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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14화 (114/275)

제114화

#114

“고생하셨어요. 플레이어 시저 남작님.”

눈앞에 셀레스틴 공주가 우아한 자세로 손에 든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한 모금 마신 그녀가 살며시 찻잔을 내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셀레스틴 공주였다.

거기에 처음 보았을 때와 다르게 조금은 창백해 보이던 얼굴이 이제는 홍조가 살짝 피어올라 생기가 도는 듯했다.

생기 있는 그녀의 얼굴에 지어진 잔잔한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도 모르게 심장 부근의 옷자락을 움켜쥐는 상상을 했다.

그런 내 속마음과 다르게 입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 말에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보다 더 밝은 미소로 말해 주었다.

“정말이지, 시저 남작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저와 시저 남작님, 그리고 리베라 후작님뿐이지만, 점차 나아가서는 황실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참고 견뎌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은 이렇다 할 지원을 약속하진 못하지만, 나중에는 황실에서 지원해 준다는 약속. 이것 하나만으로도 아주 든든했다.

자, 그럼 이제는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한다.

조용히 셀레스틴 공주가 사카린이 남긴 서류를 검토하더니 나에게 다음 퀘스트를 주었다.

“다음 목적지는 크세이트 공작령입니다.”

이번에도 멀지 않은 곳.

안 그래도 오크를 사냥해서 레벨을 주야장천 올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되었다.

“그곳에 있는 열한 개 오크 부족의 족장을 쓰러뜨려 주세요. 족장의 몸에 있는 절대자가 심은 알 수 없는 파편을 회수해 주세요.”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알 수 없는 파편을 회수하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극악.

내용 : 크세이트 공작령의 오크틴 산맥에 서식하는 오크 부족의 족장을 모두 죽이고 파편을 회수하라. 0/11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셀레스틴 공주의 퀘스트 내용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열한 개 부족 전부 말씀이십니까?”

“네, 열한 개 부족 전부입니다. 하지만 하나 더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사카린 경이 남긴 일지에는 파편은 총 12개로 나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짐작이 갔다.

‘파편은 12개 오크 부족은 11개 부족. 거기에 연계 퀘스트.’

이 정도면 충분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열한 개의 부족을 쓰러뜨리고 나면 연계 퀘스트로 마지막 파편을 가진 존재가 나타난다.

이건 내가 회귀를 포함해 11년 동안 월오룰을 하고 있기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범위다.

나는 문뜩 생각났다.

크세이트 공작령의 몬스터 웨이브.

그것도 물경 백만에 달하는 몬스터가 크세이트 공작령을 향해 진격했던 대규모 이벤트 퀘스트를 말이다.

그것도 월오룰 전역에서 크세이트 공작령으로 향하는 워프석을 제공해 주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냥하던 유저들까지 모두 모여들 정도로 엄청난 대규모 이벤트였다.

그때 당시 1등을 차지했던 것은 쥴리안나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의 마르지 않는 마나를 바탕으로 무차별한 폭격을 통해 수십만 마리의 오크가 그녀의 손에 죽었다.

그다음 순위부터 10위권까지 전부 마법사들이 차지했을 정도로 대충 마법을 만들어 던지기만 해도 적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뭐, 그건 회귀 전의 일이고 지금 내가 그때의 몬스터 웨이브를 떠올린 것은 이유가 있다.

‘파편과 열한 개의 오크 부족.’

열한 개의 파편이 심어진 족장이 힘을 합쳐 만든 웨이브가 아닐까 싶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오크 족장이 NPC와 유저를 향해 뭐라 뭐라 이야기했었다.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확실히 인간의 언어를 사용했고, 전력과 전술, 거기에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를 공성 장비를 이끌고 쳐들어 왔었다.

그렇다면 지금 오크 족장에게 심어진 파편은 오크 족장을 강하게 그리고 똑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빠르게 처리해야겠군요.”

“제 생각도 그래요. 무슨 파편인지 모르겠지만,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내 말에 셀레스틴 공주가 맞장구쳤다.

