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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05화 (105/275)

제105화

#105

“쿨럭, 쿨럭…….”

눈앞에서 마른기침과 함께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카린.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게나. 비록 이런 상태가 되었지만…… 한 점 부끄럼 없이 만족한 삶을 살았다네.”

그 말과 함께 사카린이 지금껏 보내왔다는 인생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 *

사카린의 나이 열 살.

검의 재능이 있던 한 소년을 발견한 것은 당시 황실 기사단 단장이었다고 한다.

평민에 불과했던 소년을 데리고 황궁으로 입성, 그리고 황실 기사단의 막내로 철저한 훈련을 받았다.

오직 황가에 대한 충성으로 정신을 단련했고, 오직 황가를 위해 희생할 생각으로 육체를 단련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는 황실에서 쫓겨났다. 사유는 술에 취해 황궁에 일하는 시녀를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 사유라면 보통은 징계 처분으로 끝날 테지만, 문제는 황궁에서 검을 뽑아 든 것이 문제였다.

사카린은 그다음 날 황궁에서 쫓겨났고, 황실 기사의 명예까지 박탈당해 신분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 그는 황궁으로 향하는 성벽에 앞에서 소리쳤다.

“복수하고 말 것이다!”

그의 처절한 외침.

하나, 그 외침에 그 누구도 반응해 주지 않았고, 홀로 분노에 떨었다.

사카린은 바로 마신교에 접촉했다.

단 한 번의 실수 가지고 헌신짝처럼 버려진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꼭 세드릭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이다.

물론 사카린은 마신교에서도 믿음을 받지 못했다.

혹시나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밑바닥부터 굴렸고, 그의 나이 마흔에 정식으로 마신교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식으로 마신교의 일원이자 암흑기사가 된 사카린에게 가장 먼저 내려진 명령은 다름 아닌 누군가를 보호하는 일이었다.

사카린이 만난 그 누군가.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가 엄청난 고수이며 그가 마신교를 만든 장본인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사카린은 지금까지 마신교를 향한 충성심이 아닌 다시 세드릭 제국에 충성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지금 보호하고 있는 자에 대한 정보, 행동, 동향 그 모든 것을 적은 서류가 어디론가 배송되었다.

배송지는 다름 아닌 세드릭 제국 황실.

사카린은 사실 황제가 마신교에 심은 스파이였다.

그가 쫓겨난 모든 것은 전부 철저하게 계획된 일이었고, 실제로 술을 마시고 사카린 본인이 제국에서 쫓겨나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다.

그때부터 사카린은 마신교의 모든 정보를 빼돌려 세드릭 황실에 보냈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대륙 곳곳에 숨어 있던 마신교의 비밀 지부가 세드릭 황제의 군대에 의해 짓밟혔다.

숨어서 장사하던 것도 전부 들통났다.

마신교의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람을 납치하던 인신매매단은 물론이고, 빈민가에서 활동하던 마신교의 신도들이 전부 죽어갔다.

순식간에 마신교의 세력이 줄어든 상황.

이 문제는 당연히 마신교에서도 제기했고, 결국 사카린의 꼬리가 잡혔다.

사카린은 그때부터 마신교에서 쫓겨 다니게 되었고, 각종 함정과 마신교의 추적을 피해 이곳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겨우 수도 근처까지 도달했지만, 그 이상은 갈 수 없었다. 도망치던 과정에서 걸린 각종 저주와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떠올리고 이곳까지 숨어든 것까진 좋았다.

하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마지막 서류를 황실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주로 인해 쉽사리 죽지도 못하는 몸.

거기에 하루하루 쇠약해지는 몸 때문에 매일 찾아오는 고통은 매일을 지옥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살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저주 때문에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품속에 있는 이 마지막 장부를 넘겨야 한다는 의지를 참고 또 참아왔다.

그러던 중에 내가 찾아온 것이다.

* * *

“그러니 이만 나를 편하게 해 주게…….”

그의 얼굴엔 한 점의 미련하나 없는 편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맡은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제는 더는 미련이 없다고 말하는 그였다.

“알겠습니다.”

나는 검을 들고서 사카린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곤 검을 높게 들었다.

지금 눈앞의 사카린을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깔끔하게 죽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검에 오러를 씌웠다.

우우우웅.

“클클클. 젊어 보이는데 상당한 경지구먼. 쿨럭! 쿨럭!”

사카린은 내 검에 씌워진 오러를 보고 잠시나마 놀랍다는 얼굴을 했다. 그러다가 문뜩 생각났다는 듯 급하게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으나 얼마 되지 않았네. 그가 이곳을 다녀갔네.”

“그 말씀이십니까?”

순간 누군지 몰라 의아했지만, 순간 나는 떠올랐다.

다름 아닌 절대자를 말이다.

“그가 오기 전에 또 누군가 다녀갔네. 근데 놀라운 것은 그가 아닌 다른 자는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네.”

“다른 자 말씀이십니까?”

“그러네. 나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하더군. 곧 나를 해방시켜 줄 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말이네. 그리고 자네가 왔지.”

놀라웠다. 사카린의 말에 따르면 절대자가 오기 전에 누군가 이곳에 와서 내가 올 것이라 말해 주었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이해가 안 되었다.

“이상하군요.”

이상하다. 아니, 뭔가 수상하다.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나를 기다리게 했다? 그렇다면 절대자가 오기 전에 이곳에 왔다는 인물은 황실 쪽의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거 설마 제삼의 세력이라도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되면 월오룰의 세계관이 상당히 복잡해진다. 아니, 이미 복잡하다.

