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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53화 (53/275)

제53화

#53

-레벨이 올랐습니다.

-3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소환수 ‘범이’이(가) 레벨이 올랐습니다.

-3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레벨업을 알리는 시스템창.

마지막 경험치를 장식해 준 것은 다름 아닌 방금 내 뒤통수를 노리고 공격해 왔던 PK범이었다.

레벨이 상당한지,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가 들어왔다.

하긴 그 정도가 아니면 함부로 달려들겠어?

숫자도 다섯 명이니 꿀릴 거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나야 뭐, 개꿀이지. 묻지 마 PK도 아니고 지들이 먼저 달려들었으니 쌤통이다.

뭐, 덕분에 레벨 업을 하고도 조금 더 많은 양의 경험치가 들어왔기에 다음 레벨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스킬 뽑기가 중요하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처리해 볼까?”

여러 가지 빛으로 반짝반짝한 바닥을 보았다.

“아따, 쓰레기 놈들. 어지간히도 PK 했네.”

나는 눈앞에 떨어진 수많은 아이템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대충 보아도 아이템이 백여 개는 가볍게 넘어간다.

다섯 명이서 끼고 있는 풀 피스만 해도 다섯 개다. 거기에 액세서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배로 늘어난다.

놈들이 얼마나 열심히 유저 사냥을 했으면, 기본적으로 고블린 세트 하나씩은 들고 있었으며, 코볼트 세트 일부 또한 한 피스씩은 들고 있었다.

“대충…… 고블린 세트가 삼백 골드. 다섯 세트니깐 천오백 골드. 코볼트 세트는 다섯 부위니깐 이천오백 골드…….”

뭐야…… 나…… 무서워……. 지금 내가 사천 골드는 벌었다는 거잖아?

그 말은 즉 사천만 원어치의 돈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거다.

덜덜덜.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려 왔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예 몬스터가 주변 몬스터를 불러들였는데 뒤쪽에서 몬스터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군가 있다는 소리다.

처음에는 덕분에 편하게 잡았다고 인사라도 할까 싶었는데, 대뜸 이쪽으로 오면서 하는 말이 ‘죽어’가 아닌가? 그래서 깔끔하게 다 죽였는데, 상상도 못 할 금액이 내 손에 떨어졌다.

“그게 끝이 아니지.”

지금 내가 눈에 보이는 장비만 순수하게 계산했을 때 사천 골드다.

저들이 들고 있던 돈이랑 기타 잡템까지 팔아치우면 그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 제대로 플렉스 하겠는걸?

그것도 회귀 전 인생까지 통틀어 최고의 소비를 할 것 같았다.

“아…… 두렵다. 내가 얼마나 쓸 수 있을까?”

나는 짠돌이 근성이 있는 편이다.

그런 내가 사치를 부린다고 생각하니 벌써 나 자신이 두려워지려 한다.

왜냐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을 하려니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모르거든.

혹시 모르지. 내 안에 숨겨진 나의 본성을 찾을지도.

아무튼, 서둘러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인벤토리로 쓸어 넣었다.

지금 내가 챙겨야 할 것이 이게 끝은 아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코볼트 광부의 시체는 물론이고, 방금 팅고가 쓰러뜨린 코볼트 간수까지 전부 도축해야 한다.

“쩝, 자동으로 도축해 주는 소환수는 없나?”

좀 더 편하게 꿀을 빨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조금 안타깝다.

그래도 월오룰이니까 있지 않을까 싶다.

그건 나중에 찾아볼 일이고 지금은 내가 해야 한다.

“범이는 이거 먹고 있고, 팅고는 코볼트 광부 몇 마리 먹어.”

“냐앙!”

“충!”

그사이 나는 바닥에 있는 아이템을 하나둘씩 챙겨 넣었다.

월오룰의 인벤토리는 다른 여타의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풍족한 편이었다.

어지간한 아이템은 중첩할 수 있어 공간의 여유가 상당한 것은 물론이고 기본으로 주어지는 가방 또한 엄청난 공간을 가지고 있다.

뭐라더라. 아공간 개념으로 치면 10평 치의 물건을 담을 수 있다고 들은 것 같다.

덕분에 바닥에 있는 물건을 전부 쓸어 담고도 공간이 여유롭게 남았다.

“아따, 이 새X들. 비싼 것도 먹네.”

나는 잘 포장된 빵 하나를 들고는 그 자리에서 뜯어 먹었다.

내가 알기론 이 빵이 하나당 5골드가 넘어간다.

