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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48화 (48/275)

제48화

#48

이오지 광산으로 향하기 전에 일단 데닉크 자작령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일단 지금 먼저 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보급이다.

“대충…… 한 일주일치 사들고 가면 되겠지.”

일주일간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우선이다.

내가 먹어 봐야 빵이라든가 육포 같은 것들이 전부다.

“대충 먹지 뭐. NPC가 파는 것 중에 굳이 비싼 걸 먹는다고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월오룰의 요리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NPC가 만드는 요리다.

가장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빵이라던가, 육포다.

그게 아니면 여관을 운영하는 NPC에게 부탁해 도시락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맛은 평범, 대신 가격은 싸지.”

나 같은 누르렁 입에게는 안성맞춤인 물건이다.

대충 캐릭터 움직이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허기와 갈증을 달래고, 맛과 돈을 포기한 경우라 보면 된다.

그런 나와 다르게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특별한 효과를 원하는 이들에겐 NPC가 파는 물건이 아닌 요리사 직업을 가진 유저들에게 사는 사람도 있다.

플레이어가 만드는 요리는 두 개의 특별함이 있다.

하나는 맛이다.

월오룰은 미각 시스템을 상당히 고퀄로 만들었다.

오죽하면 제대로 된 요리의 경우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재연해두었다고 했을 정도니 얼마나 섬세하게 재연했는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 주는 엄청난 콘텐츠이기도 하다.

“욕망을 채워 주거든.”

자 봐라.

현실 세계에서 자기 편한대로 마음대로 먹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 것이다.

하나 사람들은 참는다.

건강을 위해, 몸매를 위해, 돈 때문에 등등의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 월오룰의 경우 아무리 먹어도 돈만 사용되지, 건강이나 몸매 등의 이유와 연관이 전혀 없다.

하물며 포만감도 느끼지 않는가?

사람들은 월오룰이라는 이 세상에서 마음껏 먹음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월오룰 세상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요리가 있다.

그것은 미식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한데,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여러 가지 버프 효과를 주거든.”

요리사 직업을 가진 유저가 만드는 요리의 경우 조금 특별한 효능이 있다.

예를 들면 10분간 근력 스텟을 조금 상승시켜 준다거나, 10분간 체력을 조금씩 회복시켜 준다거나 식으로 말이다.

당연히 이런 요리의 경우 보통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그리고 맛 도한 훨씬 맛있다.

그러다 보니 유명 요리사가 만드는 음식의 경우 따로 주문을 해서야지만 살 수 있으며 그 대기열 또한 엄청나다고 들었다.

어디 영지에 있는 제빵소의 경우, 빵 하나 사는데 새벽 5시부터 줄을 서도 살까 말까 한단다.

오죽하면 대형 길드에선 전문 요리사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다.

뭐, 나에겐 아직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굳이 그런 걸 안 먹어도 스텟이 빵빵하거든.

비싼 돈 들여서 버프를 받을 생각이 없다.

나는 가판에 있는 육포를 사서 인벤토리에 하나씩 차곡차곡 쌓았다.

난 이거면 된다.

그렇게 육포를 주워 담고 있을 무렵이었다.

“여기서 뵙네요.”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렇게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여기서 뵙는군요.”

놀랍게도 그들은 냥집사들 길드원 전부가 있었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말이다.

“범이 님은 없나요?”

누가 냥집사들이 아니랄까 봐 가장 먼저 범이부터 찾는다.

호칭도 범이 님이다. 님.

이거 조금 섭섭한 기분이다.

그래도 내가 한번 살려 줬는데, 대우가 이러면 섭섭하지.

그런 내 얼굴을 읽었는지, 길마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이해해 주십쇼. 저희 모두가 범이 님의 팬이라 잠깐 눈이 돌아갔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시저 님.”

“네, 잘 지냈습니다. 모두 무사히 이곳까지 오셨군요.”

“막 도착한참입니다. 저희도 정비하고 사냥터로 갈까 합니다.”

