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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88화 (88/275)

제88화

#88

채팅창이 폭발했다.

이해한다. 나라도 누군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인사와 동시에 산에 불을 지르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도 작은 불씨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스크롤 주문서 꺼내 파이어 볼을 생성, 그것을 망설임 없이 산속으로 던져 커다란 불길을 만들어 내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당부의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산에 불을 지르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보통의 경우 경비병 NPC에게 끌려가거나 그 자리에서 즉각 사형을 당합니다. 아주 재수 없을 경우엔 귀족의 성에 있는 감옥에 갇히기도 하죠.”

나는 친절하게 그런 상황이 되면 결국 캐릭터 삭제 말고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알려 주었다.

그런 내 모습에 시청자는 더욱 의아하다는 채팅을 쏟아 냈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님은 왜 불 지름?

-아니, 애초에 통제 구역 아님? 어떻게 들어감?

-와, 근데 겁나 잘 타네.

-불타오르네~ 퐈이야!

나에게 설명을 부탁하는 시청자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당장에라도 말해 주지 않으면 뭔가 사고라도 칠 기세였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저는 퀘스트 진행 중입니다. 퀘스트를 따라가니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요.”

내 말에 오히려 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채팅이 올라왔다.

대부분 무슨 퀘스트인지 궁금했고,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지간한 질문이라면 대답을 해 주겠지만, 메인 퀘스트 관련이니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줄 순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 없다. 곧 있으면 정예 몬스터가 나타날 시간이니 말이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커다란 포효가 들려왔다.

“우워어어어어!!”

그와 동시에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좋아. 기억하는 그대로군.’

회귀 전, 당시 나는 검은 손 길드의 신입으로 나와 함께 신성이라 불리는 몇 유저와 함께 이곳에서 사냥을 했다.

유일하게 형님, 형님 하며 따르던 동생과 세 명의 유저와 함께 사냥을 했었다.

우리 파티는 안정적으로 사냥을 진행했고, 오히려 다른 파티와 같은 시간에 사냥을 시작했음에도 빠르게 숲속 깊숙한 곳까지 이동했다.

그런 우리 뒤를 바짝 따라오던 한 파티가 있었는데, 우리 파티보다 먼저 이곳에서 자리 잡아 사냥한 지 일주일 되었다고 한다.

파티원의 숫자는 일곱으로 마법사가 주력인 파티는 화려한 마법을 이용해 육식 원숭이를 나무에서 떨어뜨려 사냥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신입이라 할 수 있는 우리 파티에게 사냥감을 계속해서 빼앗기니 그들 또한 새로운 대처법으로 마법을 이용한 선공권을 장악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육식 원숭이 무리를 동시에 발견했다. 선공권을 가지기 위해 그들이 마법으로 먼저 공격했을 때였다.

콰앙!

육식 원숭이에게 맞아야 할 파이어 볼이 지면으로 추락, 하필이면 마른 장작이 쌓여 있던 곳에 떨어져 산불이 난 것이다.

당연히 사냥터는 난리가 났다.

갑작스러운 불길에 산 주변으로 숲속이 전부 불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불길은 거세게 타올랐고, 숲과 산을 홀라당 다 태워 먹을 기세로 강력하게 뿜어졌을 때였다.

‘그때 정예 몬스터가 등장했지.’

순식간에 나타난 정예 몬스터.

놀랍게도 물 속성을 가진 특별한 놈이었는데, 놈이 뿜어내는 물 덕분에 화재는 금세 진압, 대신 그 분노가 플레이어를 비롯해 흐레블레 백작령까지 습격할 정도였다.

당신 나와 길드원은 재수가 좋아 정예 몬스터의 습격을 받지 않았는데, 그때 발견한 것이 바로 인던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인던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고, 지금 이렇게 불을 지른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의문이 들것이다. 인던의 위치를 아는데 굳이 왜 불을 질렀을까?

