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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61화 (61/275)

제61화

#61

“조심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범이가 충분히 움직일 공간을 내주었다.

부탁할 만한 존재가 범이밖에 없어 범이에게 부탁했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곳에는 나와 범이를 빼면 괴물 같은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다. 당연히 걱정된다.

하나 범이는 맡겨 달라는 듯 비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근데 왜 난…… 저 움직임이 오직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지?

머릿속에 인식이 돼냥이라 생각되어 그런가.

그래도 믿을 건 범이뿐이니 나 또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지금 나와 범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신교와 신성 교단의 기사들이 롸끈하게 싸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끈한 게 아니고 롸끈하다.

완전 미처 날뛰고 있거든.

신성 블레이드와 다크 블레이드가 만나면서 굉음을 일으킨다.

거기에 번쩍번쩍하며 튀는 불꽃은 물론이고, 뭉텅뭉텅 깎여 가는 두 블레이드의 파편이 주변을 사방을 터트리며 흙먼지를 일으킨다.

서로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죽자 살자 공격하는 두 기사들의 싸움은 장난이 아니다.

덕분에 체구가 작은 범이가 흙먼지 사이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범이와 다르게 잘 보이는 덩치를 가졌기에, 내 쪽으로 시선을 끌기 위해 범이와 반대로 움직였다.

콰앙!

바로 내 앞에 파편이 튀어 땅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크!”

나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혹시나 범이가 들킬까 봐 나에게 시선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자네는 가만히 있는 게 좋을 텐데. 플레이어 시저.”

“시저 님, 얼른 이곳으로 오셔야 해요. 위험합니다.”

히데아와 이리엘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작전은 성공!

다행히도 범이에게 가는 시선은 단 하나도 없었다.

홀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힐끗 범이를 바라보자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

이제 남은 건 타이밍.

그 순간, 마법진에 강한 마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검은색의 마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며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주변을 압박했다.

“클클클. 중간계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 사신 루이즈여!”

히데아가 그렇게 외친 후 품에서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본 순간, 외쳤다.

“지금!”

“냐앙!”

내 말에 범이가 우렁차게 대답하며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그 순간 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자리 체인지! 그리고 범이 역소환.”

스킬이 발동됨과 동시에 나와 범이가 있던 위치가 바뀌었다.

순식간에 소환진에서 멀어진 범이는 그대로 소환수창으로 돌아갔다.

범이의 안전까지 확실하게 확보한 상황.

나는 그 자리에서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내 손가락을 베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피.

이 계약을 망치기 위한 내 피 몇 방울이면 되는데, 힘 조절에 실패했는지, 내 손가락 한 마디가 그대로 잘려 버렸다.

서걱. 툭.

그리고 떨어진 내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가 마법진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히데아가 소리쳤다.

“이런! 망할!”

방금까지 성공에 확신하던 히데아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정상적으로 소환 의식이 진행되었다면 히데아의 피만 흡수되고 소환되어야 한다.

문제는 내 피도 함께 흡수된 것.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멍한 얼굴로 소환진 위의 나와 히데아를 번갈아 보던 순간이었다.

휘이이잉!

소환진에서부터 진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회랑을 뒤덮듯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토네이도가 생겨난 것 같았다.

토네이도는 소환진에서 나오는 모든 마기를 빨아들였다.

한 줌의 마기도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소환진을 발동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서른 명의 마신교의 마기까지 흡수했다.

“크아악!”

“사, 살려 주십쇼!”

“제, 제발 자비를…….”

서른 명의 마신교 NPC가 그 자리에서 마기는 물론이고 생기까지 빼앗겨 하나의 미라로 변해 바닥으로 쓰러졌다.

“히이익!”

그 모습에 놀란 이리엘의 비명이 울렸고, 그와 동시에 신성 교단의 교원들이 하나둘씩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급하게 신 아이샤를 찾으며 기도했고, 마신교 기사들은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한발 물러났다.

