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55화 (55/275)

제55화

#55

“휴…… 끝났다.”

마우스에 손을 떼고 옆에 있는 커피잔을 들고는 한 모금 마신 여인은 다시 컵을 내려 두고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우웅!”

힘찬 기지개 덕분인지 방금까지 작업하느라 뭉친 어깨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시 마우스를 잡아 방금 편집한 영상을 채널에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찍었다.

“아, 게임 접속 중이시겠구나.”

지금쯤이면 한참 사냥 중일 자신의 의뢰주인 시저를 떠올리고는 슬쩍 웃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지은.

월오룰 캐릭터 네임은 비기너.

그녀가 편집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의 직업 덕분이었다.

그녀는 레어 등급의 뇌전 마법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고, 그녀는 뇌전 마법을 통해 몬스터를 화려하게 사냥하는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대회에 우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한 그녀에게 수많은 러브콜이 떨어졌다.

어디 회사는 상당한 계약금을, 어디 회사는 개인 작업실을 제안하기도 했고, 백지 수표나 다름없는 텅 비어 있는 계약서를 내미는 회사도 있었다.

하나 그녀는 어느 회사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 하기로 했다.

대회의 상금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방을 작업장으로 개조할 수 있었으며, 캡슐을 바꾸고도 돈이 남을 정도였다.

“온종일 앉아서 편집만 하고 싶지 않은걸.”

회사에 소속되면 그 이후로는 뻔하다.

매일 미친 듯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마감 지옥. 그리고 편집부의 압박. 마지막으로 어떤 영상이 자신에게 떨어질지 모른다는 문제까지.

무엇 하나 그녀 마음에 드는 것은 없다.

거기에 그녀 또한 월오룰이라는 이 게임을 사랑했다.

하물며 센스도 충분했다.

파티 사냥 시 적어도 1인분 이상의 몫은 하니 오히려 그녀와 함께 사냥하길 줄 서서 기다리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다.

회사에 속해 봐야 제약된 삶을 살 게 뻔했고, 사랑하는 월오룰을 즐기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녀는 프리를 선언했다.

다행이라면 프리로 선언하고도 드문드문 의뢰가 들어왔고 대회의 상금도 남았기에 그녀가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게임과 편집, 그리고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지내던 그녀는 한 영상을 본 순간 푹 빠져 버렸다.

“귀여워!”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고블린 족장을 향해 앙증맞은 주먹으로 공격하는 그 영상을 말이다.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찾았고, 범이라는 이름과 함께 팬 카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몇 명 없던 회원 수를 채웠고, 바로 카페 매니저에게 영상을 주면 편집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

허접한 카메라에 찍힌 범이가 아니라 자신의 손을 거쳐 나오는 범이를 너무나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스리슬쩍 카페 매니저에게 말했다.

고양이의 주인이 편집자를 구하면 자신을 추천해 달라고, 자신이 누구며 대회 수상 경력과 함께 그간 찍은 영상의 주소까지 링크로 보내며 어필했다.

놀랍게도 다음 날.

그녀는 기다리던 고양이의 주인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얼른 고양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영상이 오길 기다렸다.

파티 사냥이 있음에도 건강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빼 먹었다.

근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결국 먼저 연락을 취해 영상을 받아 지금 막 편집을 끝낸 것이다.

“어디 반응 한번 볼까?”

새로운 영상을 올린 지 대략 30분.

지금 조회 수를 보면 앞으로 얼마나 조회 수가 나올지 짐작이 가기에 그녀는 시저의 개인 채널로 접속, 그리고 조회 수를 보았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그녀의 입에서 다음 단위가 나오지 않았다.

고작 30분 만에 백만이라는 엄청난 조회 수.

그리고 그 아래 달려 있는 댓글까지.

지금 시저의 개인 채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 *

“흐아아암…… 누워 있어서 그런가? 엄청나게 졸리네.”

한가롭게 누워서 눕방 사냥이 뭔지 영상으로 찍고 있던 나였는데, 정말로 졸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콘셉트로 몇 번 찍고 말려 했다.

근데 생각보다 범이와 팅고의 사냥이 엄청났다.

팅고가 휘두르는 무기에 코볼트 광부가 쓰러지고, 범이가 한 번 ‘냐앙’하고 울 때마다 코볼트 광부들이 쓰러진다.

하지만 미궁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상황이라 코볼트 광부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한 번에 서너 마리씩은 기본으로 튀어나왔고, 심할 때는 열 마리의 코볼트 광부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당연히 나도 거들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나는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진짜 필요 없네?”

놀랍게도 범이와 팅고 둘이서 무수히 몰려오는 코볼트 광부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쓸어 버리고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팅고가 전방에서 코볼트 광부와 맞서 싸우고, 범이가 주변을 돌며 방심하거나 떨어져 있는 코볼트 광부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버리며 한 마리씩 사냥하니 내가 끼어들 틈조차도 없었다.

다만 코볼트 광부의 숫자가 늘어나니 팅고의 몸에 자잘한 상처가 쌓여 갔다.

당장 치료는 가능하다.

“치유의 빛.”

내 손에서 만들어진 빛의 구슬이 팅고를 치유했다.

쿨 타임이 10분밖에 안 되는 스킬이니 어지간한 상처는 계속해서 치료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몸에 쌓여 가고 있는 상처를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방패라도 하나 쥐여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쩝……. 방패 쓸 만한 건 한참은 더 가야 건질 수 있는데 말이야. 일단 대장간에서 기본적인 거라도 하나 사줘야겠다.”

필요한 지출이다.

둘밖에 없는 소환수이자, 장비도 입을 수 있는 소환수인데 잘 챙겨 입혀야지. 아직 진화도 더 할 수 있잖아?

