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94화 (94/275)

제94화

#94

스컬 대검.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대검류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검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이게 왜 여기에? 이 검의 주인은 처음부터 그자가 아니란 소린가?”

지금 나는 얼떨떨하다.

그도 그런 것이 이 아이템의 주인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NPC 템플러.”

마신교 최강의 기사이자 레벨 999의 NPC.

암흑 기사단의 주인이라 불리는 최강의 NPC였다.

처음 템플러의 등장은 다름 아닌 마신교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날 나타났다.

“엄청났지. 그 포스는 아직도 잊히지 않아.”

당시 템플러의 등장은 엄청났다.

그는 2미터에 달하는 키와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다.

암흑 기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 갑옷을 위아래로 걸치고, 저 무식한 검인 스컬 대검을 한 손에 쥐고는 당당하게 황제의 군대 앞으로 나타났다.

당시 등장만으로도 엄청난 이목을 받았다.

하나 그의 겉모습으로 내가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당시 나는 500레벨을 넘었었다.

비록 2군으로 밀렸다곤 하나, 그 자리에 있던 평범한 유저들보다는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와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로도 쉽사리 겁을 먹거나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공략할 방법을 먼저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나, 나는 템플러의 두 눈을 마주하고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그의 눈은 분명 평범한 인간과 같았다. 하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금방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

거기에 그가 뿜어내는 마기는 마치 거대한 산이 나를 정면에서 짓누르는 듯했다.

NPC 템플러의 압도적인 기세에 나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났고, 그런 그가 대검을 휘둘렀다.

서서서서걱.

단 한 번.

횡으로 휘둘러진 검에 눈앞에 있던 다섯 명의 황제의 기사의 목이 베였고, 다섯 개의 머리통과 피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러고는 다섯 개의 몸뚱이와 머리가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단숨에 기사 다섯을 죽인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 하나 더 무서운 것은 죽은 그 기사 다섯이 그 자리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스켈레톤으로 말이다.

“겔겔겔겔.”

분명 방금까지 살아 있다가 죽은 시체는 새하얀 뼈로 이뤄진 몸뚱이를 살아생전에 착용하고 있던 갑옷으로 보호하고 손에는 뼈로 만들어진 검이나 몽둥이가 아니라 날이 제대로 서 있는 검을 들고 조금 전까지 아군이었던 자들을 향해 공격했다.

죽은 자를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키는 능력. 그것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스컬 대검의 특수 능력이자 스킬이다.

“진짜 미쳤지. 홀로 1인 군단을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가진 것이니까.”

생각해 봐라. NPC 템플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다.

레벨 999인 것을 생각하면 그의 스텟이 얼마나 강력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다.

거기에 마신교의 암흑 기사단의 수장이다.

이미 홀로 엄청나게 강한 존재인데, 스컬 대검에 죽은 이들은 그 자리에서 피부와 살, 근육이 녹아내리고 대신 순백의 스켈레톤으로 태어난다.

시작은 혼자일지라도 그를 죽이기 위해 덤벼들었던 자들이 전부 아군이 된다.

그러니 홀로 일인 군단이라 칭할 수 있는 그였다.

“그런 검이 지금 내 손에 들어왔다라…….”

나는 손을 뻗어 스컬 대검을 잡았다.

[스컬 대검]

등급 : 레전더리

내구력 : 파괴 불가

공격력 : 500-700

-망자의 군대를 통솔하던 한 리치의 뼈를 갈아 만든 검이다.

-검을 쥐고 있을 시 패시브 스킬 ‘스켈레톤 소환’이 활성화됩니다.

-패시브 스킬 ‘스켈레톤 소환’은 스컬 대검으로 적을 처치할 시 죽은 이를 스켈레톤으로 만듭니다.

-스켈레톤의 능력치는 검 주인의 절반입니다.

-스켈레톤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입니다.

특이 사항 : 소환수 합성 스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와…… 이거 진심으로 미쳤네.”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이건 좀 너무하다. 스컬 대검의 옵션을 봐라.

