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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60화 (60/275)

제60화

#60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마왕의 천적이라 불리는 서머너 킹이라는 존재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공격한다거나 소환수를 공격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섭을 시도하고 있다.

“놀랐겠지? 놀랐을 거야. 이해도 되지 않고 말이야.”

아마 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다.

어지간한 황당한 일도 아니고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라 순식간에 변한 내 얼굴을 컨트롤 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아무런 말을 못 하고 그저 바라보았다.

“후후후. 재밌는 얼굴을 하고 있군. 이 늙은이가 자네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 또한 마왕님의 뜻이네.”

히데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간단했다.

마왕 세지아르의 천적은 서머너 킹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마왕이라는 존재는 본신으로도 강력한 존재이지만, 마왕이기에 수많은 마수와 마족을 거느리며 중간계를 침공한다.

근데 서머너 킹은 마수, 마족, 환수, 몬스터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포획해 버린다.

마왕으로선 자신의 세력을 통째로 넘기는 수준.

그렇기에 천적이라는 상성이 생기는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마왕은 온전히 부활할 테지만, 문제는 서머너 킹의 존재.

마왕은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서머너 킹과 협력하는 방법이다.

서머너 킹과 협력하게 되면 중간계를 넘어 마계까지 전부 정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마왕은 떠올렸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돈과 명예 그리고 여자.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이면서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서머너 킹에게 그것들을 무한정으로 제공해 주며 함께 중간계와 마계를 정복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마왕님의 뜻이네. 어떻게 하겠는가?”

히데아가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나는 멀뚱멀뚱 히데아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 지루하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놀랐지만, 히데아가 마왕님의 뜻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고부터 지루했다.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나보고 같이 세계 정복이나 같이하자는 뜻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흥미는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세계 정복이다. 한 번쯤은 꿈꿔 본 적 있지 않은가? 세계 정복을 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재밌을 거 같긴 하다.

그리고 지금 플레이하는 유저의 뒤통수를 칠 수 있으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세계관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거다.

아마 내가 회귀하기 전의 월오룰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겠지. 그 생각만으로도 솔직히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근데…… 내키지 않아.’

뭔가 마왕의 뜻을 따르기엔 꺼림칙하다고 할까, 그게 아니라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천적이잖아? 내가 굳이 마왕과 함께할 필요가 없지.’

오히려 마왕을 쓰러뜨리고 기회가 된다면 마계까지 진출해 그곳을 정복하고 싶다.

이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아니, 기껏 인류를 배신하고 이인자의 자리에 올라선다? 이건 쫌 별로다.

굳이 할 거면 일인자를 해야지 굳이 이인자의 자리에서 멈출 필요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을 남겨 두고 마계나 정복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또 하나 떠오른 게 있다.

‘유저가 있어야 물건을 팔고 골드로 만들어서 환전하지.’

그래. 이거다.

내가 왜 꺼려졌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이 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돈도 잘 벌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인간계를 쓸어 버린다? 돈이 나올 구석이 사라진다.

그럼 최악이라는 소리다.

생각을 마친 나는 심호흡을 크게 쉬고는 히데아에게 말했다.

“거절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다.

“좋은 선택이세요.”

화들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놀랍게도 그 자리에는 신성 교단의 이리엘을 비롯해 십여 명의 신성 교단의 사람들이 나타나 있었다.

“신 아이샤 님의 뜻에 따라 당신들을 방해하겠습니다! 형제자매여, 저들을 벌해 주소서.”

그녀의 외침과 함께 이리엘을 보호하듯 서 있던 신성 기사가 그대로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저 저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히데아가 아니다.

“놈들을 막아라!”

그 말에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순식간에 신성 기사의 앞을 가로막은 그들이 외쳤다.

“마왕님을 위하여!”

그들의 기합이 주문이었는지, 순식간에 그들의 몸에서 검은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드 마스터가 보일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우우우웅.

검신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우렁차가 울었다.

