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70
40레벨 달성을 알리는 시스템창에 망설임 없이 인벤토리에서 스킬 뽑기 권을 꺼냈다.
-스킬 뽑기 권을 사용했습니다.
백 개의 무지갯빛 구슬이 나타났다.
저마다 영롱한 색을 자랑하며 내 눈앞에 나타나자 호기심이 생겼는지, 루이즈가 달라붙었다.
“뭐야? 이건?”
“아, 이거.”
하긴 루이즈야 처음 보는 것이니 호기심이 생기겠지.
“내가 강해지는 이유지.”
“강해지는 이유?”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루이즈였다.
그러더니 한 구슬 앞으로 가더니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응? 아니야.”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루이즈였다.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다시 내 뒤로 오더니 살짝 기대며 말했다.
“그냥 신비해서.”
“뭐야. 싱겁게.”
다시 나는 시선을 구슬로 향했다.
이 중에서 하나 골라야 하는데…… 이번에도 범이에게 골라 달라 할까?
범이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는데, 벌써 저 멀리 메뚜기를 향해 열심히 앙증맞은 발을 이용하며 열심히 사냥 중이었다.
“쩝, 그냥 고르자.”
나는 손을 뻗었고 구슬을 하나 골랐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노말 스킬 ‘몬스터 연구가’를 익혔습니다.
“응? 배웠던 거네?”
스킬 뽑기 권에서 나오는 스킬은 중복도 뜬다.
중복됐을 경우 스킬의 경험치 상승, 스킬의 레벨이 올라가거나, 등급이 올라간다.
-스킬 ‘몬스터 연구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스킬 ‘몬스터 연구가’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스킬 ‘몬스터 연구가’의 등급이 레어로 상승했습니다.
단숨에 레어로까지 진화한 스킬.
나는 즉시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몬스터 연구가 Lv.1]
등급 : 레어
패시브 스킬.
-몬스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몬스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이해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알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난다.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스킬의 등급이 상승한다.
-같은 몬스터를 100번 포획 시 이해도 상승 및 포획 성공 확률 10% 증가.
이제야 몬스터 연구가 스킬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놀랍게도 몬스터에 대한 이해가 생길수록 포획 성공 확률을 올려 주는 스킬이 아닌가?
선 조건으로 백번이나 포획해야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나 같은 경우, 백번은 물론이고 시간만 된다면 사냥터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동안 뭔지 몰라 궁금해하던 몬스터 연구가 스킬이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소환사 직업에 어울리는 스킬이 아닌가?
충분히 만족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시스템창을 전부 꺼 버렸다.
“자, 그럼 계속해서 진행해 볼까?”
내 고유 특성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던 메뚜기는 이미 모두 전멸했다.
근처에는 더 이상의 메뚜기는 없고, 저기 멀리 들판에 있는 메뚜기를 향해 가직스가 날뛰고 있었다.
“잘하네. 확실히 포획하길 잘했네.”
만족하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캬락!”
가직스가 포효했고, 그곳을 바라보자 또 다른 가직스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먼저 포획한 가직스가 새롭게 나타난 가직스를 향해 양팔을 들어 공격하려고 했다.
“야! 그건 죽이면 안 돼!”
나는 서둘러 가직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2031년 5월 28일 일요일.
오늘만큼은 월오룰이 아닌 현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느지막이 일어나 신경 써서 옷도 챙겨 입고 미용실에 들렀다.
사실 어디 잘 나가는 성격은 아닌지라 평소에 편하기 위해 들른 미용실이었고, 컷트가 끝났을 때 효진이가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나타났다.
“뭐 먹을까?”
“파스타! 오빠는 돈가스 먹으면 돼.”
“오케이! 가자.”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가 들른 곳은 백화점.
그곳에서 나는 그동안 봉인해 두었던 지갑을 열어 주었다.
“이거랑 저거랑…… 그리고 저것도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내가 고른 물건을 서슴없이 하나둘씩 꺼내는 직원에 오히려 놀라는 것은 효진이다.
“오, 오빠?”
물론 그 부름에 대답할 이윤 없다.
괜히 대답했다간 다 취소시키고도 남을 동생이거든.
