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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90화 (90/275)

제90화

#90

내 목숨을 노리고 멋지게 달려들었던 둘. 그리고 허무하게 가직스에게 제압당한 암살자.

나는 이들이 누군지 잘 알고 있다.

걸신 형제.

현시점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나중에는 상당히 유명해지는 형제다.

두 형제는 한 인던의 보스 몬스터를 잡아 먹은 사건으로 인해 유명해진다.

당시 컬렉터 길드에서 한 인던을 발견했다.

그것도 기존에 유명한 인던도 아니고, 신규로 발견한 인던이었다.

당연히 컬렉터 길드에서 총 전력을 투자해 사냥에 나섰다.

그 결과는, 전멸 직전. 무려 오십 명이 투입된 던전에서 유일하게 세 명만 살아남았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남은 형제와 간부 시마이.

이 셋만 남은 최악의 상황에 남은 것은 인던의 보스 몬스터.

실패를 예감한 시청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실패를 암시하는 단어를 썼다.

당연히 포기할 거라 생각했던 시청자들과 다르게 셋은 공략을 계속 진행했고, 인던 보스 몬스터를 만났다.

인던 보스 몬스터는 다름 아닌 슬라임.

입장과 동시에 슬라임의 촉수에 끌려간 두 형제였다.

투명한 몸을 가진 슬라임에 삼켜진 형제의 몸이 서서히 녹아 가는 것을 보곤 더욱 실패를 예상하며 조롱의 채팅이 올라왔을 때였다.

갑자기 슬라임이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슬라임 몸에 들어간 두 형제가 미친 듯이 입을 움직여 무언가를 삼키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우걱, 우걱.

천천히 녹아내리던 두 형제의 급작스러운 모습에 채팅창은 죽기 직전의 마지막 발악이라 생각하고 마구 비웃었다.

하나 그것이 던전 공략의 키 포인트였을 줄이야.

두 형제의 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살점에 슬라임의 크기는 점차 줄어 갔고, 끝끝내 형제의 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월오룰 최초로 인던의 보스 몬스터를 배 속에 집어넣은 유저로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몇 년은 지나야 유명해질 형제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나를 노렸다라.”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고작 이 형제를 이용해 나를 노린다고?

이건 치욕에 가까웠다. 나는 치욕스러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실질적으로 이전의 암살자들이 훨씬 위험하다.

이놈들은 가직스의 손에 제압당할 정도로 약한 놈들이고, 내 수준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굳이 내가 작전을 짜고 긴장하며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

물론이건 내 기준이지, 보통 이곳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엔 버거운 상대는 맞다.

두 형제의 강력함은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눈앞의 형제를 이용해 날 공격했다는 것은 날 호구로 보고 있다거나, 함정 카드로 사용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뒤에 한 명 더 있는 거군.’

나는 그제야 시선을 한쪽으로 두었다.

그곳에는 한 유저가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어머, 어쩜 이렇게 색이 시커먼지. 쓰레기 중에 쓰레기인가 보네.”

루이즈가 손에 들린 영혼 구슬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곳으로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놈은 모든 정보를 비공개로 돌렸는지 아이디를 시작으로 레벨과 소속까지 전부 가려진 상태였다.

피투성이가 된 녀석의 얼굴을 들어 보았다.

“역시.”

잘 알고 있는 놈이다.

페리슨. 이곳 약초밭의 관리자다.

관리자이니 이 녀석 또한 컬렉션 길드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리.

날 노린 게 컬렉션 길드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화풀이인가? 그게 아니면…….”

뭔가 나를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손에 묻은 피를 페리슨의 옷자락에 쓱 닦아 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놈이 피투성이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를 향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주문을 완성한 상태에서 루이즈에게 영혼을 빼앗겨 몸속에서 마나가 역류한 현상이라는 것을.

이런 세세한 설정 때문에 유저들이 마법사 직업에 몰리는 것이다.

루이즈에게 영혼을 빼앗기며 의식을 잃어 고통을 못 느꼈으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니겠는가? 물론 강제로 로그아웃 당하겠지만 말이다.

루이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어 ‘페리슨’의 영혼 구슬을 획득했습니다.

-영혼 구슬을 흡수했습니다.

