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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06화 (106/275)

제106화

#106

“고맙네. 정말 고맙네. 자네 덕분에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네.”

듀스텔 백작을 만나자 이번에는 내 바짓가랑이가 아니라 손을 붙들고는 위아래로 미친 듯이 흔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든 잠은 충분히 주무셔야 합니다.”

“나도 이번에 깨달았네. 정말이지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말이야.”

확실히 어젯밤엔 푹 잤는지 듀스텔 백작의 얼굴은 확실히 좋아져 있었다.

턱밑까지 내려왔던 다크 서클이 줄어들었고, 푸석푸석하던 피부가 조금은 생기가 돌아온 것 같았으며, 술에 찌들어 덜덜 떨고 있던 몸은 안정을 찾았다.

그런 그에게 밤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호수 바닥에 있는 인던의 존재와 그곳에 있는 썩은 다크 우드. 그 썩은 다크 우드가 뿜어내는 마기 때문에 안개가 만들어진 것이며, 이제 그 몬스터를 처치했다고 말이다.

“잘했네! 이제 남은 것은 사라진 사람들의 행방이군.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가 해결할 테니.”

마치 안개만 없어지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듀스텔 백작이었다.

간밤에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은 듀스텔 백작 혼자만이 아니다. 영지에 있는 모든 병사와 영지민도 제대로 된 잠을 청했다.

지금 영지는 오랜만에 활기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내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는 것, 그 증거도 눈앞에 나타났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약소하지만 이걸 받게나.”

듀스텔 백작이 내민 물건은 다름 아닌 화살통이었다.

“선조께서 옛 던전을 발굴하던 중에 얻으신 물건이네.”

뜬금없는 화살통이라 뭔가 싶었다.

하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르지 않는 화살통]

등급 : 레전더리

내구력 : 100/100

총 백 발의 화살이 저장되어 있는 화살통이다. 소모된 화살은 1초에 한발씩 새롭게 생성된다.

‘화살이 복사가 된다고?’

이건 화살을 사용하는 직업에 있어서 엄청난 혁명을 일으킬 아이템이다.

자, 그럼 이 화살을 사용하는 직업이 무엇이냐?

활과 석궁을 사용하는 원거리 직업인 궁수가 있다. 원거리에서 적을 향해 화살을 쏘는 궁수란 직업.

최소 대미지와 최대 대미지의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의 고정적인 대미지를 바탕으로, 다른 직업에 비하면 상당히 뛰어난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화살에 속성을 부여한다면 어떤 사냥터에서도 활약이 가능하기에 어느 사냥터든 갈 수 있다는 유리함이 있다.

‘앞에 탱커만 잘 버텨준다면 프리딜도 가능하지.’

탱킹만 잘해 준다면 뒤에서 들고 있는 화살을 소모해 말뚝 딜이 가능한 직업.

그게 바로 궁수 직업이다.

그럼 뭐하나. 아무리 궁수가 좋은 직업이라고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플레이하는 유저의 숫자는 턱없이 적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화살 때문이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화살이 백 발에 1골드다. 그것도 기본 화살이 말이다.

여기서 속성이 추가되는 순간, 열 배에 달하는 10골드를 줘야 하며, 특별한 능력이나 좋은 소재를 사용해서 만드는 화살은 개당 10골드가 되어 버린다.

한 마디로 소모품, 즉 화살값이 감당이 안 되어 비선호도 직업으로 분류된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살아남을 수 있긴 하다.

트랩 스킬을 익혀 함정을 설치 후 부상당해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식이라든가, 검과 함께 화살을 사용한다든가 등.

궁수라는 직업에 여러 가지 방식이 열려 있지만, 그건 훗날의 이야기. 지금의 궁수라는 직업은 유니크 등급 이상이 아니고서는 계륵과 같은 직업이다.

실제로 궁수 직업을 얻게 되는 유저 중 일부는 캐릭터를 삭제한다고까지 하니 그 평가는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그런 궁수 직업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아이템이라 이거지.’

지금 내가 듀스텔 백작에게 받은 물건은 궁수의 최고 단점을 커버해 주는 최고의 물건이다.

이건 레전더리가 아니라 신화 등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물건.

오죽하면 내 직업이 궁수가 아니라서 아쉽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그리고 지금 내 소환수 중에서도 이 물건을 쓸 존재가 없다.

따지고 보면 내게도 이 레전더리 아이템인 ‘마르지 않는 화살통’이 계륵과 같은 존재라는 거다.

‘아니, 희망은 있지.’

유일하게 희망이 있긴 하다.

100번째 스켈레톤을 만들어 소환수 합성을 통해 스켈레톤 아처가 나오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원거리 딜러 확보는 물론이고, 손에 쥐고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을 이용하면 말도 안 되는 전력을 얻게 된다는 거다.

“잘 쓰겠습니다.”

“만족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듀스텔 백작이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 완료에 보상도 챙겼으니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은 끝났다.

나는 정중하게 듀스텔 백작에게 인사했다.

백작의 성을 빠져나온 나는 마을에 들어섰다.

“오! 저분이네!”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외침.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마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나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마을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님 덕분에 더 이상 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어 시저 님 만세!”

“시저 남작님 만세!”

