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111
방송을 종료하고 나는 미뤄두었던 시스템창을 확인했다.
-‘탐욕으로 물든 리자드맨 왕’을 쓰러뜨렸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다량의 경험치가 들어왔습니다.
-레벨 197을 달성했습니다.
단숨에 레벨이 22나 올랐다.
“상태창.”
이름 : 시저
직업 :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 나도 이제 귀족 외 34
레벨 : Lv.197
스텟 : 근력203(+244) 민첩198(+244) 체력203(+244) 지식198(+244) 지혜198(+244) 통솔력MAX
Hp : 44,700 Mp : 44,200
곧이다. 조금만 더 하면 회귀 전의 스텟을 따라잡을 수준. 아마 250레벨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거기에 스킬까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월오룰이 10레벨마다 스킬 뽑기 권을 준다고 하지만 새로운 스킬이라든가, 좋은 스킬, 혹은 벨런스 붕괴급 스킬이 자주 나오진 않는다.
오죽하면 스킬 하나로 상위 길드에서 데려가려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겠는가?
스킬 하나를 완성 시키려면 꾸준하게 사용해 숙련도 작업을 통해 레벨을 올리든지 그게 아니면 같은 스킬을 뽑거나 스킬북을 사서 레벨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의미로 나는 다른 이들에 비해 꽤나 여러 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다.
“스킬창, 간략화.”
[고유 특성]
-우리는 모두 친구.
-왕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
-환수계 이동
-완벽한 포획
-왕의 위엄.
[일반 스킬]
고급 포획Lv.3(U), 눈높이 교육Lv.2(U), 만능 교육관Lv.1(L), 파괴의 가호Lv.2(L), 치유의 빛Lv.1(L), 통찰안Lv.1(L), 약점 포착Lv.1(L), 자리 체인지Lv.1(R), 서먼 스피릿Lv.1(U), 몬스터 연구가Lv.8(R), 가로 베기Lv.2(U), 세로 베기Lv.2(U), 찌르기Lv.2(U), 오러Lv.2(U), 소환수 합성Lv.MAX(L), 다중 포획Lv.1(U)
이거 봐라. 이게 간략하게 표기된 내 스킬창이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고유 특성만 다섯 개다.
거기에 일반 스킬이 열여섯 개이니 도합 스물한 개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돈 주고 산 것도 있지만.”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오러는 돈을 주고 구매한 스킬이다.
배울 당시 특이점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했으니 좋은 일이긴 하다.
아무튼, 지금 내가 성장한 건 천천히 확인해도 되고, 지금 중요한 건 인던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렸다는 거다.
“수고했어. 범이.”
바닥에 주저앉아 혀로 그루밍하는 범이를 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뒷덜미라도 긁어주겠는데…… 지금 덩치를 보면 그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니, 그랬다가 오히려 범이가 장난치겠다고 입이라도 벌리거나 저 살벌한 발톱으로 날 찌르기라도 해 봐라. HP가 뭉텅뭉텅 빠져나갈 거다.
그러니 이렇게 멀리서 입으로 칭찬한 거다. 절대 쫀 거 아니다.
“크르르…….”
범이가 그루밍하다 말고 나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열심히 일했으니 먹을 걸 달라는 신호다. 그 증거로 지금 살랑살랑 흔들고 있어야 할 꼬리가 힘없이 축 처져 있다. 배가 고프다는 거다.
“옜다.”
나는 인벤토리에 있던 범이용 먹이의 절반가량을 꺼내 앞에다 쌓아두었다.
생선 요리 다섯 가지. 사료 한 박스.
수북이 쌓인 먹이를 보자 범이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마치 ‘네가 웬일이냐’라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는 게 영 못마땅하다.
“고생했으니 그만큼 먹으라는 거지. 먹기 싫음 다시 집어넣고.”
“크어!”
내 말에 범이가 즉각 움직여 먹이를 감싸고 등을 지고 섰다. 뺏기기 싫어 몸으로 막은 모습.
그 행동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눈앞에 쓰러져 있는 보스 몬스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축.”
-‘탐욕의 귀걸이’를 획득했습니다.
멍하니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단 한 줄? 에이, 아닐 거다. 잠깐 랙이라도 걸렸겠지. 설마 한 줄이겠어?
그렇게 10초를 더 기다렸음에도 더 이상 추가로 올라오지 않는 시스템창에 나는 발끈했다.
“퉤. 아무리 쉽게 잡았다고 해도 너무하네.”
그래도 이곳이 명색이 인스턴스 던전이 아닌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추가로 아이템을 더 줘도 욕을 먹을까 말까다. 근데 고작 하나 주었다.
