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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64화 (64/275)

제64화

#64

“오호, 저희 길드를 알고 계시는군요.”

마침 잘 되었다는 듯 과장된 행동을 보인다.

길드의 문장을 과시하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물론이고, 방금까지 똑바로 걷던 걸음걸이가 팔자걸음으로 바뀌었다.

“저희 길드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행동과는 다르게 말투는 정중한 편이었다.

“남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편하겠군요. 일단 소개를 하지요. 컬렉터 길드의 시마이입니다.”

“시저입니다.”

가벼운 인사로 이제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누군가 끼어들었다.

“히익! 컬렉터 길드라니!”

방금 기어서 도망치던 녀석의 절규였다.

꼴을 보아하니 컬렉터 길드에서 장비라도 빌린 모양인데, 저자는 몰랐나 보다.

불쌍하게도 저 유저는 이제 참혹한 앞길만이 남았다.

“히익, 안 돼! 이대론 위험해.”

놈은 절규와 함께 그 자리에서 얼른 도망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유저들이 있는 곳으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벗어나려 했다.

“쯧. 패배자 새끼. 귀찮게 하네.”

눈앞의 시마이가 귀찮다는 듯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자 갑자기 바닥에서 순백의 해골이 툭 튀어나오더니 도망치던 유저의 몸에 칼을 쑤셔 넣었다.

“커억!”

칼에 찔려 쓰러진 놈이 몇 번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죽었는지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

“이제 대화할 수 있겠군요.”

만족한다는 목소리로 다시 나를 바라보는 시마이였다.

“좋습니다. 시저 님. 방금 시저 님이 죽이신 놈들은 저희 컬렉션 길드에 몸을 팔고 장비를 받아 간 패배자 놈들입니다. 상황을 보니 시저 님을 죽이려고 빌려 간 듯합니다.”

마치 이 자리에서 추리한다는 듯 말하는 그였다.

하나 나는 눈앞의 시마이라는 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놀랍군. 간부 중에서 고위급 간부인 시마이가 여기 있다니. 회귀 전에는 최상위 랭커들과 비벼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레벨을 가진 자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시마이.

컬렉션 길드의 다섯 간부 중 하나이자, 상당히 뛰어난 머리로 온갖 사업 수단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중요한 요직에 앉아 있는 인물이다.

거기에 놈은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Gang Neck.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조폭 네크로멘서.

그는 홀로 수많은 망자의 군대를 거느리고 다니는 네크로멘서였다.

서머너 킹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하게 홀로 사냥터를 혼자서 누비던 유저이자, 흑마법사 계열 랭킹 2위에 위치한 유저다.

‘마신교로 투항해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놈이 이놈이기도 하고.’

지금의 시마이는 평범한 인간 흑마법사다.

훗날 마신교로 투항하면서 인간이 아니라 리치가 되어 상당히 강력해진 존재도 변한다.

시마이 혼자만이 아니다.

컬렉터 길드 전원이 마신교로 투항, 거기에 빛 때문에 붙잡혀 있는 이들까지 전부 마신교로 투항시키는 엄청난 일까지 일으킨다.

단순히 한 길드가 움직인 게 아니고, 월오룰의 돈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는 한 길드가 움직이니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지금이야 돈을 빌려주고 빛 장부를 만들어 갚을 때까지 어떻게든 뽑아내는 일만 한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현실의 정보를 찾아올 정도로 엄청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듣자 하니 그들은 전 세계의 각종 범죄자로 구성된 길드이며, 현실에서도 각종 악행과 불법, 비리 등을 일삼는 조직이라고 한다.

그런 그들이 점차 영역을 확장, 수많은 대장장이 직업을 가진 유저를 포섭, 그리고 자신들만의 상단과 함께 경매장을 꾸려 나갈 정도니 얼마나 성장세가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앞으로 월오룰의 세상에서 악영향을 끼칠 놈이 내 앞에 있는 것이다.

