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109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채팅창을 바라봤다. 일단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시청자 숫자였다.
‘삼천 명이라. 나쁘지 않네.’
급작스러운 방송임에 불과하고도 삼천 명이면 나쁘지 않은 숫자였다.
그래서일까. 평소라면 쳐다도 못 볼 채팅창이 오늘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어? 어깨에 뭐임?
-새로운 소환수인가?
-불타고 있는 새인데! 불새야!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언제 적 드라마야!
-범이님! 범이님을 보여주세요!
-팅고도!
-루이즈도!
시청자의 반응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방송임에 불과하고도 나라는 존재보다 소환수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
뭐라 할까. 내 자식을 아껴주는 마음 같아 뿌듯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일단 방송 진행을 위해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한동안 방송이나 영상이 없어서 죄송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식구도 생겼고, 이것저것 능력 확인과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느라 바빴거든요.”
내 말에 무슨 퀘스트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퀘스트에 대한 것은 말할 생각이 없다. 홀로 메인 시나리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봐야 나만 피곤할 뿐이니 말이다.
대신 다른 주제로 넘기기 위해서 슬쩍 팔을 뻗었다.
“피이야.”
“피이! 피이!”
내 부름에 대답하는 피이.
피이가 어깨에서 내 손목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 새롭게 얻은 소환수 피이입니다.”
-설마 피닉스?
-에이 아니겠지.
-생긴 것부터가 등급이 높은데? 뭔가 간지남.
-시저 님 밥 안 줬어요? 화력이 너무 약한데?
-고양이에 이어 이번엔 새네.
피이를 보고 대충 정체를 눈치채는 시청자들.
생각보다 예리함에 놀랐다.
“어, 바로 알아차리시네요. 피닉스가 맞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피닉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등급이 유니크입니다.”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갑자기 채팅이 쏟아졌다.
-헐? 진짜 피닉스라고?
-대박이네. 어디서 얻었음요?
-불안정하다고 유니크라고? 그럼 안정 찾으면 레전더리인가?
-부럽다. 그냥 부럽다.
-다른 것보다 어깨에 얹고 다니는 게 뭔가 간지가 남.
다행히도 나쁜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부럽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 모습에 나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소개 덜 했는데…….’
숭이라든가, 로빈후드라든가 말이다. 아무래도 오늘 제대로 욕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빨리 사냥에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듀스텔 백작령에 있는 한 인던입니다. 이곳 인던의 공략 조건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면 클리어된다고 하더군요.”
-듀스텔 백작령? 그 늪지대?
-거기 인던이 있다는 소리를 못 들었음.
-와 최초 발견이야? 경험치 두 배에 아이템 드랍률도 두 배.
-경험치가 복사가 된다고?
-아이템이 복사가 된다고?
다행히 자연스럽게 넘어온 분위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잠깐 사냥하고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동굴 밖으로 나가며 빠르게 명령했다.
“팅고 선두!”
“주인님을 위하여!”
어라?
팅고의 외침이 평소랑 다르다.
이 자식, 방송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그게 아니면 저번 진화 덕분에 지식과 지혜 스텟의 상승 덕분에 학습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뭐,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거지. 덕분에 영상을 뽑아낼 때 사운드가 더욱 풍성해질 테니 말이다.
아무튼, 팅고가 방패와 검을 들어 허공에 한번 깡! 하고 맞부딪쳤다.
그런 팅고 앞으로 리자드맨 세 마리가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바로 명령했다.
“범이 울부짖기! 그 뒤로 팅고! 돌진!”
“냐앙!”
“추웅!”
내 명령에 범이가 앙증맞은 왼쪽 발을 앞으로 내밀며 울었다.
-소환수 ‘범이’가 스킬 ‘울부짖기’를 사용합니다.
-리자드맨의 이동속도가 줄어듭니다.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던 리자드맨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동속도가 줄었다는 건 지금 그곳으로 향하는 팅고의 돌진 스킬을 피할 수 없다는 소리다.
-소환수 ‘팅고’가 스킬 ‘돌진’을 사용합니다.
팅고는 방패를 어깨높이까지 들고는 그대로 세 마리의 리자드맨 중 가운데 있는 놈을 향해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다.
콰앙!
덤프트럭과 부딪힌 것처럼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얼마나 강하게 들이받았는지 알 수 있지만, 두 눈으로 그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쉬이이익!”
리자드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팅고와 정면으로 부딪친 리자드맨은 허공에 떠올라 저기 멀리까지 날아가 버렸고, 이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소환수 ‘팅고’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9,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한 마리가 쓰러졌고, 이제 남은 리자드맨은 두 마리.
그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향해 이미 범이가 달려가고 있었다.
“범이! 메가톤 펀치!”
-소환수 ‘범이’의 스킬 ‘메가톤 펀치’가 발동되었습니다.
-근력 수치만큼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퍼어어억!
깔끔하게 들어간 범이의 스킬에 리자드맨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소환수 ‘범이’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9,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순식간에 두 마리를 제압.
이제 한 마리 남았을 때 나는 크게 외쳤다.
“자, 또 하나 새로운 소환수인 숭이를 소개합니다. 숭이야!”
“우끼!”
내 부름에 숭이 녀석이 남은 리자드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숭이! 정권 지르기!”
“우끼익!”
내 명령에 숭이는 순식간에 리자드맨의 품속으로 파고들더니 두 다리를 지면에 고정하고 한 손은 허리를 짚은 채로, 다른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소환수 ‘숭이’의 스킬 ‘정권 지르기’가 발동되었습니다.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팡!