이건 쌍욕을 넘어서 패드……립까지는 참자. 그래도 선은 지켜야지.
“흠, 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일단 이번에 얻은 아이템을 손에 들었다.
[탐욕의 귀걸이]
등급 : 레전더리
내구력 : 100/100
착용자의 스킬 숙련도를 두 배로 상승시켜 줍니다. 파티원 및 소환수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적용됩니다.
특이사항 :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봉인되어 있음.
나는 탐욕의 귀걸이를 든 채로 굳어 버렸다. 그러곤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어 어이없어 웃었다.
“하, 하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짜인가 싶었다.
그도 그런 것이 이런 옵션을 가진 아이템은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스킬 숙련도를 두 배로 상승시킨다.
이것은 스킬의 레벨을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소리이며 그것은 곧 내가 남들보다 두 배로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소리다.
부르르.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이 귀걸이를 착용하고 앞으로 스킬 레벨이 쭉쭉 올라갈 걸 생각하니 몸이 절로 떨려왔다.
그래서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곤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것을 꺼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과 ‘탐욕의 귀걸이’가 공명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탐욕의 귀걸이’에 봉인된 힘을 흡수합니다.
-‘탐욕의 귀걸이’의 봉인이 풀립니다.
-착용자의 스킬 숙련도를 세 배로 상승시켜 줍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흡수한 힘에 만족합니다.
-알을 부화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부화도가 42% 상승합니다.
-세 번째 조건을 충족했기에 네 번째 조건이 공개됩니다.
-NPC 마이스터 지크를 찾아가세요.
시스템창을 읽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지금 찾아야 할 인물을 곱씹었다.
“NPC 킨지, NPC 마이스터 지크.”
지금 내가 찾아야 할 두 명의 인물이다.
킨지는 서브 직업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자며, 지크는 네 번째 죄악의 힘과 관련된 자다.
문제는 둘 다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공주님에게 도움받아야겠군.”
아무래도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으니 NPC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뒤돌아보았다.
“다들 고생했어.”
다들 리자드맨과 싸우느라 고생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내 소환수를 볼 수 있었다.
리자드맨의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붙은 팅과 숭이, 가직스다. 대충 털어만 냈는지, 여전히 초록색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뒤에서 적절한 원거리 지원을 해 준 로빈후드의 경우 멀끔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루이즈는 나에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대충 씻어내고 나가자.”
내 말에 그제야 셋이서 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몸을 씻어냈다.
로빈후드는 그런 그들을 엄호하듯 근처로 가더니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루이즈는 나를 향해 다가와서는 어깨를 털어주었다.
“고생했어요. 주인님.”
“아, 루이즈도 고생했어.”
“나야, 뭐, 잘 구경했지. 주인님 말대로 지루한 마계보단 이곳이 재밌으니까.”
내 목을 양팔로 감싸며 안겨 오는 루이즈다.
확실히 나와 함께 있으면서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보는 나도 덩달아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시 시선을 돌려 범이가 있는 방향을 봤다. 그러곤 바로 한숨을 푹 쉬었다.
“하…… 대단한 녀석.”
“냐앙?”
그곳엔 다시 덩치가 작아진 범이가 열심히 식사 중, 아니, 폭풍 식사 중이었다.
딱 봐도 뻔하다. 덩치 큰 상태로 먹어봐야 한두 입 거리니 몸을 작게 만들어서 조금씩 많이 먹겠다는 의도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벌써 생선구이는 하나를 남기고 전부 다 먹었고, 지금은 사료 박스에 들어가 열심히, 쉬지 않고 입을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래,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체할라.”
“냥!”
내 말에 대답을 한 범이지만, 얼굴은 여전히 사료 박스에 파묻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조금 더 쉬었다가 나가야 할 것 같았다.
* * *
그 시각, 시저가 들어간 인던 부근에 있는 세 유저가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여기서 흔적이 끊어졌다.”
한 남자의 말에 두 남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반응을 확인한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목적은 시저 암살. 그리고 소환수 관련 아이템을 전부 그분에게 전하는 것이다.”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둘의 모습에 남자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언제 시저가 나타날지 모르니 꾸준하게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이번이 내 인생 최대의 기회다.’
그는 조용히 손에 들려 있는 무기에 힘을 주었다. 긴장 때문에 나온 행동이다.
손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저릿해 오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힘을 풀었다. 그러곤 조용히 속으로 긴장하고 있는 자신을 달랬다.
‘테시트. 괜찮아. 처음 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 기회만 잡으면 우리 셋은 행복해질 수 있어.’
닉네임 테시트.
