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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81화 (81/275)

제81화

#81

마차가 멈췄다.

여기가 어딘지 궁금해 창밖 너머로 시선을 돌리기도 전에 니베라 남작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어서 내리게.”

그의 말에 나는 마차에서 내렸고, 저 멀리 있는 황궁을 볼 수 있었다.

아직 황궁과는 거리가 상당했고, 길 한가운데 멈춰 섰기에 나는 궁금해 물어보았다.

“여긴 어딥니까?”

하지만 니베라 남작은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대신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별수 없이 입을 다물고 그를 따라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상당히 오랜 시간 걸었다. 문제는 그 방향이 한결같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미로 속을 통과하는 듯 방향을 수도 없이 바꿨고, 심지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까지 했다.

“조금만 더 참아 주게나. 나중에 전부 설명하겠네.”

남작이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하며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 뒤로 30분을 더 걸었고 마침내 덩굴 울타리 앞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뒤도 안 보고 안내하던 니베라 남작이 나를 향해 말했다.

“나는 여기까지네. 이 앞으로 자네 혼자 가게나. 여기 볼일이 끝나거든 누가 안내를 해 줄 터니 그를 따라서 오면 내가 있을 걸세.”

“안내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게.”

그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덩굴 울타리를 통과했다.

파아앗!

단지 울타리를 통과한 게 전부였는데, 갑작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내 시야를 차단했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는데, 강렬한 빛은 내 감을 눈을 뚫고 들어왔다.

다행이라면 그 빛이 금세 사라졌다는 것이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내가 서 있는 곳이 과연 세드릭 황궁에 있는 정원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도 그런 것이 눈앞의 장소는 정원이 아니라 숲속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로 커다란 나무가 있다. 나무의 몸통만 해도 내 몸통에 다섯 배는 넘어 보였다.

거기에 어디까지 자랄 생각인지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와 함께 무수히 자라 있는 잎사귀가 싱그러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나무 아래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집과 함께 하나의 테이블, 그리고 두 개의 의자가 있었다.

두 개의 의자 중 하나의 의자엔 누군가 앉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플레이어 시저.”

맑고 고운 목소리.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방금까지 긴장으로 인해 조금 날뛰고 있던 심장이 차분해졌다.

나는 조용히 시선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셀레스틴 세드릭 Lv.1]

이름만 보아도 정체는 충분히 예상되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는 듯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반가워요. 세드릭 제국 유일한 공주 셀레스틴이에요.”

“플레이어 시저입니다.”

눈앞에 메인 퀘스트의 실마리를 들고 있는 공주를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공주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난 상당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 *

100년 전.

평화롭던 브리타니아 대륙을 몬스터와 마족, 마수로 가득한 세상으로 만든 이가 있으니. 바로 마왕 ‘세지아르’였다.

마왕은 중간계에 강림하여 수많은 마족과 마수를 이 세상으로 불러들였고, 대륙에 수많은 몬스터를 규합해 인간을 몰살시기키 위해 전쟁을 벌였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나 사실은 여기에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마신교가 마왕을 강림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그 마왕보다 강력한 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것이다.

그 강력한 존재는 신 아이샤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무력과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지략을 가진 자였다.

그의 정체는 그 누구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모른다.

하나 그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강력한 기운을 뿜으며 전 차원을 떠돌아다니며 오직 파괴만을 일삼는 존재였다.

일명 절대자라 불리며 수많은 차원을 박살 내며 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에 나타나기 위해 마왕을 끌어들인 것이다.

신 아이샤는 그 절대자를 막기 위해 이 세상에 플레이어를 소환하게 되었고, 시스템을 도입하여 플레이어를 성장시켰다.

절대자라 불리는 그를 막기 위해. 이곳 중간계인 브리타이나 대륙을 지키기 위해.

신 아이샤의 선택은 플레이어를 소환하는 일뿐이었다.

그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플레이어는 대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차근차근 강해지는 플레이어를 보며 신 아이샤는 어쩌면 절대자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신 아이샤는 절대자와 힘을 합쳐 세계를 무너뜨리는 꿈을 꾸었다.

평범한 꿈이 아니라 예언에 가까웠기에 신 아이샤는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한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찬란한 빛이 되어 줄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한 유저를, 그리고 그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에 품게 해 주는 유저를 말이다.

그 플레이어의 이름은 시저.

신 아이샤가 선택한 플레이어다.

* * *

“그렇군요…….”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과 다르게 순간 나는 뜨끔했다.

‘내가 회귀한 걸 알고 있나?’

그도 그런 것이 지금 셀레스틴 공주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내가 회귀하기 전의 모습이라 생각들 수밖에 없었다.

매일 죽어라 노력하고 온갖 고생을 다하며 모두에게 인정받다가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회귀 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아닐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그냥 시스템으로 정해진 대사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방금 셀레스틴 공주가 한 말을 다시 곱씹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자, 일단 지금 중요한 것은 마왕의 강림이 아니라 그 마왕의 강림에 도움을 준 그 ‘절대자’라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 내가 서머너 킹의 직업을 얻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 준 NPC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제이스.