그녀가 추가로 한 마디 더하기로는 삼 년 안에는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그 대규모 이벤트도 앞으로 삼 년 뒤에 있을 예정이니 말이다.

이거 잘 만하면 미래에 있어야 할 몬스터 웨이브 이벤트가 사라지거나, 오히려 반대로 당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게 중요한가? 지금 내가 중요한 건 것은 오크 족장을 사냥해야 한다는 거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려 열한 마리를 말이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아찔하다. 필드 보스 몬스터는 500레벨 수준이니 말이다.

강력함은 둘째 치고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열한 개의 부족을 무너뜨려야 한네.’

평범하게 꿀 빨려던 작전은 아무래도 많이 사용하진 못할 것 같다.

다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아!”

그건 그거고, 생각해 보니 지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사카린 님이 유품을 남겼습니다.”

나는 목걸이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제가 전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공주의 말에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비록 보상은 없는 퀘스트지만 황실을 위해 희생했던 영웅의 유품을 건네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제 메인 퀘스트 관련 일은 끝났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내 퀘스트다.

“셀레스틴 공주님.”

“말씀하세요. 시저 남작님.”

“킨지라는 사람과 마이스터 지크라는 자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내 질문에 공주가 고민하는 듯한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 그러곤 미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들어본 적이 없군요. 대신 그 둘에 대해 알아봐 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합니다.”

부탁하려 했는데 알아서 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그 둘의 소식을 알게 되면 크세이트 공작령으로 보내주겠다며 친절한 서비스까지 해 준다는 셀레스틴 공주였다.

역시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까지 자상하다니.

누구랑 결혼할지 모르지만 참으로 복 받은 남자란 생각이 들었다.

잠깐 어이없는 생각에 속으로 슬쩍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부탁드리겠어요. 시저 남작님.”

“알겠습니다. 공주님.”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인사를 올렸다.

황궁 밖으로 나온 나는 크세이트 공작령으로 갈 준비를 했다.

* * *

수도 세크드릭에서 크세이트 공작령으로 가는 길은 삼 일이라는 시간이 소모된다. 물론 이것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순수하게 걸어서 간다는 가정 아래 삼 일이다.

말을 타고 달릴 경우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필요하고 마차를 타고 가게 될 경우 하루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말이 많다.

“마차를 타고 가도 하루나 걸리는 게 말이 되나.”

“마차 한번 타는 데 500골드나 필요하다고!”

“하루 만에 가고 500골드나 소모되는 건 이해하겠다고. 근데 문제는 그 하루 동안 이동하는 데 시간을 전부 날리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당연히 불평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걸어서 가자니 최소 삼 일이지, 중간에 몬스터라도 만나면 그 시간은 점차 늘어났고, 심할 경우엔 열흘까지 걸리기도 하는 일정이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유저들의 엄청난 항의 때문인지 월오룰은 한 가지 방법을 내었다.

가격이 비싸지만 설정해 둔 이동 거리 동안 로그아웃을 해도 이동시켜 주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세크드릭에서 크세이트 공작령까지 이동 비용을 지불하고 출발하면 로그아웃하고 다음 날 접속을 하면 도착해 있다는 거다.

물론 이 시스템에 플레이어들은 한마디씩 했다.

“아니, 그냥 웨이포인트라든가 워프 혹은 포탈 같은 걸로 이동시켜 주면 안 되나?”

판타지 세상이고 게임 속이기에 당연히 떠오른 생각.

하지만 월오룰의 개발 업체인 라온 소프트는 말했다.

[일정한 현실고증을 위해 처음부터 제약을 둔 시스템이다. 오히려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저게 월오룰의 공식 입장이다.

애초에 첫 월오룰의 홍보 영상에서도 리얼리티를 위해 이동 수단에 많은 제약을 줄 것이라고 홍보했기에 밀어붙일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처음이야 어색하지,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괜찮다고.”

처음 이용했을 때 나도 상당히 어색했다.

