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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89화 (89/275)

제89화

#89

“그럼 시작해 보자고, 파괴의 가호.”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32% 상승시킵니다.

당연히 파괴의 가호가 가장 먼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팅고가 방패를 앞세워 앞으로 튀어나갔다.

“주인님을 위하여!”

상당히 유창해진 언어를 내뱉는 팅고다.

이번에 지식과 지혜 스텟이 상승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말을 똑바로 한다.

그런 팅고를 향해 육식 원숭이 왕이 맞대응하겠다는 듯 앞으로 튀어나왔다.

“우끼익!”

우렁찬 포효.

그에 맞서 지지 않겠다는 듯 팅고도 거칠게 포효했다.

“끼에륵!!”

뭐 하러 저렇게 힘을 빼나. 그냥 쉽게 잡을 수 있는데.

자, 그럼 한번 해 볼까? 범이와 팅고의 환상의 콜라보를!

나는 그 즉시 외쳤다.

“범이 마안!”

“냐앙!”

-소환수 ‘범이’의 스킬 ‘마안’이 발동되었습니다.

-육식 원숭이 왕(氷)이 마비에 걸렸습니다.

방금까지 육중한 몸을 끌고 나를 향해 달려들던 놈이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었다.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팅고, 포효! 그리고 일기토!”

-소환수 ‘팅고’가 스킬 ‘포효’를 사용합니다.

-육식 원숭이 왕(氷)이 공포에 질립니다.

-소환수 ‘팅고’가 일기토를 사용합니다.

-대상은 육식 원숭이 왕(氷)입니다.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20% 떨어뜨립니다.

아직 멀었다.

“범이 울부짖기!”

-소환수 ‘범이’가 스킬 ‘울부짖기’를 사용합니다.

-육식 원숭이 왕(氷)의 이동 속도가 줄어듭니다.

순식간에 디버프와 상태 이상으로 덕지덕지 발라진 육식 원숭이 킹.

이제 남은 것은 공격뿐.

“팅고 돌진!”

“충!”

내 명령에 팅고가 그대로 방패를 옆으로 치워내고 어깨를 앞으로 세워 달려갔다.

두두두두.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육식 원숭이 킹을 향해 돌진, 그대로 부딪쳤다.

쾅!

육식 원숭이 왕은 거대한 소리와 충격에 의해 가슴팍을 훤히 보이며 날아갔다.

그 모습에 나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팅고 치명적인 일격! 범이 메가톤 펀치!”

-소환수 ‘팅고’의 스킬 ‘치명적인 일격’이 발동되었습니다.

-추가 대미지가 상승합니다.

-크리티컬 확률이 상승합니다.

-소환수 ‘범이’의 스킬 ‘메가톤 펀치’가 발동되었습니다.

-근력 수치만큼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내 명령에 팅고가 검을 세차게 휘둘렀고, 범이는 활짝 열려 있는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서걱.

퍼억!

두 개의 효과음.

그 효과음이 사라지자 대신해서 사운드를 채워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창이었다.

-육식 원숭이 왕(氷)을 쓰러뜨렸습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은 나중에 봐도 된다.

대신 나는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필드 보스 몬스터 사냥. 참 쉽죠?”

진심을 담은 내 미소를 보여 주었다.

채팅창은 폭발했다.

* * *

-와…… 와…….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지, 지금 소환수 둘이서 245레벨 필드 보스 몬스터를 죽였다고?

└그것도 아무것도 못 하고 그대로 녹아 버렸음.

-이게 말이 되냐? 이게 실화라고?

-눈으로 보고도 안 믿어지네. 사냥하는 데 10초는 걸렸나?

└이것저것 버프 준다고 20초 정도 걸림. 문제는 진짜 사냥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초 정도밖에 안 됨.

시청자는 자신이 목격했던 모습을 부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상식적으론 고작 소환수 두 마리로 필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소환수가 강하다고 한들 필드 보스 몬스터는 급이 다르다.

보통 필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적정 인원이 열 명 정도다. 그것도 전부 공격하는 사람도 아니고, 세 명의 탱커와 네 명의 힐러, 여섯 명의 딜러가 있어야지 가장 무난하고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하다.

근데 지금 라이브로 보지 않았는가?

고작 둘이다.

그것도 소환수 둘이서 245레벨의 필드 보스 몬스터를 찍어 눌렀다.