정확하게 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악한 마왕 뒤에 또 다른 적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때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고 시스템창이 말했지.’

당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녹화되어 있는 영상을 돌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득히 멀어져가는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았고, 제이스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될 것이라고 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들어 셀레스틴 공주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얼굴도 모르고 이름만 들어왔던 그 공주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살짝 놀랐다.

뭐라 할까.

‘공주라 불릴 만하네. 진짜 예쁘네.’

그도 그런 것이 금발에 금색의 눈동자, 거기에 작은 얼굴에 커다란 눈까지.

서양 최고 미인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뻤다.

아마 공주의 얼굴이 커뮤니티에 올라가는 순간, 최고 미인의 자리에 올라가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나조차도 살짝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니까.

내 동생 효진이도 미인이고, 편집자인 비기너 님도 미인이고, 루이즈도 미인이지만 눈앞의 셀레스틴 공주의 미모는 다른 이들과 다른 매력을 풍겼다.

그런 내 마음을 추스르며 공주를 바라보자 공주의 입이 열렸다.

“저와 함께 절대자를 막기 위해 노력하시겠어요?”

공주의 질문.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창으로 강조되었다.

-NPC ‘셀레스틴 세드릭’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매우 특별한 퀘스트입니다.

-한 번 받으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이 퀘스트를 수락 시 전 대륙에 당신의 이름이 알려집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마신교에 속해 있는 모든 이와 적대 관계가 성립됩니다.

-정말로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Yes or No.

지금까지의 시스템창과 다르게 이번에는 처음부터 겁경고의 메시지를 띄웠다.

이런 경우는 회귀 전과 이번 생을 합쳐서 처음 있는 일.

‘아니…… 이렇게까지 위험하다고 발 빼라고 하면…… 더 하고 싶잖아?’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수락하는 게 정상이다.

무엇보다, 메인 퀘스트라는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데, 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절대자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내 말에 시스템창이 먼저 반응했다.

-NPC ‘셀레스틴 세드릭’의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전 대륙에 알려졌습니다.

-현 시간부로 마신교와 플레이어 시저는 적대 관계로 성립됩니다.

그와 동시에 공주의 입이 열렸다.

“얼마 전, 절대자의 흔적을 찾았어요. 동쪽의 흐레블레 백작령으로 가서 조사해 주세요.”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흐레블레 백작령에서 절대자의 흔적을 찾아라.]

메인 퀘스트

난이도 : 극악

내용 : 흐레블레 백작령에 절대자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 흔적은 숨겨진 인던으로 향하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인던을 조사해라.

보상 : 작위

드디어.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메인 퀘스트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증명해 주는 시스템창이 줄지어 올라왔다.

-플레이어 최초로 메인 시나리오에 접근했습니다.

-업적 ‘메인 시나리오를 발견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업적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두 개의 업적과 추가 능력치.

그보다 나는 메인 시나리오를 발견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차올랐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메인 시나리오를 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근데 놀랍게도 내 마음은 그게 감동으로 찾아왔나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흘렀고, 심장이 세차게 뛰며 기쁘다는 것을 표현했다.

꽈악.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고, 두 다리는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들 후끈 달아올랐다.

진짜. 나는 메인 시나리오를 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장소는 흐레블레 백작령.

그곳에 있는 숨겨진 인던에 절대자의 흔적을 찾으면 된다.

‘처음은 우연, 두 번째는 인연, 세 번째는 필연이라고 들었지.’

처음 우연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처음부터 흐레블레 백작령으로 사냥을 갈 생각이었다는 것.

두 번째 인연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인던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

세 번째 필연은 그곳에 절대자의 흔적이 있다는 것.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 나는 그곳이 운명의 이끌림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뭔가 제대로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그것도 꿀이 뚝뚝 떨어져 내가 다 먹지 못하고 흘러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공주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공주도 자리에 일어나 내 두 손을 붙잡았다.

“플레이어 시저. 당신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부디 몸 성히 다녀오시길 기도하며 기다리겠어요.”

나는 향해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하는 셀레스틴 공주의 마음이 두 손으로 전해졌다.

“저만 믿고 편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셀레스틴 공주님.”

맞는 말이다.

마신교는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사신 루이즈를 소환했지만, 그 루이즈는 내 손에 떨어졌다.

더 이상 공주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믿고 기다리겠어요.”

셀레스틴 공주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놓았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까지 저 멀리서 대기 중이던 시녀가 나를 향해 다가왔고, 방금 들어왔던 길을 다시 빠져나갔다.

이번에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금방 빠져나왔고, 그곳엔 니베라 남작, 아니, 후작이 있었다.

“승작을 축하드립니다.”

“허? 벌써 알았나? 재미없군.”

그와 동시에 다시 마차에 나를 태운 그는 어디론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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