-민첩 스텟이 1 상승합니다.

폴리곤 조각으로 변하는 페리슨.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그가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과 인벤토리에 있던 물건들이 예쁘게 쌓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쌓여 있는 골드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잘 쓰도록 하지.”

날 노린 값은 이걸로 넘어가 준다. 뭐 억울해서 또 덤빈다면 그땐 그거대로 챙겨 주고 말이야.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은 녀석의 장비와 백오십 골드였다.

그것을 챙기곤 다음으로 여전히 가직스에 제압당해 있는 형제를 바라보았다.

두 형제는 바닥에 엎드린 상태다.

등에는 가직스의 팔이 몸통을 뚫고 바닥 깊숙한 곳까지 박혔다는 것을 증명하듯 팔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두 놈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단점이라면 가직스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가직스에겐 아직 비상의 수가 하나 더 있다는 것.

“마무리해.”

내 말에 가직스가 몸을 앞으로 더 숙였다.

가직스의 어깨가 형제로 향하는 순간 그대로 가시가 방출되었다.

퍼퍼벅!

방출된 가시가 형제의 몸을 꿰뚫었고, 그 자리에서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

“잘했어.”

가직스를 칭찬하며 형제가 남긴 아이템을 챙겼다.

내가 이 형제에게 굳이 대화를 통해 의뢰를 한 사람을 묻거나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거든.

저 형제는 다 좋은데 대인 기피증이라고 해야 하나, 타인에 대한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냥 죽이는 거다.

“자, 그럼 하이라이트로 가 볼까?”

나는 죽어 있는 육식 원숭이 왕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축.”

-육식 원숭이 왕(氷)을 도축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육식 원숭이 왕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냉기가 서린 건틀릿’을 획득했습니다.

오우야, 설마?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냉기가 서린 건틀릿]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공격력 : 120-150

-육식 원숭이 왕이 쓰던 건틀릿이다.

-냉기를 머금고 있다.

-적중 시 적의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생각보다 엄청난 물건이다.

아니, 유니크 아이템치고는 엄청나다 못해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어도 이상하지 않을 아이템이다.

그 이유가 있다.

“미쳤네. 적중 시네. 확률이 아니라.”

일정 확률로 상태 이상을 걸게 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적중만 한다면 무조건 상태 이상을 걸어 주는 아이템이다.

이 정도 옵션이라면 유니크가 아니라 레전더리는 되어야 볼 수 있는 수준이며, 그것도 엄청난 금액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수준의 장비다.

그런 장비가 내 손에 떨어졌다.

“환장하겠네…….”

문제는 이 아이템을 낄 존재가 없다는 거다.

그나마 저 건틀릿을 활용할 만한 존재는 나뿐이다.

“내가 하리? 이 짬밥에 내가 하리?”

무려 10년을 검만 잡았던 사람이 나다.

근데 건틀릿이라니. 이건 아니지.

차라리 근접 전투를 하는 인간형 소환수를 찾는 게 정답이다.

그나마 범이가 근접 전투에 가깝다.

그럼 뭐 하는가. 범이는 아이템을 착용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쩝, 좋은데 일단 킵해야겠네.”

당장 팔아 버린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굳이 팔 이유가 없다.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차라리 나중에 근접형 소환수에게 끼워 전력을 키우는 게 정답일 것이다.

“뭐, 정산은 끝났고, 이제 인던으로 향하면 되나?”

나는 저 멀리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아까 내가 파이어 볼을 던졌던 곳이자, 화재로 인해 주변이 새까맣게 불타 버린 곳이다.

그곳에 인던으로 향하는 포털이 생성되어 있다.

무조건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화재가 난 곳에 정예 몬스터가 등장해야지만, 인던의 입구가 생성된다.

“필드 보스 몬스터도 되는지는 몰랐지만 말이야.”

회귀 전에는 정예 몬스터였기에 살짝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필드 보스 몬스터로도 충분히 생성됐다.

-숨겨진 인스턴스 던전을 찾았습니다.

-인스턴스 던전 ‘전투 원숭이 사육장’을 발견했습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아이템 드랍율이 두 배가 됩니다.

“드디어…….”

