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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00화 (100/275)

제100화

#100

접속과 동시에 나는 마차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듀스텔 백작령.

수도 세크드릭에서 듀스텔 백작령까지 이동 시간은 하루.

당연히 하루라는 기준은 걸어서 가는 시간이고, 마차로 가면 네 시간이면 된다.

당연히 나는 마차를 타고 움직인다.

‘돈도 많은데 굳이 걸어가야 할 이유가 없지.’

하물며 듀스텔 백작령으로 향하는 길에는 몬스터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듀스텔 백작령에는 리자드맨이 서식한다. 주변이 늪지대이고 습하고 덥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 세크드릭에서 듀스텔 백작령까지는 평탄한 대로다.

당연히 몬스터의 출몰이 적고, 가는 길에 특별히 발견된 인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수입을 위해 약초라도 캐려고 들어갔다가 괜히 늪에 빠져 죽으면 손해만 크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어지간하면 듀스텔 백작령을 가는 이들은 돈을 투자해서라도 말을 타고 가는 편이다.

“정확하게는 여길 거르는 것이 정답이지.”

최고 좋은 선택지는 듀스텔 백작령을 거르는 것이다.

리자드맨의 사냥이 쉬운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곳에 유명한 인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늪 때문에 사냥도 성가시다.

이쯤이면 이곳 사냥터가 왜 있을 정도로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게 정상이다.

하물며 나 또한 이곳을 들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회귀하고 홀로 컴퓨터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나 지금은 달라졌다.

“세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네.”

첫 번째는 가직스의 진화.

곤충류 정예 몬스터 이상을 사냥하면 가직스가 진화한다.

다행이라면 이곳은 그 곤충류 몬스터이자 정예 몬스터인 대왕 모기가 출몰하는 지역이다.

그 대왕 모기는 생각보다 유명하다.

“플레이어 킬러라는 칭호를 달고 있지.”

대왕 모기가 플레이어 킬러라는 칭호를 달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대왕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주둥이에서 흘러나오는 독 때문이다.

피부를 찌르는 순간 독이 퍼지는데, 그 독은 상태 이상 중 하나인 마비를 일으킨다.

그것도 물리는 순간 바로 마비에 걸릴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낸다.

“그 상태로 쭉쭉 빨리지. 그것도 죽을 때까지.”

진짜다.

현실의 모기는 어느 정도 피를 빨아먹고 날아가는 반면, 이곳 월오룰의 대왕모기는 물고 있는 적이 죽을 때까지 피를 빨아먹는다.

이곳에 서식하는 리자드맨은 물론이고, 이곳에 사냥 오는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물렸다면 죽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 대왕 모기를 사냥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모기답게 체력은 그리 높지 않다. 대신 허공을 날아다니며 빠르게 이동하는 게 문제인데, 나랑은 관련 없다.

“마나 그물을 사용하면 되니까.”

튜벨란 백작이 만들어 준 지팡이에 있는 스킬인 마나 그물이면 모기가 달려들기 전에 포박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해 줄 건 거기까지다. 나머진 가직스가 알아서 하겠지.

밥상을 차려 줬는데 떠먹여 달라고 하면…… 뭐 어쩌겠는가? 계약 해지하고 폴리곤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지 뭐.

물론 충성도가 100%라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죄악의 힘과 절대자의 흔적이라…….”

듀스텔 백작령에서 해야 할 두 번째와 세 번째 목표.

아무래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죄악의 힘.

솔직히 말해 먼저 얻은 두 가지 죄악은 미리 알고 있던 죄악이라 할 수 있었다.

회귀하면서 분노의 반지와 탐욕의 목걸이는 무조건 먹기 위해 계획도 짜 두었을 정도로 말이다.

하나 나머지 죄악의 힘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이제부터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게 말이 쉽지, 찾으려니 막막하다.

“그것도 그건데…… 절대자의 흔적도 문제네.”

