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62
이름 : 루이즈(변경 가능)
등급 : 유니크
계열 : 마족
고유 권능 : 영혼 착취, (봉인), (봉인)
레벨 : Lv.396
스텟 : 근력325 민첩180 체력520 지식300 지혜300
충성도 : 50
특이 사항 : 물리적인 대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성장 가능
진화 가능
뭐라 할까. 춤을 추며 기뻐해야 할지 그게 아니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땅을 파며 슬퍼해야 할지 모를, 좀 이상한 상태창이다.
자, 일단 하나하나 뜯어볼까?
유니크 등급의 마족.
아주 좋아. 유니크면 적어도 레전더리 아래 등급이니까.
그런 와중에 고유 권능이 있다. 무려 세 개.
비록 하나만 개방된 상황이지만, 앞으로 두 개의 봉인된 고유 특성으로 미래성이 보장된 존재다.
거기에 레벨이 남다르다.
‘미친 레벨.’
무려 396레벨.
지금 월오룰의 최상위권 유저들과 엇비슷한 수준의 레벨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랭커와 함께한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여기 40레벨 사냥터에서 제대로 된 버스를 탈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입꼬리가 귀에 걸려야 하는데 단숨에 추락했다.
특이 사항을 봐라.
-물리적인 대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아주 그냥 상태창에 내가 물리적인 대미지를 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어쩌라는 거야? 어디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하는 거야? 내 어깨가 탈골될 것 같잖아?
분노로 인해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그나마 화가 가라앉게 되는 마지막 두 문구 덕분에 조금씩 분노 게이지가 내려갔다.
그런 나완 다르게 루이즈 신비하다는 듯 자신의 몸을 훑어보곤 가슴에 손을 살포시 올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신비한 기분이야.”
서서히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그녀의 눈빛은 처음과 달리 상당히 순해졌다.
“정복당한 기분이야.”
야릇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이 모습을 다른 사람이 겪는다면 속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을 것이다.
하나 지금의 나는 상당히 분노가 쌓였던 몸.
내가 소환사이고, 루이즈는 소환수. 확실한 상하 관계이니 선을 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있던 나였지만, 루이즈의 다음 말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앞으로 잘 부탁해. 주인님.”
지금까지완 전혀 다른 다소곳한 자세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더니 나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어, 그래.”
선은 무슨. 저런 미인이 부탁하는데 어떻게 하나? 잘해 줘야지.
자고로 난 노인과 아이, 미인에겐 잘해 준다. 그러니 잘해 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바로 서머너 킹의 힘인가…….”
히데아의 얼굴에는 어이없음, 그리고 자신의 아끼던 물건을 도둑맞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내가 도둑질을 한 게 맞다.
기껏 시간과 돈, 그리고 노동력을 투자해 소환한 마족을 홀라당 뺏어 갔으니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잠시나마 그렇게 있을 뿐,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마왕님께 보고해 작전을 변경해야겠군.”
그와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그였다.
루이즈를 강탈당하면서 잠깐이나마 무너졌던 얼굴의 가면이 다시 돌아왔다.
처음 나를 보았을 때의 그 푸근한 얼굴이자 미소였다.
“이번에는 자네를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니 물러가겠네. 조만간 다시 볼 걸세.”
“다음엔 제가 죽습니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살려 준다니 다음엔 어떻게 될지 말이다.
하물며 내가 기껏 소환한 마족까지 뺏었으니까.
“모르겠네. 하나…….”
잠시 말끝을 흐리는 히데아가 처음으로 진짜 힘을 발휘하는 듯 강력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히데아의 몸에서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더욱 강렬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마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끈적끈적해 보였다.
그 끈적끈적해 보이는 마기는 점차 영역을 확대하더니 주변의 모든 것을 검게 물들였다.
마치 주변에 비치는 빛마저도 집어삼키는 듯 짙은 어둠이었다.
거기에 마기가 확장하고 팽창하면서 일어나는 강력한 충돌은 그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조차도 강력함이 숨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큭…….”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마기에 저항하기 위해 이를 악물곤 정면을 바라보았다.
