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112
입맛이 쓰다. 아니. 정확하게는 찝찝하다.
‘벌써 메시아 길드가 움직인다? 그것도 날?’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눈앞에 있는 자들은 메시아 길드의 소속이 아닌 산하 길드이자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디스트로이드 길드다.
아니, 그건 둘째고 중요한 건 날 노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뜬금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메시아 길드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내가 알기론 앞으로 5년 뒤다. 지금은 최전선에서 두 명이 활약하면서 메시아 길드의 이름을 알리는 중일 것이다.
김세준과 쥴리안나.
지금 최전방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는 두 유저다.
김세준의 경우 전 세계 캡슐을 보급하는 대기업의 아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그였고, 월오룰과 함께 진짜 다이아몬드 수저로 밥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릴 정도로 대부호다.
그런 김세준이 월오룰에서도 선택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아주 특별한 직업을 얻었다.
레전더리 직업 검성(劍聖).
말 그대로 검에 대해 모든 걸 이뤘다는 직업으로 고유 특성으로 검을 들었을 시 공격력 1,000% 상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또 하나의 고유 특성이 있는데, 검에 관련된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빠르게 쌓인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고유 특성 때문에 김세준은 폭풍 성장하게 되었다.
‘개 X 사기지.’
생각해 봐라. 검이라는 것만 들면 공격력이 무려 1,000%나 상승한다.
가장 기본이라는 대장간에서 파는 노말 검의 대미지가 1-1이다. 근데 김세준은 10-10이 되어 버린다.
거기에 말하지 않았나? 집안이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시작과 함께 가장 빨리 낄 수 있는 검이자 가장 대미지가 높은 검을 들고 아무런 기술 없이 휘두르기만 하면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
거기에 검에 관련된 스킬 숙련도가 빠르게 쌓인다. 그만큼 스킬 레벨이 빠르게 상승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사냥의 효율도 상승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단기간 가장 빠르게 레벨을 올린 유저 중 두 번째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김세준이다.
그럼 단기간 가장 빠르게 레벨을 올린 유저 중 첫 번째는 누구냐고?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망할 부부 사기단.’
그것은 다름 아닌 김세준의 아내이자 메시아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금 최전선에서 함께 사냥 중인 쥴리안나가 바로 그 첫 번째 유저다.
세계 최악의 바이러스 코로나18를 종결시킨 제약 회사의 딸.
하물며 그 약을 개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까지 줬을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며 제약 회사의 상속자인 그녀가 바로 쥴리안나다.
그녀의 직업은 레전더리 직업인 대마도사. 그것도 월오룰의 마법사 직업에서 가장 첫 번째로 대마도사를 뽑았다.
그런 그녀에게 고유 특성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가지는 특성이었다.
마르지 않는 마나.
‘이름부터 화끈한 녀석이지.’
마르지 않는 마나란다.
실제로 그녀의 마나 회복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오죽하면 그녀의 마나 통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니, 그 회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거기에 그녀 또한 재벌.
마법사가 배울 수 있는 스킬이란 모든 스킬을 전부 샀고, 거기에 모자라 스킬 숙련도를 위해 돈으로 무한정 구매했다.
그리고 그녀의 화끈한 성격을 자랑하듯 사냥터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인다.
‘끔찍하지.’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재앙이라도 일어난 듯했다.
수십 개의 마법이 쉴 틈 없이 날아간다.
가장 흔하게 보인다는 파이어 볼 마법부터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블리자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콜 라이트닝에 폭풍우라 불리는 허리케인과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위와 용암을 볼 수 있는 볼케이노 스킬까지.
그녀가 익힌 마법을 전부 한 사이클로 돌리는 데만 해도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리니 말은 다 한 수준이다.
그런 둘이 메시아 길드를 설립.
지금 최전방에서 한 명은 검을 들고 미친 듯이 휘두르고, 또 한 명은 뒤에서 미친 듯이 마법을 날리고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지금 이 시점에 나를 노린다라?’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메시아 길드는 한창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을 시기다.