실제 이름 또한 테시트인 이 남자와 다른 두 유저는 어릴 때부터 함께 해 온 친구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게임에서도 PK 위주의 게임을 즐겼을 정도로 게임 실력이 뛰어나다.
하물며 그 세 명은 PK에 유리하도록 캐릭터를 생성했다.
그런 그들이 새로운 게임을 찾아서 찾아온 곳이 바로 이곳 월오룰.
이번에도 어김없이 몬스터보다는 플레이어를 사냥하기 쉽도록 직업을 골라 유저들을 암살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그리 유명하진 않다.
그 이유가 있었는데, 처음 이들의 이름이 알려지려는 순간 한 길드에서 이들을 스카우트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길드는 다음 아닌 메시아 길드.
유저를 전문적으로 죽여 온 이 셋을 메시아가 아닌 메시아 길드를 위해 뒤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길드에 소속시켰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길드에서 지원해 주는 각종 아이템을 가지고 사냥을 해 왔다.
“궁금하네. 요즘 잘 나가는 유저 아냐? 왜 죽이려는 걸까?”
“모르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이라도 한 것 아냐?”
테시트를 제외한 남은 둘이 중얼거렸다. 사실 저들이 말하는 내용은 테시트도 궁금한 것들이었다.
지금 메시아 길드는 차근차근 성장 중인 길드다.
메시아 길드의 간판스타라 불리는 두 유저는 최전선에서 맹활약 중이었고, 그 둘을 위해 길드에서도 거금을 투자해 꽤 많은 유저와 계약해서 최전선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산하 길드인 디스트로이드 길드도 성장 중이다.
디스트로이드 길드는 양지이자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메시아 길드와 다르게 음지 속에서 각종 비열한 짓은 물론이고 PK를 주력으로 삼으며 각종 아이템과 정보를 수집하는 길드다.
이들 셋이 속한 곳도 다름 아닌 디스트로이드 길드다.
이번 시저의 PK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일단 그가 데리고 있는 소환수들이 꽤나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의 방송으로 그 소환수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방송을 하기에 그들이 노출될 위험도 크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성공 시 추가 보상이 떨어질 예정이다.
지금처럼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양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권한. 즉, 메시아 길드로 이적을 해 준다는 약속이다.
“아무렴 어때. 우린 성공하면 메시아 길드라고!”
“앞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어. 거기에 돈과 명예까지.”
테시트를 제외한 둘은 이번 의뢰에 성공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떠올렸다.
너무나도 찬란하고 반짝일 그 미래가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그러니 힘내자고.”
조용히 있던 테시트도 둘의 말에 기대감이 들었다. 정말로 그렇게만 된다면 행복한 미래가 그들에게 찾아올 것 같았다.
이제 시저가 나타나면 그대로 죽이면 된다.
그런 그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부우우웅!!!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
그걸 느끼고 시선을 돌린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이곳 정예 몬스터인 대왕 모기였다.
“에라. 성가시게.”
갑작스러운 정예 몬스터의 등장에 그들은 성가신 얼굴로 각자 무기를 꺼내 대왕 모기를 향해 공격했다.
얼른 처리하고 시저를 기다리며 대기해야 하는 상황.
어떻게 빨리 잡을까 하고 싸우려는 찰나였다.
“아…….”
등 뒤에서 들려온 탄식. 테시트와 일행이 기다리던 시저가 나타났음을 알리는 탄식이었다.
그리고 들려온 시저의 한숨 섞인 소리.
“아, 조금만 일찍 나올걸.”
마치 대왕 모기를 사냥하고 싶어 하는 모습. 그 모습에 테시트는 작전을 바꿨다.
“도와주세요!”
마치 버거운 상대를 만난 듯한 다급한 요청. 그리고 테시트의 행동을 이해한 둘이 힘겹게 싸우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대왕 모기의 공격을 피하며 뒤로 한 발, 한 발 물러났다.
“좋습니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시저가 무기를 뽑아 들었다.
‘조금만. 더.’
테시트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고, 시저에게 닿을 거리가 될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충분한 거리가 되었을 때, 대왕 모기를 향하던 검을 돌려 시저를 향해 휘둘렀다.
‘성공이군.’
성공을 예상한 테시트가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자신의 검보다 더 빠르게 자신의 복부에 박힌 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검의 주인이 히죽 웃었다.
“디스트로이드 테시트. 내가 속을 줄 알았냐?”
그 말에 테시트가 화들짝 놀라했다.
그와 다르게 목표물인 시저는 재밌다는 얼굴이었다.
“어, 어떻게 알…….”
테시트가 질문하려 했다. 하나, 그의 질문이 완성되기도 전에 자신의 몸이 폴리곤 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