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84화 (84/275)

제84화

#84

시간이 흘러 방송 준비를 마친 나는 나무를 베고 남은 자리에 걸터앉았다.

“후,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육식 원숭이 사냥터 한가운데.

빼곡하게 자라 있는 나무가 둘러싸인 곳이 아니라, 커다란 공터에 있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내 발아래는 범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그 옆으로 밧줄 뭉치가 있다.

이 밧줄 뭉치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물론 이건 방송의 재미를 위해 절대 보여 주지 않을 생각이다.

카메라의 각도는 항상 위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닥을 비출 때가 있겠지만, 절대 밧줄 뭉치는 보일 생각이 없다.

그렇게 앉아서 잠깐 쉬고 있자니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시저 님 한 팀장입니다.

“반갑습니다. 팀장님. 저번 영상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번 방송의 풀 영상과 하이라이트 두 가지를 전부 챙겨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실력이 좋아서였다.

화면 전환이나 적절한 BGM은 물론이고, 채팅창 관리도 투명하게 잘 되었다.

방송만이 아니었다.

방송 때와는 다르게 나를 중심으로 만든 편집 영상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원래 비기너 님의 실력도 좋았지만, 팀이 생기자 전보다 영상이 훨씬 고급스러워진 것은 물론이고 더욱 재밌어졌다.

그 증거로 확실히 이전 영상보다 훨씬 늘어난 조회 수며 구독자의 숫자도 증가했다.

지금 내 구독자가 100만 명이다.

100레벨 때의 루키이자 라이브 방송 한 번, 영상이라곤 열 개도 되지 않는 유저치고는 엄청난 숫자.

단 한 번의 방송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물론 이건 범이의 덕분이기도 하다.

오프닝 영상으로 나갔던 범이의 그루밍하는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해 주었다.

순식간에 범이 팬 카페의 회원 수가 200만 명이 넘어가는 중이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범이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내 방송을 찾아올 사람이 더 있다는 소리기에 기뻐할 일이다.

추가로 댓글에 팅고와 루이즈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잘 눈에 안 띄지만, 댓글 창을 관리하는 직원의 말로는 나날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다가 팅고랑 루이즈 팬 카페까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 웃음이 나왔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서포트 하겠습니다.

-오늘 방송 콘셉트와 저희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슬쩍 오늘 어떤 식으로 방송을 할지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되면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마지막에 범이의 스틸샷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오늘 방송 제목은…… 이게 좋겠군요 ‘육식 원숭이 사냥. 참 쉽죠?!’ 면 되겠군요.”

내 말에 한 팀장이 그 자리에서 바로 방송 제목을 바꿨다.

그리고 이제 방송 시작까지 5분 남았다.

-그럼 시간에 맞춰 신호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남은 휴식 시간은 5분.

나는 심호흡을 하며 방송 준비에 들어갔다.

* * *

예정된 시간.

나는 준비한 바위에 걸터앉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시저입니다.”

내 인사에 맞춰 내 소환수도 같이 인사했다.

“반가워.”

“냐앙!”

“충!”

“카락!”

루이즈 범이 팅고, 그리고 가직스까지 인사하는 모습이 차례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탓에 그 어떤 채팅을 하나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에 우연한 기회로 눈에 하나 들어온 게 있다.

-시저 님 지금 육식 원숭이 사냥터라는데 거기 통제 구역인데 어떻게 들어갔음?

딱 하나 보인 그 글에 웃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지금 이곳은 통제 구역이죠. 지금도 저기 멀리 사냥터 입구에는 통제 중입니다.”

내 말에 채팅창이 요란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곤, 채팅창을 보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소통은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할 듯하니 얼른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겠다.

“아무튼. 지금 이곳은 육식 원숭이 사냥터입니다. NPC가 통제하는 바람에 숲속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몬스터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주변을 비춰 달라는 뜻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화면이 움직여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 주었다.

“그럼, 육식 원숭이를 불러 볼까요?”

나는 미리 피워두었던 모닥불로 향했다. 그러고는 인벤토리에 있던 고기 네 덩이를 꺼내 들었다.

“그전에 육식 원숭이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나는 입으로는 육식 원숭이에 대해서 알려 주며, 손은 꼬치에 고깃덩어리를 끼워 모닥불 안으로 집어넣었다.