일단 내구력에서부터 사기다. 거기에 공격력은 또 어떤가? 내가 알기론 맥뎀이 700은 처음 보는 수치다.

이미 검의 기본 능력부터가 사기인데 여기에 더욱 사기급이 될 수 있는 패시브 스킬까지 달려 있다.

“그것도 검의 주인 능력치에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

이제야 나는 그때의 스켈레톤이 비상식적으로 강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당시 템플러는 999레벨이다.

스텟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지만, 당시 내 레벨이 500을 넘겼음에도 스켈레톤을 상대하기 벅찼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살기 위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던 기억밖에 없다.

하나 이제는 그 진실을 알게 되니 내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 것 같았다. 까딱 잘못했으면 나는 그곳에서 모든 걸 잃어버릴 뻔했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었다. 목이 뻣뻣해지고 절로 숨이 조금씩 막혀 왔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자연스럽게 몸이 겁에 질린 거다.

“후욱, 후욱.”

숨이 가빠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생각했다.

만약 그곳에서 한 번 죽었다면 나는 정말로 밑바닥 인생으로 변했을지 모른다. 그때 멘탈이 상당히 좋지 않았으니까.

자살이라는 나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하나 나는 그날 살아남았다.

그곳에서 스켈레톤을 부숴 버리며 살아남았다.

그 힘든 순간을 버티고 그 뒤로 있던 힘든 시기까지 이겨 내지 않았는가?

그리고 난 지금 회귀까지 했다.

겁에 질릴 게 아니라 기뻐해야 하는 순간이다.

“후우…….”

그 생각과 함께 가빴던 숨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등이 축축하다. 거기에 살짝 떨고 있는 손은 방금 내가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살짝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후후후.”

그런 나에게 다가오는 인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괜찮아?”

루이즈가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왔다.

그런 루이즈의 손을 보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덥석.

루이즈의 손을 붙잡아 힘주어 내 쪽으로 당겼다.

자연스럽게 루이즈를 품에 안고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었다.

“응, 괜찮아. 잠깐 안 좋은 생각이 들어서 놀란 것뿐이야.”

“그럼 다행이고.”

“고마워. 루이즈.”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느껴졌기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잠시나마 루이즈에게 기대어 마음을 추슬렀다.

굳이 그때의 기억과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쓸데없이 과몰입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다.

이게 다 쓸데없는 걱정과 생각을 많이 하는 버릇 탓이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그때의 공포를 내 머리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그때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

그때완 전혀 다른 나다.

혹시 모른다. 내가 그를 압도하는 능력을 가질지도 말이다.

더군다나 나에겐 소중한 소환수도 있지 않은가?

나와 함께하며 싸워 주고, 밥도 먹고 이렇게 위로받을 수 있는 소환수가 말이다.

그리고 그런 미래는 더 이상 나올 수가 없다.

‘이 검은 이제 내 것이니까.’

이제 주인은 나다.

엄청난 게 들어왔다.

이 검으로 적을 죽이면 스켈레톤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스켈레톤은 소환수로 취급된다.

비록 소환수 합성 스킬을 통해 더 강력한 스켈레톤으로 만들지는 못 하지만, 전투 시 든든한 아군이 생기는 것이니까 말이다.

지금 내 스텟이 400레벨의 수준이니 그 절반이라면 200레벨이다.

그리고 내 스텟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고, 스컬 대검으로 인해 만들어진 스켈레톤 또한 계속 성장한다는 소리!

엄청난 아이템을 먹은 것이다.

“이제 괜찮아.”

홀로 생각을 마친 내가 품에서 루이즈를 놓아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스컬 대검을 손에 들곤 휘둘러 보았다.

부웅, 부웅.

한 손으로 들어 휘둘러 보니 생각보다 무거워 몸이 휘청거렸다.

