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74화 (74/275)

제74화

#74

스르릉.

검을 뽑았다.

오른손에 힘을 주어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고,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중 하나가 그것을 발견하곤 놀란 듯한 채팅을 쳤다.

그걸 시작으로 방송 화면이 나에게 집중되었고, 그에 반응하는 듯 채팅이 밀려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잘 봐라. 이게 10년 차 고인 물의 사냥이다.’

나는 그대로 앞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팅고를 지나쳐 눈앞의 변이 메뚜기를 향해 검을 찔러 넣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찌르기.”

-스킬 ‘찌르기’를 시전합니다.

-대미지 상승 220%, 정확도 220%가 상승합니다.

스킬 보정을 받은 내 검이 변이 메뚜기의 가슴을 꿰뚫었다.

-변이 메뚜기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15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45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150을 획득합니다.

깔끔하게 일격에 한 마리 사냥.

이제 찌르기 스킬은 10초간 봉인이다.

변이 메뚜기가 쓰러지는 자리에서 나는 오른발은 옆으로 이동,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가로 베기.”

-스킬 ‘가로 베기’를 시전합니다.

-대미지 상승 220%, 정확도 220%가 상승합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스킬 보정을 받은 내 검이 휘둘러졌다.

서걱.

그대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변이 메뚜기.

둘로 나눠진 변이 메뚜기의 시체가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변이 메뚜기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15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450을 획득합니다.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150을 획득합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4초.

찌르기의 남은 시간은 6초, 가로 베기는 10초.

이제 남은 건 세로 베기였고, 딱 4초 안에 사용하면 된다.

나는 한발 앞으로 튀어나가 눈앞에 있는 변이 메뚜기를 향해 세로 베기를 사용했다.

서걱.

세로 베기 스킬에 쓰러지는 변이 메뚜기와 경험치가 들어왔다는 시스템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기본 세 가지 스킬만을 이용한 사냥이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가격 대비 매우 훌륭한 가성비를 가진 스킬이다.

이론상으로 이 세 가지 스킬을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

12초에 세 마리.

1분에 열다섯 마리.

1시간에 구백 마리.

8시간이면 칠천 마리가량 사냥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이론상이고, 중간 중간 보급도 해야 하고, 도축으로 전리품도 챙겨야 하며, 몬스터를 일격에 죽인다는 보장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을 응용하면 한 마리의 몬스터를 붙잡고 장시간 어그로를 끌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살아남았지.’

그래. 이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만든 방식이다.

고기 방패나 다름없는 내가, 절대 죽지 않고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던 방식 말이다.

그때의 경험이 절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는 검을 들고 날뛰었다.

오러 스킬은 필요 없다. 오직 내 근력 스텟과 세 가지 스킬이면 충분하다.

근데 그건 옛날의 나의 방식이다.

지금은 전사 직업도 아니고, 소환사다.

나에겐 든든한 소환수가 있다는 거다.

“팅고! 범이!”

“충!”

“냐앙!”

내 부름에 팅고와 범이가 근처로 다가왔다. 나는 세 가지 스킬을 꾸준하게 쓰는 와중에도 둘에게 명령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찌르기.”

서걱.

변이 메뚜기가 쓰러지고 넓은 공간에 뭉쳐 있는 변이 메뚜기를 발견했다.

“팅고! 대지 강타!”

“끼에륵!”

-소환수 ‘팅고’…….

팅고의 행동에 시스템창이 떠오르려는 것을 OFF로 돌렸다.

눈을 가리는 것이 사라졌다.

그사이에 팅고가 주먹을 쥐고 땅을 향해 강하게 내려쳤다.

콰앙!

주변에 있던 변이 메뚜기들이 혼란에 빠졌다.

“범이, 물어뜯기. 팅고, 강타.”

“냐앙!”

범이가 혼란에 빠진 변이 메뚜기의 목덜미를 한 움큼 물어뜯었다.

그 공격으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범이라 앞발을 들고는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들었다.

촤악!

상처 위로 할퀸 앞발톱에 의해 변이 메뚜기의 녹색의 피가 뿜어졌다.