그런 그들과 히데아는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다행히 성공했구나.”

내 피가 스며들었다곤 하나, 소환진은 정상적으로 발동되었고, 그들은 강림한 사신 루이즈를 보며 웃었다.

그의 웃음과 함께 마기의 토네이도는 점차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마기 한 뭉치가 허공에 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워. 분명 나를 부른 것은 저놈이나, 계약의 피는 네놈이군.”

마기가 뭉쳐진 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미성.

거만한 듯 그리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목소리는 생각보다 감미로웠다.

뭐라 할까. 누님, 혹은 여왕님 속성에 눈이 뜰 것 같다고 할까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에 눈앞의 마기의 뭉치며 점점 형태를 갖추더니 한 여인이 나타났다.

“어우야…….”

사신 루이즈를 본 순간 감탄사가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먼저 그녀의 외모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붉은색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완벽한 S라인의 몸매, 생각지도 못한 가슴, 완벽한 골반. 가늘어 보이는 팔과 탄탄한 허벅지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여신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이러니 19세 금지지.’

마기의 뭉치가 사람의 형태를 갖추는 동안 잠시나마 눈을 감게 만들어 주었다.

하나 금세 마기가 루이즈의 전신을 덮었고, 루이즈는 순식간에 검은색의 갑옷으로 무장했다.

그녀의 체형에 딱 맞게 만들어진 갑옷이라 그런지 여전히 굴곡진 몸매를 볼 수 있었고, 그 위로 낡은 망토가 둘러짐과 동시에 그녀의 손에 거대한 낫이 들렸다.

“뭐지? 계약의 피를 흘린 자여. 그 실망했다는 듯한 얼굴은?”

허공에 떠 있는 사신이 나에게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뭐 그런 걸 굳이 설명하나. 남자라면 그런 거지 뭐, 다른 설명 필요하겠는가?

나는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허……. 이걸 어찌…….”

그런 나와 다르게 히데아는 세상 무너진 얼굴을 하고 있다.

그의 입에서 지금의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말이 들려왔다.

원래 소환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란다.

재물, 마력, 피.

눈앞의 소환진은 저 셋 중에서도 피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왜냐면 마기가 밖으로 잘 표출되지 않는 곳을 찾다 보니 신성 교단의 지부 근처까지 왔기 때문이다.

밖으로 뿜어지지 않게 최소한의 마기만을 사용, 대신 재물의 숫자를 늘렸다.

재물은 다름 아닌 코볼트.

이곳 이오지 광산에 서식하는 코볼트를 지배해 강제교배를 통해 엄청난 숫자의 재물을 바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를 이용해 계약, 그리고 많은 소원을 들을 순 없지만, 최소한의 목표를 처리할 때까지 머물 수 있게 만든 마법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선순위는 나다 이거지.’

간단하게 말하면 다 차려 놓은 밥상을 내가 차지한 상황.

이제 한술 뜨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의 밥상은 상당히 아쉽다.

왜냐? 지금 차려진 밥상은 일회성 밥상이다.

이걸 앞으로 계속해서 먹을 수 있게 바꿔야 최고의 밥상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계속 먹을 수 있는 밥상으로 바꾸느냐?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하급 포획.”

-스킬 ‘하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사신 루이즈를 포획합니다.

-포획에 실패했습니다.

음, 역시 한 방에 안 되나?

하긴 나름 마계에서 온 존재다. 당연히 평범한 존재는 아닐 것이고, 대충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의 몬스터로 치면 필드 보스 몬스터 급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포획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웅? 방금 뭘 한 거야?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었는데 말이야.”

눈앞의 루이즈의 말이었다.

진짜 뭔가를 느낀 듯 살짝 교태 있는 목소리다.

두근두근.

지금 뛰고 있는 심장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격하게 뛰고 있는 이유가 방금의 교태 있는 목소리에 흥분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포획 스킬 때문에 들킨 건 아닌지에 놀란 심건지 모르겠다.