한참은 같이 움직일 녀석이니 신경 써야겠다.

대충 전투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코볼트 광부를 도축하며 범이와 팅고의 뒤를 따라 붙었다.

차곡차곡 쌓여 가는 코볼트 광부의 귀를 보며 한 번에 팔아 치울 때도 일이겠다는 생각으로 미소 지으며 앞으로 걸어갈 때였다.

띠링!

누군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알림음에 뭔가 싶어서 눌러 보니 편집자인 비기너 님이 보낸 것이었다.

[시저 님! 대박! 초 대박 터졌어요! 지금 올린 영상 30분 만에 조회 수가 백만을 넘겼어요!! 그것도 두 영상 합쳐서 말이에요!]

“헐…….”

뭐야. 올린 지 30분 만에 백만이라고? 에이 거짓말이겠지.

당연히 믿질 못했다.

내가 무슨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영상이라곤 고작 하나, 그것도 냥집사들 길드에서 올린 범이가 고블린 족장을 쓰러뜨리는 영상이 전부다.

그것은 이제 지워지고 새롭게 편집되어 올린 코볼트 부락의 영상이랑 블러드 스네이크 사냥 영상이 전부다.

그런 두 영상만으로 백만을 넘겼다니.

만약 이게 사실이면 엄청난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에라도 두 손을 들고 만세를 외치며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야 한다.

“확인해 볼까?”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잠깐 쉬기로 했다.

“범이야. 팅고야 마무리하고 쉬자.”

내 말에 팅고는 기쁜 듯. 크게 포효했고, 범이는 방금보다 한층 더 빨라진 몸놀림으로 코볼트 광부를 사냥해 나간다.

고생이 많다. 이따 먹을 거라도 잘 챙겨 줘야지.

나는 서둘러 쓰러진 몬스터들을 도축하고 범이와 팅고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 * *

빠르게 점심밥을 만들어 책상 위로 들고 온 나는 내 개인 채널에 접속하며 한 숟갈 크게 떠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그대로 멈춰 버렸다.

툭. 땡그랑.

굳어 버린 내 손과 다르게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숟가락이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방금 입으로 가져가려 했던 밥알이 흩날렸다.

“미, 미친?”

내 영상의 조회 수를 확인하기도 전에 내 채널로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쪽지함이 꽉 차 있기 때문이었다.

[+999]

이건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쪽지의 양이 아니다.

무려 천 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쪽지함을 열어 가장 최근에 온 쪽지를 열어 보았다.

[시저 님에게.

저희는 헤븐즈 길드로 감히 시저 님에게 좋은 제안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다름 아닌 저의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

더 볼 필요가 없다. 뭔 내용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보나 마나한 내용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열 개의 쪽지까지 확인하고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뻔한 내용이다.

“다 영입 제안이네.”

저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나를 그들의 길드로 영입하는 것이고, 백지 수표나 다름없는 계약서를 가지고 나를 만나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천 개가 넘는 쪽지는 이름만 들어도 ‘오! 그 길드’라며 소리칠 정도의 길드부터 생전 처음 듣는 길드까지 수많은 길드에서 영입 제안 메시지였다.

“이놈들도 연락이 왔군……. 뭐 매력적이긴 하지 내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쪽지는 다름 아닌 한 길드의 쪽지였다.

현재 길드 랭킹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메시아 길드에서까지 영입 제안이 들어왔다.

메시아 길드라고 하면 어지간한 유저라면 그들의 손을 덥석 잡고 오히려 머리를 숙이며 들어갈 길드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놈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의 이미지와 다르게.”

메시아 길드의 이미지는 이러했다.

대규모 이벤트에선 언제나 최전방에 서며, 각종 지원이나 서포트를 아끼지 않으며, 오직 월오룰의 게임의 끝을 향해 달리기만 하는 진정한 공략파이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속해 있는 길드.

이게 앞으로 만들어질 메시아라는 길드의 이미지다.

메시아 길드는 다른 길드와 다른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

다름 아닌 길드 마스터가 네 명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

한국인 유저 김세준.

미국인 유저 쥴리안나.

중국인 유저 마오후둥.

영국인 유저 쥬조아.

이 넷이 수장으로 있다.

네 사람으로 구성된 것이 특이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집안을 알게 되는 순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의 모든 캡슐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오성 구읍의 외손자 김세준.

세계 최악의 바이러스라 불렸던 ‘코로나18’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의약 회사 하이져의 상속자 쥴리안나.

중국 현 정부의 지도자라 불리는 주진핑의 아들인 마오후둥.

영국 왕실의 유일한 혈육이자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통의 쥬조아.

이들로 구성된 메시아 길드는 전 세계의 모든 기업의 지원을 톡톡히 받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각 가문의 사업은 물론이고, 혈연, 지연, 학연, 흡연 관계의 사람들을 모두 메시아 길드로 쑤셔 넣었지.”

그렇게 메시아 길드는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성장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할 녀석들이다.

아직까지는 길드의 성장은 물론이고, 저 네 명의 수장의 성장을 위해 모든 길드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길드의 이미지를 위해 사냥터마다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어떻게 사냥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며 혹시나 힘들어하는 유저가 있다면 직접 사냥터에서 공략법을 알려 주며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었다.

월오룰의 난이도는 높은 편.

혼자 사냥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메시아 길드의 도움을 받고는 그들에게 감명 받아 팬이 되는 일은 기본이고, 심하게는 길드 가입까지 할 정도다.

“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것이지.”

그렇다. 지금 메시아 길드는 미래를 위해 길드에 좋은 이미지를 열심히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본심은 앞으로 5년이 흐른 뒤에 나타난다.

“독점.”

그래. 놈들은 나중에 모든 사냥터를 독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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