간당간당하게 붙어 있는 머리통이기에 범이가 한 번 더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머리통이 뜯긴 변이 메뚜기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팅고의 강타는 추가 공격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끼에륵!”

거친 포효와 함께 한손으로 휘두를 것이 아니라, 방패를 잠깐 바닥에 주고는 양손으로 검이자 몽둥이를 들고는 크게 휘둘러 변이 메뚜기를 저 멀리 날려 보냈다.

“가로 베기.”

그사이 나에게 접근한 변이 메뚜기를 죽였고, 다음 명령을 내렸다.

“범이, 마안. 팅고, 돌진!”

또다시 내려진 명령에 범이가 먼저 마안을 사용했다.

혼란에 빠진 메뚜기들이 그대로 마비에 걸려 뻣뻣하게 굳었고, 그곳을 향해 팅고가 돌진해 어깨로 받아 버렸다.

콰앙.

팅고의 힘에 튕겨나거나 쓰러진 변이 메뚜기였고, 나와 범이 팅고가 하나씩 처리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10년의 노하우. 그리고 새로운 힘인 서머너 킹의 힘.

이 두 가지의 힘으로 나는 사냥터를 장악했다.

* * *

“와…….”

이지은의 입에서 나온 감탄사.

그녀는 단순히 입으로만 감탄하지 않았다.

시저의 사냥하는 모습에 전율이 찾아온 것인지 살짝 떨리는 몸은 물론이고, 그 몸을 붙잡기 위해서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거기에 다물지 못하는 입.

시선은 시저의 모습에 떨어질 생각을 못했다.

물론 그것은 이지은 혼자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채팅창은 폭주했다.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이거 실홥니까? 아니 소환사가 어지간한 검사보다 더 잘 싸우는데요?

-뭡니까? 지금 스킬 명 계속 말하고 있는 거죠?

└설마 그거임? 공용 스킬?

└공용 스킬로 사냥터를 쓸어버릴 수 있다? 뿌슝빠슝.

-와…… 검만 잘 쓰는 게 아님. 지금 중간중간 소환수 컨트롤하는 거 보셈.

-아니, X친. 이게 말이 되? 뒤에서 명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사냥하면서 직접 소환수를 지휘한다고?

└심지어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음. 랭커 소환사도 저 정도는 못 함.

└잠시만요. 저 팬티 갈아입고 오고 싶은데 잠깐 멈춰 주실 수 있나요?

-몬스터가 불쌍하다.

하나하나 읽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이었다.

부정적인 글은 하나도 없다.

오직 시저. 직접 사냥하며 소환수를 컨트롤하는 시저에 대한 글뿐이었다.

시저의 방송을 서포트 하는 방음 부스에선 사냥이 시작하고 대화는 없어졌다.

딸깍. 딸깍. 딸깍.

간간이 들려오는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소리와 키보드의 소리만이 사무실에 울렸다.

시저의 방송을 위해 서포트 하는 직원이 프로 의식을 가지고 어떻게든 멀어져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서포팅하는 중이었다.

시저의 사냥이 시작함을 알리던 웅장한 BGM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고, 주변 몬스터의 숫자는 처음 발견했을 때의 엄청난 숫자가 아닌 이제는 한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하게 숫자가 줄었다.

이제 사냥의 끝을 향한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끼는 순간이었다.

“정확하게 9분이 넘었습니다.”

“네?”

한 팀장의 말에 이지은이 되물었다.

“라이브 방송이 가장 사람들에게 뇌리에 남기에는 10분이 딱 정당합니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방송 시간. 화려한 퍼포먼스, 거기에 의문을 가지지 못할 정도의 시간 말입니다.”

“아…….”

한 팀장의 설명에 이지은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10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긴 10분이다.

이지은도 그걸 잘 알기에 어지간한 편집 영상은 10분 안에 끝내려 노력하는 편이었다.

한 팀장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툭하고 던졌다.

“아마…… 저희는 오직 한 분만을 위한 팀이 될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한 팀장, 한지훈은 그 자리에서 느꼈다.