이거나, 저거나. 둘 다 심장에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순식간에 긴장한 내 얼굴 탓인지 사신 루이즈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서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뒤집어 천장을 향하게 하더니 검지를 제외하곤 전부 구부리더니 그 손가락으로 내 턱 끝으로 가져갔다.

“혹시 방금 그거 피의 계약자가 한 거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가까이서 보니 잘생겼네. 혹시 나랑 마계로 가지 않을래? 매일 귀여워해 줄 수 있는데 말이야.”

검지로 내 턱을 이리저리 흔들어 내 얼굴 전체를 훑어보더니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걸 보자 뭔가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지금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신이라기보단 나를 유혹하는 서큐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나 내가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다.

이래 봬도 내가 유교 보이거든.

그리 호락호락 쉽게 유혹에 당할 남자가 아니라는 소리다.

오히려 나는 제안했다.

“굳이 마계보단 인간계가 즐겁지 않을까?”

“사실 그건 그래. 마계에서 지낸 지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안 해 본 거라곤 마왕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것 말곤 없거든. 상당히 지루하단 말이야.”

“그런 마계보단 이곳이 좋지 않아? 적어도 새로운 세상에서 지내게 될 테니 말이야.”

“중간계라 상당히 흥미롭긴 해. 이번이 처음 강림한 것이고 말이야.”

여전히 내 턱에 검지를 둔 채로 말하는 사신 루이즈.

거의 넘어온 것 같다.

조금만 더 하면 눈앞의 마족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함께하자. 내가 함께해 주지.”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나 그녀의 대답은 실로 놀라웠다.

“좋은 제안이야. 하지만 난 계속해서 이곳에 있을 수 없는걸.”

그녀는 자신이 소환진에 묶여 있는 존재이며, 지금까지 바친 재물과 마기, 피로 계약된 나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면 다시 마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진정으로 아쉬워하는 그녀의 눈빛.

그리고 정말로 가능하냐며 가능하다면 이곳에 남아 나와 함께 지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슬쩍 미소를 띠는 사신 루이즈였다.

“가능해. 나를 받아들여. 거부하지 말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좋아. 그러지.”

그녀는 내 말을 따르겠다며 내 얼굴에서 검지를 떼고 내 앞에 섰다.

들고 있던 거대한 낫을 휘둘러 뒤로 넘겨 양손으로 잡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는 고개를 살짝 내미는 그녀의 모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히데아였다.

“이, 이 무슨! 마계에서 단기 계약을 위해 소환한 자를 영원히 이곳에 두는 방법 따위!”

히데아는 소리치다가 말았다.

당연히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불가능하다.

근데 유일하게 딱 한 사람 가능하다.

소환수들의 왕. 그리고 절대자의 위치한 왕.

바로 서머너 킹만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히데아였다.

“아…… 안 돼!”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듯 절망하며 소리치는 히데아.

이미 늦었다. 나는 벌써 준비를 끝냈거든.

단순한 포획으론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다.

나와 사신 루이즈의 격차를 보여 줘야 한다.

“눈높이 교육.”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격을 비교합니다.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사신 루이즈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눈앞의 루이즈가 화들짝 놀랐다.

“이게 뭐야?”

갑자기 자신의 힘이 줄어들어서인지 아니면 나와의 격의 차이를 느껴서인지, 그녀의 눈이 엄청 커다랬다.

이것으로 나는 눈앞의 마족보다 격이 높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눈높이 교육 스킬의 최고 좋은 점은 이 상태에선 포획률이 20% 상승한다.

내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하급 포획!”

-스킬 ‘하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사신 루이즈를 포획합니다.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포획의 성공을 알리는 엄청난 양의 시스템창은 뒤로 넘기고 먼저 루이즈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이건 쫌…….”

루이즈의 상태창이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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