회귀 전에 내가 알던 십 년의 월오룰과 지금의 월오룰은 상당 부분 많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내가 회귀하고 만들어 낸 나비 효과라 생각하는 건 조금 억지인 것 같다.

“진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해 줬네. 그러니 이제 나에게 안식을 안겨주게나. 쿨럭, 쿨럭.”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또 한 번 바닥을 적셨다.

이제는 더 이상 그를 고통받게 할 순 없었기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유품으로 남기실 물건이 있으십니까? 황실에 제가 전하겠습니다.”

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에게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걸 보여주게. 그리고 내 이름을 말하면 알 것일세.”

“알겠습니다.”

나는 그것을 받았고,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사카린의 부탁]

난이도 : 쉬움.

서브 퀘스트

내용 : 사카린의 유품인 아내에게 선물 받은 목걸이를 전해 줘라.

보상 : 없음.

비록 보상은 없는 서브 퀘스트. 하지만 황실을 위해 희생했던 한 NPC의 부탁이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고개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고맙네.”

나를 향해 미소를 피우는 사카린.

고통 때문에 살짝 찡그린 얼굴 속에서 보이는 희미한 미소는 정말로 그가 미련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로 베기.”

나는 확실한 죽음을 위해 스킬을 사용.

서걱. 툭.

내 손을 타고 느껴지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던 미안함 감정은 물론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눈물은 오직 사카린을 위한 눈물이었다.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내 등 뒤로 생겨난 포탈.

지금의 내 감정과는 다르게 매정하기 그지없는 월오룰의 시스템이었다.

“후…….”

깊은 한숨과 함께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조용히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우우우웅.

포탈을 타고 넘어가자 인던의 입구에 도착했다.

“확실히 안개는 사라졌군.”

인던의 입장 전까지만 해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호수가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커다란 두 개의 달빛 아래 비치는 호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치 사카린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아름답게 비춰주는 모습 같아서 조금은 서글펐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AI를 대상으로 이런 기도가 옳겠냐만 이 순간만큼은 그를 위해 기도해 주고 싶었다.

잠시나마 명복을 빌어주었던 나는 그대로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 * *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으어…… 죽겠다.”

피곤해 죽을 것 같다.

어제 고작 인던 하나를 클리어한 것뿐인데 로그아웃한 시간이 새벽 세 시였다.

평소라면 한참 꿈나라로 갔어야 할 시간에 월오룰을 했으니 뭐, 피곤한 게 당연한 일이다.

어쩔 수 없다. 그 덕분에 메인 시나리오를 해결하지 않았는가?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오늘은 어쩔까나…….”

지금 고민하는 부분은 다음 아닌 라이브 방송 때문이다.

마지막 방송이 육식 원숭이 왕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아니라 팅고와 범이 둘이 사냥했던 방송이다.

“그때 이후로 많이 변했지.”

겨우 일주일도 안 된 며칠 전의 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일단 레벨만 해도 175렙. 마지막 방송을 기준으로 치면 30레벨을 올렸다는 소리다.

거기에 범이의 성장과 진화. 팅고의 진화. 이제 곧 진화할 가직스와 새로운 식구 숭이와 피이.

루이즈는…….

“미모가 물이 올랐지.”

그것 말곤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라이브 방송을 안 한 지 오래라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거기에 내 사냥 영상 또한 올라가지 않은 지 며칠이 되었다.

딱히 사냥한 적도 없거니와 퀘스트 진행을 하다 보니 쓸 만한 영상이 없다는 거다.

그나마 범이의 귀여운 모습이나 몇 개 건진 것이 전부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피곤한 몸을 깨우기 위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일단 백작부터 만나서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 주고, 그다음은 사냥이다.”

지금 당장 빠르게 200레벨을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다음 사냥터의 인던의 입장의 첫 번째 조건이 200레벨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인던이며 그 인던이 공개되는 순간 월오룰의 레벨 업의 효율이 달라질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내가 벌어들일 수익까지.’

저 인던을 공개하는 순간부터 수익도 생긴다.

그 수익을 위해서라면 내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

200레벨의 전 유저, 앞으로 생겨날 유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 보다 더욱더 말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200레벨을 얼른 찍어야 한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자고.”

나는 온몸에 활력을 가득 채워 넣으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 할 시간이다.

오늘은 일요일이기에 헬스장은 문을 열지 않는다. 저녁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소리다.

목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레벨 업. 얼른 200레벨을 달성해야 하니까.

두 번째는 100번째 스켈레톤을 만들어 소환수 합성이다.

이미 아흔아홉 마리의 스켈레톤이 대기 중이다. 스켈레톤 단 한 마리만 더 있으면 되는데, 새벽에 공략했던 인던의 보스 몬스터는 피이의 스킬로 영혼마저도 불에 타 버려 시체조차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템도.’

이쯤 되면 피이의 스킬에 불타 버린 몬스터는 아이템까지 다 불타 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도 살짝 들었다.

에이, 아이겠지.

설마 그 정도의 위력이겠어? 정말로 그게 맞는다면 나는 피이의 스킬은 두 번 다시 쓰지 않을 것 같다.

기껏 새로운 소환수를 얻었는데 사용도 못 하게 된다라…….

정말이지 서글픈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저 앞서 말한 두 가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가직스의 진화다.

처음에는 큰 정이 없던 가직스 녀석이었지만, 이제는 꽤 오랫동안 함께해서 그런지 정이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도 함께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나는 캡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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