깔끔한 일격이 뻗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소환수 ‘숭이’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9,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먼저 달려들었던 세 마리의 리자드맨은 더 이상 살아 있지 못하고 전부 경험치로 들어왔다.
깔끔한 사냥.
그 모습을 바라본 시청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 댔다.
-오! 이번에는 원숭이!
-육식 원숭이인가요? 닮았는데 다르게 생겼는데?
-미친 이름표 색 보셈.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정예 몬스터도 아니고 인던 보스 몬스터임 무려 황금색
-와 살다 살다 이름 보고 지려보긴 처음이네.
-저 잠시 팬티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와 인던 보스 몬스터라 그런지 엄청나네. 손쉽게 리자드맨 사냥하네.
-저 정도 능력이면 이번 인던도 쉽게 끝날 듯?
-아직 모르죠.
숭이의 존재 때문인지 채팅창이 활활 타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정예 몬스터도 아닌 인던 보스 몬스터니까.
아마 지금 월오룰의 기준으로는 내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운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포획될 줄 몰랐거든요.”
미소 지으며 한마디 했다.
그러자 채팅창은 재수 없다는 말을 시작으로 결국 끝에는 부럽다며 채팅이 줄지어 올라왔다.
하나, 그걸 보고 있을 시간은 없다.
“쉬익!”
“쉭! 쉭!”
저 멀리서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린 리자드맨 무리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마다 병장기를 들고나와 소환수를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그 살기가 신호였다.
쏴아아아!
순식간에 살기의 파도가 몰아쳤다.
그 파도는 그대로 내 몸을에 사정없이 부딪쳤다.
그것만이 아니라 내가 이곳에 있어선 안 될 존재라도 되는 듯 계속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순식간에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어후, 짜릿하네요. 지금 보이십니까? 소름이 끼치다 못해 닭살이 솟은 거 말입니다.”
그와 함께 저 멀리서 이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하는 리자드맨을 보여주는 카메라였다.
대충 백 마리는 넘어 보이는 리자드맨이 달려왔다.
“이거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후, 무서워.”
발 연기상이 있다면 당당하게 대상 트로피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발 연기를 보인 나다.
덕분에 채팅창은 조금 심각해지려다가 나를 미친놈 취급하기 시작했다.
-뭐 잘못 드심?
-와…… 내가 본 역대 발연기인데.
-내가 한 커뮤니티에서 그랬잖아. 여기 미친놈 하나 있다고.
-지금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저렇게 웃고 있다고?
-겁을 상실한 거야? 아니면 이길 자신이 넘쳐서 저러는 거야.
시청자들은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웃기다면 웃긴, 심각하다면 심각한 이 상황.
“근데 여러분.”
나는 말을 끊어 일부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그리고 채팅창이 조용해지고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나를 중심으로 찍고 있던 카메라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카메라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내 소환수인 로빈후드에서 딱 멈췄을 때 외쳤다.
“또 하나 새로운 소환수인 로빈후드를 소개합니다.”
나는 박수를 치며 환영의 멘트를 날린 다음 명령했다.
“로빈! 너의 능력을 보여줘!”
“딱딱!”
로빈후드의 목소리는 육성으로는 들리지 않지만, 내게는 그의 말이 전해졌다.
‘맡겨만 주십쇼!’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로빈후드의 양손이 움직였다.
피슝!
한 발의 화살이 로빈후드의 손에서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카메라가 그 화살을 따라 움직였다.
순식간에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리자드맨을 저격했다.
푹!
선두에 있던 리자드맨의 가슴에 정확하게 박힌 화살.
그 화살의 위력을 증명하듯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소환수 ‘로빈후드’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9,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3,000을 획득합니다.
대충 300m는 떨어져 있는데, 너무나도 쉽게 맞힌 로빈후드였다.
선두로 달려오던 리자드맨이 쓰러지고 다음으로 두 마리의 리자드맨이 달려 나왔다.
“쉬이이익!”
거친 함성.
동료가 죽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평화롭던 이곳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 때문에 나온 분노인지 모른다.
그 분노를 풀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무기인 쿠크리를 던지려는 듯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채팅창에서 위험하다는 채팅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뭐, 로빈후드면 충분하죠.”
피슝! 피슝!
두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그대로 쿠크리를 투척하려는 리자드맨의 심장을 꿰뚫었다.
-소환수 ‘로빈후드’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6,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8,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6,000을 획득합니다.
깔끔하게 두 마리 죽였다는 것을 알려오는 시스템창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참, 이걸 말씀드리는 걸 깜박했네요.”
이번에는 뜸을 들이지 않았다. 나지막이, 별일 아니라는 듯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한 마디 툭 던졌다.
“오늘은 좀 빠릅니다. 안전벨트 꽉 매세요.”
그와 동시에 명령했다.
“가직스, 날뛰어!”
“캬락!”
지금까지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다는 듯 내 명령에 그대로 등 뒤의 날개를 활짝 펴고는 허공으로 크게 도약했다.
두 쌍의 날개를 파르르 떨며 하강했고, 그 자리에 있던 두 마리의 리자드맨이 가직스의 양팔에 꼬치가 되듯 가슴이 꿰뚫렸다.
-소환수 ‘가직스’가 리자드맨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6,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8,00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6,000을 획득합니다.
가직스가 날뛰기 시작하자 정면을 향해 달려오던 리자드맨의 움직임이 끊어졌다.
가직스는 정확히 적진 한가운데 떨어졌지만, 빠르게 사냥을 끝내고 다시 도약해 다른 곳으로 도망침과 동시에 공격을 펼쳤다.
인던을 공략하기 위한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