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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91화 (91/275)

제91화

#91

전투 원숭이를 죽인다.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에 따라 나는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계속해서 전투 원숭이를 죽였다.

“하하하.”

어느 순간 찾아온 웃음.

그리고 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베고.

베고.

또 베고.

그저 앞으로 걸어가며 계속해서 전투 원숭이를 죽였다.

“우끽끼끽!”

눈앞에 전투 원숭이 30호가 나타났다.

이제 전투 원숭이의 레벨은 230.

처음 나타났던 녀석이 맨손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의 녀석들은 무기까지 들고 나타난다.

검, 도끼, 창.

무기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언가 하나씩 들고 나타나는데, 전투 원숭이 50호부터는 짱돌을 던지는 전투 원숭이도 간간이 나타난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서걱.

-‘전투 원숭이 53호’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원거리 공격이든 근거리 공격이든 나에겐 소용없다. 전투 원숭이가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여 죽이면 되는 일이다.

내 스텟은 이미 360레벨을 넘어선 수준.

눈앞의 전투 원숭이와 100레벨 이상 수준의 차이다.

대망의 전투 원숭이 70호.

이제부터는 난이도가 조금 상승한다.

그 이유는 갑옷 착용.

지금부터는 하나둘씩 갑옷을 걸치고 나오기에 방어력이 상승한다.

그럼 뭐 하나.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로 베기.”

-‘전투 원숭이 70호’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공격력 상승 및 정확도 보정으로 나가는 스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저 70번째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전투 원숭이 100호 Lv.350]

단숨에 50레벨이나 상승해 버렸다.

그리고 단순한 전투 원숭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름표의 색이 달랐다.

황금빛.

전투 원숭이 100호는 이곳 인던의 보스 몬스터다.

“오호. 뭐야. 오랜만에 쓸 만한 놈인데?”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창 때문에 나는 살짝 놀랐다.

-전투 원숭이 100호의 개체 값을 분석합니다.

-개체 값은 95%입니다.

놀랍게도 개체값이 상당히 높았다. 저 정도면 진화 혹은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놈이다.

더군다나 레벨도 350이 아닌가? 적어도 400레벨까지는 충분히 데리고 다닐 만하다는 소리.

그리고 놈의 무기는 건틀릿.

눈앞의 보스 몬스터에게 어울리는 무기 또한 내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지 않은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이번에는 살살 가 보자고.”

나는 지금까지 단숨에 적을 죽이던 방식이 아닌 제압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눈높이 교육.”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격을 비교합니다.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전투 원숭이 100호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제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하앗!”

나는 검을 휘둘렀다.

내가 노리는 부분은 다름 아닌 허벅지. 놈의 기동력을 죽이기 휘함이다.

그 이유는 이곳 전투 원숭이의 특성 때문이다.

인던 밖에 있는 육식 원숭이의 경우 팔 근육이 비상식적으로 발달되어 있다.

나무를 타고 이동하며 원거리 투척을 위해 발달된 것인데, 그와 다르게 이곳 인던의 전투 원숭이는 팔 근육보다는 다리 근육이 더 발달되어 있다.

아무래도 동굴 속에서 자라다 보니 나무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닌 직접 발로 걸어야 한다. 이족 보행에 더 의존하다 보니 허리가 꼿꼿하게 펴진 것은 물론이고, 거의 인간과 흡사한 행동을 한다.

모든 행동의 시작은 다리다.

이동을 위해서는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다리가 움직여야 접근을 한다. 지금 떨어져 있는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도 다리가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에 다리를 먼저 공격해야 한다.

“우끼!”

하나 내가 노릴 부분을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전투 원숭이 100호가 손에 끼고 있는 건틀릿으로 검의 경로를 막아 냈다.

캉!

불꽃이 튀었다.

딱히 큰 힘을 준 것도 아니고,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며 오러도 두르지 않은 공격이기에 내 검은 너무나도 쉽게 튕겨졌다.

내 오른팔이 뒤로 밀려났고, 건틀릿을 낀 주먹이 활짝 열린 가슴을 향해 뻗어 왔다.

“이크.”

나는 발을 굴려 뒤로 물러났다.

부웅.

내 가슴 앞에 멈춘 주먹이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전투 원숭이 100호는 그대로 한 발 앞으로 움직이며 다른 팔을 뻗어 나에게 정권 찌르기를 날렸다.

펑!

정확한 자세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권 찌르기.

하나 이미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공격을 피했다.

‘내가 이래 봬도 널 만난 게 두 번째라 이거지.’

회귀 전에 이미 한번 공략을 했던 놈이다. 그렇기에 조그마한 움직임을 봐도 놈이 어떤 공격을 할지 잘 안다.

전투 원숭이 100호의 양 다리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올려 차기에 이은 회전력으로 또 한 번 차겠지.’

이미 눈치를 챈 나는 그대로 바닥을 굴러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그러자 놈이 허공을 두 번 찼다.

“우끼?”

그러곤 바닥에 떨어지면서 의아한 얼굴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공격은 안 통한다.”

나는 그 말과 동시에 검을 들어 놈에게 접근했다. 복부를 관통하기 위해 검을 내질렀다.

“우끼!”

분노에 가득 찬 전투 원숭이 100호가 거칠게 소리치며 나를 향해 몸을 날려 왔다.