최전선을 비롯해 그 뒷 라인까지 다른 유저들과 협업하며 한창 월오룰 공략에 힘을 쓰고 있을 시기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과하고도 나를 노렸다?
상당히 의문이다.
나는 유일하게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테시트가 아닌 남은 둘을 보았다.
둘은 지금 대왕 모기와 열심히 싸우는 중이다.
포지션을 보니 한 놈이 탱커고 한 놈은 서브 딜러이자 탱커인 것 같다.
그 증거로 발견하기가 어렵지 상대하기엔 어려움이 없는 대왕 모기를 상대로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정예 몬스터니까. 너무 쉽진 않긴 해.”
나 정도 되는 실력자니까 쉽게 잡지, 평범한 유저들에게는 정예 몬스터이자 강력한 상대라는 거다.
대왕 모기의 사냥 방법은 하나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사방에 뿌려두고 대왕 모기가 그 고기에서 피를 빨아먹고 있을 때 공격한다.
물론 소리에 민감한 대왕 모기다 보니 좀만 소리 내도 도망가 버리니 신중하게 공격해야 한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저 둘이서 대왕 모기 하나 못 잡아서 쩔쩔매고 있다는 것이다. 나보다 레벨도 높은 것들이 말이다.
“제기랄! 테시트를 죽이다니!”
“아오! 개X끼. 너는 내가 꼭 죽인다!”
아까부터 저 둘은 고작 대왕 모기 하나 못 죽이면서 저러고 있다.
이미 입으로는 몇십 번을 날 죽였을 테지만, 아까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한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점차 대왕 모기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우스웠다.
지금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그냥 죽이냐, 아니면 붙잡고 물어보냐.
“뭐, 그냥 죽이자. 어차피 잔챙이잖아.”
그나마 테시트였다면 이것저것 물어볼 게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둘은 그리 유명한 유저가 아니다. 그나마 테시트와 함께하는 파트너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니 붙잡고 물어본다 해 봐야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관하다.
“루이즈. 먹을래?”
“그럴까?”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루이즈의 스텟을 챙겨주겠는가? 루이즈가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소환수 ‘루이즈’가 고유 권능 ‘영혼 착취’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대상은 플레이어 ‘켈크’입니다.
루이즈의 영혼 착취 스킬의 대상은 대왕 모기의 어그로를 잡고 있던 탱커였다.
켈크는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다른 유저가 스킬을 날려 공격했고, 순식간에 대왕 모기의 어그로가 튀었다.
“뭐야! 켈크, 왜 그래!”
갑자기 공격해 오는 대왕 모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저가 다급하게 친구를 불렀다.
그럼 뭐 하는가. 그 친구는 이대로 두면 지금부터 10분간 아무것도 못 하는데 말이다.
물론 그 시간을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었고, 루이즈가 그대로 구슬을 깨트렸다.
시스템창이 루이즈의 스텟이 상승했다는 것을 알려왔고, 켈크라 불린 유저는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
“크악!”
그와 동시에 남은 유저는 대왕 모기의 주둥이에 심장이 찔렸다.
실시간으로 HP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줄어갔다.
“날 노린 것은 기분 나쁘긴 한데…… 고맙긴 하네.”
디스트로이드 길드에서 날 노린 건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그 명령이 메시아 길드에서부터 내려온 것이란 것도 알고 있어서 더욱더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을 따지자면 참으로 고맙다.
덕분에 가직스의 진화 조건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직스. 마무리해.”
“캬락!”
가직스가 도약을 통해 빠르게 대왕 모기의 뒤편으로 날아갔다.
서서서걱.
가직스가 양팔을 움직여 대왕 모기의 날개를 모조리 잘라냈다.
그 모습에 나는 감탄했다.
“오호. 생각보다 똑똑한데? 사냥 방식을 잘 아네.”
대왕 모기의 가장 성가신 점은 다름 아닌 허공을 날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행동력이다.
귀를 찌르는 듯한 소음과 함께 주변을 앵앵거리는 게 얼마나 성가시고 귀찮은지 모른다.