“암흑 기사의 다크 블레이드예요. 저희도 신성 블레이드로 맞서 싸우세요.”

이리엘의 외침에 신성 기사들이 한순간 외쳤다.

“신 아이샤 님이여! 힘을 주소서!”

그들의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순식간에 신성력이 뿜어져 나와 그들의 검에도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오러 블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두 힘이 한곳에서 만났다.

콰아앙!

엄청난 폭음으로 귀가 먹먹해졌다. 거기에 저들의 힘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땅이 흔들려 균형을 잡지 못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야! 이 미X놈들아!

지금 니들이 쓰는 기술이 여기서 보일 기술이 아니잖아! 적어도 한참은 더 뒤에 나와야 할 기술이라고!

오러 블레이드.

신성 교단의 소속이면 신성 블레이드.

마신교 소속이면 다크 블레이드.

기본적인 파괴력과 절삭력, 공격 속도 등 신체 능력의 전부를 기본의 능력에 배로 뿜어내게 해 주는 스킬이 저 블레이드 스킬이며 무기를 다루는 자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으로 익혀야 할 기술이다.

블레이드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일단 선행 스킬의 학습이 필요하다.

다름 아닌 ‘오러’라는 스킬로 마나를 이용해 검에 오러를 생성해 파괴력과 절삭력을 올려 주는 스킬 말이다.

오러 스킬의 경우, 검이 아닌 무기에 사용하는 스킬로 공용 스킬이기도 하다.

공용 스킬이기에 누구나 배울 수 있는데, 이게 왜 까다로운 조건이냐고 하면 다름 아닌 오러 스킬의 레벨과 등급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러 스킬은 성장형 스킬이다.

한마디로 노말 등급에서 배웠다 하더라도 레어,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이 스킬을 유니크 등급까지 올려야 한다는 소리다.

‘이거 개 노가다거든.’

진심 개 노가다다.

내가 회귀 전에 10년을 해서 겨우 유니크에 올라섰을 정도로 꾸준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스킬이라는 소리다.

거기에 퀘스트의 기본 요구 레벨이 무려 500레벨이다.

회귀 전, 당시 최고 레벨이 팔백을 넘어가던 시절이었으니 블레이드 스킬을 익힌 자는 극소수였고, 전부 하나같이 상위 랭커에 이름을 담았던 이들이다.

제한 레벨도 레벨이지만, 문제는 그 퀘스트조차도 녹록지 않았다.

입에 단내가 풀풀 나도록 죽어라 매일 반복되는 훈련과 똥개 훈련보다도 더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갈아먹는 퀘스트까지.

근 몇 달을 퀘스트에 쏟아부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스킬이다. 블레이드 스킬을 유지하는 동안 얻는 이점이 훨씬 더 많으니까.

그런 고생 끝에 얻은 블레이드 스킬은 월오룰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없어선 안 될 스킬이다.

아, 물론 이것은 일반 유저들에게 해당되는 조건이다.

신성 교단의 경우는 신성 기사 NPC에게 적당한 훈련을 통해 스킬을 전수하는 것으로 끝난다.

마신교의 경우엔 마왕에게 복종하는 맹세만 하면 익힐 수 있다.

두 직업군에 비하면 일반 유저들이 손해 보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하겠지만, 두 직업의 고생은 스킬을 익히고 난 다음에 생겨난다.

듣자 하니 뭐라더라, 게임을 접을 때까지 일일 퀘스트 개념으로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어느 쪽이 더 고생이냐는 갑론을박이 펼쳐진 적이 있었는데, 덕분에 커뮤니티가 활활 타올랐다.

‘어이없게 결론이 났지.’

두 집단의 싸움은 결국 둘 다 X같다로 끝났다.

그 싸움 때문에 사냥을 해야 할 유저가 접속하지 않고 싸우는 바람에 누군가 나서서 정리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모른다.

아무튼 블레이드 스킬은 그렇다.

내가 리베라 남작에게서 보게 된 것이 우연이자 상당히 빠른 편으로 겨우 미르지카 자작령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저 님. 이쪽으로 오세요!”