“육식 원숭이의 경우 평균 스텟은 120으로 추정됩니다.”

그 말과 함께 채팅창을 힐끗 보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응? 육식 원숭이 스텟을 알고 있다고?

-뭡니까? 몬스터 연구라도 하셨나.

-데이터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면 개인적인 의견입니까?

“물론 추측 데이터입니다. 제 스킬 중에 ‘몬스터 연구가’라는 패시브가 있긴 하나 등급과 레벨이 낮아서 제대로 된 데이터를 볼 순 없거든요. 뭐, 아니면 한 마리 포획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요.”

나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육식 원숭이 사냥이 힘든 것은 놈들이 나무 아래에서 내려오지 않고 나무에 매달린 상황에서 플레이어를 공격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스킬로 말이죠.”

또 한 번 채팅창이 줄지어 올라온다.

볼 수 없는 수준이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공용 스킬의 투척은 아닙니다. 그건 논타킷팅이니까요. 하지만 육식 원숭이가 쓰는 투척 스킬은 타깃팅이라는 점입니다. 도망쳐도 따라오죠. 유도 스킬일 겁니다. 아마 노말 등급으로 말이죠.”

그사이 네 번째 고깃덩이를 모닥불 속에 넣었다.

“대신 육식 원숭이의 약점은 나무에서 내려오면 별 볼 일 없는 몬스터입니다. 손쉽게 죽일 수 있죠.”

-우리도 그건 알아.

-그거 보려고 방송 기다리는 거 아니다.

-개인적인 추측은 나중에 글로 쓰고, 방송에서 무슨 짓인지 모르겠네.

순간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왔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가지고 자기가 연구한 척 방송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다며 시청자 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욕설을 하거나 방송을 터트리려고 선동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강퇴 당함으로 클린한 채팅창이 유지되었다.

그런 와중에 몇 시청자가 놀랍다는 채팅을 썼다.

-그거 자지언트 렛 고기 아님?

└육식 원숭이가 환장하며 달려드는 그거?

└나 저거 꺼내서 먹다가 그 자리에서 다굴 맞아서 죽었는데.

-님 그러다가 죽어요!

몇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 덕분에 슬쩍 웃었다.

“어떻게 바로 알아차리시네요. 맞습니다. 자이언트 렛 고기는 육식 원숭이가 환장하는 고기죠. NPC 때문에 겁을 먹고 도망친 놈들이 몰려들게 하기엔 딱 적합한 물건이죠.”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저 멀리서부터 육식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끼긱!”

“우끼끼, 우끼!”

마치 신난 듯이 달려드는 육식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펴졌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방금까지 조용하던 사방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얼마 가지 않아 찾아온 정적.

대신 들려오는 것은 뚝뚝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이휴, 엄청 몰려들었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육식 원숭이는 일반 원숭이와 똑같이 생겼다. 현실의 원숭이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비상식적으로 두꺼운 팔뚝이다.

머리, 몸통, 다리는 평범한 원숭이라면 팔뚝만큼은 몇 배는 굵고 튼튼한 근육질이라는 소리다.

-와…… 이게 신종 자살법인가?

-이대로 죽어도 역사적인 날이다.

-몇 마리야? 백 마리는 거뜬하게 넘어 보이는데?

모두가 왜 이러는지 의아하다며 채팅을 쳤다.

그것을 슬쩍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볼까요?”

나는 그대로 바닥에 있던 밧줄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팅고가 내 뒤에서 밧줄을 붙잡았고, 범이는 한쪽 끝부분을 입으로 물었으며, 가직스의 몸통에는 십여 개의 밧줄이 묶여 있었다.

-이게 무슨?

조용한 채팅창에 한 줄의 새로운 글이 보이자 나는 바로 작전을 시행했다.

“하나, 둘, 셋. 당겨!”

“끼에륵!”

“냐앙!”

“카락!”

순식간에 우리는 있는 힘껏 밧줄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당겼다.

휘리리릭, 팽!

느슨하게 풀려 있던 밧줄이 순식간에 팽팽하게 당겨졌고, 순식간에 저 멀리서부터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우지끈, 쿵! 쿵!