그런 대왕 모기의 사냥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저 날개를 자르는 방식은 이곳을 주로 사냥하는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알려주기도 전에 했으니, 가직스가 대단하다는 거다.
같은 곤충과라서 그런가? 그게 아니면 그냥 본능인지 모르겠다.
뭐, 아무튼 충분히 칭찬해 줄 만한 행동이다.
“캬락!”
가직스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대왕 모기를 한쪽 팔로 꼬치를 꿰듯 찍어 버렸다.
그리고 조금 당황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콰득!
아직 살아 있는 대왕 모기를 그대로 입가로 가져가 산채로 씹어 삼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도 머리부터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는 가직스.
덕분에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려는 찰나였다.
-소환수 변이 가직스의 진화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1. 150레벨 달성. (완료)
2. 곤충류 상위 몬스터 사냥 1/1 (완료)
-소환수 가직스가 진화합니다.
순식간에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을 땐 눈앞에 진화를 끝낸 가직스가 서 있었다.
그런 가직스를 바라보고 있자 시스템창이 연이어 올라왔다.
-스킬 ‘몬스터 연구가’의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몬스터 연구가’의 스킬이 유니크 레벨로 상승했습니다.
-포획, 진화, 성장, 한 몬스터의 숨어 있는 스킬을 알려줍니다.
갑작스러운 스킬 레벨의 상승.
그 시스템창에 나와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이다.
“가직스 상태창.”
이름 : 변이 가직스
계열 : 필드 보스 몬스터
등급 : 유니크
레벨 : Lv.250
스텟 : 근력230 민첩340 체력150 지식50 지혜5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개방 가능한 스킬 : 도약Lv.1(R)
눈앞의 떠 오른 가직스의 상태창.
“이거 엄청나네…….”
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한 단계 진화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가직스다.
“멋지네.”
일단 스텟부터 살펴보자.
근력과 민첩의 상승을 비롯해 부족했던 체력이 확실히 좋아졌다.
거기에 지식과 지혜가 상승했으니 내가 내린 명령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잘 따를 것이다. 지금처럼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어느 정도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터니 전투 시 내가 계속해서 일일이 지정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추가로 하나 더.”
이번 몬스터 연구가의 스킬의 등급이 상승하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개방 가능한 스킬의 표기. 그 소환수가 익힐 수 있는 스킬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왜 대단한 것이냐면 시간적 효율이 엄청나게 상승한다.
원래 소환수를 포획하고, 그 소환수에게 스킬을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거나 돈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은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 소환수와 매일 교감하고 수도 없이 스킬을 익히기 위한 동작과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내가 서머너 킹이고, 내 소환수들이 워낙 똑똑해서 금방금방 익히는 것이지, 일반적인 소환사의 경우 노말 스킬을 익히는 데만 최소 하루가 필요로 하다고 한다.
그게 싫어 스킬북을 사서 강제로 익히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곤 하나, 사실 소환수용 스킬북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하물며 스킬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스킬을 소환수가 익힌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열악한 조건이 소환사라는 직업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근데 나는 이제 눈에 보인다? 이건 엄청난 기회다.
적어도 무슨 스킬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금방 익혀 내거나 맞는 스킬북만 사면되니 말이다.
“좋아. 가직스.”
“캬락!”
내 부름에 가직스가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진화를 통해 가직스의 덩치가 더 커졌다.
몸이 구부정했을 때, 나보다 조금 컸던 녀석이 허리가 꼿꼿하게 펴지니, 나보다 머리 두세 개는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 어깨에 달려 있던 가시가 더욱 굵고 길어진 것은 물론이고, 등 뒤에 달려 있는 네 쌍의 날개도 더욱 길고 빠르게 떨려왔다.
거기에 양팔에 달려 있는 칼날은 더욱 날카로움과 예기를 머금고 있다.
확실히 한층 강력해진 모습.
여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놀랍게도 또 한 번 진화가 가능한 녀석이라는 점이다.
“잘 부탁한다.”
“캬락!”
이로써 이곳에서 한 목표는 거의 다 해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레벨 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