오늘은 제대로 FLEX 하는 날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사 주기로 마음먹지 않았는가?
그 말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나는 착실하게 그것을 실천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평소 머리 묶을 때 고무줄 사용하던 것을 떠올리고 머리끈부터 시작해서, 교복 말고도 평소에 편하게 입을 옷부터, 친구들 만날 때 입을 외출 옷, 그리고 편하게 신을 신발과 예쁜 구두까지 전부 맞췄다.
이건 내 센스로 고른 물건이 아니었다.
확실히 효진이의 의견이 들어간 옷들이고, 옆에서 도와준 이가 있었다.
“후……. 오랜만에 불태웠다.”
“좋은 어시스던트였습니다. 이것 받으시죠.”
“아이고, 오라버니가 더 고생이 많으셨죠. 덕분에 저도 잘 받아 갑니다.”
“하하하. 영은이는 여전하네. 덕분에 편하게 쇼핑할 수 있었어.”
정말이지 영은이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한두 개만 사고 끝났을 쇼핑이었다.
효진이가 얼굴을 굳히고 내 행동에 마음에 들지 않아 할 때 영은이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들어 보니 친언니가 살 게 있어서 잠깐 들렀다는데, 언니를 먼저 보내고서는 우리 쪽에 합류해 쇼핑을 거들었다.
효진이와 영은이가 친한 것은 알고 있다. 몇 번 밖에서 만난 적도 있었고, 밥도 먹었다.
효진이가 영은이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 둘의 우정은 계속 변함없이 단짝으로 지내왔다.
그걸 알기에 그 보답으로 효진이가 사면서 영은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몇 개 사 주었다.
그래 봐야 옷 한 벌과 머리끈 하나지만 진심으로 기뻐한 영은이다.
“요망한 퐉스X. 어쩐지 요 며칠 싱글벙글하더라.”
“아니거든. 그런 거 아니거든.”
“그래, 아니라고 하자.”
살짝 붉어진 얼굴의 효진이와 그걸 보며 신나게 놀리는 영은이다.
이렇게 장난치며 둘이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고마운 마음만이 들 뿐이었다.
“앞으로도 효진이를 잘 부탁한다.”
“네.”
그렇게 영은이가 갔다.
우리 남매도 한가득 짐을 들고 힘겹게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의 기분은 묘했다.
내 생에 처음으로 FLEX 해 버린 날이다.
회귀 전에도 없었던 일이라 그런지 상당히 어색하다.
양손 가득 들린 것이 폭탄 세일 날의 시장에서 봐 온 먹거리도 아니고, 전부 효진이를 위한 물품이라는 것이 묘한 기분이다.
그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닌지 효진이도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말 한마디 없는 것이다.
어색한 얼굴과 묘한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고, 짐을 전부 효진이 방에 넣어 주고 방문을 나설 때였다.
“오빠.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하는 동생의 얼굴을 보곤 슬쩍 웃으며 나갔다.
“그래.”
평소라면 장난이라도 치겠는데, 그렁그렁한 눈을 보자니 혼자 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방문을 닫아 주고는 내 방으로 향했다.
* * *
방으로 들어와 나는 컴퓨터를 켰다.
지금 컴퓨터를 켠 것은 다름 아닌 편집자인 비기너 님이 메일을 보냈다고 했기에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저 님. 영상은 잘 받았습니다. 활약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월오룰이 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걸 겨우 참고 편집하고 검토 영상을 보내 드립니다.
Ps. 라이브 방송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연락해 주세요. 바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라이브라…….”
안 그래도 슬슬 라이브 방송 준비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보통 빨리 방송을 시작한다는 사람은 고블린 사냥터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블린을 상대로 자신의 직업이나 스킬을 과시하기에 적합한 곳이 니베라 남작령이기 때문이다.
물론 늦게 방송을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 직업을 바꿔 성공 대로를 타게 된 경우거나, 새로운 스킬을 배웠는데, 그게 엄청난 스킬일 경우 느지막이 방송을 시작하는 때도 있다.
하나 나는 조금 다르다.
이미 상당히 노출된 편이다.
냥집사들 길드에서 먼저 공개한 범이의 사냥 영상이라든가, 내가 편집 의뢰로 고블린 족장 사냥, 블레이드 스네이크 사냥, 그리고 그제 공개한 눕방 콘셉트 영상까지.