땅을 울리는 쿵쿵거림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방송 송출 화면은 순식간에 내가 아니라 주변을 비추었다.

사방을 찍고 있는 화면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5초면 충분했다.

-미, 미친?!

-나무가 쓰러진다!

-뭐야? 뭐야? 이게 뭐야!

숲을 이루는 빼곡한 나무들이 순식간에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무너졌다.

나무들은 저 멀리서부터 공터까지 쓰러져 갔고, 이곳은 강도 높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엄청나게 땅이 울렸다.

쿵!

공터 한가운데를 제외하고 모든 나무가 쓰러졌다.

수십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면서 일으키는 흙먼지는 순식간에 내 시야를 차단했다.

나만이 아니다. 화면을 송출해 줄 방송 카메라까지 흙먼지에 가려진 상황.

잠깐 기다리자 산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이곳의 먼지를 전부 치워 내 줬다.

그리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어이없어 했다.

-헐…….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주변은 초토화가 되었다.

멀쩡하게 서 있던 나무가 매달려 있던 육식 원숭이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쓰러지는 나무에 깔리거나, 굴러가는 나무에 치이기도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뾰족한 나뭇가지나, 수십 장의 잎사귀가 육식 원숭이의 몸을 때리면서 고통을 선사했다.

단번에 즉사한 육식 원숭이가 생각보다 많았는지,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알려 줬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순식간에 레벨이 2나 올라갈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험치.

하나 아직 경험치는 더 들어올 예정이다.

“우…… 끼…….”

“끼…… 끼…….”

육식 원숭이는 나무에 깔려 옴짝달싹 못 하고 쓰러져 있었다.

더 이상 움직이기는커녕 그대로 두어도 죽을지 모를 정도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모습.

이제 남은 건 확인 사살뿐이다.

나는 방송용 카메라를 바라보며 딱 한마디를 했다.

“어때요. 사냥 참 쉽죠?”

나는 그 말과 함께 함박 미소를 보여 주었다.

순간 채팅창은 고요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오던 채팅이 마치 단체로 인터넷이 마비가 된 듯 조용했다.

‘음? 뭔가 잘못했나? 반응이 왜 이래?’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나다.

분명 시끄러워야 할 채팅창이 너무나도 고요했다.

방송 사고라도 일어난 것처럼 조용하기에 오히려 불안해졌다.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복기했다.

혹시라도 말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 짧은 순간에 내가 한 말 중에 논란이 될 법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얼굴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두 눈이 미세하지만 요동치려고 할 때였다.

“냐앙?”

범이의 울음소리.

하나 그것이 기폭제라도 되는 듯 갑자기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채팅창이었다.

-와, 이게 무슨. 내가 뭘 본 거지?

-살다 살다 사냥하겠다고 사냥터를 박살 내는 미친놈은 처음 보네.

-아니 솔까 이걸 누가 생각해 내겠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상인의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님. 저분 천재인 듯.

-와, 대박. 진짜 방금 들어온 경험치가 얼마냐.

-아까 몸에서 두 번 빛이 반짝였음. 최소 2렙은 올렸을 듯.

-아깝다 소환사가 아니라 혼자 먹었으면 나눠 먹지 않았을 텐데. 지금 6등분 아냐.

-그래도 잠깐 사냥해서 저 정도면 개 이득이지. 오히려 부럽기만 하네.

└아직 살아 있는 몬스터 사냥은 그냥 껌이잖아.

└그러네, 나무에 깔려서 반병신 된 놈들 죽이는 건 쉽지.

다행이 크게 나쁜 반응은 없다.

이 정도면 뭐, 만족할 수준.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반 죽어 가는 몬스터 사냥하는 거 봐서 뭐 하겠습니까? 차라리 다른 방송 보러 가는 게 재밌죠.”

내 말에 맞는 말이라며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시청자들.

그런 그들을 위해 나는 한 가지 이벤트를 떠올렸다.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시면, 가장 많은 질문을 한 세 가지는 다음 방송에서 풀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렇게 인사했다.

나를 찍던 화면은 순식간에 범이에게 넘어갔고, 범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으로 방송이 종료되었다.

“얘들아. 마무리하자.”

아직 살아 있는 육식 원숭이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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