그것 또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정예 몬스터가 드랍하는 열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가 던전에서 나와 다른 영지로 향하는 길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정예 몬스터를 사냥하면 나오는 열쇠가 인던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인던으로 향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

이미 우리는 천마검이라는 엄청난 레전더리 아이템을 먹고 나왔는데, 그 속에 또 하나의 인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던을 탐험하는 영상을 본 순간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름 아닌 천마검이 열쇠 역할을 한다는 것.

열쇠와 천마검이 둘 다 있어야지만 제대로 된 인던을 탐험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이 고생 중이고.’

내가 알기론 여기 정예 몬스터는 상당히 강력한 놈이다. 병사 NPC 여럿이 죽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놈을 상대해야 하기에 단단히 마음먹고 준비 중이다.

우지끈, 콰앙!

눈앞의 거대한 나무가 쓰러지며 땅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등장하는 몬스터.

[육식 원숭이 왕(氷) Lv.245]

붉은색의 이름. 뭐야.

“왜 형이 나와?”

정예 몬스터가 아니라 필드 보스 몬스터였다.

* * *

갑작스러운 필드 보스 몬스터의 등장.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시저도 아니고,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도 아니다.

시저를 죽이기 위해 의뢰를 맡긴 남자인 페리슨이었다.

‘이곳에 필드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고? 지금까지 내가 관리하는 동안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는데?’

한참 떨어진 곳에서 시저와 필드 보스 몬스터를 바라보는 그는 어이가 없었다.

필드 보스 몬스터의 가치가 얼마인가?

그는 특히 돈에 민감한 컬렉터 길드 소속이었으니, 그 가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사업장을 망쳐서 어떻게 분풀이를 해 줄까 했는데…… 필드 보스 몬스터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필드 보스 몬스터에게서 레전더리 아이템이라도 하나 뜨는 순간 엄청난 금액이 손에 들어온다.

망가진 이곳 사업장을 다시 확장하고 키워내는 것도 모자라 다른 영지에 사업장을 만들 정도의 금액을 벌 수 있다.

그렇기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저 필드 보스 몬스터를 스틸하기 위해 좋은 방법을 생각하던 페리슨은 문뜩 생각났다.

‘그 녀석들은 어디 있는 거야?’

한 끼 먹을 때마다 100골드는 우습게 사용하는 대식가 형제를 말이다.

두 형제의 직업은 특이하다.

형의 직업은 유니크 직업으로 ‘폭식 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포만감에 따라 화력이 달라지는 특이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데, 포만감이 가득 차올랐을 때는 기존 스텟의 화력보다 2배 정도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직업이다.

대신 사냥 전에 배를 두둑이 채우지 않으면 1인분도 못하게 될 정도로 약해지는 것이 큰 단점인 직업이다.

동생 또한 유니크 직업이다.

굶주린 전사란 직업으로 특이하게도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차지 않는 특이한 직업이다.

당연히 포만감이 차지 않기에 페널티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체력 회복력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약점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 직업이다.

직업 자체의 페널티라 그런지 그에 따른 특별한 효과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공격력.

똑같은 스텟과 똑같은 장비와 똑같은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훨씬 월등한 대미지를 낼 수 있다.

유니크 직업의 두 형제에게 시저를 죽여 달라는 의뢰는 한 지 나흘째다.

슬슬 소식이라도 들려야 하는데 너무 조용하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멍청이들도 생각이 있다면 오늘 노리겠지.’

적어도 생각이란 걸 할 줄 안다면 말이다.

하물며 자신도 형제가 실패할 경우 대비해 자신이 두 번째 함정 카드로 이렇게 오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형제를 찾아 고개를 돌려가며 찾아보았다.

‘왔군.’

시저의 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 있는 형제를 발견했다.

형은 전투에 앞서 열심히 입으로 먹을 것을 집어넣고 있었고, 동생은 그 모습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형제가 준비하는 동안 페리슨도 준비했다.

‘어디 한번 맞아 봐라.’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준비했다.