나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

뭔가 벅차오르는 가슴에 나도 모르게 살짝 흥분했다.

이곳이다. 형님, 형님 하며 따르던 동생이자, 제자 녀석이 이곳에서 검을 주웠고, 그 덕분에 랭커가 되었지.

그때 얻은 천마검.

회귀 전의 멍청한 나는 그걸 제자에게 주었다.

그가 먼저 발견했으니까.

탱커에 가까운 나보다 딜러인 제자가 쓰는 게 합당하다며 양보했었다. 그리고 그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그러니 이번에는 후회 없이 내가 챙겨 주마.

“들어가자.”

나는 인던에 입장했다.

* * *

[전투 원숭이 사육장]

난이도 :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10명

입장 조건 : 200레벨 이하

공략 조건 : 던전 내 모든 전투 원숭이를 죽여라.

이번 인던은 심플하다. 전투 원숭이를 사냥하면 되니까.

심지어 이번 인던은 외길이라 구조도 단순하다.

쭉 이어지는 길을 계속해서 앞으로 가다 보면 넓은 회랑이 나오는데 그곳에 있는 전투 원숭이와 한판 붙으면 된다.

당연히 싸움은 일대일로 진행한다.

“회귀 전에는 제자가 다 싸웠지.”

직접 싸우는 건 제자였다.

처음 몇 판은 쉽게 이겼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전투 원숭이의 패턴이 다양해지고, 갈수록 강력해져 갔다.

“그럼 뭐 해. 내가 있는데.”

내가 누군가? 검은 손 길드의 지략가 시저가 아닌가?

당연히 전투 원숭이의 패턴은 내 머릿속에서 빠르게 해석되었고, 내 조언을 받기 시작함과 동시에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계속해서 이겨 나갔다.

그리고 끝에 마지막으로 얻은 보상이 천마검이었다.

“이번엔 내가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인던을 공략하기엔 나 말고 딱히 어울리는 소환수가 없다.

전투 원숭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데, 나는 그 패턴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내가 하는 게 정답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가자 첫 번째 커다란 회랑이 나타났다.

“우끼우끼!”

[전투 원숭이1호 Lv.200]

내가 도착함과 동시에 전투 원숭이가 나를 보며 한 판 싸우자는 듯 괴성을 질렀다.

“그래, 그래. 한판 붙자.”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천천히 한발 한발 걸어갔다.

“스읍. 하…….”

뭘까. 이 묘한 기분은.

회귀 전에는 제자라 부르던 녀석이 걷던 길을 내가 걸어서일까? 아니면 천마검을 먹을 생각에 기대감에 부푼 내 기분일까?

모르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이 나를 자극한다.

“후후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일까. 눈앞의 전투 원숭이가 나를 향해 진한 살기를 뿜어냈다. 자신을 비웃었다고 생각하는 듯 잔뜩 화가 났다.

“우끼끼!”

육식 원숭이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 때리겠다는 듯 커다란 동작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눈앞의 전투 원숭이를 보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

지금 이곳에 서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 이건 원래 내가 걸었어야 할 길이다.”

제자에게 양보했던 것이 잘못되었다. 내가 탱커라고 양보한 것이 잘못되었다. 그저 길드원이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만 본 것이 잘못되었다.

여기는 내가 공략했어야 했고, 내가 그 보상을 가졌어야 했다.

회귀 전에 내 인생이 망가진 이유 중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이곳이다.

“그러니 비켜라. 내가 간다.”

나는 달려드는 육식 원숭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깔끔한 베기.

육식 원숭이의 몸이 상, 하체로 나뉘며 피를 뿜어내더니 그대로 폴리곤 조각으로 변해 흩어졌다.

-‘전투 원숭이 1호’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한 번에 들어오는 경험치만 3,000.

기본 경험치가 밖에 있는 육식 원숭이의 두 배다.

거기에 식탐의 목걸이와 최초 발견 보너스까지. 경험치가 복사되고 있다.

그리고 한 마리 사냥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초. 검 한 번 휘두르는 시간이면 된다.

이곳 인던은 시체가 바로 사라진다. 도축할 필요도 없다는 소리.

그저 앞으로 갈 뿐이다.

“가자.”

나는 소환수를 데리고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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