“이 물건들의 주인은 당연히 시저 님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데 번거로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하나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들어 보죠.”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이야기를 진행해 주는 시마이였다.

“이 물건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대신 저희 컬렉션 길드와 좋은 인연을 쌓아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 길드 가입 제안이 아니라 순수하게 저희 길드를 한번 이용할 수 있게 해 드리려는 것입니다.”

이건 붙잡아야 할 찬스다.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150레벨의 사냥터를 컬렉션 길드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모든 사냥터를 독점했던 메시아 길드도 공략하지 못한 못한 사냥터이자, 내가 첫 번째 공략집을 만들어 재능을 인정받게 되었던 그 사냥터 말이다.

‘거기에 숨어 있는 보물도 있지.’

당시 길드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그 보물이자, 물건.

천마검.

천마신교의 천마가 사용했다는 그 검이다.

응? 판타지 세상에 웬 무협 세계냐고? 듣기로는 개발자가 무협지에 미쳐 산단다.

그래서 월오룰의 무기 중에서는 동양권 무기도 상당수 존재한다.

아무튼 내가 천마검을 노리는 이유는 딱하나.

‘천마검의 봉인을 풀면 스킬을 익힐 수 있거든.’

개X 사기 스킬로, 단숨에 랭커 1위를 찍을 수 있을 정도의 스킬을 말이다.

그리고 그 랭커는 다름 아닌 내가 모든 것을 가르쳐 줬던 제자이기도 하다.

단순히 재능 있는 아이를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천마검이니, 탐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나는 수락했고, 시마이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손뻑을 치며 기뻐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확실히 방금 죽은 패배자 놈들이랑 다르게 현명하신 선택을 하시는군요.”

지금까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다 가려졌던 얼굴 부분이 슬쩍 보였다.

히죽.

시마이의 얼굴은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눈빛이 아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자를 비웃는 듯한 얼굴이었다.

거기에 소름 끼치도록 새하얀 피부에 쓸데없이 잘생겼으며 호감형의 얼굴까지,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런 놈이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걸 받으시면 됩니다. 나중에 저희 길드에 부탁할 것이 있다면 언제든 저를 찾아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건네주는 물건은 다름 아닌 편지 봉투 한 장.

이게 바로 컬렉터 길드를 상징하는 초대장이자, 그들이 여는 비밀 경매장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초대장이다.

그가 바닥에 있는 아이템을 하나씩 회수하는 것을 바라보며 초대장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걸로 천마검을 확보할 사냥터로 들어갈 수 있는 구실이 생겼다.

사냥터에 들어가기 위한 레벨을 꾸준하게 올려 두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전에 해야 할 것들이 꽤 여러 가지 있으니 천천히 챙겨 갈 뿐이다.

나와 시마이의 거래가 끝났을 무렵이다.

“모두 비켜라!”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

모두가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기사로 보이는 NPC와 병사 NPC 여럿이 몰려왔다.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NPC가 말했다.

“로미오 님께서 찾으신다.”

로미오는 다름 아닌 미르지카 자작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의 뒤를 따라갔다.

그냥 따라가면 심심하니까 아까 던전에서 얻은 증거나 읽어 봐야겠다.

그 증거인 서류의 내용은 상당히 심각한 내용이었다.

* * *

로미오를 만나기 전에 소환수는 전부 소환수창으로 돌려보냈고, 인사와 함께 바로 그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로미오 님. 다른 무엇보다 이것을 먼저 봐주시길 바랍니다. 저를 못 믿겠다고 하시면, 저에게 이것을 준 두 분, 미리엘 장로님과 볼드모드 님을 믿고 한번 봐주십쇼.”

내가 이렇게 다급하게 그에게 서류 더미를 건네는 것은 서류에 쓰여 있는 내용이 상당히 심각했기 때문이다.