거기에 나는 지금까지 한 손 검을 들었다. 아무래도 방패와 함께 들기 위해서 검신이 짧은 녀석들 위주였는데, 지금 들고 있는 스컬 대검은 그 길이가 두 배는 족히 넘었다.

“생각보다 연습해야겠는데?”

아무래도 적응하는 데 며칠은 걸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천마검에 스컬 대검이라…….

와…… 이거 직업은 소환사인데 어찌 전사 무기만 수집되는 이 기분은 조금 선을 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슬슬…… 소환사용 무기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기왕이면 전투에 연관된 거로 말이지.’

보통 소환사 무기하면 통솔력을 올려 주는 무기가 많다.

아무래도 소환사 직업이 통솔력을 무지막지하게 요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나는 전투에 관련된 무기를 원했다.

공격력 증가라든가, 특수한 시너지 효과를 내준다든가, 경험치를 더 먹게 해 준다든가 말이다.

내가 억지 부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무기들이다.

다만 가격이 엄청나게 비쌀 뿐만 아니라 물건을 구경하기도 힘든 게 흠이다.

‘뭐, 안 되면 두 무기를 주력으로 사용하면 될 일이지. 서브 직업을 얻게 될. 수. 도. 있잖아?’

긍정적, 긍정적.

머릿속에 쓸데없는 걱정이나 생각을 막기 위해 나는 행복 회로를 굴렸다.

“참, 하나 더 있지.”

나는 제단 안에 하나의 물건이 더 있다는 것을 떠올리곤 손을 뻗었다.

-퀘스트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절대자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은 셀레스틴 공주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절대자의 흔적을 셀레스틴 공주에게 전해라.]

메인 퀘스트

난이도 : 극악.

내용 : 절대자의 흔적을 셀레스틴 공주에게 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앞길에 적이 나타나니 그를 피해 수도로 입성해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창.

하지만 새롭게 생성되는 퀘스트에 의문이 들었다.

“적이 나타난다고?”

놀랍게도 시스템창이 적이 나타나는 것을 알려 주었다.

생각 외의 친절함에 좋아할 순간이긴 하나 그 뒷문장이 너무나도 찝찝했다.

싸워서 이기라는 것도 아니고, 죽이는 것도 아닌 피해라고 경고를 주었다.

‘지금의 나조차도 감당이 안 되는 적이 나타난다는 건가?’

지금 내 스텟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존재와 싸워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거기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 소환수도 소환수지만, 지금 니베라 후작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가?

소드 마스터인 그와 함께하면 어지간한 적은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적을 피해서 수도로 입성하라라…….”

아무래도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일단 니베라 후작부터 합류해야겠지.”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인던을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이제는 로그아웃해야 할 시간이다.

“내일 하자고.”

뭐, 급하면 급하다고 했겠지. 시간 제안이 없으니 내일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럼, 내일 보자고.”

나는 소환수를 전부 소환수창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그아웃 버튼을 눌러 게임을 종료했다.

* * *

그 시각, 수도 세크드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속.

원래라면 산속에 수많은 산적이 산을 지배하고 있어야 할 곳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존재가 대신 차지하고 있었다.

딱딱딱.

“겔겔겔.”

수많은 스켈레톤이 산속을 어슬렁거리며 주변의 몬스터와 산적을 사냥하고 있었다.

“크악!”

“사, 살려 줘!”

“수도 근처에 망자의 군대라니! 이런 적은 없었다고!”

끝도 없이 밀려드는 스켈레톤에 산적이 절규와 함께 죽어 갔다.

하나 그 산적은 죽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그워어어…….”

죽었지만, 다시 망자의 군대로 다시 부활했다.

좀비나 구울이 된 망자의 군대는 한쪽 방향으로 움직였다. 바로 수도 세크드릭이 있는 방향이었다.

“후…… 이거면 되겠군.”

그런 망자의 군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헬켄.

튜벨란 백작령 마탑 지부에서 도망친 그가 산속에서 망자의 군대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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