“…….”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히데아의 얼굴에는 다시 씌웠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처음으로 보았던 표정이었다.
절대자.
마치 내가 절대 이길 수 없는 강력한 절대자의 얼굴이었다.
굳어 있는 듯, 그게 아니면 냉철하게 판단하는 표정에서 흘러나온 대답에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살려 두는 일은 없을 걸세.”
다시 한번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마기와 함께 회랑의 전체가 떨렸다.
두두두두.
쩌억, 쩌어억!
후두두둑.
땅이 흔들리고 천장이 갈라졌다. 갈라진 곳으로 흙과 돌이 떨어지며 바닥을 두드렸다.
당장 이곳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공포까지 밀려왔다.
“훗. 그런 일은 없을 건데?”
그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 위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나를 압박하던 마기의 기운이 사라졌다.
내 옆에는 루이즈가 도도하게 서 있었다.
“루이즈?”
“걱정 마, 주인님. 저런 애들 몇 명이 와도 손끝 하나 못 건드리게 해 줄 테니까.”
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하는 루이즈였다.
덕분에 한결 편해진 나도 그녀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믿을게.”
“어머? 우리 주인님, 부탁도 할 줄 아네? 귀여워라.”
루이즈는 그 말을 하며 윙크까지 했다.
딴 건 모르겠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졌다.
‘든든하다.’
국밥이 떠오를 만큼 든든했다.
그런 우리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히데아는 기세를 서서히 거두었다.
“그럼 다음에 보게나.”
그는 마신교의 기사들을 손짓으로 불러 모았다.
방금까지 신성 교단의 기사들과 대치하던 그들이 빠르게 뒤로 물렀다.
당연히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신성 교단이 아니다.
“도망칠 길은 없습니다.”
이리엘의 말에 히데아는 히죽 웃을 뿐이다.
대답 대신 품에서 스크롤 한 장을 꺼내 들더니 그대로 찢어 버렸다.
쫘악. 팟!
스크롤이 찢어짐과 동시에 빛이 일어나더니 그 자리에 있던 히데아와 기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와……. 저걸 쓰긴 하는구나.”
저건 분명 텔레포트 스크롤.
역시 악역들이 주로 쓴다는 그 물건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저게 클리셰지. 저게 아니면 구슬을 던져 연기를 뿜어내며 사라져 주는 게 악역의 참맛이 아닌가?
멋을 알아, 월오룰.
아무튼, 적이 사라졌으니 이제 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보상을 챙기는 것.
아직 할 것이 남았다.
‘일단 데닉크 자작이 의뢰한 퀘스트와 탐지의 반지다.’
루이즈 때문에 넘겨 밀린 시스템창도 확인해야 하고, 눈앞에 있는 신성 교단의 이리엘까지 만나야 한다.
‘오늘은 이곳을 빠져나가고 마무리할까…….’
뭔가 벌써 피곤한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단시간에 엄청난 일들이 지나갔으니 육체의 피로보단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했다.
운동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얼른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찰나에 이리엘이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시저 님. 얼른 회복시켜 드리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아까 소환 의식을 막기 위해 내 손가락을 벤 것이 기억났다.
지금 왼손 검지 한 마디가 없었고, 지금도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머니시여. 시저 님을 치료할 수 있게 해 주소서.”
평범한 사제가 아닌 미래에 성녀가 될 재목인 이리엘의 치료였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은 따스했다. 그 따스함은 정말 어머니의 손길과 같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저 님.”
이리엘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런 그녀와 다르게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꺼낸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분들은 제가 잘 묻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NPC 이리엘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흔적을 건네주자 바로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그에 맞는 보상이 들어왔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중에 성녀가 될 이리엘의 호감도가 올랐으니 보상으로 만족이다.
“이번 사건은 전부 신성 교단 본부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저 님의 활약 또한 모든 것 하나하나 보고될 예정입니다.”
그 말에 나는 내 옆에 여전히 있는 루이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루이즈 또한 마찬가지인가요?”