그 말이 진짜인지 나처럼 육포 몇 장을 구입하고 있었다.

인원에 비해 적은 수의 육포를 구매하는 것이 의아하다가 문뜩 떠올랐다.

길드원 중에서 요리사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저번에 범이가 그녀가 준 육포를 잘 먹었다는 것도 말이다.

“집사요리사님.”

“네, 시저 님.”

“범이 줄 육포 말입니다. 좋은 물건으로 만드는 데 얼마 정도가 들어갑니까?”

내 말에 혼자 고민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급 먹이를 만들 수 있어요.”

크…….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심장이 뛰었다.

첫 번째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뭐라 할까.

저리 티 없이 해맑은 미소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났다.

여자에 대한 면역역이 약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뛰는 심장에 놀랐다.

두 번째는 저 아름다운 미소 속에 있는 돈이 많다는 말에 뛰는 심장이다.

말 그대로 돈을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그 재료는 더욱 고급 재료로 변할 것이고, 그로 인해 고급 먹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이거 아무래도 범이를 키우려면 돈이 엄청나게 깨질 것 같다.

나는 적정선에서 타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요리 스킬 숙련도가 낮아서 엄청 고급 먹이는 못 만들어요. 그래도 저번에 먹였던 육포보다는 한 단계 높은 먹이를 만들 수 있어요.”

당장이라도 만들어 보여 주겠다는 눈빛을 보내오는 그녀다.

“재료비는요?”

“5골드면 일주일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와우.

일주일치 식비가 5만 원.

근데 범이 입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 같으면서 평범한 것 같은 기분이다.

하나의 먹이만 일주일 준다? 아마 난리가 날 것 같은데…….

나는 10골드를 그녀에게 주었다.

“두세 가지 먹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금방 다녀올게요!”

내 돈을 냉큼 받아 가더니 그대로 범이의 먹이를 만들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길마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하하하. 아닙니다. 범이 님을 위한 일인데 당연히 해 드려야죠.”

오히려 범이를 위해서라면 더 시간을 써도 된다며 말하는 그였다.

좋은 사람들이 범이의 팬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저번에 영상을 올리겠다는 말이 떠올랐다.

“참, 범이의 영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안 그대로 그것 때문에 연락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길마는 나에게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하나의 링크를 보내왔다.

나는 그것을 눌렀고, 내 화면에 하나의 인터넷 창이 떠올랐다.

“범이 님을…… 사랑하는…… 집사 모임?”

“괜찮지 않습니까?”

“어…… 그러네요…… 이거 팬 카페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나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길마였다.

뭐, 저들이 관리하는 팬 카페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었다.

여기서 내가 일일이 신경 쓰기엔 너무 귀찮으니까.

대충 넘기자.

그게 편하다.

“그리고 저번 범이가 활약하는 영상의 경우 지금 엄청난 조회 수를 달리고 있습니다.”

“오호. 얼마나 됩니까? 조회 수가 한 십만은 될 거 같은데.”

내 말에 길마는 고개를 저었다.

“삼십만?”

도리도리.

“오십만?”

도리도리.

도대체 얼마나 조회 수가 나온 거야?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길마는 웃으며 말했다.

“백만을 넘겼습니다.”

“헐…….”

설마하니 벌써 백만 조회 수를 넘었다고 한다.

지금 광고가 붙어서 광고 수익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수준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길마였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시저 님 채널도 슬슬 오픈하셔야죠.”

맞는 말이다.

지금 내 채널을 슬슬 오픈할 시간이 되긴 되었다.

지금까지 영상만 주야장천 찍어 두었다.

그걸 편집해서 올려 줄 편집자를 구해야 하긴 하다.

이제 열흘 정도 플레이한 나고, 특별한 영상도 없는 나다.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촬영해야 하는데 아직은 성장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마침 이오지 광산 아닙니까? 그곳에 활약하는 모습으로 영상을 올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시저 님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에 대해서요?”

