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120
-소환수 ‘오크’의 충성도가 100을 달성했습니다.
-진화 조건이 개방되었습니다.
-성장 조건이 개방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충성도 100.
그와 동시에 진화와 성장의 조건이 풀렸다. 그것도 한 번에 열 마리 전부가 말이다.
“뭐야? 왜 이래?”
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나를 보며 겁에 질려 있는 저 오크들을 보면 더욱더 궁금해진다.
그런 내 등 뒤로 루이즈가 살포시 날아오더니 목덜미를 팔로 감싸 안으며 나에게 속삭였다.
“헤…… 주인님에게 완전 겁먹었나 본데?”
“갑자기?”
분명 방금까지 잘 훈련 받던 녀석들이 왜 겁을 먹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 정답은 루이즈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소환수였던 스켈레톤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바로 박살 내버리는데…… 나라도 무섭겠다.”
“아…….”
그제야 이해했다.
하긴, 저기 있는 오크의 입장에선 방금 박살 난 스켈레톤이나 자신들이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본능으로 알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눈앞에서 그것도 무자비하게 박살 내 버렸으니 저들이 겁을 먹은 것이 당연하다.
잘못했다간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말이다.
“이러다가 나도 매몰차게 버리는 건 아니지?”
루이즈가 상당히 쥬시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뿐 아니라 내 품으로 살며시 안겨 오며 애교를 부려왔다.
“설마, 루이즈를 내가 왜 버리겠어.”
“고마워, 주인님.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그럼, 나도 루이즈 좋아해.”
루이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러자 루이즈는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녀를 잠시 품에서 때고는 다시 시스템창에 집중했다.
“다행이군. 그리 복잡하진 않아.”
열 마리의 오크의 진화 조건은 단순했다.
-소환수 오크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몬스터 만 마리 사냥 0/10000
단순하다. 고작 만 마리만 사냥하면 되니까.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에 머무는 동안 충분히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유일하게 성장까지 가능한 오크의 조건도 떠 올랐다.
-소환수 오크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상위 오크 사냥. 0/1
성장 조건 역시 단순했다. 상위 오크를 한 마리만 사냥하면 되니 말이다.
다만 그 상위 오크가 오크 워리어인 450레벨의 정예 몬스터인 게 함정인 건 웃지 못할 일이긴 하다.
뭐, 사실 불가능한 건 아니다. 내가 함께 사냥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정예 몬스터 정도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지금의 팅고와 범이면 충분히 가능하고, 숭이나 로빈후드가 합류한다면 더욱더 손쉽게 사냥이 가능하다.
내가 합세하면 금방 끝날 일이고 말이다.
물론 우리끼리 사냥해서 될 일은 아니다. 성장 조건이 필요한 이 오크도 함께 사냥 해야지만, 그 조건이 충족된다.
그러니 눈앞의 오크는 정예 몬스터와 싸울 정도로 강해져야만 한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그럼 진짜 키워 줄 테니 말이야.”
나는 오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취익! 취익!”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일까.
눈앞의 오크가 갑자기 아까와 다르게 결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다시 내가 아까 시켰던 동작인 힘을 실어 공격하는 자세를 잡고는 다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취익!”
“취, 취익!”
그 모습에 다른 오크들도 호들갑을 떨더니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시 자리 잡고 아까 내가 가르쳤던 자세를 잡곤 열심히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급한 모습이라 그런지 자세가 엉성했다.
하나, 그것도 잠깐이었고 내가 키워주겠다는 오크를 따라서 똑같이 따라 하더니 금세 안정을 찾았다.
그 모습에 루이즈가 살며시 웃었다.
“죽기 싫은가 보네. 열심히 하네.”
“그러게.”
뭐, 지들이 알아서 잘하겠다니, 오히려 반길 일이다.
이대로 열심히 잘 훈련 받아서 도움이 된다고 하면 오히려 내가 더 이득이니 말이다.
저 정도 열정이면 아마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이곳과 전혀 다른 세상인 것처럼 오크와 열정적으로 싸우고 있는 내 소환수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오크의 피로 흠뻑 젖어 있는 애들을 향해 그저 감사의 눈빛을 보낼 뿐이다.
오늘도 사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그날 저녁.
월오룰의 공식 홈페이지이자 커뮤니티에 하나의 글이 올라오면서 실시간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메시아 길드 김세준과 쥴리안나. 새로운 영지에 도착하다!]
500레벨을 달성하고 플레이어 최초로 새로운 지역 크이케 후작령에 도착했다.
이동 시간은 무려 마차로 열흘. 말을 타고는 보름, 걸어서는 한 달가량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두 플레이어가 새로운 영지에 도착함과 동시에 모든 유저들 또한 그곳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크이케 후작령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영지로, 커다란 오아시스를 끼고 만들어진 영지다.
지금까지 발견된 몬스터는 샌드 스콜피온.
모래 속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로 단단해 보이는 껍질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로 추정된다.
자세한 것은 며칠 지나야 나올 예정이다.
먼저 도착한 김세준은 ‘메시아 길드 혼자만이 아닌 모든 플레이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영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쥴리안나는 ‘사막 지형인 것을 대비해 이전 영지에서 열기를 피할 수 있는 물품을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영지의 발견으로 월오룰의 새로운 사냥터와 아직 발견하지 않은 인던,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시아 길드 기자 김선문.
기사이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순식간에 엄청난 조회 수를 찍었다.
-크…… 역시 메시아 길드.
-아마 이 게임의 엔딩은 메시아 길드에서 보지 않을까?
-지금 누구보다 빠르게 치고 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싶네요.
-최초 사막 지형 아님? 하긴 그동안 지형만 따지면 고만고만했으니 한번 변화를 줄 만하지.
