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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51화 (51/275)

제51화

#51

다행스럽게도 효진이의 삐침은 금방 풀렸다.

사과의 선물이라고 할지 뇌물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동생의 품에 잔뜩 안겨 있는 참고서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리 줘, 내가 들게.”

내가 받아 들자 양손이 묵직해졌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공부해. 아무리 고3이지만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

아마 나라면 절대 못 할 것이다. 나는 게임 머리만 있지 공부 머리는 있는 편이 아니니까.

“그나저나 참고서로 괜찮겠어? 옷이라든가, 가방이라든가, 다른 게 필요한 건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창 꾸미고 다닐 나이에 그저 공부에 관련된 것만 사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주말에 사는 거지. 오늘은 별개 일이고.”

“아…… 오늘은 별개구나.”

“그럼.”

효진이는 양손이 가벼워진만큼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외식이라며 저녁은 뭐야?”

“응, 야곱.”

내 말에 지나가던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야곱을 아십니까?”

“네, 야채 곱창이요.”

그 말과 함께 나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큭큭큭.”

진짜 인터넷에 보았던 일을 실제로 당할 줄이야.

우리 남매는 킥킥거리며 눈앞의 가게에 들어갔다.

오랜만의 야채곱창이라 그런지 젓가락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처음 효진이는 이게 뭔가 싶은 얼굴로 바라보다 한 입 먹더니 멈추질 못했다.

확실히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잘 먹는다.

우리 남매는 양 볼을 가득 채우는 야채곱창에 흠뻑 빠져 쉴 새 없이 먹어 치웠다.

* * *

“자, 오늘도 보람찬 일과를 시작해 볼까.”

월오룰에 접속과 동시에 팅고와 범이를 소환했다.

“충!”

“냐앙!”

둘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그중에서 나는 범이에게 세 개밖에 없는 생선구이를 꺼내 주었다.

“자, 이거 먹어.”

“냐앙?”

내가 갑작스럽게 먹을 것은 주자 의심스럽다는 울음소리와 함께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생선구이에서 풍겨 오는 맛있는 냄새에 범이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냥 보아도 참으로 먹음직스러운 생선구이다.

생선의 종류는 모르겠지만, 생긴 모습이나 풍겨 오는 냄새는 고등어구이로 보였는데, 내가 먹어도 될 것 같아 보였다.

한 입 뺏어 먹을까 싶어서 슬쩍 손을 뻗었다.

탁.

범이의 꼬리가 딱 하고 내 손을 쳐냈다.

그러곤 범이는 몸을 돌려 생선을 가리듯 나에게 엉덩이를 보이며 다시 먹기 시작했다. 절대 한 입도 주지도 않겠다는 굳은 의지다.

그 모습이 우스웠다.

“그래, 그래. 너 다 먹어라.”

저리 완고한 자세로 버티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먹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는 시선을 팅고에게 돌렸다.

“넌 안 먹어도 되냐?”

“가끔. 먹는다.”

언제 먹었지? 난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

“그래? 뭐 먹는데?”

내 말에 팅고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그 방향은 나다.

“어라? 나?”

놀랍게도 나를 가리키는 팅고다.

화들짝 놀랐다.

팅고의 눈빛은 정말로 배가 고파하는 한 마리의 몬스터의 눈빛이었다.

나도 모르게 방어 태세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순간 검을 뽑아 들 뻔했다.

그래. 이해는 간다. 몬스터니,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나를 팅고의 먹이로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이걸 어쩌지 싶었는데, 팅고가 고개를 저었다.

“주인. 아니다. 몬스터.”

그제야 나는 등을 돌려 보았고, 그곳에 코볼트의 시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가 사냥하고 도축하지 않고 지나간 시체다.

“아…….”

생각해 보니 내가 코볼트 시체가 보이는 족족 도축해 버렸으니 팅고가 먹을 게 없던 게 맞다.

