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10화 (110/275)

제110화

#110

사냥은 순조로웠다.

팅고를 중심으로 범이와 숭이가 철저하게 리자드맨을 처리했다.

몰려드는 리자드맨 때문에 뒤로 밀려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팅고는 처음 자리 잡은 곳에서 전혀 밀려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자리를 지켰다.

그럴 수 있는 이유도 있었다.

지금 팅고가 자리 잡은 곳은 양쪽으로 물길이 흐르는 곳이기에 팅고를 지나쳐 우리 쪽으로 달려오기에는 길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한 번에 몰려와 봐야 두세 마리가 고작이다.

그렇다고 방심할 순 없다.

리자드맨은 수영을 할 수 있는 몬스터다. 물길을 따라 헤엄쳐 땅으로 올라오는 리자드맨도 있다.

하나, 그 리자드맨은 물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순간 다시 물속으로 기어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피슝! 피슝! 피슝!

로빈후드의 손에서 날아가는 화살이 물속에서 튀어나온 리자드맨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물속에서 튀어나온 리자드맨의 머리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낼 방법이라곤 없다.

거기에 로빈후드의 활 솜씨는 명중률 100%를 자랑한다.

벌써 로빈후드의 손에 죽어간 리자드맨의 숫자가 삼십 마리가 넘어갔다.

거기에 가직스가 몰려드는 리자드맨의 흐름을 끊어 버리고 있다. 가직스의 기동력은 내 생각 이상이었다.

“좀 치네.”

홀로 날뛰어 보라고 시켜본 건 이번이 처음.

홀로 도약을 해 적 한가운데 떨어지며 난동을 피우는 가직스는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강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든 하나의 생각.

나중에 날아다니는 소환수가 생겼을 때 그 위에 로빈후드가 타고 하늘 위에서 무수한 화살 세례를 날린다?

어우야. 그건 뭐, 몬스터만 불쌍하잖아.

그와 동시에 내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채팅을 쳤다.

-뭐냐 저 사악한 미소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우리도 같이 웃자!

-와 근데 진짜 개꿀 빠네. 내가 아는 소환사 중에서 제일 개꿀 빨면서 사냥하는 듯?

-ㅇㅈㅇㅈ. 진짜 진심 부러울 정도임.

-내 소환수는 저렇게까지 안 강함. 저분이 이상한거임.

-놀지 말고 님도 가서 싸우셈. 이거 따지고 보면 동물 학대 아님?

-엌 소환수 보고 동물 학대라 하는 사람 첨보네.

줄지어 올라오는 채팅창.

하나, 나는 그것을 정상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음? 언제 이렇게 늘었어?’

처음 시청자 수는 3천 명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3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당연히 채팅창은 내가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올라오는 중이다.

“잠깐 사이에 많은 분이 찾아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내 인사 때문인지 아까보다 더욱더 빠른 속도로 채팅창이 올라왔다.

그것을 슬쩍 보고는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백 마리가 넘었던 리자드맨의 숫자는 얼마 남지 않았다. 대충 눈에 보이는 숫자는 열 마리가량.

리자드맨을 처리하고 나면 이곳 인던의 보스 몬스터만 남게 되는 상황이다.

저 멀리 거대한 옥좌에 앉아 있던 그 보스 몬스터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양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쉬이이익!”

거친 울음소리.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가 내지르는 거친 포효였다.

-보스 몬스터 ‘탐욕으로 물든 리자드맨 왕’이 스킬 ‘포효’를 사용합니다.

-포효에 노출된 적은 상태 이상 ‘공포’에 걸립니다.

탐욕으로 물든 리자드맨 왕의 포효는 거칠었다.

단순한 울음소리임에 불과하지만 내 피부를 찌릿찌릿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심이 내 몸을 장악하려 들었다.

‘어림없는 소리.’

고작 눈앞의 보스 몬스터에게 공포심에 잠긴다? 그건 말도 안 될 일이다.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소환수 ‘팅고’가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소환수 ‘범이’가…….

나를 비롯해 내 소환수 모두가 그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 저항했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은 물론이고, 무기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버티는 소환수들.

가장 최약체라 할 수 있는 가직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캬락!”

하지만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거칠게 울부짖었다.

나는 그 모습을 전부 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후후후.”

재밌다. 아니, 멋있다. 내 소환수들이 자랑스럽다. 나를 위해 싸우는 저 소환수들이 저항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든든했다.

그런 내 소환수가 저 공포에 이겨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주인으로 해야 할 도리다.

