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72화 (72/275)

제72화

#72

라이브 방송 요청을 하고 한 시간 반이 흘렀다.

처음 하는 방송. 아니, 정확하게는 시청자를 모셔 놓고 하는 방송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긴장으로 인해 식은땀이 흐르고, 한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내 복장을 떠올리곤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장비라도 한 벌 뽑을 걸…….”

그도 그런 것이 지금 내 복장은 여전히 시작의 마을에서 준 기본 세팅이다.

여기에 무기라고 들고 있는 것은 대장간에서 파는 아무런 특징도 옵션도 없는 기본 검이다.

누가 봐도 초심자 같은 모습.

이런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 봐야 비호감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어떻게 하나. 다른 옷이 없는데.

다음에는 방송용 옷이라도 한 벌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오늘은 범이를 시작으로 힐링 콘셉트로 가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힐링이 과연 나만의 힐링일지 시청자들의 힐링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금 나는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캬락!”

서른 마리의 가직스가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멀리 보내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시야 안에 있는 모든 메뚜기를 사냥하고 있는 가직스다.

첫 번째로 혹시나 일어날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내 경험치를 위함이다.

나를 위해 노력하는 가직스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홀로 그렇게 진정하고 있을 때였다.

-시저 님. 한 팀장입니다. 보이십니까?

“네, 잘 보입니다.”

눈앞에 떠오른 채팅창을 바라보며 지금 촬영 중인 내 화면을 볼 수 있다.

정확하게 내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슬쩍 손을 흔들어 보았다.

송출되는 화면에 무리 없이 나오는 내 모습이며 타임 렉 없이 손이 똑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테스트 방송 때보다 훨씬 괜찮네요.”

-하하하. 그때는 테스트 방송이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장비부터 다르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듣자 하니 한 팀장이 전체적인 조율을 하고, 남은 세 명의 직원이 채팅창의 매니저 담당, BGM 담당, 화면 전환 담당으로 역할을 잘 나눴다고 한다.

나는 시작을 범이로 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인사와 함께 이번 방송의 목적을 대충이나마 알려 주었다.

-허…… 듣고도, 그리고 보고 있음에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를 전체 지도를 펼쳐 보여 주면 다들 경악할 것이다.

그 재미도 있을 것이니 여러 가지로 쇼킹한 방송을 보여 줄 생각이다.

-10분 남았습니다.

한 팀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짜 본방을 앞두고 있다.

“자, 그럼 슬슬 준비해 볼까?”

나는 사방에 퍼져 있는 가직스 녀석들을 불러 전부 소환수창에 넣었다.

범이는 바닥에 식빵 굽는 자세로 편하게 졸고 있었고, 팅고는 그 옆에서 범이를 보호하듯 옆에 서 있었다.

루이즈는 아까부터 뭐가 그리 어색한지 내 곁을 떠나 범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저는 준비 끝났습니다.”

-알겠습니다. 시작 전에 카운트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방송 시작을 기다렸다.

* * *

월오룰의 커뮤니티.

커뮤니티는 오늘도 평화로웠고,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마다 빠르게 조회 수가 붙을 정도로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 모두가 새로 고침 버튼을 누르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들의 새로 고침이 멈추게 된 글이 하나 올라왔다.

-냥냥 펀치의 범이, 그 주인인 소환사 시저의 첫 라이브 방송이 앞으로 한 시간 뒤에 열릴 예정입니다.

사실 라이브 방송에 대한 홍보는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가장 좋은 홍보 수단이 이곳 커뮤니티에 글을 써 두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

커뮤니티에서 새로 고침을 누르며 새로운 글과 재밌는 글이 올라오기를 바라는 이들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 새로 고침이 아니라, 바로 방송을 알리는 글을 향해 마우스가 움직였다.

그들은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방송을 한다는 사람이 누군지를 말이다.

-5252 젠장! 기다리고 있었다구!

└진짜 궁금함. 소환사가 맞는지.

└반전으로 전사 직업이면 개 웃길 듯.

└그것보다 레벨이 더 궁금.

-스샷이 아닌 살아 계시는 범이 님을 영접할 시간입니다.

└암. 고양이가 최고지.

└나도 집사하고 싶다. 잘 할 자신 있는데.

-요즘 루키들 중에서 볼 만한 애들 없지 않나? 기왕이면 재밌으면 좋겠는데.

-맞는 말이긴 함. 요즘 점점 고인물 방송뿐이라 신선함이 부족함.

-기왕이면 소환사 직업군에서 방송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데. 이제 생길 듯

└같은 소환사 직업이라 힘든데 노하우 좀 풀어 줬으면 좋겠다.

└ㅇㄱㄹㅇ 개 힘듬.

└가끔 새로 키울까 진지하게 고민한다니깐.

└맞음 소환사 난이도 너무 극혐임.

한 시간 뒤에 방송하겠다는 글에 달린 댓글은 순식간에 백 개가 넘어갈 정도로 사람이 모여들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단순히 방송 공지만 올린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에서 신규 영상을 올렸으니 방송을 기다리는 동안 잠깐 즐기라며 친절하게 링크까지 걸어 두었다.

커뮤니티 회원은 기다리기 지루한데 잘 되었다는 듯 링크를 타고 따라갔고, 신규 영상을 재생시켰다.

10분짜리의 짧은 영상.

짧다고 생각하면 짧지만, 길다고 하자면 긴 10분.

그 10분간의 영상은 시청자로 하여금 절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아니, 오히려 엄청나게 집중하게 만드는 영상이자, 조금 있을 라이브 방송을 기대하게 만드는 엄청난 영상이었다.

-X친! 이게 가능함?

-와. 필드 보스 몬스터를 소환수로?

└최초 아님?

└최초일 듯.