채널은 오픈되어 있다.
지금 내 채널의 구독자 숫자는 만 명이 넘어갔다.
“아마, 다 범이 보러 왔겠지.”
지금 범이 팬클럽 카페 회원 숫자가 만 명이 넘을 것은 생각하면 그러지 않을까 싶다.
그 증거로 영상에 있는 댓글의 대부분이 범이를 찾는 글이고, 범이를 귀여워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댓글에는 루이즈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연락 달라 했으니 해 볼까.”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고, 금방 받은 비기너 님이었다.
-네, 시저 님. 영상은 보셨나요?
“네, 봤습니다. 가직스 출연 장면에서 몰입감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꽤 많이 신경 쓴 보람이 있었네요. 하지만 시저 님의 멋진 외침과 함께 몬스터들이 한 번에 엎드린 모습은 제가 더 놀랐는걸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벌써 어제 있었던 일의 영상 편집을 마친 비기너다.
파일을 넘기면 즉각 즉각 처리하는 것이 솜씨가 장난 아니다.
거기에 이번 가직스 등장엔 엄청난 임팩트는 물론이고, 나와 가직스의 싸움은 적절한 BGM으로 포장해 멋진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 라이브 방송 때문에 연락 드렸는데요.”
라이브 방송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상당히 잘 알고 있는 나다. 정확하게는 방송을 켜는 방법까진 알고 있다.
검은 손 길드에서 대규모 레이드를 할 때 라이브 방송을 이용해 실시간 송출로 길드에서 보스 몬스터의 움직임이나 변화에 따른 빠른 보고를 위해서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길드용 방송이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하는 방송은 처음이니 조언을 받을까 했다.
그리고 비기너 님은 친절하게 나에게 방송을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으며, 그것을 들은 나는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걸릴 말과 행동을 제외하곤 큰 문제가 없다는 거네요.”
-많은 것들이 생략되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대충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네요.”
대충 어떻게 방송해야 할지 감이 왔다.
거기에 내가 월오룰을 하면서 10년 동안 다른 이들의 방송을 본 경험까지 생각하니 적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물며 아직은 나에 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은 시점이니 이 기회에 방송하는 법도 익히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일 테스트 방송을 열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무래도 몸이 찌뿌둥한 것이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뛰다 와야 할 것 같다.
“나, 운동 다녀올게.”
“다녀와.”
가볍게 조깅에 나섰다.
* * *
다음 날 아침.
평소와 같은 시간에 월오룰에 접속 후, 가장 먼저 방송 세팅에 들어갔다.
“잘 들리십니까?”
나는 한쪽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정확하겐 오른쪽 구석에 작은 화면으로 지금 내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 화면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내가 산 카메라의 화면이 차례차례 흘러나왔고, 범이와 팅고의 모습까지 전부 깔끔하게 송출되고 있었다.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잘 들려요. 화면도 잘 잡히네요.
“다행이군요. 근데 진짜 괜찮으시겠습니까? 편집에 방송 연출까지 상당히 바쁘실 텐데요?”
내가 물어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잠들기 전에 왔던 문자 때문이었다.
비기너 님은 영상 편집과 함께 방송 연출까지 전부 자신이 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물론 그에 따른 보수와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겠지만, 비기너 님이 알아서 팀을 꾸려 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밝힌 것이다.
[이미 함께할 팀원도 설득은 끝났어요. 승인만 해 주시면 오늘 시범 방송을 통해 맡겨 보려 해요.]
[저도 야망이 있어요. 이 기회를 살려 팀이 아니라 회사를 꾸려 나가기 위해 노력할 거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 고객인 시저 님을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릴 예정이고요.]
[맡겨만 주세요.]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승낙했다.
그리고 계약서는 조만간 다시 만나서 쓰자고 말하며 3시간 뒤에 있을 테스트 방송에서 보자는 말로 방송을 껐다.
“자, 이제 할 건 다했고, 다시 사냥하자고.”
나는 열심히 들판에서 메뚜기를 사냥하고 있는 내 소환수에게 다가갔다.
오늘도 즐거운 사냥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