그 말에 이리엘의 목소리가 변했다.
“꼭! 신성 교단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딸꾹.”
방금까지 봄날의 산뜻하면서도 따스한 햇볕과 같은 미소였다면, 지금의 목소리는 한겨울의 칼날 같은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루이즈를 향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에 오히려 내가 놀라 딸꾹질이 나왔다.
“딸꾹.”
한번 시작한 딸꾹질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연달아 몇 번 딸꾹질하고 있자니 루이즈가 내 등 뒤로 매달렸다.
“주인님. 쟤가 노려봐서 무서운데?”
등에 닿는 딱딱한 갑옷의 촉감과 써늘한 냉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갑작스럽게 안겨 오는 루이즈 덕분일까. 한 번 더 깜짝 놀라고 딸꾹질이 멈췄다.
여전히 무섭게 노려보는 이리엘 때문에 다시 한번 시작할 것 같았지만 한 번 봤다고 익숙해진 것인지 다행히 딸꾹질은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 나를 향해 이리엘이 권하듯이 말했다.
“시저 님, 마족은 마족입니다. 절대 곁에 오래 두지 않으셔야 합니다.”
“어머, 이미 우린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거든. 몸도 마음도 주인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걸? 마. 음. 대. 로. 말이야.”
마지막엔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하는 것도 모자라 가슴을 내밀며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그 행동에 이리엘의 얼굴이 붉게 물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귀엽네. 그렇지, 주인님?”
“응? 응. 어?”
나도 모르게 대답해 버리곤 놀랐다.
근데 솔직 눈앞에 이리엘이 귀여운 건 맞으니까. 나도 모르게 나온 조건 반사 같은 거다.
내가 당황해하고 있을 무렵, 다른 신성 교단의 사람이 주변을 조사하다 이리엘에게 보고하듯 다가왔다.
“아무래도 하루 조사로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형제자매님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긴 이 정도 규모인데 잠깐의 조사로 끝날 것 같진 않다.
하물며 주변에 깔려 있는 것들이 전부 마신교에서 사용하던 물건이다. 당연히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밖으로 나가서 보고와 함께 형제자매님을 모셔 오도록 하겠습니다. 세 분이 여기 지켜 주세요.”
그러면서 이리엘은 남을 인원을 정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시저 님. 가시는 길에 언제나 어머니의 은총이 깃들기를.”
“아이샤 님의 은총이 있기를.”
“잘 가. 꼬마 아가씨.”
내 인사엔 미소를, 루이즈의 인사엔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답하고 사라지는 이리엘었다.
여기에 남기로 한 기사 한 명과 두 명의 신관만이 남았다.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보내니 따뜻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시작해 볼까?”
“뭘 시작해?”
“있어 그런 게.”
궁금해하는 루이즈를 뒤로하고 일단 밀린 시스템창부터 확인했다.
-플레이어 최초로 마계 마족을 포획했습니다.
-업적 ‘마족을 포획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마족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마족 중에서 고위급 마족을 포획했습니다.
-업적 ‘고위급 마족을 포획한 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쉽게 포획할 수 없는 존재를 포획했습니다.
-스킬 ‘하급 포획’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스킬 ‘하급 포획’의 레벨이 올라갑니다.
-스킬 ‘하급 포획’의 레벨이 10을 달성합니다.
-스킬 ‘하급 포획’이 ‘중급 포획’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메인 퀘스트 오픈을 위한 실마리를 획득했습니다.
-황성의 공주를 만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미뤄 두었던 시스템창은 날 기쁘게 해 주었다.
루이즈를 포획했더니 스킬 경험치가 덤으로 따라오지 않앗는가?
무려 하급에서 중급 포획으로 넘어갔다.
포획 확률이 더 올라갔다는 소리니 기뻐할 만했다.
거기에 업적도 있으니 일석이조, 만만세다.
추가로 메인 퀘스트를 위한 실마리.
‘아, 그래서.’
나는 왜 회귀 전에 메인 시나리오가 발견되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