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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02화 (102/275)

제102화

#102

듀스텔 백작령으로 돌아왔다.

환수계를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새로운 식구가 늘었다.

“피이?”

“피이!”

내 부름에 대답하는 피이 녀석.

환수계에서 포획하고 난 다음부터 계속해서 내 왼쪽 어깨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일단 스텟은 확인했다.

이제 피이의 능력을 확인할 시간.

“피이. 너의 능력은 뭐니?”

“피이? 피피!”

내 물음에 피이 녀석이 우렁차게 대답하더니 그대로 날갯짓과 함께 허공에 떠올랐다. 그러곤 눈앞에 있던 쓰레기 더미 근처에 멈춰 날갯짓하기 시작했다.

펄럭! 펄럭!

강한 바람은 아니다.

하지만 날갯짓이 점차 빨라지자 쓰레기에서 ‘치익’하고 불길이 솟아올랐다.

화륵! 화르륵!

피이가 일으킨 불길은 순식간에 쓰레기를 집어삼키더니 재마저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불태웠다.

그와 동시에 떠 오른 시스템창.

-소환수 ‘피이’가 고유 스킬 ‘멸화(滅火)’를 습득했습니다.

순식간에 등장한 멸화 스킬. 그것도 고유 스킬이다.

나는 바로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멸화 Lv.MAX]

등급 : 레전더리

고유 스킬.

-영혼마저 불태우는 불을 피워낸다.

-대상이 완전한 소멸에 이르기까지 꺼지지 않는 불길이다.

-멸화의 불길에 휩싸인 적은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한다.

특이사항

-불안정한 상태의 피닉스가 사용하는 기술이다.

-위력이 줄어든 상태이다.

-멸화의 불길을 꺼트리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깃든 정화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0초

소모 MP : 500

“오, 장난 아니네?”

괜찮은 스킬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좀 놀랐다고 해야 하나? 정확하게는 이 스킬을 이용해서 편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입 안이 달달해지는 기분이었다.

스킬을 봐라. 저건 딱 봐도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로 최적의 스킬임이 분명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불길이 절대 꺼지지 않는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적의 피를 깎아 먹는 도트 대미지로, 대상이 완전히 소멸하기 전까지 꺼지지 않는 불길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냥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데, 그것도 모자라 무려 10% 능력치 하락, 즉, 디버프 효과까지 있다.

레전더리 스킬다운 능력.

이번 환수계에서 제대로 된 소환수를 데려온 것 같아서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즉시 전력을 넘어서 엄청난 소환수다.

크…… 나란 남자. 운도 좋아.

정확하게는 내가 개체값을 보고 데려온 녀석이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선방이다.

나란 놈. 칭찬해.

나는 내 어깨를 직접 두드려 주며 칭찬했다. 충분히 칭찬받을 만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에 나는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하는 마음에 내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피이?”

내가 격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피이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내 어깨 위에 매달려 있었다.

오히려 나를 향해 뭐 하는 짓이냐는 울음소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이 정도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래도 전투 중에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

“피이! 피이!”

나를 향해 알겠다며 날개를 펼쳐 대답하는 피이였다.

기특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피이의 스텟과 능력을 모두 확인했으니 다음은 할 일은 듀스텔 백작에게 가는 것이다.

내가 알던 곳과 전혀 달라진 듀스텔 백작의 성이 있는 마을.

그 원인이 과연 메인 시나리오 탓인지 아닌지는 듀스텔 백작을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겸사겸사 숨겨진 인던에 대한 소문 같은 것도 조사하기 딱이다.

“그럼 가 볼까?”

나는 듀스텔 백작령으로 향했다.

* * *

“제발…… 날 좀 구해 주게나, 시저 남작.”

듀스텔 백작의 만남. 그 첫 만남부터 듀스텔 백작은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응접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울며불며 매달렸기 때문이다.

“으어엉,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자고 있네. 이 상황을 얼른 해결해 주길 바라네. 해결만 해 준다면 내가 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들어 주겠네.”

