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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63화 (63/275)

제63화

#63

회귀 전에는 공주가 죽었다.

정확하게 지금 내 옆에 있는 루이즈가 히데아의 부탁으로 세드릭 제국의 유일무이한 공주를 암살하고 사라진 사건이다.

그 사건으로 월오룰 플레이어 전원에게 퀘스트가 생성되었고, 공주를 죽인 자에 대한 흔적을 찾는 퀘스트가 발생했다.

당시,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월오룰의 메인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유저들의 기대가 컸다.

하나 퀘스트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세월이 흘러 훗날 마신교의 소행으로 알게 되어 대규모 전쟁이 일어난 것이 회귀 전의 일이다.

‘완전히 달라졌군.’

지금의 월오룰은 달라졌다.

공주를 죽이고 마계로 도망갔을 루이즈는 내 소환수가 되었고, 암살 계획을 실행한 히데아는 아무런 소득 없이 자리를 떠났다.

회귀 전과 지금의 월오룰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제부턴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어.’

이번 사건으로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나비효과란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의 내 행동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지만, 월오룰의 세상엔 거대한 폭풍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조심히 행동해야 할 것 같다.

“그럼, 다음은…….”

나비효과는 나비효과고, 일단 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회귀 전에 보았던 타미르의 영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그때 보았던 책상과 비슷한 걸 찾았다.

위치는 대충 입구 근처,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책상이라는 것을 기억하곤 그곳으로 향했다.

책상 위를 뒤적거리던 나는 찾던 물건을 찾았다.

“오, 이거다.”

나는 영상에서 보았던 반지를 그대로 들었다.

[탐지의 반지]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스킬 ‘탐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반지다.

-스킬 발동 시 주변 1km 범위에 희귀한 물건이나 존재를 찾아 준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분

소모MP : 5,000

아. 이래서 타미르가 자주 사용하지 못했구나.

그도 그런 것이 소모되는 MP가 무려 5,000이다.

타미르가 하루에 한두 번만 사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다행이다.

안 그래도 너무 이른 시기에 찾아와 내가 기억하던 이곳과 달랐기에 혹시 없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제자리에 있었다.

반지를 챙긴 나는 다음 퀘스트에 필요한 물건을 찾았다.

책상에는 수많은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저 중에서 퀘스트에 필요한 서류를 찾아야 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별수 없나?”

뭘 어떻게 하겠는가? 찾아봐야지.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서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이오지 광산의 숨겨진 던전에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놀랍게도 내 손에 있는 산더미 같은 서류가 그 증거였다.

자연스럽게 인벤토리 창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모든 서류를 뒤적거리며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끝났다!”

이로써 이로지 광산에서 모든 볼일을 마쳤다.

남은 건 이곳을 나가 신선한 공기와 함께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는 일.

“이제 밖으로 나가는 거야? 기대되는걸?”

내말의 뜻을 빠르게 눈치챈 루이즈가 기대 된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루이즈는 칙칙한 마계와 다르게 인간 세상은 망가뜨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들어왔다고 한다.

정말로 망가뜨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인지 궁금해하면서도 나 이외의 플레이어에 관한 관심도 많은 것 같았다.

“범이. 팅고.”

내 부름에 범이와 팅고가 소환되었다.

여전히 충성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팅고 녀석과 이제 끝났냐며 얼른 먹을 걸 내놓으라는 듯 앞발을 들어 내 다리를 툭툭 건드는 범이였다.

“그래, 그래. 여기서 말고 밖에서 먹자. 기왕이면 밖이 좋지 않겠어?”

그 말에 범이는 물론이고 팅고 녀석 또한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이 귀여운 고양이는? 마계에서도 이 정도로 귀여운 녀석은 없는데.”

순식간에 범이에게 접근한 루이즈가 손을 뻗어 범이를 품에 안았다.

당연히 저항하리라 생각하고 얼른 범이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범이는 그녀의 품에 조용히 안겨 있었다.

“어라?”

그 모습을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자 루이즈가 말했다.

“본능적으로 느낀 거야. 저 고블린 녀석도 마찬가지고.”

그 말에 팅고를 바라보자. 살짝 굳은 얼굴로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겁을 먹었는지 요동치는 두 눈동자가 참으로 우스웠다.

“하하하. 걱정 마. 아군이니까.”

“끼에륵…….”

특유의 울음소리로 대답하는 팅고 녀석이 슬쩍 내 곁으로 붙었다.

정확히 루이즈의 반대편이다.