마치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듯 몸을 살짝 비틀어 옆구리에 공격을 당하는 대신 내 가슴을 향해 주먹을 뻗어 왔다.

서걱.

퍽!

전투 원숭이 100호의 얼굴에 미소가 띠어졌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승자의 미소였다.

나는 그런 전투 원숭이 100호에게 욕설을 해 주었다.

“뭘 웃어. X신아.”

그와 동시에 나는 놈의 공격을 막기 위해 내주었던 내 주먹을 거두고 무릎을 위로 들어 올렸다.

퍼어억!

공격에 성공했다는 소리.

“음?”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고, 아주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어우, 쉣. 미안. 내가 X나 미안해.”

남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곳에서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고, 전투 원숭이 100호는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아으…….”

나도 모르게 저 감정에 이입했는지 두 다리를 꼬여 가며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이럴 생각은 없었어.”

나도 모르게 한 변명.

하지만 전투 원숭이 100호는 악에 받친, 아니, 거의 분노로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소리쳤다.

“우끼! 우끼끼끼! 우끼!”

저 말은 내가 육식 원숭이의 주인이 아니더라도, 알 것 같았다.

같은 남자로서 너무하지 않냐?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진심으로 미안하다. 이건 진짜 아니지. 나라도 화낼 것 같다.

전투 원숭이 100호는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쳤고, 나는 그 모습을 불쌍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문뜩 떠오른 생각.

“그 고통에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긴 한데…….”

내 말에 몸부림치던 전투 원숭이가 나를 바라봤다.

촉촉한 눈빛. 그렁그렁한 눈에서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에 내 마음이 더 짠해졌다.

“포획되라. 그럼 고통에서 해방될 거다.”

“우끼?”

놈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멋들어지게 제압해서 진심으로 충성을 받고 싶었다.

근데 어쩌겠는가? 이런 상황인 것을. 받아들여야지.

나는 그 즉시 전투 원숭이 100호를 향해 손을 뻗어 외쳤다.

“고급 포획.”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전투 원숭이 100호를 포획합니다.

-포획에 실패했습니다.

놀랍게도 포획 실패.

여전히 고통에 끙끙대는 전투 원숭이 100호에게 나는 서둘러 외쳤다.

“바보야. 포획되라고. 그래야 고통에서 해방된다고!”

“우끼?”

내 말에 전투 원숭이가 물었다.

고통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그곳도 해결되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멀쩡해져.”

이건 확신이다.

지금까지 포획했던 몬스터를 떠올리면 된다.

내가 팔을 자르건, 반X신으로 만들건 포획되는 순간 멀쩡해진 모습으로 소환수창에 들어갔다.

그러니 지금 눈앞의 전투 원숭이도 마찬가지일 터.

“우끼이끼.”

내 말을 믿겠다며 외치는 소리에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고급 포획.”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전투 원숭이 100호를 포획합니다.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이번에는 포획에 성공.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연이어 올라왔다.

-플레이어 최초로 인스턴스 던전 보스 몬스터를 포획했습니다.

-업적 ‘인스턴스 던전 보스 몬스터를 포획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모든 전투 원숭이를 쓰러뜨렸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완벽하게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시스템창이었다.

하나 나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전투 원숭이 100호 소환.”

내 말에 눈앞에 방금까지 남자의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던 그 녀석이 다시 나타났다.

“전투 원숭이 100호 상태창.”

이름 : 전투 원숭이 100호(변경 가능)

등급 : 유니크

계열 : 동물계

레벨 : Lv.350

스텟 : 근력300 민첩250 체력320 지식50 지혜50

충성도 : 50

성장 가능

진화 가능

눈앞에 전투 원숭이 100호의 상태창을 보며 나는 기뻐했다.

“대박. 성장에 진화도 가능하다고? 이거 개꿀이잖아?”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소환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충성도.

“쩝, 충성도가 왜 이렇게 낮지?”

나는 그 말과 동시에 전투 원숭이 100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놈은 자신의 가랑이에 손을 가져가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끼…… 우끼…….”

뭐가 그리 속상했었던지 눈물은 물론이고 목소리에서 쥬시함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날카로웠다.

-소환수 ‘이름 없음’의 충성도가 하락했습니다.

-충성도는 40%입니다.

“어쭈? 이놈이?”

어이없게도 충성도가 하락했다.

하나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도 내 눈치는 보는 듯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

“그래, 그래. 그래라.”

뭐 어쩌겠는가? 내가 잘못한 것은 맞으니까.

그래도 소환수인데 조금 열이 받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나도 모르게 바닥을 발로 팍 하고 차 버렸다.

그러자 흙무더기가 앞으로 쏟아졌다.

후, 조금은 진정되네. 이제 그만 잊자. 아직 앞길이 창창하잖아? 놈도 나중엔 고마워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대신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나는 그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작은 동상.

그곳엔 전투 원숭이를 닮은 동상이 있었고, 동상이 쥐고 있는 검 한 자루를 바라보았다.

저거다. 내가 기다려 왔던, 그리고 놓치곤 후회했던 그 녀석이 바로 저거다.

나는 동상이 잡고 있는 검을 손에 쥐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레전더리 아이템 ‘천마검’을 획득했습니다.

회귀 전, 내 제자 같은 동생에게 넘겨주었던 그 검이 내 손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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