“왕의 위엄!”

나의 나지막한 한 마디. 그 한 마디의 효과는 절대 무시 못 한다.

-고유 특성 ‘왕의 위엄’을 발동합니다.

-‘서머너 킹’보다 낮은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영혼 깊숙이 세깁니다.

단 두 줄의 시스템창. 하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상태 이상에 저항했습니다.

-모든 소환수가 상태 이상에 저항했습니다.

-‘탐욕으로 물든 리자드맨의 왕’이 당황합니다.

이곳에서 왕으로 지내왔던 녀석이다. 근데 갑자기 자신보다 더한 존재가 나타났으니 당황할 만도 하다.

후후. 이걸로 당황해서는 안 되지.

더 당황할 일이 한참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범이!”

“냥!”

범이가 내 부름에 크게 대답해 왔다.

입에 물려 있던 리자드맨의 살점을 ‘퉤’하고 옆으로 뱉어내고는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런 범이에게 한마디 했다.

“처리할 수 있겠어?”

내 말에 채팅장이 범이 보다 빠르게 반응해 왔다.

-뭐지? 지금 범이님 보고 저 보스 몬스터랑 싸우라는 거임?

-아니.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됨?

-다윗과 골리앗보다 더한 차이임.

-아무리 게임이지만 너무하네.

-이거 운영자님에게 알려서 막아야 함.

-아니 게임인데 뭐 그리 진지 빰? 가능하니까 묻겠지.

-그냥 지켜보셈. 이유가 있겠지.

채팅창의 내용을 슬쩍 봤다.

딱히 여론이 좋지 않았다. 내 시청자의 대부분이 범이의 팬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욱더 지금의 기회를 살리는 거고.’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범이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진지했다.

“냐앙!”

할 수 있다는 표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당황한 얼굴의 보스 몬스터. 그런 보스 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냐아아앙!”

범이가 몸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나 또한 그곳을 바라보며 외쳤다.

“범이. 고유 특성! 자유 변형! 최대한 크게!”

“냐아아아아앙!”

우렁찬 대답 이후 범이의 몸에서 빛이 ‘팟’하고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나타난 빛이 사라지고 범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크워어어어!”

엄청난 포효.

그 포효에 어울리게 자그마하던 범이의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진짜 범이네.”

그곳엔 고양이가 아닌 진짜 한 마리의 범이 존재했다.

* * *

범이가 변한 모습에 가장 먼저 크게 소리친 건 다름 아닌 이지은이었다.

“꺄악! 범이 님 최고예요!”

그녀의 외침에 그 자리에 있던 한 팀장을 비롯한 네 사람 또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박!”

“뭡니까? 이게 정말 제가 보고 있는 게 진짭니까?”

“소환수의 덩치가 커지다니. 이런 현상은 처음 봅니다.”

“와! 포스 쩌네. 진짜 눈앞에 있다면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겠는데요?”

그 와중에도 프로 의식이 죽지 않다는 듯 범이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줬다.

한 마리의 호랑이. 늠름한 얼굴에 날카로운 발톱과 입 앞에 튀어나온 송곳니. 거기에 똘망똘망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은 지금까지 귀엽기만 하던 범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멋지군요.”

한 팀장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범이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멋있었다.

그 멋짐은 그 자리에 있는 여섯 명만이 아니라 채팅창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와! 미친! 개 쩐다!

-지금 범이님이 커진 거죠? 그런 거죠?

-뭐임? 샤벨 타이거임?

-님 안과 다녀오셈. 어딜 봐서 샤벨 타이거 따위랑 비교를 하는 거임?

-그리고 샤벨 타이거 사냥터 400레벨 넘어야 갈 수 있음.

-변신할 때 한번 지리고 정면 샷 보고 또 지렸다.

-저 증산역 화장실에서 못 나가고 있는데 휴지랑 팬티 좀 사다 주실 분.

-님 제가 가겠음.

-아니. 밸런스 패치 좀! 같은 소환사인데 벽 느껴짐.

-와…… 우리 순둥이 어쩌냐.

-내 복실이랑 너무 비교되네.

-아…… 전직 마렵네.

-ㅇㄱㄹㅇ

줄지어 올라오는 채팅창. 범이의 모습에 감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범이의 주인인 시저를 부러워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매우 흡족했다.

* * *

‘좋아. 반응은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다들 기대에 가득 찬 채팅이 줄지어 올라왔다.