-뭐지?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개 쩌네.

└ㅇㄱㄹㅇ

└그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일임.

-아, 근데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깐 손발 오그라드네요.

└나는 서머너 킹이다!

└아, 레알. 다시 보니 극혐이네.

└내 웅장했던 가슴 돌려줘!

-아무리 생각해도 저 외침이 스킬이거나 직업일 거 같은데.

└직업일 듯.

└스킬일 듯.

-다른 건 모르겠고, 라이브 방송이 기대됨.

└저도 그냥 기다리려고요.

└다른 방송 찾니 다른 영상이나 더 봐야겠어요.

시저의 개인 채널에 온 커뮤니티 회원들은 더 이상 다른 곳을 찾아 움직이지 않았다.

10분짜리 영상에 댓글을 달며 놀다 보니 어느새 예정된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을 때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던 화면에 10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그 숫자는 점차 하나씩 내려갔고, 마침내 0이 되었을 때 첫 화면이 등장했다.

“냐앙.”

고양이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의 주인이 열심히 그루밍하고 있었다.

앞발을 들어 마른세수를 하는 모습.

단지 그 장면이지만 순식간에 채팅창이 불타오르기는 충분했다.

-꺄악! 귀여워!

-고양이 최고다!

-나만 없어 고양이

-이게 바로 귀여움의 끝이지.

-모두 범이 님을 찬양해라!

순식간에 범이에 대한 이야기로 채팅창이 후끈 달아올랐다.

중간 중간 아니꼬운 말투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글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순식간에 강제 퇴장 당했고, 채팅창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공지 글을 빠르게 달며 대처하는 덕분에 클린 한 채팅창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야. 매니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거 보소.

-이 정도면 방송 팀도 괜찮은 사람들로 구성한 듯.

-아직 모릅니다. 전투 장면이라든가, 효과음 등등 아직 안 보여 준 게 많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방송 켜는 애들 보단 좋네.

-준비성이 보인다. 일단 합격이다.

모두가 긍정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바라보고 있을 시점에 드디어 화면의 앵글이 서서히 멀어지면서 고양이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소환사 시저입니다.”

가벼운 인사에 채팅창이 또 한 번 폭주했다.

채팅의 내용은 대부분 질문이었다.

진짜 소환사냐? 얼마나 정예 몬스터는 어떻게 포획했냐? 저번에 대화를 주고받은 소환수는 뭐냐? 고양이는 어디서 얻었냐? 등의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간 중간 다른 질문도 섞여 있었지만, 워낙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채팅창에 과연 저 글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채팅창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가는 시저였다.

“저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

말끝을 흐리는 탓에 폭주하던 채팅창이 잠시나마 멈췄다.

그것을 노린 것인지 시저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

“중요한 것은 방송의 재미 아니겠습니까?”

그와 동시에 손가락이 허공을 터치하듯 움직였다.

월오룰의 영상을 자주 보던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금 시저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무언가를 공유해서 방송에 보여 주려는 것을 말이다.

“자, 여기는 메뚜기 사냥터입니다. 보시다시피 상당히 깊숙한 곳이죠.”

그 말에 채팅창에 글이 다시 올라왔다.

-어떻게 거기까지 감?

-와 가는 데만 이틀은 걸리겠는데?

-보통 입구 주변만 사냥해도 몬스터 엄청나지 않나? 저기쯤 가면 얼마나 더 많을지 상상도 못 하겠는데?

막 올라온 채팅창을 본 것인지 시저의 입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오늘 영상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상에 나오는 메뚜기의 숫자가 계속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말에 다시 한번 채팅창이 불탔다.

혼자서 몬스터 웨이브라도 하냐면서 부럽다는 말과 대단하다는 말이 섞여 올라오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실은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저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고, 방송용 카메라가 그곳을 비췄다.

-설마?

단 한 줄의 채팅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했다.

시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메뚜기 사냥터 최초 인던 공략에 들어가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쇼.”

그와 동시에 인던으로 입장하는 시저와 방송용 카메라였다.

-와! 대박 인던 떴음!

-계속 볼 수밖에 없잖아.

-오! 간만에 재밌겠는데?

한가득 기대를 품은 채팅창과 함께 화면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가 밝아졌다.

시청자들이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최초의 메뚜기 사냥터의 인던의 모습이었다.

* * *

‘좋아. 생각보다 반응은 좋군.’

나는 한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는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는 채팅창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빠른 속도라 전부 다 볼 순 없지만, 대부분 기대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빠르게 인던으로 넘어오길 잘한 것 같다.

괜히 방송 시작과 함께 이것저것 설명하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확실한 콘텐츠를 보여 주며 빠르게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재밌을 거란 예상은 딱 떨어졌다.

‘정확하게는 내 경험담이지.’

회귀 전에 수많은 방송을 보며 느낀 게 있다.

빠른 진행이 아닌 별다른 내용 없이 질질 끄는 방송이 얼마나 재미없는지를 말이다.

조금은 이해한다.

마냥 사냥만 하기엔 지루하니까 방송을 켜서 소통과 함께 사냥하는 것이 덜 지루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매일 똑같은 모습, 똑같은 사냥터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도 생각은 해야 한다.

기왕 시간을 투자해서 방송을 본다면, 확실하게 알차고 재밌는 방송을 해 주는 게 예의다.

그래서 나는 인사와 함께 인던에 바로 입장한 것이다.

나는 입장과 동시에 이곳 인던의 정보를 공유했다.

[메뚜기 둥지]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10명

입장 조건 : 100레벨 이하

공략 조건 : 여왕 메뚜기를 제거하고 알을 불태워라. 0/10,000

인던의 공략 정보를 보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인던은 생각보다 귀찮겠네요.”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또 한 번 채팅창에 긍정의 표시가 올라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