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68화 (68/275)

제68화

#68

튜벨란 백작령.

드넓은 곡창 지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지로 백작의 성과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부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가장 주력으로 키우는 농작물은 밀과 보리, 소소하게 쌀을 키우는 곳도 있다.

지금 시기가 봄이라 아직 파릇파릇한 새싹만이 우리를 반겨 주는데 가을에 찾아오면 황금빛 들판을 자랑하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진정한 곡창 지대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놀라운 것은 밀과 보리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산 아래로 만든 감자밭은 물론이고,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 주변으로 만들어진 포도 농장은 또 하나의 주력 상품인 포도주를 생산한다.

농작물과 포도주.

이 두 가지 상품으로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부를 축적한 튜벨란 백작령이다.

그런 백작령에 한 가지 골칫덩어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이 농작물을 습격하는 메뚜기 떼다.

[메뚜기 Lv. 70]

무려 레벨 70짜리의 메뚜기.

현실에서 다 자란 메뚜기는 평균 6cm~8cm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곳은 월오룰의 세상. 게임 속 세상이기에 메뚜기의 크기는 60cm~80cm의 크기를 자랑한다.

안 그래도 벌레인데 덩치가 상당히 커졌으며 한 번 도약할 때마다 수십 미터를 이동, 단체로 날아다니기라도 하면 재앙에 가깝게 무섭다.

원래 기존의 튜벨란 백작령의 농경지는 지금의 더 컸다.

절반으로 줄어든 곳만 해도 서울 두 개의 구를 합쳐 놓은 크기인데, 원래는 서울만 한 땅이 농경지였다고 한다.

하나 나날이 늘어나는 메뚜기 때문에 지금의 농경지만 남았다고 한다.

회귀 전에도 반대편 끝까지 가 본 유저가 없을 정도인 이곳이 다름 아닌 튜벨란 백작령의 사냥터다.

드넓은 사냥터.

수많은 숫자.

거기에 징그러운 벌레이자 덩치까지 큰 메뚜기를 유저들이 상대해야 한다.

“미X, 겁나 징그럽네.”

“와…… 이 정도면 한입에 잡아먹히겠는데?”

“꺄악! 저 여기서 사냥 못 하겠어요!”

“저도 벌레는 쫌……. PTSD 올 것 같네요.”

“중국 놈들은 다리 네 개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데……. 이것도 먹으려나?”

“눈앞의 몬스터로 메뚜기 튀김? 으억.”

처음 사냥터에 입성한 사람들은 저마다 감상을 내뱉는다.

보통은 징그러워하는 것이 정상적이었고, 간혹 가다 메뚜기 튀김을 떠올리고 어떻게 해 볼까 하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건 저쪽에 사냥 못 하겠다며 뒤로 물러서는 사람들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벌레가 징그러운 건 사실이니까.

거기에 덩치까지 커졌으니 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징그럽다고 생각했는지, 꿈에서 여기 메뚜기 떼에 쫓기는 꿈까지 꿨을 정도다.

그때 잠에서 깨어 내 침대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었다.

전신이 땀으로 젖어 침대 시트까지 전부 다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꿈이 더 진행되었으면 탈수로 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땀을 흘렸었다.

그건 처음 이곳에 왔을 때고, 지금은 다르다.

사냥터에 입성한 나는 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거닐었다.

“환영합니다. 메뚜기 세상!”

노래 가사처럼 수많은 메뚜기가 널려 있는 이곳에서 신나게 어깨춤을 추며 나는 검을 들었다.

“빙글빙글. 춤을 춰요~”

노래 가사에 맞춰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춤을 추던 중에 눈앞에 메뚜기 한 마리가 나에게 접근했다.

“캭!”

아가리를 힘껏 벌려 나를 집어삼키려는 메뚜기다.

징그럽게 생긴, 그리고 덩치가 커짐으로 더욱 혐오감이 들 수밖에 없는 모습의 메뚜기를 보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가로 베기.”

서걱.

빙글빙글 돌고 있던 검이 그대로 메뚜기를 반으로 갈라냈다.

사방으로 튀는 메뚜기의 피가 땅을 적셔 갔고, 양쪽으로 분리된 시체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며 짜릿하게 올라오는 손맛을 즐겼다.

-메뚜기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300을 획득했습니다.

“그래, 이 맛이야.”

유명한 CF의 한 장면을 따라 하며 나는 손끝에서 올라오는 전율을 느꼈다.