이번 메인 퀘스트는 ‘절대자의 흔적을 뒤따라가라’다.

평소의 월오룰이라면 퀘스트에 친절한 편인데 이번에는 딱히 특별한 친절함은 없다.

이것 또한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소리다.

아무래도 듀스텔 백작에게 협조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제 나도 귀족이라 이거지.”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어개에는 뽕이라도 넣었는지 잔뜩 솟아오르며, 조금은 거만해진 내 두 다리가 쩍하고 벌어졌다.

이제 나는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귀족 플레이어다.

귀족 NPC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그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작위 간의 격차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귀족을 만나는 것은커녕 경비병에게 죽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앞으로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동안 많은 편의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아, 그러고 보니 언데드가 출몰했다고 했지.”

이전 니베라 후작, 아니 당시에는 남작이었던 그의 성에서 볼드모드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언데드 한 마리의 시체를 발견했고, 그 뒤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 뒤로 결과나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아마 절대자나 죄악의 힘과 연관되어 있겠지.”

그것 말고는 마땅한 정답은 없다. 물론 그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중요한 건 가 봐야 모든 게 시작된다는 소리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가면 듀스텔 백작령에 도착한다.

* * *

듀스텔 백작령에 도착했다.

“음…… 여기가 원래 이랬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색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듀스텔 백작의 성이 있는 마을의 분위기가 상당히 이상했기 때문이다.

나만 느낀 것이 아닌지 주변에 있는 다른 유저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뭐야. 마을 분위기가 왜 이래?”

“으스스한데? 지금 한낮 아냐? 뭐 이리 어두워?”

“마을 주민 NPC가 안 보이는데? 장사는 다 접었나?”

“가게 안에 들어가니까 영업 안 한다는데. 그대로 쫓겨남.”

이미 마을을 둘러본 그들의 말에 나도 의아하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뭔가 수상하다.

이곳은 사냥터가 별로지 백작의 성 옆에 있는 작은 호수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저 호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곳으로 말이다.

그 덕분에 유저는 물론이고 NPC 관광객도 많은 곳이 이곳 듀스텔 백작령이다.

북적북적하고 시끌시끌해야 하는 이곳이 지금은 휑하다. 아니,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죽하면 이곳으로 오면서 성벽을 지키는 경비병을 본 것이 전부니 말이다.

“음…… 일단 환수계부터 다녀와 볼까?”

조금 있으면 쿨 타임이 끝난다.

일단 환수계 먼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그다음 듀스텔 백작의 성에 직접 찾아가 이곳의 상황을 들어 봐야겠다.

나는 인적이 드문 곳, 아니 인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곳이지만 혹시 모를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구석으로 이동했다.

루이즈마저 소환수창에 돌려보낸 나는 천천히 쿨 타임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을 때 외쳤다.

“환수계 이동.”

내 시야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 * *

한 달 만의 환수계 방문.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슬며시 눈을 떴다.

“여전하네.”

한 달 전에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환수계는 여전히 아름답다.

저 멀리 떨어지는 커다란 폭포수와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거기에 향긋한 꽃향기와 형형색색의 꽃들.

지금까지 동굴 속이나 들판, 숲속에서 싸우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와……. 주인님, 여긴 어디야?”

“끼에륵?!”

“우끼끼, 우끼!”

“냐앙!”

“카락…….”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들.

얌전히 소환수창에 대기 중이어야 할 내 소환수들의 목소리와 울음소리였다.

뭔가 싶어서 옆을 보니 진짜 내 소환수들이 밖에 나와서 구경 중이었다.

그것도 스켈레톤 99마리까지 전부 말이다.

“어…… 음…….”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스켈레톤부터 차례대로 소환수창에 다 집어넣었다.

남은 소환수인 범이와 팅고, 루이즈, 가직스와 숭이는 주변 구경하느라 내가 뭘 하는지도 관심 없어 보였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루이즈가 나에게 다가왔다.

