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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13화 (113/275)

제113화

#113

월오룰 최전선.

다음 영지로 갈 수 있는 퀘스트를 마친 김세준과 쥴리안나가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이번에도 둘이서 해결했다며?”

“그러니까 말이야. 다른 유저끼리 협력해서 진행해도 겨우 할까 말까 한 퀘스트를 단둘이서 클리어했다더군.”

“진짜 장난 아니네. 역시 직업 빨인가?”

“에라. 저 둘은 직업만이 아니라 능력도 되는 이들이지.”

“하긴 그것도 그래.”

“부럽다. 진심 부럽다.”

“정말…… 나도 너무 부러워서 미칠 것 같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김세준이 흠칫했다.

김세준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불안한 표정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김세준.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요.”

쥴리안나가 조용히 김세준의 팔에 안겼다. 그러곤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뻣뻣하게 굳어 있는 몸을 조심스럽게 이끌고는 마차에 태웠다.

마차에 올라타고 주변의 시선이 모두 사라지자 김세준이 갑자기 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더니 그 자리에서 소리쳤다.

“쥴리안나. 이건 아니지 않아? 나 때문에 너무 많은 인원이 시간을 날렸어!”

김세준은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다음 영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경비 대장의 인정을 받아야지만 성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 인정을 받기 위해 주변 몬스터 토벌은 물론이고, 각종 심부름 퀘스트까지 전부 다 했을 때 마지막 퀘스트를 받았다.

그 퀘스트의 내용은 다름 아닌 제한 시간 안에 많은 숫자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 퀘스트.

며칠 동안 계속해서 노력했지만, 목표 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밖에 사냥하지 못했다.

본래 김세준은 천천히 레벨을 올린 후, 더 강해졌을 때 도전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그와 다르게 쥴리안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떠올리곤 실행했다.

그 작전은 다음 아닌 길드원을 투입해 몬스터를 한 번에 끌어들여 무자비한 폭격을 날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려 백 명이 넘는 길드원이 희생되었다.

물론 길드에서 아이템을 전부 회수하고 다시 나눠줬다곤 하나 김세준은 부담스러웠다.

“세준. 그러지 마요. 이 모든 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길드를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쥴리안나가 김세준은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그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당신은 메시아 길드의 구세주. 세계에서 유일하게 월오룰을 정복한 유일무이한 플레이어가 될 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말에 김세준이 반박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하나, 그의 입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쪽.

쥴리안나의 입술이 그의 입을 다물게 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김세준의 얼굴이 점차 붉게 물들었다.

쥴리안나는 그런 김세준의 몸에 더욱더 밀착하곤 품에 안기듯 자세를 잡았다.

“걱정 마요. 당신은 내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와요. 그럼 집에서 인정받는 아들이자 손자가 될 거예요. 저만 믿어요.”

“아, 알겠어.”

쥴리안나가 속삭이는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세준이었다.

그런 김세준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쪽지가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다섯 가지 임무 중. 플레이어 시저만 실패.

‘소환사를 못 잡았다고? 아무리 최근 잘 나가는 소환사라고 하지만 이상한데?’

쥴리안나는 최근 들어 핫한 루키를 체크하고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플레이어 같은 경우 최대한 포섭하려 했다.

물론 시저의 경우엔 포섭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사업 파트너나 다름없는 컬렉터 길드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컬렉터 길드는 메시아 길드에 각종 물약을 제공한다.

안 그래도 NPC가 출입을 통제해 잠깐 물약이 부족한 시기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컬렉터 길드가 독점하듯이 운영하던 곳을 박살 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곳이 완전히 NPC의 손에 넘어가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 시저다.

그렇기에 시저는 협상 테이블이 아닌 죽음뿐이었다.

근데 실패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강하다거나 그게 아니면 암살자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좀 더 강력한 놈으로 보내라고 연락을 했다.

쥴리안나에게 안겨 있던 김세준은 잠이 든 상태였다.

그런 그의 몸을 편하게 눕혀준 다음 김세준의 머리를 허벅지에 올려 두었다.

조용히 잠든 김세준. 그런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걱정 마요. 당신이 이 세상의 구원자가 될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 말은 굳이 꺼내지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마차에 달려 있는 작은 창문을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작은 휴식을 만끽했다.

* * *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쩝, 역시 리자드맨 사냥터는 별로야.’

아무리 대왕 모기가 자주 나타나 레어 아이템을 먹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곤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말할 수 있다.

늪지대를 끼고 사냥하기에 너무 불편하다는 거다.

거기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리자드맨은 물론이고, 리젠 또한 그리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다음 사냥터는 사람이 너무 많아.’

리자드맨 사냥터가 있는 듀스텔 백작령 다음 영지는 지뷰데미 백작령이다.

그곳 사냥터는 넓은 산속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냥터로 다이어 울프가 등장한다.

다이어 울프는 일반 늑대보다 두 배가량 덩치가 크고 무리로 생활하는 몬스터다.

새끼부터 다 큰 다이어 울프까지 등장하는 사냥터로, 한번 무리를 만나면 대여섯 마리를 볼 수 있고, 산속에 숨어 있는 다이어 울프 서식지라도 발견하면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다이어 울프를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비교적 쉬운 동물형 몬스터에 수십 마리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인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거기에 메시아 길드가 판을 치고 있기도 하지.”

본격적으로 메시아 길드가 활개를 치고 운영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지뷰데미 백작령이다.

일단 메시아 길드의 지부가 있다.

그들은 그곳을 지나가는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 준다. 거기에 각종 아이템을 무료로 빌려주거나, 급하게 처리할 물건이 있으면 후한 가격으로 처분도 해 준다. 사냥이 힘들면 메시아 길드원이 사냥도 도와준다.