섭취 시 10분간 근력 스텟 한 개를 올려 주는 물건으로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물건이다.

내가 먹는 1골드짜리 육포랑은 맛도 질도 다른 물건이다.

우걱우걱.

나는 그것을 입으로 밀어 넣어 그대로 삼켰다.

-건포도 빵을 섭취했습니다.

-10분간 근력 스텟이 +1 추가됩니다.

확실히 맛있다.

그저 질기고 딱딱한 육포랑 다르게 건포도의 달콤함과 촉촉한 빵이 내 식도를 너무나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쩝, 나도 먹는 것에 신경 좀 쓸까.”

한번 맛있는 걸 먹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이번엔 큰돈도 벌었겠다. 이제는 먹는 것도 너무 하찮은 것들이 아닌 조금은 맛을 신경 쓰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PK범들의 장비를 모두 챙겼다.

인벤토리 가득 들어가 있는 아이템을 보자니 마음 한쪽이 뿌듯하다.

비록 내가 직접 전부 구한 건 아니더라도, 내가 얻은 건 맞으니까.

“후후후. 그럼 다음으로 코볼트 간수는 뭘 줄려나.”

지금까지의 노동의 수고를 잊게 해 줄 기대되는 첫 번째 순간이다.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코볼트 간수를 향해 도축을 외쳤다.

“도축.”

-코볼트 간수를 도축했습니다.

-‘코볼트 간수의 채찍’을 획득했습니다.

-‘날이 서지 않은 검’을 획득했습니다.

두 개의 아이템.

정예 몬스터치곤 얻은 아이템이 부실하다 느껴질 정도의 두 개의 보상이 전부였다.

“뭐, 이거라도 어디야. 안 그래도 탐났는데.”

코볼트 간수가 사용하던 검이자 몽둥이는 나와 팅고가 탐내던 물건이었다.

그 즉시 정보를 확인해 봤다.

[날이 서지 않은 검]

등급 : 레어

내구력 : 100/100

공격력 : 100

날이 서지 않아 검이라기보단 몽둥이에 어울린다.

착용자의 근력 스텟을 +2 올려 준다.

팅고가 사용하기에 그냥저냥, 적당히 문제없는 물건이다.

“팅고.”

“끼에륵?”

한창 식사하던 중에 자신을 부르자 코볼트 광부의 살점을 입에 물고는 나를 향해 바라보는 팅고다.

“잠깐 와서 입고 있는 장비 싹 다 벗어 봐.”

“충.”

내 말에 팅고가 먹던 것을 퉤하고 뱉어 버리고는 내 앞으로 다가와 장비를 벗어 내 앞에 두었다.

지금 팅고가 입고 있는 것은 고블린 세트.

이제 코볼트 세트로 바꿔 줄 생각이다.

“그럼 엄청 강해질 거니까.”

비록 무기가 코볼트 세트가 아니라 6개 풀세트는 아니지만,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내가 이곳을 공략하는 동안 안 나와도 상관없다. 하나 정도는 사면 되니까.

사천 골드 이상을 벌어들인 나다. 그깟 코볼트 세트 하나 정도 못 사 주겠는가? 그 정도 재력은 생겼단 말이야.

팅고가 벗은 장비는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쌓았고, 그 대신 코볼트 세트를 던져 주며 입으라 말했다.

“오, 때깔 좀 나는데?”

고블린 세트야 고블린의 가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초록색을 띤다.

눈으로 보면 생각보다 별로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색상 말이다.

그런 고블린 세트와 다르게 코볼트 세트는 갈색빛을 띠고 있다.

거기에 광산이라는 사냥터 특성 때문인지 중요 부위이자 급소를 철판을 덧대어 만든 물건이라 겉모습만 보아도 간지가 난다.

거기에 아까 탐내하던 코볼트 간수의 무기까지 쥐여 주자 팅고는 나를 향해 고개 숙이며 기뻐했다.

“충! 주인님! 최고다.”

그래. 내가 최고지? 한 번 상태창으로 확인해 볼까?

“팅고 상태창.”

이름 : 팅고.

계열 : 몬스터 홉 고블린 워리어

등급 : 유니크

레벨 : Lv.37

스텟 : 근력50(+8) 민첩30(+8) 체력40(+8) 지식7(+8) 지혜7(+8)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든든하구먼. 이게 소환수지. 이게 소환사를 하는 맛이지.

어쩜 이리 든든한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온다.

아, 방금 빵 먹었다. 배부를 만하네.