이리엘의 부름.

나도 당장 그쪽으로 가고 싶다. 근데 그게 말은 쉽지, 실천으로 옮기기엔 너무나도 제약이 많았다.

일단 저 두 기사의 싸움으로 인해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한번 부딪칠 때마다 들려오는 폭음은 물론이고, 땅이 거칠게 흔들린다.

거기에 맞부딪칠 때마다 뭉텅뭉텅 깨져 가는 오러 블레이드의 덩어리가 사방팔방으로 튀어 주변을 초토화로 만들고 있다.

지금 이리엘에게 가려면 저 난장판을 뚫고 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불가능하다.

휩쓸리면 죽는다.

여기서 다 잃을 순 없다.

진작에 범이와 팅고를 소환수창으로 돌려보내서 다행이지, 까딱 잘못했으면 둘 다 사망 페널티를 받을 뻔했다.

“하…… 참…….”

어이가 없다.

이 와중에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당장 이곳을 탈출하자, 가 아니라, 내 등 뒤로 있는 소환진을 어떻게 망가뜨려 퀘스트를 완료하느냐였다.

나는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얼른 마무리 지어라.”

히데아가 서둘러 소환진을 가동하기 위해 서른 명의 부하를 독촉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모습만 보면 마왕이 소환되기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소리다.

‘조력자는 묶여 있어.’

이 불가능한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신성 교단의 사람이 찾아왔다. 훗날 성녀라 불릴 이리엘까지 참가했으니, 꽤 중요한 퀘스트일 것이다.

그리고 왜 회귀하기 전에 왕족 전부가 아닌 공주만 죽었는지 알 것 같았다.

신성 교단이 방해했으니까.

아마 내가 없었더라도 여기 퀘스트는 알아서 진 되었을 것이다.

히데아가 바라는 완벽한 상태가 아닌 불안정한 상태로 말이다.

공주가 죽은 이유는 그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것은 하나다.

‘공주도 죽지 않게 한다.’

그것으로 인해 월오룰의 세상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신성 교단에 보고됨으로 나에게 떨어질 이득까지 계산되었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방해할 수 있을까.

그게 중요하다.

홀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이리엘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신교가 소환을 서두르고 있어요. 피를 떨어뜨려 계약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막을 수 있어요.”

저거다.

어휴. 이리엘, 저 예쁜 것.

미모만 뛰어난 게 아니라 딱 필요한 순간에 뭐가 필요한지 확실하게 알려 주네.

가서 뽀뽀라도 해 주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타이밍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다.

쾅! 콰앙!

여전히 두 기사는 주변을 박살 내며 서로의 목숨을 걸고 미친 듯이 싸워 갔다.

분명 숫자는 신성 교단의 인원이 많았다.

이리엘을 포함한 다섯의 신관들이 계속해서 회복과 버프를 걸어 주며 다섯의 기사들과 맞서 싸웠다.

하나 마신교 기사들이 훨씬 강해서인지 쉽사리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움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다.

나는 몸을 웅크려 작은 공간을 만들고는 조용히 말했다.

“범이, 소환.”

“냐앙.”

범이가 소환되며 내 품속인 것을 알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범이야. 형 좀 도와줘야겠다.”

“냥.”

조용히 속삭이는 내 말에 범이도 작게 대답했다.

대신 충분한 대가가 있겠지, 라는 눈빛이었다.

“잘해 주면 생선구이 하나랑 건강한 사료 많이 줄게.”

“냥.”

거래는 성립되었다.

이제는 내가 부탁할 차례.

나는 조용히 범이에게 부탁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저기 마법진 끝으로 갈래? 저기 바위 뒤에서 숨어서 대기하다가 내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마법진 위로 올라가면 돼. 알겠지?”

“냐앙!”

범이가 조금 크게 대답했다.

지금 내가 노리는 작전을 간단하게 말해 주겠다.

스틸.

난 지금 소환될 마족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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