라이브 방송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눈으로 본 것을 믿지 못해 채팅으로 자기가 본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게 혼자만이 아니라 방송을 보고 있는 모든 시청자가 똑같이 반응했다.

거기에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지는 필드 보스 몬스터의 모습과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이게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

-소환사 사기네. 왜 이걸 아무도 못 한 거지?

-이 정도면 너프 각인데?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소환사 약합니다. 저분이 운이 좋은 거예요.

└ㅇㄱㄹㅇ. 난 진짜 우리 똘똘이 생각하면 ㅜㅜ

└마자마자. 우리 복실이도 얼마나 약한데. 사랑하기에 데리고 다니는 거지.

└후, 님들은 그래도 귀여운 소환수인가 보네요. 저는 오크 데리고 다니는데 냄새 때문에 코가 마비될 것 같습니다.

└하…… 전 오늘 소환수 또 죽었어요. 24시간 손가락 빨게 생겼습니다.

└빌어먹을 소환수. 왜 난 소환수로 행복해질 수 없는 거야.

└우리도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죠.

어느새 채팅창은 소환사를 직업으로 둔 이들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가 시저의 방송을 보러 온 곳인지, 그게 아니면 소환사들의 신세 한탄 썰을 푸는 곳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채팅창은 시저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한 글로 변했다.

-대박. 나도 저런 소환수 가졌으면 좋겠다.

-두 마리도 안 바란다. 딱 한 마리만 저 정도였음 좋겠다.

-이쯤이면 어지간한 랭커 소환사들도 이기겠는데?

-지금 최상위 랭커에 소환수랑 비교해도 안 꿀릴 듯.

-진심 부럽다. 그 와중에 고양이라는 게 너무 부럽다.

└ㅇㄱㄹㅇ 나도 진심으로 부러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

모두의 부러움 속에 라이브 중인 시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입니다.”

라이브 방송이 끝났음을 알리는 말.

그 말에 아쉬운 시청자들이 열심히 채팅을 쳤다.

-좀만 더 방송합시다.

-님 말고 범이 님! 범이 님 특집 방송해 주세요.

-어림없는 소리. 여왕님 특집 방송 해 주세요!

-팅고도 좋은데…….

-얼마 드리면 좀 더 방송해 줌?

-자 다 같이 노 한번 저어 봅시다.

└영!

└차!

└영!

└차!

└차!

사실 시저의 방송은 얼마 안 된 건 사실이다.

인사와 함께 불을 지르더니 어느 순간 필드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

필드 몬스터는 순식간에 화재를 제압했고, 서로 잠시 노려보더니 스킬 콤보 한 방에 쓰러졌다.

전부 다 합쳐 봐야 고작 7분도 안 되는 방송.

당연히 시청자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방송이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난감하네요……. 딱히 보여 드릴 것도 없는데 말이죠.”

조금이라도 방송을 더 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부탁에 시저가 난감하다는 듯 턱을 긁적였다.

그러다가 문뜩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질문 세 가지를 받는다고 했는데, 매니저 님 질문 리스트 뽑혔습니까?”

시저의 질문에 순간 채팅창이 막혔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채팅을 치지 못하고 그저 보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비어 있는 채팅창에 매니저가 말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 채팅을 본 시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시다시피 소환사입니다. 다만…….”

살짝 말끝을 흩트리는 시저.

그의 입이 열리기까지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흘렀고, 그 찰나의 순간에 침이 넘어가는 것을 느끼는 시청자였다.

“레어 등급 이상이라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 말에 무슨 등급이냐고 묻고 싶은 시청자였다.

하나 막혀 있는 채팅창에 아무리 글을 쓰고 엔터를 눌러도 채팅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고양이는 어디서 얻었나요?

두 번째 질문지에 상당히 난감한 얼굴의 시저였다.

“그러네요. 소환사 직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소환사 직업을 골랐을 때 처음 알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범이를 그때 얻었습니다.”

시저의 대답에 이어 세 번째 질문이 올라왔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범이 님 전용 채널은 만들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적극 고려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해 보겠다는 시저였다.

그와 동시에 잠겨 있던 채팅창이 풀렸다.

세 가지 질문을 받는 동안 막혀 있던 것에 대한 분이라도 풀려고 하는 것인지 평범한 눈으로 절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올라왔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정중한 인사를 하는 시저.

숙였던 고개를 들었을 때 시저의 입이 열렸다.

