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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83화 (83/275)

제83화

#83

흐레블레 백작에게 말했듯이 나는 이곳 육식 원숭이 사냥터를 박살 낼 생각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메인 퀘스트 때문이다.

메인 퀘스트인 절대자의 흔적은 숨겨진 인던에 있다.

그 인던을 찾기 위해서 이곳 육식 원숭이 사냥터에 찾아온 것이다.

“평범한 방법으로 인던이 나타나진 않지.”

그렇다. 이곳 사냥터에 있는 숨겨진 인던은 탐지 스킬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다.

특별한 조건을 갖춰야지만 나타나고, 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사냥터를 박살 낼 생각이다.

물론 사냥터를 박살 내는 것이 숨겨진 인던을 발견해 주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하나가 더 있다.

다름 아닌 미래에 마신교와 합세해 대륙에 해악을 끼칠 컬렉터 길드의 주된 수입을 막기 위함이다.

컬렉터 길드는 이곳 육식 원숭이 사냥터를 독식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약초를 이용해 평범한 회복 물약이라든가 상태 이상 회복 물약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

하나 나중에는 스텟을 영구적으로 올리는 물약을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데, 그 돈을 이용해 온갖 아이템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바람에 시세가 박살 나기도 했다.

그것 말고도 컬렉터 길드는 게임을 이용해 현실에서도 나쁜 짓을 많이 했을 정도로 악한 놈들이기에 굳이 이곳을 유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일단 먼저 할 것은 다름 아닌 소환수를 소환하는 일이다.

“얘들아.”

내 부름에 듬직한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범이, 팅고, 루이즈, 마지막으로 가직스.

이전 사냥터만 해도 엄청난 숫자의 대군을 이끌고 있던 내가 이제는 다시 단출한 인원으로 변했다.

이게 다 새롭게 얻은 스킬 덕분에 생긴 일이다.

백 마리의 가직스를 합성해 만든 변이 가직스. 비록 제대로 사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자세하겐 모르지만, 쓸 만하다는 것은 상태창으로 확인했다.

“자, 그럼. 범이는 이거 먹고 있어.”

“냥.”

일단 먼저 범이의 먹이를 챙겨 주기 위해 범이를 불렀는데, 순간 나는 흠칫했다.

“범이야. 너 살쪘어? 완전 돼뚱냥이인데?”

“냐앙!”

나를 향해 발톱을 뽑아 들고는 찌르는 범이.

내 말에 상당히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아! 아프다고!”

아니, 진심으로 단번에 범이가 살찐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요즘 아무것도 안 한다.

그저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며 걷지도 않고 루이즈에 안겨 있기만 했다. 그리고 그건 내 착각이 아니라는 듯 옆에서 루이즈가 한마디 거들었다.

“확실히 처음 보았을 때보다 1kg 무게가 늘었어.”

“냐앙?”

이번에는 범이도 뭐라 하지 못하고 그대로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마치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한 눈빛이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대로 시무룩한 얼굴로 변하는 범이였다.

그런 범이를 향해 내가 한마디 했다.

“범이야. 살쪄도 괜찮아.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널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내 말에 범이가 그렁그렁 고이는 눈에서 변화가 찾아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창으로 나에게 또 한 번 전해졌다.

-범이의 충성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환수 ‘범이’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100달성.

2.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소환사와 함께 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기 0/1,000

3. 동료 소환수와 함께 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기 0/1,000

-환수 ‘범이’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1차 성장.

2. 레벨 150 달성.

3. 환수계 방문.

“오호, 그렇다 이거지.”

나는 시스템창에 떠 올라 있는 범이의 성장 조건과 진화 조건을 알게 되었다.

일단 성장 조건.

레벨 100이 필수이며, 소환사인 나와 함께 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고, 소환수끼리 함께 천 마리를 사냥도 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아니, 이건 당연한 거잖아?”

함께 싸운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어딜 가더라도 스텟이 딸리는 것도 아니고, 사냥을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여기 있는 내 소환수보다 내가 더 훨씬 강한 수준이다. 함께 싸우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니 이건 당장 시간만 투자해도 가능하다는 소리.

