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65화 (65/275)

제65화

#65

다음 날.

월오룰에 접속한 나는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하기 전에 신성 교단 지부의 이리엘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시저 님.”

“반갑습니다. 이리엘 님.”

떠나기 전에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다름 아닌 미리엘 장로가 준 퀘스트 완료 때문이었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목적이 뭔지 알고 있는지 이리엘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미리엘 장로님에게 보고 드렸습니다. 시저 님의 활약에 기뻐하시며, 감사하다고 전하셨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1,000의 명성이 추가되었습니다.

드디어 궁금했던 그 명성이라는 것이 보상으로 들어왔다.

이 명성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니 명성에 대한 내용이 시스템창으로 떠 올랐다.

-명성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명성은 각종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제국 황성에 있는 명성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세 줄의 문구.

그래도 궁금증은 풀렸다. 명성을 이용해 상점에서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소리.

상당히 기대된다.

‘적어도 황실에 상점이면 엄청난 물건들이 잠들어 있겠지?’

벌써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심장이다.

뭐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레전더리 무기라든가, 레전더리 스킬, 혹은 신화 등급의 아이템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거기에 저희 형제자매님까지 신경 써 주신 것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브 퀘스트를 말하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튜벨란 백작령으로 가려고 합니다.”

“저희 형제자매님도 그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즉, 그곳에도 마신교의 흔적이 있다는 소리다.

‘쩝, 튜벨란 백작령의 인던에서도 마신교를 만날 수도 있다는 소리네.’

뭐, 게임을 하다 보면 악의 축인 마신교를 자주 만나는 건 당연한데, 아직은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다.

그도 당연한 게 마신교의 교원들의 평균 레벨이 기본적으로 500은 넘어간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버티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비슷한 수준이 되었을 때 만나고 싶다.

그래야 사냥이 가능하니까.

경험치가 얼마나 달달한데.

마신교에 연관된 모든 것들은 다른 사냥터의 몬스터와 달리 경험치가 상당하다.

그런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경험치를 못 먹으니 얼마나 속이 타는지 모른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곳 지부에 있는 신 아이샤의 동상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살며시 기도했다.

‘개꿀 빨게 해 주세요.’

오늘도 공손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그렇게 기도드렸다.

그런 내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이리엘도 옆에서 함께 기도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언제나 시저 님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시길.”

“축복이 가득하시길.”

마지막 인사와 함께 신성 교단 지부에서 나왔다.

“으갸갸갸!”

한껏 기지개를 켠 나는 내 소환수 셋을 불렀다.

“범이, 팅고, 루이즈.”

내 부름에 나타난 셋은 각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를 반겼다.

“냐앙.”

먼저 나타난 범이가 따스한 햇볕에 기분이 좋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팔을 뻗기에 품에 안아 주었다.

“충!”

팅고의 여전한 외침에 나는 아까 대장간에서 산 방패를 던져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든 팅고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좋아했다.

“음…… 내가 서열 세 번째야? 섭섭한데.”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루이즈가 내 턱을 검지로 치켜들면서 내 시선을 위로 향하게 만들었다.

“뭐, 그냥 떠오른 순서지.”

“섭섭해. 주인님. 저 고양이 다음은 인정하겠지만, 저 냄새 나는 고블린 뒤는 싫어.”

“고려해 보지.”

나는 웃으며 그녀의 손가락을 치워냈다. 그러고는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서두르자고.”

다음 목적지인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했다.

* * *

미르지카 자작령에서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하는 길.

여기서 유저들은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첫 번째는 그냥 걸어가는 방법이다.

장점이라고 하자면 걸어서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기에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점이라 하자면 걷는 데 이틀이라는 시간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좀 그렇지.”

아무리 게임을 느긋하게 즐긴다고 하더라도 이틀이라는 시간을 날리는 것은 좀 그렇다.

여기서 두 번째 선택지는 첫 번째 선택지에서 조금 조건이 좋다.

두 번째 선택지는 미르지카 자작령에서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하는 상단의 호위 의뢰를 받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 선택지의 장점은 돈이 된다는 점이다. 이틀간의 호위 의뢰로 하루당 5골드씩 벌 수 있다. 거기에 상단 호위 과정에서 얻는 몬스터의 전리품 또한 배분되어 추가 수익도 노릴 수 있다.

