인지 가직스, 숭이, 팅고가 낮게 울었다.
당장에라도 뛰어들고 싶어 하는 모습.
나는 그 모습에 슬쩍 웃으며 말했다.
“날뛰고 싶으면 날뛰어.”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가직스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그대로 도약했다.
“캬락!”
“우끼끼!”
가직스가 도약하는데 숭이의 포효도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숭이가 가직스의 허리에 매달려 있었고, 땅에 착지하기 전에 붙잡고 있던 손을 풀고는 주먹을 말아 쥐고 오크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쿵!
떨어진 자리에 있던 오크가 짓뭉개져 죽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숭이 녀석이 두 주먹을 말아 쥐고는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런 숭이 옆으로 떨어진 가직스는 그대로 어깨에 있던 가시를 방출해 숭이에게 몰리는 오크를 단번에 쓰러뜨렸다.
“끼에륵!”
팅고는 그대로 스킬 거대화를 사용해 덩치를 부풀렸다.
-소환수 ‘팅고’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했습니다.
-10분간 덩치가 커집니다.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정면에 있는 한 오크를 향해 양손을 뻗어 양팔을 덥석 붙잡았다.
“취익?”
깜짝 놀란 듯한 오크의 콧바람.
팅고가 붙잡은 오크는 평범한 오크가 아닌 정예 몬스터.
[오크 워리어 Lv.450]
정예 몬스터의 등장에 나는 빠르게 개체값을 확인했다. 그러곤 쓸모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팅고에게 외쳤다.
“죽여!”
“주인님을 위하여!”
팅고의 두 팔에 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크게 울부짖으며 그대로 정예 몬스터인 오크의 양팔을 힘으로 뜯어 버렸다.
“크아아악!”
처절한 오크 워리어의 비명에 팅고가 두 주먹을 쥐고는 그대로 휘둘렀다.
-소환수 ‘팅고’의 스킬 ‘치명적인 일격’이 발동되었습니다.
-추가 대미지가 상승합니다.
-크리티컬 확률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그 주먹에 맞은 정예 몬스터는 더 이상 살아 움직이지 못했다.
-소환수 ‘팅고’가 ‘오크 워리어’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20,000을 획득합니다.
“좋았어!”
나는 박수 치며 좋아했다.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승기는 순식간에 기울였다.
나는 그저 언덕 위에서 흐뭇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 * *
그 시각, 시저의 사냥을 바라보고 있는 한 무리가 있다.
그들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
“이게 말이 돼?”
“와…… X발, 소환사가 저렇게 강했다고?”
“아니, 이건 소환사가 강한 게 아니라 소환수가 사기 아냐?”
“그러니까. 뭐야, 저 덩치는? 거의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 급 아니면 오우거 아냐?”
“와…… 누군 한두 마리씩 유인해서 싸우는데 그냥 들어가 버리네.”
“저번 방송보다 더 강해졌는데?”
“최근에 방송 안 하기에 죽어서 X신된 줄 알았는데 X나 강해졌네.”
그 자리에 있는 무리는 어디 길드에 속해 있는 플레이어가 아닌 크세이트 성에서 직접 파티를 꾸려 이곳을 사냥하는 플레이어였다.
어지간한 특별한 능력이 있는 유저는 길드에서 데려가기 때문에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평범한 그리고 게임에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는 플레이어라 보면 된다.
그런 그들은 직접 파티를 꾸려 이곳 오크 사냥터에서 한두 마리씩 오크를 유인해 사냥 중이었다.
실수로 다섯 마리나 되는 오크를 끌어들이는 바람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큰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언덕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엄청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지금의 상황을 보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바라보았다.
“근데 왜 오크끼리 싸우지?”
누군가의 말에 한 유저가 스킬을 사용해 시력을 끌어 올려 한창 싸우고 있는 오크를 집중적으로 보았다.
그러곤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미친! 저 소환사의 소환수인데? 오크 90호라는 이름인데?”
“뭐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아니, 이게 말이 되냐?”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내 능력으로도 오크 다섯 마리 이상 소환수로 두지 못한다고! 거기에 경험치 n빵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더 못 할 노릇이지!”
이 파티엔 소환사가 한 명 있다. 오크를 포획해 옆에서 마법을 익혀 전투를 거드는 소환사다.
그가 소환사이기에 지금 눈앞의 광경을 더욱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볼 때 한 유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에 다른 유저가 물었다.
“야! 뭐해?”
“촬영하게. 커뮤니티에 올리면 활활 타오르지 않겠어?”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의 한 유저.
그 모습에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 말에 더욱 사악한 얼굴로 변하더니 말했다.
“이 정도면 사기 캐릭터라고 난리 나겠지. 안 그래?”
“아…….”
그 자리에 있던 그들을 깨달았다.
지금 눈앞의 시저의 모습을 보면 커뮤니티가 난리가 날 것이라는 알았다.
세상 어딜 가더라도 자신보다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시기와 질투로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그들 또한 그런 유형의 인간이다.
자신보다 잘 나가는 유저는 길드에 속해 길드의 지원을 받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반면, 자신들은 길드의 선택은 물론이고, 사냥 한 번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
하나, 눈앞에 시저는 그런 것 없이 홀로 모든 걸 다해 버린다? 그것도 월오룰 최악의 직업 중 하나라 불리는 소환사로 말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한 유저가 찍은 영상은 그대로 커뮤니티에 올라갔다.
[소환사 시저. 백 마리가 넘는 소환수를 부리다. 과연 라온 소프트는 이 상황을 그저 방관할 것인가?!]
자극적인 제목.
예상대로 커뮤니티는 활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