내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는 백작의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까지. 순간 발로 확 차 버릴까 싶을 정도로 찝찝했다.

“잠깐!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일단 천천히 그의 어깨를 붙잡고 떨어뜨리려 했다.

찝찝한 게 싫기도 했고, 이대로 있다가 진짜 내 가랑이를 놓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인이 저렇게 매달리면 친절하게 대하겠지만 남자, 그것도 중년의 남자가 저렇게 매달리고 있으니 조금은 짜증이 치밀었다.

한 번만 더 말해도 안 떨어지면 진짜 발로 차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그가 내게서 떨어졌다.

“알겠네. 다 이야기해 주겠네.”

그와 동시에 손수건으로 눈물과 콧물을 훔쳐내고는 입을 열기 시작하는 그였다.

“불과 며칠 전이네.”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대략 20일 전, 늪에서 언데드 몬스터인 구울을 발견했다. 정확하게는 구울로 변한 존재가 죽은 시체였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듀스텔 백작과 영지민들은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나, 그 뒤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요즘 호수 주변으로 안개가 자주 끼는구먼.”

“어젯밤에 빌이 없어졌네.”

“그제는 안나가 사라졌다며?”

“밤마다 으스스한 것이 뭔가 이상하더군.”

“우리 애가 창문 너머를 바라보다가 비명을 질렀어. 귀신이 나타났다던데.”

“무섭네. 무서워.”

갑작스러운 영지의 변화.

그 변화의 첫 번째는 다음 아닌 백작의 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성벽 바로 너머에 있는 호수에서 시작되었다.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안개가 끼지 않던 호수에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그 안개는 밤이면 백작의 성은 물론이고 영지 자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영지민이 한 명씩 사라진 것이다.

특정한 인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원한을 사고 복수를 꿈꾸는 납치도 아니고, 주변에 인신매매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밤마다 사람이 사라진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듀스텔 백작이 병사들을 풀어 밤새도록 영지를 지켜보았다.

“뭐야! 이번엔 병사들이 사라져?!”

그에 듀스텔 백작은 화들짝 놀라다 못해 입이 벌어지고, 두 눈이 떨렸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영지를 지키기 위해 근무 중이던 병사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무려 세 명이나 되는 인원이었다.

듀스텔 백작은 혹시 몰라 전 병력을 전부 투입시켰다.

하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놀랍게도 날이 갈수록 사라지는 사람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났고, 끝내는 한 번에 열 명이나 되는 병사가 사라졌다.

“어쩔 수 없다. 해가 떨어지면 성문을 굳게 잠그고 모두 밖에서 나오지 마라!”

결국 듀스텔 백작이 내린 판단은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다행히도 듀스텔 백작의 판단은 옳았다.

영지민들은 밤이면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그 결과 더 이상 사람이 사라지지 않았다.

듀스텔 백작은 생각했다.

혹시 마신교가 영지민을 납치하는 것은 아닐지를 말이다.

짙은 안개와 얼마 전에 발견되었던 구울의 시체 때문에 그의 의심이 증폭되었다.

그래서 황실과 마탑, 그리고 신성 교단에 이 소식을 전했다.

바로 다음 날 황실 수사대와 마탑의 마법사, 그리고 신성 교단의 신도들이 찾아와 영지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귀신같이 그들이 온 그날부터 안개는 나타나지 않았고, 밤에 돌아다녀도 누군가 납치되지 않았다.

당연히 황실 수사대는 물론이고 마탑의 마법사, 신성 교단의 신도들은 화를 내었다.

아무런 일이 없는데 시간을 잡아먹었다며, 오히려 듀스텔 백작에게 아픈 것은 아니냐며 회복 마법을 걸어줄 정도였다.

“영지민도 그러하지 않았소? 벌써 납치당한 인원만 오십 명이 넘소. 그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이오!”

당연히 듀스텔 백작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자신의 영지에서 영지민이 오십 명이나 넘게 사라졌는데 그것을 믿어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듀스텔 백작은 언데드의 시체까지 보여줬음에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 이들 때문에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그들이 머무는 일주일 동안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결국 듀스텔 영지를 떠났다.