그 마법은 다름 아닌 레전더리 등급의 ‘트윈 사이클론’이라는 스킬.

스킬 북만 5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스킬이자 엄청난 위력을 내는 스킬이다.

페리슨은 두 개의 회오리가 저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찢어발길 수 있길 바라며 스킬 발동을 준비했다.

* * *

예상치 못한 필드 보스 몬스터 등장.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해졌다.

‘뭐, 그럴 수 있지. 이미 미래는 상당히 바뀌었는걸? 몇 번 경험도 했고.’

내가 기억하던 월오룰과 이제는 바뀌어 버린 월오룰에 익숙하다.

그리고 이것은 기회가 아닌가?

정예 몬스터도 아니고 필드 보스 몬스터. 드랍하는 아이템의 질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사냥하기 전에 앞서.’

나는 육식 원숭이 왕을 바라보았다.

-개체 값을 분석합니다.

-개체 값은 10%입니다.

일단 포획하느냐 마냐의 후보에서 탈락이다.

지금까지 많은 몬스터를 포획해 보면서 얻은 지식으로 개체값이 최소 90%은 넘어야 미래가 보장된다.

그러니 저 녀석은 가치가 없다는 뜻.

근데 보고 있자니 조금 탐나긴 한다.

“우끼익! 끼익!”

육식 원숭이 왕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수증기다.

사아아아.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수증기는 평범한 수증기가 아니었다.

필드 보스 몬스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빙 속성 계열의 몬스터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는 냉기를 머금고 있는 수증기였고, 그 수증기가 주변의 불길을 꺼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불길은 금방 잡혔다.

내가 불을 질렀다곤 하나,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불을 지른 것은 아니다. 적당히 정예 몬스터를 불러낼 정도로만 태웠다.

물론 불이 내 생각보다 잘 붙어 예상 범위를 넘어갔지만, 필드 보스 몬스터에겐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

“우끼르…….”

어느새 주변 불길을 전부 꺼트리곤 나를 향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 주변에 나와 소환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 화재를 일으킨 범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저러는 거다.

“어휴, 눈빛 한번 더럽게 살벌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방송 중인 것을 잊지 않고 멘트를 날렸다.

채팅창에서도 동의한다는 듯한 채팅이 무수히 올라왔고, 그중에 하나 눈에 들어온 질문이 있었다.

-근데 사냥 가능하심? 렙 차이 엄청날 텐데.

“그러게요. 상당히 버거워 보이기는 하네요.”

버거워 보이는 이유가 있다.

일단 육식 원숭이의 보통 키가 55cm~65cm 정도다.

근데 눈앞의 왕이라는 녀석의 키는 무려 165cm 정도는 되어 보였다.

거기에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상당히 차가웠다.

쿵, 쿵.

무게도 상당한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땅이 울리고 있었다.

원숭이라기보단 고릴라 혹은 괴수 영화에 어울릴 법한 험상궂은 얼굴은 어지간한 이들도 눈빛을 마주하기 벅찼다.

그런 놈을 바라보던 나는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뭐, 그래 봐야 몬스터 아니겠습니까? 범이와 팅고 둘이면 충분하겠네요.”

나는 견적이 나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검을 검집에 넣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는 빠지고 범이와 팅고만으로 사냥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외치며 내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대신 해서 팅고가 앞으로 튀어나와 방패를 들고는 자세를 취했다.

크…… 뒷모습만 봐도 벌써 든든한 팅고다.

이번에 진화하면서 확실히 마음이 편할 정도로 강인해 보이는 뒷모습이다.

“냐앙.”

그런 팅고 바로 아래 범이가 자리를 잡았다.

한 번의 진화를 통해 이제는 한시름 걱정을 덜은 범이.

앞으로 레벨 10을 더 올려 환수계를 방문하여 진화까지 할 예정이다.

이 얼마나 기대되는지. 그날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든든한 두 소환수가 준비를 마쳤다는 듯 나를 힐끔 바라봤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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