“흠…… 좋네. 자네가 말한 그 두 분을 믿고서 이 서류를 먼저 보도록 하지.”

로미오는 이마를 살짝 찡그린 상태로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하나 첫 번째 장의 내용을 보는 순간부터 얼굴이 싹 바뀌었다.

경악을 넘어서 지금 보고 있는 서류를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변한 그가 쌓여 있는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튜스 경. 자네도 보게나.”

혼자만이 아니라 튜스 경을 불러 둘이서 읽기 시작했고, 그들이 읽은 서류는 다시 차곡차곡 인벤토리에 쌓았다.

“허…… 어떻게 이럴 수가…….”

“저 또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낙담한 얼굴의 로미오와 경악을 넘어서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튜스 경이다.

그럴 만하다.

서류에는 지금 가문 사람의 절반이 이미 마신교에 넘어간 상황이고, 야금야금 미르지카 자작령을 삼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 쓰여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류에는 미르지가 자작령이 큰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로미오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미르지카 자작 또한 모르고 있겠지.

그만큼 마신교가 대단한 놈들이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길 때까지 철저하게 모든 것을 숨기고 기다리는 것이 마신교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지금 미르지카 자작령에 숨어 있는 마신교의 교원들도 철저하게 자신들을 숨기고 있었고, 내가 보여 준 서류 덕분에 알게 되었다.

방금까지 허탈한 얼굴로 있던 로미오가 내 두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뭐라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 모든 것이 마신교의 수작이었다니.”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이곳으로 오면서 서류를 보며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 말해 주었다.

“마신교는 두 가문을 무너뜨린 다음, 나아가 제국 황실에 납품되는 식량과 철을 모두 독점하려는 계획일 것입니다.”

그 말에 로미오는 무릎을 ‘탁’ 치며 맞장구쳤다.

“확실히. 그렇게 되면 마신교의 입장에선 무기와 식량을 모두 확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니 말이네.”

마신교가 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로미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 로미오가 마신교에 몸담았던 이들을 처리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가주의 부재다.

지금 미르지카 자작은 제국의 정기 회의로 인해 자리를 비운 상태다.

영주 대리로 아들인 로미오가 대신해서 관리하고 있다곤 하나, 지금 가문의 기사들은 물론이고 고용인은 전부 가주인 미르지카 자작과 연관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물론 그래 봐야 마신교의 잔당이지만, 로미오가 독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설사 하더라도 문제가 있지.’

그 문제는 바로 튜벨란 백작가 또한 마신교에 반쯤 장악되어 있다는 것이다.

튜벨란 백작가 또한 백작가의 가문들 대부분이 마신교에 넘어간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니 얼른 이 소식을 전해 준 다음, 두 가문이 동시에 마신교를 처리해야지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평소와 같이 지내시되. 조금씩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그것만이 두 가문을 위한 길이다.

“알겠네. 가주님께서 돌아오시면 차근차근 준비하겠네.”

“그사이에 제가 튜벨란 백작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내 손을 붙잡으며 고마워하는 로미오였다.

이것으로 미르지카 자작령은 일차적으로 해결했다.

이제 튜벨란 백작령으로 넘어가면 된다.

“튜벨란 백작령으로 가게 된다면 내 부탁 하나 해도 되겠는가?”

퀘스트의 냄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르지카 자작의 아들이 주는 퀘스트니 그 보상은 상당히 달콤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편지를 부탁하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로미오의 부탁]

난이도 : 보통.

내용 : 로미오가 쓴 편지를 줄리엣에게 전달하라.

보상 : 로미오의 특별한 보상.

나는 그 편지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튜벨란 백작령을 부탁하네.”

“맡겨만 주십쇼.”

나는 여관을 벗어났다.

그대로 미르지카 자작령을 떠났다.

다음 무대는 튜벨란 백작령이다.

“아, 그전에 물건부터 처리…… 아니, 로그아웃 하자.”

이상하게 오늘은 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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