이게 바로 내가 10년간 죽어라 고생해서 만든 스킬이다.

어찌 보면 내 분신과 같은 녀석 중 하나이며, 나라는 존재를 키워낸 메인 스킬 중 하나다.

그런 분신 같은 녀석을 다시 찾아왔으니 그 기분은 실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뭐 해? 주인님?”

그런 나를 바라보는 루이즈였다.

“그런 게 있어.”

나는 슬쩍 웃으며 그렇게 말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범이와 팅고가 합을 맞춰 메뚜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끼에륵!”

팅고의 커다란 포효와 함께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쿵!

방패에 부딪힌 메뚜기의 입에서 이빨이 우수수 떨어졌다.

안면이 무너져 방패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고, 범이가 아직 살아 있는 메뚜기의 목덜미 부분에 올라타 그대로 물어뜯었다.

-소환수 ‘범이’가 메뚜기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300을 획득했습니다.

그사이에 또 한 마리 달려드는 메뚜기를 향해 검이자 몽둥이를 그대로 휘둘러 또 한 번 메뚜기의 머리통을 박살 내 버렸다.

-소환수 ‘팅고’가 메뚜기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300을 획득했습니다.

보통 사냥터였으면 범이와 팅고는 따로 움직이며 사냥을 했을 것이다.

하나 이번 사냥터의 몬스터인 메뚜기는 그 덩치는 물론이고, 엄청난 도약과 허공을 날아다니기도 하니 범이의 입장에선 사냥하기 힘들다.

그나마 팅고가 앞에서 몸빵을 해 주고 기절시키거나 반쯤 죽여 놓은 걸 범이가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싸우고 있는데, 확실히 다른 사냥에 비하면 그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잘 싸우네. 저러니 키울 맛이 나겠어.”

루이즈는 그런 둘을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거기에 나를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더 했다.

“우리 주인님은 더 잘 싸우고. 반강제지만 계약하길 잘했네. 지루한 마계보단 재밌어.”

나를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슬쩍 핥으며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꺼림칙하다.

분명 평소라면 섹시하다고 느꼈을 모습임에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런저런 생각?”

대충 보니 머릿속에서 이상한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

소환사와 소한수 간에는 약간의 유대감이 생긴다.

그러니까 범이가 냥이라는 울음소리를 내더라도 뭘 바라는지 대충 느낄 수 있는 그런 유대감 말이다.

그러니 지금 루이즈가 머릿속으로 뭔가 내가 꺼림칙한 것을 상상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이니 아무리 섹시한 모습을 보여도 그리 기분이 좋지가 않은 거다.

쩝, 궁금하네. 이런저런 생각이라니.

뭘까…… 음…….

머리로 피가 쏠리는 기분이라 나도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그나저나. 이런 식이면 한참 걸리겠는데?”

내가 사냥에 합류했다곤 하나, 이 속도라면 생각보다 레벨 업이 늦어진다.

하물며 눈앞의 사냥감인 메뚜기 같은 경우는 도축할 필요도 없다. 죽으면 자연스럽게 폴리곤 조각으로 변하기에 말이다.

한마디로 전리품이 없다.

“쩝, 화염 마법사라도 데려왔어야 했나?”

이곳 사냥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화염 마법사다.

화염에 약한 메뚜기라 조그마한 불이라도 붙어도 그대로 활활 타오를 정도로 취약하다.

여기 사냥터의 다른 이름이 ‘화염 마법사들의 밥상’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위력을 뿜어낸다.

근데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굳이 화염 마법사를 데려올 이유가 없긴 하다.

괜히 데려와서 파티 사냥했다가 서머너 킹의 특성이라든가, 비정상적인 내 스텟이라든가, 아직은 비밀로 해 두고 싶은 걸 들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은 남들 모르게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 몰라 파이어볼 스크롤도 챙겨 왔으니 여차할 땐 이걸 써도 된다.

“일단 계획을 수정해야겠지?”

원래 계획은 이곳의 보스 몬스터를 무한정 포획해 사냥 속도를 올리려고 했다.

하나 보스 몬스터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눈앞에 메뚜기의 수가 상당하니 당분간 써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면 들킬 위험도 적으니.”

어차피 이곳 사냥터는 깊숙하게 들어오질 못한다.

워낙 많은 수의 메뚜기가 드넓은 들판을 장악하고 있기에 괜히 들어왔다가 개죽음 당하기 쉬운 곳이다.

서머너 킹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시간이 된 것 같다.