“아무래도 레전더리 스킬 뽑기권을 두 장이나 드시지 않았습니까? 다른 길드에서도 시저 님에 대해서 알아본다 난리입니다.”

“그렇군요.”

내가 시이라 호수 너머에 다녀온 사이 그런 일이 있을 줄이야.

하긴 내가 성문을 통과하려 할 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거웠는데, 그런 이유가 있을 줄을 몰랐다.

“이런 말씀 드리면 실례인 줄 알고 있지만, 시저 님께서 영상을 올리셔야 거기서 범이 님의 스샷을 따올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겠군요.”

“그리고 시저 님께서 몇 장 따로 챙겨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내가 범이의 주인이니 가장 이런저런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기 좋긴 하다.

그것 말도도 세부적으로 몇 가지 더 조율할 것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라 해 봐야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내가 범이의 다양한 모습을 길마에게 넘기고, 길마는 그것으로 팬 카페를 운영한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경우 내가 80%를 먹고, 10%는 카페 유지비에 쓰고, 남은 10%는 냥집사들 길드에서 가지기로 했다.

내 수익이 80%나 되지만, 사실 저 돈은 전부 범이의 먹이에 들어갈 예정이다.

‘쩝, 누군 육포나 뜯고 있는데, 누군 고급 음식이나 먹게 생겼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집사가 아니라 범이의 하인 같은 기분이 든다.

냥팔자가 상팔자라더니.

그 말이 딱이다.

“아, 그 편집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시스템 메시지로 한 유저의 닉네임을 적어서 내게 알려 주는 길마였다.

“이분이 저희 카페 열혈 회원이신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한 편집자입니다. 그간 편집해 온 영상들을 보니 상당한 실력자더군요.”

“오,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고마웠다.

만약 괜찮은 편집자면 바로 계약을 하고 다시 사냥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편집자를 찾기 위한 시간을 번 것이니 당연히 고마웠다.

“아닙니다. 다 범이 님을 위한 일인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 바라는 눈빛이다.

나는 그게 뭔지 알기에 바로 응해 줬다.

“범이 소환.”

“냐앙.”

내 부름에 나타난 범이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북적북적 되는 마을 안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나에게 바로 안기려고 가죽 갑옷에 발톱을 푹푹 박고는 기어오르고 있었다.

“아야. 아프다고.”

나는 범이를 번쩍 들었다.

그러고는 길마에게 안겨 주었다.

“여기 형들이랑 잠깐 놀고 있어 봐. 이따 간식 주신데.”

간식이라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나에게 다시 돌아오려던 범이가 조용히 식빵 굽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길마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어느새 볼일을 마친 길드원들이 범이를 발견하고는 호들갑을 떨더니 범이를 품고 있는 길마를 부러워했다.

그사이 집사요리사가 다 만들었는지, 나를 향해 거래를 걸어 왔다.

“시저 님 여기요.”

10골드나 들어간 범이의 먹이.

육포 서른 장과 네모난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는 물건이 오십 개, 그리고 구운 생선 세 개가 거래창에 올라왔다.

정체가 궁금해 눌러보곤 어이없는 얼굴로 변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로 만든 육포>

등급: 레어

수량 30/30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갈아서 만든 육포다.

-요리사의 정성이 가득 묻어 있다.

-섭취 시 10분간 근력 스텟 +1 추가.

<건강한 사료>

등급: 레어

수량 50/50

-건강에 좋다는 재료가 들어가 있는 사료다.

-요리사의 정성이 가득 묻어 있다.

-섭취 시 10분간 체력 스텟 +1 추가.

<구운 생선>

등급: 유니크

수량 3/3

-평범하게 구운 생선으로 보이지만, 들어간 소스가 일품이다.

-요리사의 정성이 가득 묻어 있다.

-섭취 시 10분간 근력 스텟 +5 추가.

10골드로 나올 수 없는 퀄리티.

이건 돈으로 산다면 최소 몇십 골드는 줘야 할 물건이다.

내 인벤토리에 있는 1골드짜리 육포가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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