거기에 가장 놀라운 것은 다름 아닌 시청자 숫자였다.

‘어마어마하게 몰렸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숫자가 5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일 단위 숫자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잠깐 바라본 사이에 6만을 넘어갔고, 그 숫자는 여전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의아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는 탓에 의아한 얼굴로 있으니 관리자 권한으로 보낼 수 있는 쪽지가 하나 들어왔다.

-지금 커뮤니티에 범이의 모습은 물론이고 신규 소환사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충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10만을 돌파했다.

이제는 채팅창이 얼마나 빨리 올라오는지 중간중간 렉이라도 걸리지 않는다면 볼 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이거, 아무래도 너무 주목을 받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몰려들어 오히려 조금 부담스럽다.

이미 내가 잔뜩 기대하게 만들지 않았나? 안전벨트 꽉 매라고.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안전벨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스무스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아, 그렇다고 안전벨트를 안 하면 큰일 난다.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곳이면 꼭 해라. 내 목숨을 지켜주는 가장 첫 번째 안전장치니 말이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기대의 부응하기에 딱 어울리는 상대가 눈앞에 있다. 그리고 그 상대 또한 말이다.

“가랏! 범이. 너로 정했다.”

“크엉!!”

범이가 그대로 리자드맨 왕을 향해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덩치가 커진 범이의 몸길이는 2m다. 꼬리 길이만 해도 80cm는 넘어 보였고, 어깨높이만 해도 1m. 기존 크기에 비하면 거의 다섯 배는 넘을 정도로 커졌다.

하나, 상대는 3m에 이르는 리자드맨이다. 꼬리 길이가 1m를 훌쩍 넘고, 두 발로 서서 양손으로 공격하는 이족보행형 몬스터다.

범이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그에 보스 몬스터가 반응을 해 왔다.

“쉬이익!”

보스 몬스터가 다시 한번 포효했다.

아까의 포효가 듣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유발하며 기가 죽게 만드는 포효였다면, 지금의 포효는 마치 기합이 들어간 것 같은 포효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리자드맨 왕이 들고 있던 쿠크리가 휘둘러졌다.

부우우웅!

허공을 찢으며 휘둘러지는 쿠크리.

지금까지 상대했던 잔챙이들이 사용하는 쿠크리보다 두 배는 굵고 커다랬다.

그걸 본 시청자 중 하나가 채팅을 남겼다.

-피하세요! 범이님!

시청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저 무지막지한 쿠크리에 당할 범이에 대한 걱정으로 말이다.

보스 몬스터의 쿠크리는 무지막지한 파공성을 내며 범이가 서 있는 지면을 강타했다.

콰앙!

단순히 바닥을 때린 것에 불과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근력을 증명하듯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듯 흡족한 얼굴의 보스 몬스터의 얼굴을 보곤 외쳤다.

“범이! 할퀴기!”

“크워!”

범이가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앞발을 휘둘렀다.

마치 힘껏 채찍이라도 휘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보스 몬스터의 등에서 피가 뿜어졌다.

덩치가 커진 만큼 발톱도 커졌고, 할퀴고 지나가는 범위 또한 커졌기에 등을 가르는 길고 깊은 상처가 생겼다.

“쉬이이익!”

보스 몬스터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듣는 이로 하여금 동정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비명. 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승리로 향하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생각만 들었다.

“범이. 꼬리치기!”

등을 할퀸 범이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보스 몬스터의 몸을 딛고는 그대로 몸을 한 바퀴 돌려 꼬리를 이용해 뒷무릎을 때렸다.

쫘악! 쿵!

보스 몬스터의 왼쪽 무릎이 꿇렸다. 그사이 범이는 사뿐하게 지면에 떨어졌다.

연속 공격에 당황한 보스 몬스터가 범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딱 알맞게 찾아온 찬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범이! 마안!”

“쿼어어어!”

-소환수 ‘범이’의 스킬 ‘마안’이 발동되었습니다.

-‘탐욕으로 물든 리자드맨 왕’이 마비에 걸렸습니다.

순식간에 굳어 버린 보스 몬스터.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범이! 메가톤 펀치!”

“크워어어!!”

-소환수 ‘범이’의 스킬 ‘메가톤 펀치’가 발동되었습니다.

-근력 수치만큼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퍼어어억!

묵직한 범이의 일격. 그리고 멋들어지게 착지하는 범이의 뒤로 보스 몬스터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지면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사냥에 성공했음을 알게 된 나는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거대 범이의 화려한 데뷔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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