아마 시저 한 명을 서포팅하는 것만으로 벅차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최고의 고객이자 파트너를 만났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이제 끝내시려는가 봅니다.”

팀원의 말에 이지은과 한 팀장이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시저의 입이 열렸다.

“단순한 사냥 영상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방송을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스크롤.

양손으로 스크롤을 들고선 정면으로 향하더니 ‘쫘악’하고 찢어 버린 스크롤에서 거대한 화염의 구가 손에 들렸다.

그것을 손에 쥐고 저 멀리 여왕 메뚜기가 있는 곳으로 향해 던졌다.

퍼엉!

화염 덩어리가 폭발하면서 주변을 불태우기 시작했고, 여왕 메뚜기를 비롯해 알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시저가 계속해서 스크롤을 찢었고, 다섯 장의 스크롤에서 만든 화염의 구가 모두 터졌을 때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시저를 끝으로 방송이 종료되었다.

“…….”

방송이 끝났음에도 그들은 아무런 말을 못 했다.

그저 시저가 남긴 방송의 여운을 느끼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모두 고생하셨어요.”

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이지은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팀원 모두가 호들갑을 떨었다.

“대표님, 팀장님 대박입니다. 진짜 초 대박이에요!”

“지금까지 월오룰의 플레이어 중에서 이 정도로 화려하고 멋을 아는 플레이어는 처음 봅니다.”

“마지막에 시청자 숫자 보셨어요? 십만 명입니다. 첫 방송부터 십만을 찍은 건 시저 님뿐일 겁니다.”

흥분하다 못해 그 자리에서 소리치는 그들 때문에 살짝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충분히 흥분할 만한 일이기에 한 팀장도 이지은도 그저 웃을 뿐이다.

“자, 그럼 얼른 마무리하고 저희는 회식하러 갈까요?”

이지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그들은 기뻐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갑작스럽게 사무실에 있는 전화기에서 동시에 울음을 토해 냈다.

띠리리리리!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에 직원 한 명이 달려가 통화했다.

그와 동시에 한 팀장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자신의 메일에 계속해서 메일이 전송되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에 서둘러 컴퓨터로 향했다.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던 직원이 다급하게 이지은을 찾았다.

“대표님, 광고 문의로 연락드렸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와 동시에 한 팀장도 외쳤다.

“대표님, 광고 문의 메일이 엄청 왔습니다.”

방송이 종료된 지 5분도 되지 않아 사무실에 일복이 찾아왔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지은이 조용히 말했다.

“전화 문의는 메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한 팀장님은 세 분과 함께 메일 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 팀장이 기분 좋은 미소로 대답하며 서둘러 역할을 분담하며 분류에 들어갔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여전히 방송 채널에 접속해 있는 시저를 향해 채팅을 날리는 이지은이었다.

-시저 님. 고생 많으셨어요.

그녀의 채팅에 바로 대답하는 시저였다.

* * *

“비기너 님과 다른 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파이어 볼 스크롤에 의해 여왕 메뚜기는 물론이고, 알이 전부 불타고 있었다.

퀘스트 진행도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고, 주변의 변이 메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축하드립니다. 첫 방송에서 십만 시청자가 몰려들었어요.

-첫 라이브 방송, 그것도 루키가 하는 방송에 이 정도로 시청자가 몰려들었다는 것은 아마 최초가 아닐 듯싶네요.

-방송 중에는 후원금이 들어온 것이 없었는데, 오히려 방송이 끝나고 후원금이 쌓이고 있어요. 광고사 측에서도 광고 제의가 들어오고 있어 사무실이 시끌벅적하네요.

“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군요.”

놀랍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게 오만 명인데, 끝에는 그 두 배인 십만이라고 하지 않는가?

첫 라이브 방송을 기준으로 치자면 이건 초대박이 터진 것이다.

-광고 문의의 경우 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기에 며칠 안으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것 말고도 새롭게 계약서도 작성도 해야 합니다.

비기너 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과 함께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며칠 안으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가능하신 날짜를 알려 주시면 최대한 맞추겠습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이 완전히 종료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의 정리.

그리고 끝을 알리는 시스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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