이동 시간만큼 접속을 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묘한 기분이 드니 말이다.

처음 이용할 때는 멀뚱멀뚱 기다리던 나였지만, 나중에는 그 시간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은행 업무라든가, 쇼핑이라든가, 동생과의 시간이라든가.

매일같이 게임만 죽어라 하는 내 입장에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자 개인 업무를 해결하는 날이라는 소리다.

“그게 내일이네.”

아무래도 내일 스케줄을 짜야 할 것 같다.

사실 뭐 있겠는가? 간만에 폭풍 수면과 함께 저녁이나 푸짐하게 차려 먹어야지.

순식간에 결정한 나는 그대로 마차 이동을 신청했고, 값을 치른 다음 로그아웃했다.

지금부터 휴일이다!

* * *

휴일은 무슨. 나는 평소나 다름없는 시간에 일어났다.

“우에엥. 5분만 더.”

“벌써 세 번째다.”

“히잉…….”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 효진이를 깨워 씻게 했다.

아침 식사지만 가볍게 그리고 든든하게 잘 챙겨 먹여 보냈다.

보통 쉬는 날이라 생각하면 이대로 다시 침대에 들어가겠으나 그러질 못했다.

위이이이잉!

오래된 내 컴퓨터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듯 크게 울었다.

느리디느린 부팅을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건드리며 기다렸고, 마침내 부팅이 완료되었을 때 마우스를 이용해 월오룰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어디 보자…… 지금 얼마나 쌓였나.”

나는 다른 무엇보다 내 인벤토리 쌓여 있는 금액을 확인했다.

4,530골드.

1골드당 만원임을 생각하면 4,530만 원이 있다는 소리다.

“많이도 모았네.”

월오룰을 하면서 돈이 남은 적이 몇 번이나 있던가?

사실 10년간 월오룰을 하면서 내 수중에 돈이 저렇게까지 많이 남아 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번 물약값에 장비 업그레이드, 스킬북을 구매해 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데 돈을 쓴다고 모아본 적이 없다는 거다.

회귀하고 지금. 한 달 하고도 이주 넘은 지금 시점에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쌓여 있었다.

“회귀하기 전에 장비를 팔아도 이것보단 덜 나오려나?”

사실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겠지만 캐릭터 교환이 안 되기에 엄청난 적자다.

“회귀 전의 일은 회귀 전의 일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지금 있는 4,530골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내게 투자할 필요는 없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현시점에 월오룰에 공개되어 있는 아이템 중에 내가 쓸 만한 장비는 거의 극소수다.

얼마냐 없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경매장에 있는 건 다 쓰레기지.”

지금 경매장에 있는 목록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현시점에 최전선은 500레벨 이하다.

거기서 나오는 장비 또한 500레벨 이하가 낄 만한 장비라는 것이고, 그중에서 괜찮은 아이템은 단 하나도 없다.

그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100레벨 전에 사용하던 코볼트 세트 말고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거다.

그나마 운이 좋아 로미오에게 얻은 장비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지식과 사냥 방식, 거기에 서머너 킹이기에 가능한 사냥 방식으로 지금까지 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제까지 일이다.

내일의 나는 다른 방식으로 사냥에 나서야 한다.

“몬스터 웨이브 수준의 오크를 사냥하고 오크 족장 열한 마리를 사냥한다.”

극악의 난이도.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퀘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사실 정해져 있긴 하다.

서머너 킹이기에 가능한 사냥 방식. 그리고 저번에 얻은 스킬이지만 지금까지 쓸 일이 없어서 깜박했던 스킬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더욱더 확실한 방식이 있다.

“대규모 물량전…….”

이전에 한번 사용하려고 했다가 계획이 변경되어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 그리고 서머너 킹이기에 다량의 몬스터를 포획해서 하나의 군대를 만들어 버리는 방식. 회귀 전에 서머너 킹이었던 박진성이 했던 플레이.

그것 말고는 딱히 좋은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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