“단점은…… 재수 없으면 몬스터 떼라든가, 소모되는 시간이 하루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이지.”

호의 의뢰에는 무조건적으로 몬스터가 나타난다. 그것도 랜덤의 몬스터가 말이다.

지금까지 거쳐 왔던 코볼트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부터 심하게는 토롤이나 오우거가 나타난다.

당연하지만 오우거가 나타나면 호위 의뢰자들은 전부 죽었다고 보면 된다.

오우거가 괜히 지상계의 폭군이 아니다.

그만한 힘과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우거니까.

아무튼, 돈은 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바로 두 번째 선택지인 호위 의뢰다.

마지막으론 돈을 투자해서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하는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이동 수단으로 첫 번째로 말이 있다. 공용 스킬인 승마 스킬을 구입해 말을 타고 달릴 경우 반나절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스킬 북의 가격은 10골드. 말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금액은 30골드. 총 40골드의 이동 수단이다.

두 번째 이동 수단은 다름 아닌 마차를 밀려 편안하게 이동하는 방법이다.

마차의 대여료는 50골드에서 100골드까지 엄청난 차이를 두는데, 마차 안이 얼마나 쾌적하냐에 따라 다르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게 단점이지.”

장점에 대해서는 뭐 말이 필요 없다.

말이나 마차의 경우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고 마차의 경우 더욱 쾌적하고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나는 가장 비싸면서 가장 쾌적한 수단인 마차를 이용해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하고 있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데…… 이건 못 참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보다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500골드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그만큼 벌기도 했고, 시간이 소중한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쾌적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롱, 고롱.”

한곳에 자리 잡은 범이는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이미 육포 다섯 개나 먹어 치운 터라 배가 빵빵한 것이 참으로 귀여웠다.

그런 범이 옆에는 팅고 또한 침을 흘리고 잠들어 있다.

처음에는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신비한지 뭔가 들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계속해서 바뀌지 않는 풍경에 지루해하더니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런 둘과 다르게 유일하게 루이즈만이 잠이 들지 않고 주변을 느긋하게 구경 중이었다.

“평화롭네, 중간계는…….”

그녀의 중얼거림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평화롭다. 시간이 흐르면 개판이 되지만, 적어도 지금은 평화로우니까. 이 평화를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게 좋긴 하다.

“나는 그러질 못하겠지만 말이야. 큭큭큭.”

남들이 평화에 물들어 있을 때 홀로 고독하게 달릴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목표는 1인 군단. 그리고 완벽한 무장을 갖춘 절대 세력.

월오룰의 메인 시나리오를 깰 유일한 유저가 될 생각이다.

그러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했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마탑의 방문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마탑의 방문이다.

마탑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마탑의 주인인 볼드모드의 퀘스트인 ‘시이라 호수 너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의 조사’에 대한 부탁 때문이다.

지금도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정제를 알 수 없는 구슬을 마탑에 넘겨야지만 퀘스트가 완료되고 명성 포인트가 들어온다.

튜벨란 백작령에는 마탑 지부가 있으니 저 구슬을 넘기면 퀘스트는 완료가 된다는 소리다.

“기억하기론 줄리엣도 마탑 소속인 걸로 아는데 겸사겸사 해서 보면 좋겠는데…….”

줄리엣은 15살이라는 나이에 3 클래스를 달성한 꽤나 재능이 있는 마법사다. 현재 나이는 20살이며, 4 클래스 마법사라는 경지에 다다라 있다.

내가 줄리엣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다름 아닌 중간 보스.’

마교로 인해 타락한 그녀가 상당히 섹시한 의상으로 플레이어를 반겨 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마지막에 그녀의 목숨을 거둔 유저가 욕을 먹을 정도로 잠깐이나마 인기가 있었던 NPC다.

나중에 나온 이야기로는 줄리엣의 매혹 스킬에 당한 유저들이 그랬다는데, 진실은 게임 개발사만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줄리엣인데, 그녀가 타락하기 전에 얼른 내가 편지를 건네줘야 한다.