덩치에 안 맞게 귀여운 모습을 보이는 팅고 때문에 나는 한 차례 더 웃음이 나왔다.

“그럼 가자.”

우리는 포털을 통과했다.

그 순간이었다.

“죽어!”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암담한 마음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공격.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하물며 방금 포털에서 나온 나다.

완벽하게 무방비 상태라는 점.

‘아……. X벌, 아까워라…….’

지금 내 인벤토리에 담겨 있는 애들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아까워 죽겠다.

족히 5천 골드는 되는 양의 방대한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걸 한순간에 날려 먹게 생겼으니 얼마나 억울한가?

허탈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어차피 놈들의 정체는 내가 설정해 둔 카메라가 찍어 줄 거다.

그러니 다가올 죽음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통각 시스템으로 인해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다.

얼마나 깔끔하게 죽였으면 고통이 없을까 싶었다.

이제 곧 다시 시야엔 나를 환영하는 시스템 문구가 떠 오를 것이고, 근처 가장 가까운 마을인 미르지카 자작령의 성에 떨어질 것이다.

“뭐 해? 주인님?”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금 포획한 새로운 소환수인 루이즈의 목소리다.

이상하다.

내가 죽었으면 소환수창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만약 습격자에게 죽었다면 페널티로 한동안 소환 못 한다.

제길, 겨우 얻은 소환수를 하루도 안 되어 못 쓰게 될 줄이야.

“뭐 하냐니깐?”

“끼에륵!”

“냥!”

“응?”

왜 루이즈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지? 거기에 범이와 팅고 녀석까지?

이상하다.

슬며시 눈을 떴다.

“이제야 보네. 뭐 하는 거야? 이놈들은 뭐고.”

루이즈의 말에 정면을 봤다.

그곳엔 다섯 명의 유저가 제압당해 있었다.

“음? 이놈들은?”

안면이 익숙하다.

아니, 익숙함을 넘어서 아주 잘 아는 얼굴이다.

그리고 방금 날 죽이기 전에 외쳤던 대사도 이미 한 번 들었던 것이며 목소리도 같았다.

근데 이게 뭐야.

한 놈은 범이의 발톱에 눌려 머리를 들지 못하고, 두 놈은 팅고 녀석이 멱살을 붙잡아 바닥에 꽂았으며 다른 놈은 멍한 상태로 있다.

유일하게 멀쩡한 놈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 옆에 있는 루이스를 바라보니 루이스의 손바닥 위에 하나의 구슬이 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이즈?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주인님에게 달려들기에 제압했지. 이거 봐봐. 얼마나 나쁘게 살았으면 이렇게 시커멓겠어?”

무슨 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것을 들은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달려드는 놈들을 보고 루이즈의 고유 권능인 영혼 착취를 사용해 저들의 영혼을 빼앗고, 팅고와 범이가 제압했다?”

“맞아. 잘했지? 얼른 칭찬 많이 해 줘야 해!”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루이즈였다.

자세는 양손을 허리에 ‘척’하고 올리고는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고 턱 끝을 세웠다.

“풋.”

적당히 고개를 들면 되는데 너무 들어 올린 바람에 얼굴이 아니라 턱만 보였다.

뭐야. 여왕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생각도 못 한 귀여움이잖아.

매력이 철철 넘치는 루이즈 덕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내 웃음에 루이즈는 살짝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곤 말했다.

“잘했어. 이래야 내 소환수지.”

슬쩍 손을 뻗어 루이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 이, 이게 무슨…….”

처음에는 내 손길을 피하려고 머리를 살짝 뺐지만, 내 손길에 만족스러운 듯, 표정이 풀렸다.

솔직히 해 주는 내 입장에서도 상당히 즐겁다.

뭐라 할까. 범이를 칭찬하고 팅고를 칭찬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이것 또한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지, 중독성이 있다고 해야 할지. 묘한 기분이다.

아무튼, 루이즈와 그런 대화를 나누는데,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뭐야? 저건?”

“대화를 들어 보면 소환수인가 본데? 소환수 중에 저런 미인이 있나?”

“와, 개 부럽네. 소환사가 뭔 미인이랑 다녀?”

“대화도 가능한 거 보면 종족이 어떻게 되는 거야.”

“아……. 지금이라도 캐릭터 다시 만들까? 아직 이벤트 기간인데…….”

“그러고 보니 저기 주저앉아 있는 놈들, 그놈들 아냐?”