“팅고. 죽이지 말고 그냥 대치해.”

“충!”

내 대답에 팅고가 방패를 들어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무슨 짓을 하려고?”

내 의도가 궁금하다는 루이즈였다.

“내가 누구야?”

“하나밖에 없는 주인님?”

“아니, 그거 말고. 내가 마왕의 천적이잖아?”

“그렇지. 서머너 킹.”

“그 힘을 보여 주지.”

나는 팅고의 방패를 향해 달려드는 메뚜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중급 포획.”

-메뚜기를 포획했습니다.

-사냥이 아닌 포획이기에 경험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획득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을 획득했습니다.

“메뚜기 소환.”

방금 포획한 메뚜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상태창을 보거나, 능력치를 보거나, 만능 교육관 스킬로 교육할 필요도 없다. 그저 명령만 내릴 뿐이다.

“죽여.”

내 말에 메뚜기가 그대로 정면의 동족을 향해 입을 벌리고는 날아가 물어뜯었다.

“꺅!”

놀란 메뚜기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10초라는 재사용 대기 시간을 기다렸고, 시간이 흘러 또 한 마리의 메뚜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중급 포획.”

-메뚜기를 포획했습니다.

-사냥이 아닌 포획이기에 경험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획득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을 획득했습니다.

또 한 번 같은 행동을 반복.

새롭게 생긴 메뚜기가 또다시 동족을 향해 날아올랐다.

“와…… 이게 진짜 서머너 킹의 힘…….”

순식간에 내 세력을 부풀리는 모습에 루이즈가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10초에 한 마리. 그것도 중급 포획이 된 나의 포획 스킬은 메뚜기를 포획하는 데 실패가 없었다.

“쭉쭉 가즈아.”

나는 순식간에 늘어난 메뚜기 때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물량전엔 물량전으로 맞서야지. 어차피 포획해도 경험치고 죽여도 경험치면 이용해 먹고 죽여야지.

물론 이 계획도 메뚜기 같은 하급 몬스터니 가능하다.

그만큼 포획 확률도 높고, 단순하기에 적을 향해 죽자 살자 달려드는 단순한 행동을 시킬 수 있거든.

좀 지능이 있는 몬스터나 등급이 높은 몬스터는 포획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기에 이런 식으로 대량으로 부리는 것은 힘들다.

물론 포획하는 순간 든든한 아군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곳에서 한번 제대로 쓸어 볼 생각이다.

“이게 바로 메뚜기 월드지.”

가즈아!

* * *

그 시각.

컬렉터 길드의 간부 중 하나인 시마이가 책상에 앉아서 손가락을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쩝, 찝찝한데 말이야.”

벌써 하루가 지났음에도 시마이의 머릿속에는 자꾸 그 유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유저의 캐릭터 네임은 시저.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초대장을 줄 때 다른 이들과 다르게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잘 되었다는 듯 덥석 받던 그 모습이 이상하게 거슬리는 그였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그걸 해야겠어.”

시마이가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초대장 회수.

그것도 그냥 받아오거나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를 이용해 PK로 회수하는 것 말이다.

“어디…… 70레벨에 쓸 만한 녀석이 있던가…….”

시마이는 오랜만에 장부 속에 쓸 만한 인재를 찾아 뒤적거렸다.

* * *

“하하하. 이게 바로 서머너 킹의 진짜 힘이다!”

눈앞에는 수많은 메뚜기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고 있었다.

마치 두 세력이 하나의 세력으로 합치기 위해 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 하나의 전쟁을 보여 줬다.

당연히 숫자는 압도적으로 내 소환수가 부족했다.

그럼 뭐 하는가? 그 숫자는 실시간으로 계속 충원되고 있는데 말이다.

“중급 포획!”

-메뚜기를 포획했습니다.

-사냥이 아닌 포획이기에 경험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획득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을 획득했습니다.

“메뚜기 소환.”

내 소환수가 된 메뚜기가 도약해 적진 한복판으로 날아들었다.

당당하게 적을 향해 이빨을 내밀어 물어뜯으려는 순간이었다.

서걱!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

거기에 시스템창이 나에게 놀라움을 전해 줬다.

-소환수 메뚜기가 사망했습니다.

-페널티로 하루 동안 소환이 불가능합니다.

갑작스러운 소환수의 사망.

나는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화들짝 놀랐다.

“가직스?”

한때 유행했던 협곡의 챔피언 가직스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찾던 그 보스 몬스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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