“자, 그럼 이제 가장 하이라이트인 스킬 뽑기를 해 볼 시간인가?”

나는 먼저 범이를 바라보았다.

먹으라고 준 육포는 진즉에 범이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여운이 남는지 혀로 발을 핥으며 그루밍하는 중이었다.

“먼저 범이부터.”

-소환수 범이의 스킬 뽑기 권을 사용했습니다.

눈앞에 백 개의 구슬이 등장,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범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뭔가 반응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아무거나 뽑아?”

“냐.”

그러라는 듯 식빵 굽는 자세를 취하더니 눈을 끔뻑였다. 배도 부르고 졸음이라도 찾아왔는지 졸기 시작한다.

“그래 아무거나 뽑는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눈앞에 보이는 구슬 하나를 선택했다.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노말 스킬 ‘꼬리치기’를 익혔습니다.

[꼬리치기 Lv.1]

등급 : 노말

엑티브 스킬.

-꼬리를 이용해 적을 공격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0초

소모MP : 10

“음…… 원래라면 이게 정상인데……. 뭐지, 이 허탈함은?”

아무래도 내가 최근 들어 레전더리 등급은 물론이고, 유니크 등급의 스킬들을 뽑아서 그런지 노말 등급의 스킬을 보고 있자니 뭔가 섭섭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꼬리치기 스킬이 나쁜 건 아니다.

지금이야 노말 등급이라 큰 대미지를 주는 스킬은 아니지만, 나중에 스킬 숙련도가 쌓이면 상당한 위력을 내는 스킬이기도 하다.

나아가 저 꼬리치기 스킬이 바닥을 때리는 것만으로도 주변 땅을 살짝 흔들게 만들어 적의 자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다른 스킬로 승급도 가능하고 말이다.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노말인 게 허탈하고 섭섭할 뿐이지.

그런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뽑기를 통해 마음을 충족시키면 된다.

“스킬 뽑기 권 사용.”

나의 외침에 시스템창이 응답했다.

-스킬 뽑기 권을 사용했습니다.

빛나는 구슬 중에서 손을 뻗어 하나의 구슬을 선택했다.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노말 스킬 ‘몬스터 연구가’를 익혔습니다.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스킬.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을 때는 간단하게 스킬 설명을 확인해 보면 된다.

[몬스터 연구가 Lv.1]

등급 : 노말

패시브 스킬.

-몬스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몬스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이해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알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난다.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스킬의 등급이 상승한다.

설명으로도 뭔지 모르겠다.

뭘까? 몬스터에 대한 이해도라니.

“음…….”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 와중에 그나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것은 저 스킬이 성장형 스킬이라는 거다.

그것도 자동으로 등급까지 성장하는 아주 특별한 스킬이다.

“쩝, 패시브니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겠지?”

통찰안이나 약점 포착 같은 패시브 스킬이니 중요한 순간이나 필요한 순간이면 알아서 사용이 될 거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노말 등급이잖아. 그것도 성장형.

믿습니다. 신 아이샤여.

나는 잠시나마 무릎을 꿇고 경건한 자세로 표정으로 신 아이샤를 향해 기도를 드렸다.

“냥?”

“주인?”

내 모습에 범이와 팅고가 무슨 짓이냐는 울음소리를 보내었다.

“그런 게 있어.”

나는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자, 다시 가 보자고.”

나는 다시 범이와 팅고를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 * *

라온 소프트.

월오룰을 개발한 기업이자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건물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노후 빌딩을 개조해서 새롭게 단장해 지어졌다.

최상층이라 할 수 있는 100층에 하나밖에 없는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얼마 가지 않아 자동으로 문이 열렸고, 그 문을 통과해 들어간 남자가 고개 숙이며 말을 했다.

“사장님. 보고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사장이라 불리는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정 팀장님이 오실 정도면 꽤나 큰 사건이 생겼나 봅니다.”

사장의 말에 정 팀장이라 불린 남자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대규모 이벤트 보스 몬스터 한 마리가 소멸하였습니다.”

“오호.”

정 팀장의 보고에 사장은 신비하다는 듯 말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정 팀장의 보고에 사장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렸다.

“서머너 킹이 발견되었습니다. 시기는 일주일 정도 된 것 같고, 메인 퀘스트를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 말에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준비해야겠군요.”

“예정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정 팀장이 나가고 홀로 남은 사장은 흥미롭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플레이어 제군들.”

라온 소프트의 사장. 유민재는 즐겁다는 듯 슬쩍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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