이러다 보니 메시아 길드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길드 이름도 메시아, 구원자가 아닌가?

이미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중 대부분이 그 구원자 길드에 신세를 한 번이라도 진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거다.

“구원자는 개뿔, 위선자이자 독식자지.”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지금도 메시아 길드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치가 떨린다.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듯 떨려왔다.

그런 내가 지뷰데미 백작령의 사냥터에서 사냥한다? 말도 안 될 일이다.

그렇다면 제국 수도의 북쪽 성문을 통과해 갈 수 있는 다음 영지로 가야 한다.

“거긴 난이도가 좀 높단 말이지.”

다음 영지는 마차로 이동해도 꼬박 하루가 필요한 거리에 있는 크세이트 공작령이다.

크세이트 공작령의 경우 제국 수도와 이어지는 남쪽 성문을 끼고 드넓은 평원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편에는 거대한 협곡을 끼고 만들어진 성문과 공작의 성이 있다.

그리고 그 협곡 너머, 오크틴 산이라 불리는 높은 산과 산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산맥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다음 아닌 오크.

흔히 돼지 머리통에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로 잘 알려진 오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어후, 지겨운 오크.”

나중에는 저 오크만 봐도 지겨워진다. 그만큼 우려먹기 좋은 몬스터가 오크니까.

이건 내가 저번에도 한 번 떠올리며 욕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니 두말하면 잔소리고 입만 아프다.

아무튼 그 오크가 서식하는 곳이 크세이트 공작령의 사냥터다.

산의 크기가 거의 북한산에 필적할 높이와 면적을 자랑하는 사냥터로, 그곳에 서식하는 오크의 숫자가 대략 오만 마리는 넘는 곳이다.

그곳에 서식하는 오크의 레벨은 평균 350레벨.

300레벨부터 시작해 400레벨의 오크가 존재한다. 거기에 정예 몬스터인 오크 워리어의 경우 450레벨이고 필드 보스 몬스터인 오크 족장의 경우 500레벨의 이다.

나는 목표하는 레벨까지 무려 100레벨을 올려야 한다.

그만큼 오크 사냥터에서 오래 머물며 사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나는 거기서 추가로 100레벨은 더 올려야 한다는 소리지…….”

어후, 생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다.

회귀 전만 해도 지겹도록 잡은 오크가 아닌가? 근데 회귀 하고도 또 지겹게 잡아야 한다.

그래서 오크를 사냥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행동 패턴이 단순해서 한 마리씩 상대한다고 하면 200레벨이 안 되는 지금에도 무리 없이 사냥이 가능하다.

내가 데리고 있는 소환수만 해도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내가 난이도가 높다고 하는 이유는 저곳의 오크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과 사냥터의 대부분을 오크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번 전투가 일어났을 경우, 잘못하면 사방에서 오크가 몰려든다.

사방에 포위되면 그냥 그 자리에서 끔살이다.

그렇게 되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고, 그 떨어진 아이템은 오크가 착용한다.

아이템을 착용한 오크는 방어력이 좋아지고, 질 좋은 무기를 바탕으로 유저를 사냥한다.

어떻게 보면 악순환이다.

그리고 한때 이런 사건도 있었다.

유니크 대검을 가지고 사냥에 나섰다가 오크에게 포위되어 죽은 유저가 있다.

그 유저는 가지고 있는 자금을 월오룰에 투자해 아이템을 일부 복구하고 다시 그 검을 찾으러 다시 사냥에 나섰다.

근데 그 유니크 대검은 오크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간 상황.

죽어서 드랍되었고, 다른 유저가 그 아이템을 착용한 오크를 사냥해 가져갔기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

그 뒤는 말하지 않아도 예상되겠지만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PK가 즐비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여기서 또 웃긴 건 PK 과정에 죽은 유저의 아이템은 어디로 가느냐? 그건 바로 오크가 가지게 된다.

PK가 끝났다고 멀쩡한 경우는 잘 없다.

반쯤 날아간 HP를 끌고 다시 공작령으로 복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오크 서식지 중간에 고립되어 있는 유저의 최후는 뻔하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이곳 크세이트 공작령의 오크는 무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크세이트 공작령의 오크 사냥터의 단점은 두 개다.

부족 단위로 서식하는 오크 사냥터라 엄청난 숫자를 자랑한다는 점과 오크의 무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이다.

좀 귀찮겠다, 생각이 들다가 문뜩 떠올랐다.

“아! 개꿀 자리 있잖아?”

생각해 보니 회귀 전에 오크 사냥터에서 명당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수십 명의 마법사와 다섯 명의 탱커, 힐러 셋이서 자리 잡고 한 달 만에 100레벨을 돌파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탱커 다섯이서 도발 스킬을 이용해 오크를 몰아온다. 몰려온 오크를 마법사들이 마법을 이용해 폭격한다.

오크들이 그 폭격하는 마법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탱커 다섯이서 길을 막고 버티며 마법사를 보호했다.

그들이 사용하던 자리는 한 오크 부족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계속해서 오크를 몰아올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곳이다.

“나도 가능하잖아.”

원거리 공격은 로빈후드가. 입구를 막고 버텨줄 팅고. 그 옆에서 거들어줄 범이와 숭이. 오크를 몰고 올 가직스.

나도 그곳에서 개꿀 빨 수 있다는 거다.

좋아. 이것으로 다음 사냥터의 사냥 방법이 결정되었다.

지겹도록 오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슬펐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이것 또한 회귀 했기에 벌어진 일인 것을.

그렇다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 기회를 감사히 여겨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려야 한다.

“감사합니다.”

나의 짧은 기도가 끝났을 때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나는 마차에서 내렸다.

이제 공주에게 퀘스트를 보고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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