이곳 마을의 주민들이 하나같이 밖으로 나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안개를 제거한 것이 벌써 소문이 난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쓰윽, 쓰윽.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들어 코를 쓸었다.

뭔가 뿌듯하면서도 기쁜 감정. 그리고 뭔가 심장을 간지럽히는 묘한 기분.

뭐라 할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직 실종된 사람을 찾지 못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직 사건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기에 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 자리에 있던 모든 NPC가 동시에 우렁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명성 포인트 1,000을 획득했습니다.

시스템창의 알림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럼 사냥터로 가 볼까.’

나는 사냥터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 * *

듀스텔 백작령 사냥터는 늪지대로 이뤄진 사냥터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몬스터는 리자드맨이고, 정예 몬스터로는 대왕 모기가 서식하는 사냥터다.

이곳 사냥터가 월오룰의 유저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늪지대. 발을 잘못 헛디디어도 차가운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형 때문이다.

늪에 빨려 들어가면 죽는다.

죽는다는 것은 늪 속에 모든 아이템과 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고,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게 된다는 소리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리자드맨은 인간과 같은 이족보행의 몬스터다. 파충류 특유의 날렵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패턴이 정해져 있다.

거기에 인간이 쓰는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하고 나타난다. 높은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늪지대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아오! 개 성가시네.”

“은근슬쩍 늪지대로 유인하는 거 보소.”

“미친. 몬스터가 뭐 이리 똑똑해.”

“와…… 무슨 리자드맨이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냐? 검이 안 박히는데?”

“개같은 사냥터 같으니라고!”

“퉤! 다른 곳을 가고 말지.”

여기서 끝이라면 다행이지만, 가장 최악은 정예 몬스터인 대왕 모기다. 진짜 모기와 똑같이 생긴 몬스터.

문제는 그 크기가 사람 몸통만 하다는 것이다.

이미 징그러운 벌레가 덩치까지 커서 더욱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시각적인 테러도 모자라 한번 물면 피를 전부 다 빨아 먹기 전에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고,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기에 더욱 성가신 몬스터였다.

이런 귀찮고 성가신 사냥터.

그럼에도 이곳에 유저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음 아닌 정예 몬스터인 대왕 모기를 사냥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정예 몬스터는 대왕 모기다.

일반 몬스터에 비해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고, 아이템 중에서도 스킬북이 잘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달에 한 번은 레전더리 스킬북이 발견되었다고 할 정도로 꽤나 좋은 스킬북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닌 승냥이들 때문이다.

“오! 아싸, 개꿀.”

“이거 한 삼백 골드는 받을 수 있지 않냐?”

“뭐지. 길드의 유망주라도 와서 죽었나? 뭐 이렇게 아이템이 많아?”

“크…… 이 맛에 내가 이곳을 못 떠난다니까.”

“그러니까 몸만 잘 사리고 다니다 보면 아이템이 바닥에 깔려 있잖아.”

정예 몬스터를 사냥하러 왔다가 역으로 사냥을 당해 죽은 이들의 아이템을 훔치는 무리다.

아이템에 자신의 이름이 박혀 있지 않는 이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소유권이 박탈당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 리자드맨 사냥터는 사냥하는 무리와 승냥이 무리 간의 눈치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그런 사냥터 한가운데로 유유히 들어가는 유저가 하나 있었다.

“어! 그놈 아냐?”

“시저네. 요즘 방송도 잠잠하더니 벌써 이곳까지 왔어?”

“뭔 놈의 소환사가 저리 성장력이 좋냐?”

“특별한 소환사라잖아. 그래서 시청자 숫자가 많잖아.”

“왜? 많아?”

“궁금하니까. 어떤 소환사이기에 저래 강하고 빠른지 궁금해서 본다.”

“아하…… 그건 그렇겠네.”

시저는 그들 사이를 유유히 통과해 지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시저에게 모였다.

그들의 시선에서 시저는 이제 겨우 늪지대에 들어선 애송이나 다름없다. 밤마다 안개가 생기기 한참 전부터 이곳에 머물며 사냥해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곳에 대한 지형과 지리에 익숙하다. 하지만, 눈앞의 시저는 이제 겨우 이곳을 찾아온 뉴비라는 소리다.

“늪에 한 번 빠져봐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정신 차리지.”

“암, 이곳에서 아이템 다 잃어버리고 소환수도 하나둘 죽어봐야 꿀잼이지.”

“얼마나 잘 사냥하는지 한번 보자고.”

모두가 시저가 실수해 죽거나 소환수를 잃어버리기를 기대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나,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뭐 저리 잘 이동해?”

“늪지대에서 사냥해 봤나? 아니, 이전 사냥터엔 늪지대가 없잖아?”

“단 한 번도 헛디디지도 않네? 아니, 그전에 저렇게 빠르게 이동한다고? 무슨 근자감으로?”

늪에 한 번 빠지지 않고 유유히 안쪽으로 사라지는 시저의 모습을 보고 그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더 이상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 승냥이 중에서 한 무리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세 마리의 승냥이. 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다.

“목표물 발견.”

“현 위치는 듀스텔 백작령.”

“지금부터 몰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시저를 뒤따라 움직였다.

* * *

사냥터에 들어온 지 올 30분도 안 된 시간.

“무야호!!!!”

나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내 등 뒤에는 그토록 바라던 원거리 딜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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