이건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진화 조건.”

이건 조금은 까다롭다.

일단 1차 성장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레벨 150을 달성해야 한다. 이건 성장을 위해 사냥을 하다 보면 해결될 일이니 문제는 없다.

다만 가장 큰 문제가 다름 아닌 세 번째 조건이다.

“환수계라……. 며칠 남았지?”

그러고 보니 슬슬 ‘환수계 이동’ 특성과 ‘완전한 포획’ 특성을 사용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오 일 뒤.

벌써 내가 회귀하고 다시 월오룰을 시작한 지 25일이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와…… 소름 돋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고?

이 페이스가 말이 되는 일인가 싶다.

회귀 전엔 100레벨까지 가는 데 반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근데 지금 소환사 직업으로 새롭게 키워 100레벨을 바라보기까지 고작 25일이 걸렸다는 것은 엄청난 성장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어우야, 서머너 킹 장난 아니네. 이러니 사기 직업으로 불렸지.

진심으로 회귀 전에 서머너 킹은 느긋한 사냥과 PK를 주력으로 해서 그런지 성장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물론 많은 숫자의 소환수로 사냥을 하다 보니 다른 유저들에 비하자면 빠른 편이나, 지금 내가 성장하는 속도와 비교하다면 한참 느리다는 거다.

“아무튼. 지금은 성장부터 시키면 되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뭘 먼저 해야 할지 알았다.

지금 성장과 진화는 범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팅고도 진화를 위해서는 상위 몬스터 천 마리를 사냥해야 한다.

이거 잘하면 여기서 범이와 팅고 둘 다 진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좋아. 거기에 내가 지금부터 할 짓을 생각하면 사냥은 오히려 더 쉬워지니 금방 하겠네.”

나는 인벤토리 창을 열었고, 로미오에게 받은 세 가지 물건 중 두 개를 꺼내 팅고에게 던져 주었다.

“받아. 팅고.”

“끼에륵!”

팅고가 방패와 무기를 받더니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저 울음소리가 기분이 좋았을 때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 나라도 기분 좋겠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팅고가 받은 물건은 상당이 좋은 물건이었다.

[굵고 튼튼한 모닝스타]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공격력 : 100-200

파괴력 상승 +30%

크리티컬 확률 +30%

-로미오가 신경 써서 만든 모닝 스타다.

-험하게 다뤄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단단한 라운드 실드]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방어력 : 100

블로킹 확률 +30%

-로미오가 신경 써서 만든 라운드 실드다.

-험하게 다뤄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팅고는 유니크 장비를 무려 두 개나 착용하게 되었다.

저 정도 장비면 어지간한 200레벨 유저 중 돈 좀 있다고 하는 자들의 수준이다.

지금 레벨과 스텟이 밀리는 팅고에게 이곳에서 사냥하기 위해서는 저 정도 장비는 필요하다.

“물론, 내가 할 사냥 방식엔 기존 장비보다 낮아도 괜찮지만 말이야.”

나는 육식 원숭이를 아주 편하게 그리고 쉽게 사냥할 방법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좋은 장비로 사냥을 하려는 것이다.

그게 빠르고 편하거든.

그것도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지.

“아, 이참에 방송도 할까?”

나는 서둘러 비기너 님에게 연락을 넣었다. 두 시간 뒤에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럼 방송 준비를 해 볼까?”

나는 로미오에게 받은 마지막 물건들을 꺼내 들었다.

[굵고 튼튼한 도끼]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공격력 : 100-200

절삭력 상승 +30%

-로미오가 신경 써서 만든 도끼다.

-험하게 다뤄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퉤.”

나는 손에 침을 발라 도끼를 양손으로 쥐었고, 옆에 있는 나무를 향해 휘둘렀다.

콱!

도끼는 일격에 나무 밑기둥의 절반을 베어 버렸다.

“어이쿠. 힘 조절 잘해야겠는데?”