“범이야.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해요.”

그와 동시에 손에 들린 육포에 범이가 코를 킁킁거렸다.

그러고는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더니 식빵 굽는 자세로 커다란 하품을 한번 보여 주었다.

“냐아앙.”

그것을 끝으로 방송은 끝났다.

하나 시저의 방송을 시청한 이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범이의 모습에 귀엽다고 칭찬하는 채팅을 시작으로 끝에는 소환사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의 채팅을 끝으로 더 이상 채팅을 칠 수 없었다.

-소환사 중에 최고는 시저 님인 듯. 반박 시 머머리.

그 누구도 반박하기 힘들었다.

* * *

방송을 종료한 나는 몸을 돌려 범이와 팅고를 칭찬했다.

“고생했어. 둘 다 멋진 활약이야.”

내 말에 둘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당연한 일을 했습니다.”

팅고는 이제 말하는 것이 능숙해졌다.

그래서인지 하는 말도 상당히 멋졌는데, 나를 향한 충성심이 가득한 대사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말이지 진화 한 번 했다고 이렇게까지 멋있어지기 있기? 없기?

참으로 든든하다.

“냐앙.”

든든한 국밥 한 그릇 먹은 듯한 기분을 내주는 팅고와 다르게 범이는 내 근처로 오더니 앞발톱을 꺼내 들어 나를 향해 찔렀다.

“아! 아야!”

저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

당장 먹을 걸 내놓으라는 의미다.

충분히 고생했으니 당연히 줄 것인데도 저렇게 꼭 티를 내면서 나를 괴롭히고 싶어 한다.

완전 애야. 애.

진짜, 어딜 가도 이렇게까지 의지가 뚜렷하고 먹을 걸 좋아하며 집사를 괴롭히는 고양이는 아마 범이 뿐일 것이다.

있다면 나와 봐라. 내가 뭘 한다는 건 아니고, 한번 구경하게.

그런 거다.

“그럼, 한탕 챙겨 볼까?”

이제 남은 것은 육식 원숭이 왕의 시체를 도축하는 일.

다른 무엇보다 인던 안에 또 하나의 인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천천히 시체로 향하는데, 갑자기 루이즈가 나에게 안겼다.

“주인님. 있잖아 궁금한 게 있는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애교 가득한 목소리.

거기에 나를 향해 점점 밀착하는 바람에 딱딱한 갑옷의 감촉이 날 딱딱하게 만들었다.

“왜, 왜, 왜 이래?”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기겁하며 루이즈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나 루이즈는 내 손길을 능숙하게 피했고, 바짝 붙어 내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뒤에 세 놈이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

그 말에 나는 흠칫 놀랐다.

방금까지 걷던 내 걸음이 멈췄다.

하나 나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걸었다.

대신 루이즈를 향해 손을 뻗어 편하게 나에게 안길 수 있도록 허리와 등을 받쳐 주었다.

“멀어?”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루이즈 또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말했다.

“두 놈은 가까워. 이미 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접근 중이고, 한 놈은 저 멀리서 주문을 외우고 있어.”

그렇단 말이지.

안 그래도 저번에 암살자가 찾아오고 며칠 조용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또 나타날 줄이야.

아무래도 진지하게 누가 나를 노리고 있는지 고민 좀 해 봐야 하나 싶다.

“쩝, 별수 없지.”

뭐, 일단은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루이즈에게 부탁했다.

“내가 소란을 피우면 멀리 있는 놈을 부탁해.”

“알겠어.”

그와 동시에 내게 안겨 있는 루이즈를 천천히 떼어냈다.

그리고 나를 노리기 편하도록 루이즈에게 범이가 있는 곳으로 향하라고 했다.

이제 눈앞의 육식 원숭이 왕을 서둘러 도축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도축.”

순식간에 육식 원숭이 왕의 시체가 사라지며 인벤토리에 쌓이는 아이템과 시스템창을 바라보려는 순간이었다.

“죽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 자리에서 나도 검을 뽑아 대응하려는 찰나였다.

“커억!”

“크악!”

나보다 빠르게 반응한 소환수가 있었다.

그 소환수는 다름 아닌 변이 가직스.

“카락!”

두 놈은 변이 가직스의 손에 붙잡혔다.

그리고 나를 습격한 자들의 정체 또한 잘 알고 있다.

“오호라.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습격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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