“요즘 이오지 광산에서 PK만 한다는 녀석들!”

“나 저 새끼들에게 당했는데!”

“통쾌하다. 멋지다!”

“이대로 죽여 버려요!”

대충 들어 보니 몇몇은 루이즈를 부러워하며 진지하게 직업을 바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몇몇은 저기 상태 이상에 걸린 놈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저들을 또 죽여도 내가 불리해질 분위기는 아닌 상황인 것 같았다.

그전에 먼저…….

“그 영혼 착취라는 권능은 뭐야?”

“아, 이거?”

루이즈는 구슬을 내밀며 설명을 해 주었다.

루이즈가 말한 걸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구슬이 저들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흡수해 버리면 영혼은 없어지고 빈껍데기만 남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거기에 악하면 악할수록 루이즈의 힘이 강력해진다는 소린데, 그것은 스텟이 올라간다는 소리다.

물리적인 공격을 못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영혼을 착취해 버리면 그녀가 이길 수밖에 없기에 마계에서도 고위 마족으로 불려왔다는 것이다.

루이즈의 설명과 함께 내 시선은 아까 떠 올랐던 시스템창이자 내가 눈을 감느라 못 보았던 시스템창으로 향했다.

-소환수 ‘루이즈’가 권능을 사용합니다.

-플레이어 ‘겔러한’의 영혼 구슬을 획득했습니다.

-영혼을 빼앗긴 플레이어는 영혼 구슬을 되찾지 않는 이상 10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10분 뒤에는 영혼 구슬이 없어도 다시 원래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10분 안에 영혼 구슬을 파괴할 시 플레이어는 사망합니다.

시스템창 덕분에 지금 저들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게 되었다.

‘미쳤네. 그래도 좀 더 확실하게 알아봐야지.’

나는 루이즈의 고유 권능인 영혼 착취를 눌러 보았다.

[영혼 착취 Lv.MAX]

등급 : 고유 권능

액티브 스킬.

-지정한 대상을 영혼을 착취합니다.

-영혼이 빼앗긴 대상은 10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영혼 구슬을 흡수하거나 깨트릴 수 있습니다. 대상은 사망합니다.

-지정 가능한 대상은 인간, 마족뿐입니다. 지정 가능한 대상의 격에 따라 다수도 가능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분

소모MP : 10,000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고유 권능이라 불릴 만하지.

이 정도는 되어야 사기 스킬이며, 레전더리 등급의 소환수이자, 마계의 사신이라 불리는 존재의 고유 권능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놀랍다는 눈빛과 뿌듯한 미소로 루이즈를 바라봤다.

“그 누구도 내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해. 영혼을 빼앗으면 끝이니까.”

당당하게 또 한 번 거만한 포즈를 취하는 루이즈.

내 눈에는 그저 귀엽기만 하다. 아니, 사랑스러웠다.

루이즈는 자세를 풀고는 저기 멍하니 있는 유저를 보며 그리고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주인님을 건드는 자들은 오직 죽음뿐이다. 어리석은 인간아.”

손에 들려 있던 구슬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뜨려 발로 짓밟아 버리는 루이즈였다.

콰직!

구슬이 박살 나는 순간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소환수 ‘루이즈’의 권능으로 만든 플레이어의 영혼이 박살 났습니다.

-플레이어 ‘겔러한’이 사망합니다.

겔러한을 시작으로, 그곳에 있던 범이와 팅고 녀석까지 내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그곳에 있던 PK범을 향해 공격해 죽여 버렸다.

“히익!”

바로 옆에서 동료였던 자들이 무참히, 그것도 아무런 저항이나 공격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죽는 모습을 본 동료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로 기어서 도망치려 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물이 흥건한 것을 보니 지린 것 같다.

그런 PK범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유저들이 소리쳤다.

“멋지다!”

“저희 복수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라이, 더러운 놈들! 꼬시다!”

“이제 기본 세팅이겠지? 눈에 보이면 내가 꼭 죽인다!”

“속이 다 시원하다.”

“소환사님, 최고예요!”

구경하던 유저들은 PK범들이 죽어 가는 모습에 기뻐했다.

모두가 기뻐하는데, 갑작스럽게 한 유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짝짝짝. 정말 대단하시군요.”

박수와 함께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허름한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

하지만 그의 가슴에 그려진 문장을 보곤 나는 바짝 긴장하며 중얼거렸다.

“컬렉터 길드…….”

월오룰 최악의 길드 중 하나이자 범죄 집단 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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