이제는 팅고의 몫은 챙겨 줘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먹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챙겨 줄 테니까.”

“주인님. 감사한다.”

그러더니 그대로 내 뒤에 있던 코볼트에게 다가가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오독오독 뼈를 씹어 삼키는 소리는 물론이고, 살점을 물어뜯는 소리와 함께 입가로 흐르는 피를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팅고가 몬스터가 맞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자니 섬뜩했다.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해 줘야지. 어후, 무섭네.

지금 보니 상당히 배가 고팠나 보다.

게 눈 감추듯 코볼트 한 마리를 먹어 치우고는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코볼트까지 손을 뻗는다.

아무래도 상당히 배가 고팠나 보다.

두 마리째 식사에 들어가자 이곳 미궁 속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 가기 시작했다.

그게 원인인지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컹! 컹!”

코볼트의 울음소리와 함께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땅이 울려왔다.

“냐앙!”

내 옆으로 범이가 섰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운동할 시간인가, 라는 눈빛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적의 출연 때문에 팅고도 식사를 하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팅고는 계속 밥 먹어. 우리가 처리할게.”

겸사겸사 할 것도 있고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킬 레벨 작업이다.

스킬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꾸준하게 써 주는 것이 좋다.

두 마리의 코볼트가 어느새 나와 범이에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코볼트 광부의 개체 값을 분석합니다.

-개체 값은 10%입니다.

-코볼트 광부의 개체 값을 분석합니다.

-개체 값은 12%입니다.

뭐, 이런 곳에서 좋은 녀석이 나올 리가 없지.

그리고 이런 똥 같은 개체값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지만 좋은 경험치가 되어 줄 녀석들이니 문제는 없다.

“범이야. 마안.”

“냐앙!”

-소환수 범이의 스킬 ‘마안’이 발동되었습니다.

-코볼트 광부가 마비에 걸렸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내 스킬.

“눈높이 교육.”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격을 비교합니다.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코볼트 광부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파괴의 가호.”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30% 상승시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몬스터를 공격하고 경험치를 얻는 것이다.

스르릉.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곤 그대로 코볼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서걱.

굳어 있던 코볼트의 허벅지를 깊숙하게 베었다.

“커엉!”

고통에 찬 코볼트는 서 있지도 못하는지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왜냐고? 나는 소환사다. 몬스터나 환수, 마수 등을 포획해 대신 싸우게 하는 직업 말이다.

가장 중요한 ‘포획’ 스킬의 레벨을 올려야 한다.

하물며 서머너 킹의 특성인 ‘왕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가 있으니 포획할 수 있는 숫자의 제한도 없다.

이럼에도 스킬 숙련도를 올리지 않는다? 그건 멍청하다 못해 게임을 접어야 할 수준으로 미련한 짓이다.

“하급 포획.”

-스킬 ‘하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코볼트 광부를 포획합니다.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너무나도 쉽사리 포획되는 코볼트 광부.

굳이 이번에 포획한 코볼트 광부의 스텟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통찰안으로 인해 별로란 걸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코볼트 광부를 방생하시겠습니까?

Yes or No.

“예스.”

미련 없이 바로 방생시켰다.

그리고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는 코볼트 광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끼잉…… 낑…….”

코볼트 광부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눈앞에 존재가 자신보다 강하기에 느끼는 두려움과 바로 옆에 있던 동족이 사라진 공포가 코볼트 광부를 짓눌렀다.

코볼트 광부는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10초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곤 나는 다시 하급 포획 스킬을 사용, 그리고 방생까지 이어졌다.

“자, 그럼 이렇게 쭉쭉 가 보자고.”

뭐, 별거 없는 이상 방금과 같은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내 스킬만 숙련도를 올려야 하는 게 아니다. 범이와 팅고의 스킬 숙련도 작업도 해야 한다.

중간중간 스킬 쿨 타임을 확인하며 꾸준하게 계속 써 주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추웅!!”

아, 깜짝이야.