좀만 더 힘을 주었다면 한 방에 베어 버릴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한 방에 베어 버리는 게 아니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만 만들고, 나무 기둥에 밧줄을 묶어야 한다.

“그리고 몬스터를 불러들이지.”

적당히 육식 원숭이를 몰고 온 다음 나무 위를 점령했을 때 밧줄을 당겨 모든 나무를 쓰러뜨린다.

그렇게 되면 육식 원숭이는 더 이상 나무 위에서 공격하는 것이 아닌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몸을 지켜 줄 나무가 없는 육식 원숭이는 너무나도 손쉬운 사냥감이다.

“얼른 작업해 두자고.”

나는 도끼를 들어 다시 옆에 있는 나무를 향해 휘둘렀다.

콱!

“루이즈. 밧줄로 나무를 묶어 줘.”

“알겠어. 주인님.”

“나머지는 주변 경계하며 나타나는 몬스터만 죽여. 절대 멀리 떨어지지 말고 근처에만 맴돌고.”

내 말에 범이와 팅고, 가직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방송 시작 전까지 얼른 준비하자고.

나는 도끼를 들고 유유히 움직였다.

* * *

방송하겠다고 시저에게 연락을 받은 이지은은 서둘러 한 팀장을 비롯한 팀원에게 말했다.

“시저 님이 방송하신답니다.”

그 말에 한 팀장이 벌떡 일어나 박수쳤다.

“자! 저희들이 나설 시간입니다.”

그 말에 자리에 있던 팀원 셋이 동시에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려나며 소음이 일어나나 싶었는데, 그보다 더 빠르게 입을 여는 셋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저번에는 구경하느라 제대로 못 했던 서포트를 보여 드리죠.”

“어떤 콘셉트로 방송하실지 벌써 기대되는걸요.”

시저의 방송 소식에 가장 기대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다름 아닌 이 자리에서 있는 다섯 명이다.

이들은 시저의 유일한 방송 파트너이자 관리자다.

저번 방송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 줬던 시저가 또다시 방송한다니 가장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첫 방송 후 즐거운 회식 자리와 함께 휴무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 날, 시저의 방송을 다시 돌려보며 많은 후회를 했었다.

좀 더 화려하고 멋진 전투를 위해 노력할걸.

좀 더 좋은 BGM을 틀걸.

채팅창 관리를 더 잘할걸.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다시 보니 미흡한 점이 너무나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시저의 방송에 어울리는 BGM 확보는 물론이고, 저번 영상을 가지고 몇 번이나 좀 더 좋은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고 공부했던 그들이다.

그 노력을 옆에서 지켜본 이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에는 모두가 만족하는 방송을 만들어 보죠.”

“오우!”

모두가 잔뜩 기합이 들어갔다.

직원 셋이 방음 부스로 향했고, 한 팀장은 그 즉시 시저의 개인 채널과 함께 월오룰의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플레이어 시저. 두 시간 뒤에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커뮤니티에 방송을 알리는 글이 오르자 순식간에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오! 드디어 방송하는구나!

-요즘 소식이 없기에 방송 접은 줄 알았습니다.

-맞아요. 요즘 볼 애들도 없는데 자주 방송해 주세요!

-5252 줴엔장! 믿구 있었다구!

-범이 님! 범이 님을 중심으로 방송해라!

└시저는 범이 TV를 만들어 하루 종일 범이 님의 모습을 방송해 달라!

└옮소!

└완벽한 힐링 방송이지! 이게 힐링이지!

-무슨 소립니까? 팅고의 사냥 영상이야말로 국밥 한 그릇 하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 그건 님이나 찾아보셈.

└이건 쫌.

-뭘 잘 모르네. 대세는 루이즈 님이다. 여왕님! 루이즈 여왕님 사랑해요!

└ㅇㄱㄹㅇ

└여왕님의 방송이라면 하루 종일 잠 안 자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두 시간 뒤라는 거지? 얼른 치킨 시킵니다.

└저도 얼른 맥주 사러 가야겠네요.

커뮤니티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전부 다 시저의 개인 채널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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