‘그녀가 타락한 계기는 로미오와의 사랑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니까.’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영상으로 보았던 그 명장면이 기억난다.

피투성이의 몸으로 쓰러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로미오를 향한 마음과 이뤄지지 못했던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던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그리고 눈물이 흐르게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나도 살짝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나중에 로미오는 유저들이 싫어하는 NPC 투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줄리엣과 모두를 원망하며 파멸의 길로 들어서길 바라는 튜벨란 백작까지. 파멸로 향하는 부녀를 내가 말려 줄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마탑에서 줄리엣과 접선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다음은…… 역시나 사냥이겠지.”

아무래도 사냥이 최우선이다.

“상태창.”

이름 : 시저

직업 :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 NPC 데닉크 자작에게 초대받은 자 외24

레벨 : Lv.39

스텟 : 근력45(+164) 민첩40(+164) 체력45(+164) 지식40(+164) 지혜40(+164) 통솔력MAX

Hp : 20,900 MP : 20,400

지금 내 레벨은 39.

솔직히 말하자면 이오지 광산에서 앞으로 11레벨은 더 올릴 수 있음에도 나는 그곳을 나와 다음 영지로 향하고 있다.

더 이상 동굴 속은 지긋지긋하다.

인던이라면 몰라도 사냥은 필드에서, 시원한 공기와 푸른 싹들이 잘 자라 있는 땅에서 싸우고 싶다.

200레벨을 넘어가는 내 스텟을 생각하면 당장 튜벨란 백작령을 생략하고 한참은 더 앞서 나가도 되는 일이지만, 챙길 건 챙기고 할 건 해야지.

그렇다고 지금 사냥터가 경험치가 적은 것도 아니고.

튜벨란 백작령의 사냥터의 추천 레벨은 50레벨, 최대 80레벨까지 육성 가능한 곳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사냥을 해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튜벨란 백작령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적으니까.”

회귀 전에 알고 있던 정보에도 튜벨란 백작령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없다.

하물며 이곳에 숨어 있는 인던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한마디로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며 찾아야 한다는 소리.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은 이곳의 필드 보스 몬스터가 상당히 많다는 점과 그 필드 보스 몬스터가 초반엔 상당히 유용한 소환수로 쓰인다는 점이다.

“물론 본 적도 없지만 말이야.”

이곳의 필드 보스 몬스터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다만 소환사 직업을 조사했을 당시 이곳의 필드 보스 몬스터가 상당히 쓸모 있다고 들었기에 이번 기회에 포획을 많이 해 둬 편하게 사냥할 생각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벌써 내일인가.”

내일은 효진이와 외출하기로 한 날이다.

약속을 잡을 당시엔 간단한 쇼핑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아주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세팅이다.’

제대로 챙겨 줘야지.

물론 나도 챙길 건 챙길 거다.

정말이지 참 시간 빠르다.

내가 회귀하고 벌써 이 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생각해 보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은데, 실상은 게임한다고 정신없이 보냈다.

“큭큭큭.”

웃음이 나온다.

그와 동시에 가슴 한편이 시려온다.

회귀 전과 지금의 나는 똑같이 게임을 하고 있다. 분명 같은 게임을 하고 있음에도 플레이는 전혀 다르다.

회귀 전보다 훨씬 재밌고 짜릿하며 즐겁다.

얼마나 즐겁냐고 묻는다면 이 즐거움이 평생 이어졌으면 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결국 이 게임도 끝은 있을 거다. 그 끝을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그 끝자리에 내가 서 있으면 할 뿐이다.

홀로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에 튜벨란 백장령에 도착했다.

“팅고 일어나. 루이즈도 이제 그만 내리자.”

멍하니 있는 루이즈와 잠들어 있는 팅고를 깨웠다.

범이는 조심스럽게 내 품으로 안았다.

“와……. 차별 심하네.”

루이즈는 내 품에 안기며 자연스럽게 편한 자세로 조는 범이를 향해 질투의 시선을 보냈다.

“별수 없잖아?”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마탑 튜벨란 백작령 지부]

이곳이 바로 마탑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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