-진짜 다른 플레이어들은 뭐 잡고 반성해라. 이제는 메시아 길드가 터준 길만 따라가고 있다.
-반성은 무슨, 사용료라도 내야지. 지금 메시아 길드가 상위 사냥터에서 다른 플레이어들 도와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냐?
└ㅇㄱㄹㅇ.
└메시아 길드에 한 번이라도 도움 안 받은 녀석 있음?
└나도 못 봄.
-찬양한다! 메시아 길드!
-영원하자! 메시아 길드!
순식간에 달린 댓글은 전부 메시아 길드를 찬양하는 글들뿐이었다.
그리고 난 그 글을 보곤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알던 미래랑 바뀌었다.”
이건 좀 충격적이다.
원래 크이케 후작령에 먼저 도착해야 하는 것은 메시아 길드가 아니라 길드가 아닌 ‘라이징 스타’라는 이름의 작은 소규모 길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시기다.
“예정보다 두 달 빨라졌어.”
이 두 달이라는 시간이 앞당겨진 것은 나에게 있어선 상당히 안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출발 선상에서부터 늦었다.
하지만 회귀 지식과 서머너 킹이라는 레전더리 직업으로 늦은 출발임에 불과하고도 다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중이다.
내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석 달이면 최전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나, 최전선이 두 달이나 빨리 바뀌었다.
이건 지금부터 내가 열심히 달린다고 하더라도 도착하는 시기가 늦다는 거다.
“무엇보다 저곳 인던에 아이템이 꽤 중요한데 말이야.”
크이케 후작령에 숨어 있는 인던. 한낮에 모래 폭풍이 사방에서 휘몰아칠 때 찾을 수 있다.
인던의 내부는 단순한 하나의 커다란 방.
그곳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나면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 아이템은 내가 노리는 아이템 중 하나다.
“쩝, 재수 없으면 그건 뺏기게 생겼네.”
회귀 전에도 그 아이템은 메시아 길드가 챙겨갔다.
그 아이템을 바탕으로 메시아 길드에 새로운 절대자가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세 번째 메시아 길드의 얼굴이 되어줄 중국인 마오후둥의 등장이다.
현재 마오후둥은 메시아 길드에 소속은 되어 있지만, 다른 중국인 플레이어들에게 쩔을 받으며 쭉쭉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의 직업은 봉술사.
평범한 노말 등급의 봉술사가 아닌 레전더리 직업의 봉술사로 놀랍게도 직업명이 제천대성이다.
제천대성이라는 뜻이 무엇인가?
흔히 서유기에 나오는 원숭이 요괴인 손오공의 별칭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리고 마오후둥은 정말로 손오공을 떠올리게 하는 고유 특성인 분신술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레전더리 직업에 고유 특성까지 화려한 그인데, 그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무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크이케 후작령에 숨어 있는 인던에 잠들어 있는 무기다.
그 무기의 이름은 여의봉.
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아이템이고 제천대성이라는 직업에 너무나도 딱 맞는 무기기도 하다.
아무튼, 그 때문에 내가 저 여의봉을 먼저 먹을 생각이었다.
이미 활약하고 있는 김세준과 쥴리안나는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활약을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은 내 손으로 충분히 망칠 수 있다.
그 첫 번째 목표가 크이케 후작령의 여의봉이다.
굳이 내가 쓰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뒤통수를 때리는 일이니까.
하나, 크이케 후작령이 예정보다 빨리 열린 이 순간,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조금 시기를 당겨야 할지 모르겠네.”
편하게 뒤에서 오크나 가르치며 지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러면 어쩔 수 없다.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 * *
다음 날.
무거운 마음으로 월오룰에 접속했다.
“쩝, 확실히 메시아 길드는 메시아 길드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월오룰을 야금야금 삼키고 있는 메시아 길드. 그 대단한 길드에서 이번에도 엄청난 짓을 벌였다.
무려 한화로 따지면 100억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 레벨 높은 길드원 전원을 크이케 후작령으로 불러들이는 강제 소집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이 스킬은 다름 아닌 길드 전용 스킬이다.
길드원 한 명당 1억을 투자해 강제로 원하는 곳으로 소집하는 스킬로 잘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다.
말이 1억이지, 골드로 따지면 만 골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어지간한 유니크 아이템으로 전신을 무장하고도 남을 정도의 금액으로 그걸 한 명의 길드원을 위해 사용했다는 소리다.
더욱 놀라운 건 무려 백 명의 길드원을 크이케 후작령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지금 메시아 길드는 크이케 후작령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 중이었다.
저만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놀랐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의 금액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따라온 것이다.
하나, 그 의문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금방 결론이 나온다.
걸어서 이동하는 데 한 달이다. 마차를 타도 열흘이나 걸리는 시간을 돈으로 산 것이다.
“절대 손해 보는 것은 아니지.”
하물며 새로운 영지이자 사냥터이다.
아직 그 누구의 손길이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기에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희귀 약초라든가 아이템 하나만 잘 건져도 손실을 충분히 메꿀 수 있다.
거기에 아직 아무도 모르겠지만, 레전더리 아이템인 여의봉은 지금 투자한 골드에 전혀 아깝지 않은 엄청난 무기니, 발견만 한다면 손해는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 커뮤니티는 오직 메시아 길드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
평소라면 다른 플레이어가 하나둘씩 방송을 시작할 시간임에 불구하고도 지금은 오직 메시아 길드만이 방송을 할 뿐이었다.
“이대로면 금방 인던을 발견하겠네.”
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투입시켰으니 발견하는 것은 금방일 것이다.
나는 씁쓸한 마음을 속으로 삼키며 소환수를 불렀다.
“자, 오늘도 힘내자.”
내 레벨은 218.
아직은 약하다. 그러니 좀 더 강해질 때까지는 참아야 한다.
다시 사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