식사를 마친 팅고가 피를 몸에 덕지덕지 묻힌 상태로 나에게 다가와 소리친 것이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아까보다 더 생기 있는 얼굴은 물론이고, 당장에라도 싸울 수 있다며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모습은 든든하기 그지없다.

“그래. 가 보자고.”

나는 범이와 팅고를 앞세워 앞으로 나아갔다.

* * *

이오지 광산이 플레이어 무덤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퉤, 거지네.”

“요즘 애들은 들고 있는 게 없어요. 라떼는 말이야. 어? 고블린 세트는 입고. 어? 들어왔다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플레이어를 보며 비릿한 웃음 짓는 한 명의 남자와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꼰대 짓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두 명의 남녀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 낄낄댔다.

“개 같은 자식들. 같은 유저 통수치는 게 재밌냐?”

쓰러진 남자가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그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더욱 깔깔깔, 즐거워하며 동시에 말했다.

“어!”

바닥에 누워 있던 남자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

누군가가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쑤셔 넣으며 끝낸 탓이다.

“어이쿠. 그래도 이놈은 고블린 세트 신발이 있네. 필요한 사람?”

“나. 내구도가 바닥이야.”

“여기.”

“땡큐.”

이들은 이오지 광산에서 플레이어를 전문적으로 살해하고 얻은 장비로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자들이다.

월오룰에서 PK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저 들고 있는 무기로 상대를 공격하면 된다.

PK를 했다고 뭔가 따로 제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NPC를 공격하면 큰일 나지만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문제가 없다.

상대보다 강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네 명의 남녀는 방금 얻은 전리품을 나눠 가졌고, 이 자리에 없는 한 명분의 몫을 따로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자리를 비운 유저는 다름 아닌 다음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유저다.

직업이 도적으로 빠른 몸놀림과 누군가를 감시하는 스킬을 가진 유저로 이런 일에는 딱인 유저다. 그리고 그가 리더다.

그들이 기다리던 리더가 천천히 다가왔다.

일행은 리더를 반겼다.

“오, 리더. 이번엔 꽝이야.”

“요 며칠 중에서 가장 최악일걸?”

“낄낄낄. 마지막에 죽을 때 부들부들 떠는 걸 봤으면 리더도 재밌었을 거야.”

“맞아요. 오빠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리더가 다가와 자신의 몫을 챙겼다. 그러곤 어깨를 으쓱하며 별수 없다는 듯 말했다.

“슬슬 우리 이름도 커뮤니티에 알려졌을 터니 그럴 만하지.”

그 말에 일행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슬슬 이 일에서 손을 뗄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리더로서 말하지. 앞으로 한탕만 뛰고 끝내지.”

일행은 아쉬워했다. 그만큼 이곳에서 얻은 수익이 상당히 짭짤했기 때문이다.

아직 골드로 바꾸지 않은 장비나 아이템이 잔뜩 쌓여 있지만, 눈으로 보아도 대충 얼마인지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아쉽다는 얼굴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 일행을 보며 리더가 말했다.

“걱정 마. 다음 사냥터에서도 지금처럼 하면 되니깐. 나를 믿어.”

그의 말에 일행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리더야.”

“5252, 줴엔장. 믿구 있었다구!”

“참된 리더의 모습이야.”

“오빠, 사랑해요!”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리더는 등을 돌리고는 슬쩍 비웃었다.

‘멍청한 놈들. 한 번 쓴 장기 말을 다시 쓸 이유가 없지.’

속으론 그런 생각을 했다.

그의 닉네임은 겔러한.

도적 계열의 유니크 등급의 ‘마피아’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실제로 그는 현실에도 마피아이며, 한 조직의 수장이었다. 남들의 돈을 강탈해 이렇게 여유롭게 월오룰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가 주변을 살펴보다 저 멀리 누군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 두 명이 지나가는군.”

그들의 다음 목표가 정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노리는 자가 상식 밖의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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