“주인님, 주인님. 저기 봐봐! 꺄악! 완전 귀여워!”

저기, 루이즈. 잠깐만, 잠깐만. 목은 놓고 이야기하지. 어지럽거든. 이러다가 진짜 토 쏠릴 것 같단 말이야.

나는 루이즈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뻗어 진정시켜 주었다.

그리고 루이즈가 말하는 그 귀여운 생명체가 뭔지 궁금해 시선을 돌려보았다.

“귀, 귀엽긴 하네.”

눈앞에 있는 것은 한 마리의 강아지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다.

뭐라 할까. 진짜 강아지처럼 눈이 똘망똘망하고 귀엽게 생긴 것이 아니다. 뭔가 귀엽긴 한데, 그렇다고 또 어떻게 보면 뭔가 엉성한…….

아마 이럴 때 쓰는 정확한 표현은 이게 아닐까 싶다.

“하찮게 귀엽네.”

“그지그지. 완전 내 취향이야.”

루이즈의 취향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효진이도 약간 하찮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편이다.

내 주변의 여자들의 취향이 특이한 건지, 아니면 이게 대세인 건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띠링’하고 시스템창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범이!”

그러고 보니 범이의 진화 조건 중 하나가 환수계 방문이다.

다른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 범이가 진화한다는 소리다.

-소환수 ‘범이’의 진화 조건을 모두 충족하셨습니다.

-소환수 ‘범이’가 진화합니다.

순식간에 범이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얼마나 강한 빛인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빛을 가렸고, 손가락 틈 사이로 범이의 모습을 보려했다.

하나 점점 강해지는 빛에 나는 그만 고개를 돌려야 했다.

“음? 뭐지?”

내가 의문이 들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시선에 보이는 수많은 환수들 때문이다.

이름 모를 환수들이 전부 범이가 진화를 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냥 시선을 두고 있으면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스으으윽.

움찔움찔.

부들부들.

눈앞에 있는 수많은 환수가 범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바닥에 배를 붙이고 잔뜩 겁을 먹고 떨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보았을 때 보이는 행동을 보이며 말이다.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차라리 루이즈나 숭이에게 저런 행동을 보이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루이즈야 고위급 마족이니 그럴 수 있다 치고, 숭이의 경우 루이즈를 빼고 가장 높은 레벨이다.

이 둘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저 환수들이 반응하는 것은 다름 아닌 범이가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 머리가 아파오려는 찰나였다.

-소환수 ‘범이’의 진화가 끝났습니다.

“오! 드디어!”

범이의 진화에 아파오려던 머리도 맑아졌다.

눈앞의 빛이 서서히 줄어듦과 동시에 범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냐아앙!”

마치 기지개라도 켜는 듯 앞발을 앞으로 쭈욱 내밀고 몸을 한껏 폈다. 그러곤 나를 향해 만족하냐는 듯한 얼굴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버, 범이야?”

“냐앙?”

내 부름에 잘도 대답하는 범이.

분명 내가 질문을 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거다.

지금 내가 불러도 ‘냐앙’이라고 대답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모르니까 물어봐야겠다.

“그대론데?”

“냥!”

내 말에 발끈하는 범이었다.

하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범이는 아까 진화 전과 비교해서 단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적어도 겉모습은 말이다.

나는 혹시 하는 마음에 외쳤다.

“범이 상태창.”

이름 : 범이

등급 : 레전더리

계열 : 환수

레벨 : Lv.169

고유 특성 : 자유 변형

스텟 : 근력230 민첩320 체력200 지식50 지혜50

충성도 : 100

성장 가능

진화 가능

-2차 진화 시 고유 특성을 개방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상태창.

나는 어이가 없어서 범이에게 물었다.

“너…… 뭐 하는 소환수냐?”

뭔데 성장에 진화를 끝냈는데 또 하냐?

이건 좀 사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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