그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

다시 밤마다 안개가 꼈고,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영지민이 밤에 돌아다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듀스텔 백작은 그날 이후로 밤마다 악몽을 꿨다.

사라진 영지민이 자신을 찾아와 살려달라며, 왜 자신들을 구해 주지 않느냐며 듀스텔 백작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나는 노력했단 말이다!”

악몽을 꾸며 매일같이 소리친 듀스텔 백작.

그 악몽에 두려워 매일을 술에 취해 잠이 들기 일쑤였고, 새벽에 술기운이 달아나면 또다시 꾸는 악몽으로 제대로 된 수면조차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렸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 시저가 나타난 것이다.

* * *

“제발 부탁하네. 내 말을 믿고 한번 조사해 주게.”

아까처럼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있지 않지만 여전히 절박한 얼굴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조사해 보겠습니다.”

나는 듀스텔 백작에게 황실 조사단과 마탑의 마법사, 신성 교단의 신관도 포기했던 그 조사를 내가 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아마 저 관계자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답답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들이 한 번 조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NPC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 같은 플레이어들은 다르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듀스텔 백작의 부탁]

난이도 : 매우 어려움.

내용 : 듀스텔 백작령에 일어나는 일을 조사해라.

보상 : 듀스텔 백작의 보물.

이렇게 퀘스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듀스텔 백작령에 일어나는 일이 거짓이 아니라 진짜라는 것.

보상이 듀스텔 백작의 보물이라는데 이걸 어떻게 참겠는가? 당연히 수락해야지. 백작위의 귀족이 주는 보물이니 좋은 것일게 뻔하지 않는가?

나는 마음속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퀘스트를 받긴 했지만 마음이 조금 갑갑했다.

일단 밤이 되면 안개가 끼고 사람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밤에 활동한다는 소리다.

‘근데 난 요즘 바른 생활 어른이인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생활하는 패턴으로 살고 있는 나다.

근데 이걸 깨야 한다.

별수 없지.

아무리 생활 패턴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월오룰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그 경우가 지금 이 상황이다.

‘마침 딱 좋은 시기기도 하네.’

오늘은 주말이다. 그리고 조금 이따 약속도 잡혀 있다.

이걸 이용해서 낮, 밤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잘 부탁하네.”

응접실에서 나온 나는 듀스텔 백작의 성문 앞에서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 * *

집 근처 번화가.

카페에 앉은 나는 눈앞에 비기너 님을 바라보았다.

‘예쁘다.’

오피스 룩이라고 해야 하나?

단정한 딱 무릎 위까지 오는 치마에 블라우스, 그리고 걸치고 있는 가디건까지.

놀랍게도 가디건의 디자인과 색이 나랑 똑같았다. 마치 커플룩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둘이 마주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 딱 붙어 앉아 있는 상태.

겉으로는 알콩달콩하게 대화하는 모습으로 보일 터다.

누가 봐도 커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을 보이는 나와 비기너 님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수익 분배는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나쁘지 않네요. 근데 이렇게 해서 회사에 수익은 남습니까?”

“그럼요. 지금 오히려 광고 제의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문제인걸요.”

비기너 님은 나를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자니 오히려 내가 민망할 정도였고, 쑥스러워 나도 모르게 검지로 턱을 살살 긁었다.

‘이럴 줄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데이트인 줄 알고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다. 근데 실상은 업무적인 이야기뿐이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알콩달콩한 커플을 보는 듯한 시선.

특히 남자 몇몇이 지나가면서 슬쩍 질투에 가득한 눈빛과 ‘여자가 아깝다’라는 입 모양을 보였다.

물론 진짜인지는 모른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즐겼다.

하지만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데이트라 생각했는데 업무니까.

그리고 주말에 단둘이서 이렇게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건데 말이다.

공과 사는 구분 해야지.

그동안 월오룰 한다고 미뤄두었던 각종 계약서와 결재 서류를 작성했다.

그래. 이게 나지.

나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일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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