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47화 (47/275)

제47화

#47

데닉크 자작의 성.

아름다운 시이라 호수와 함께 상업 도시로 유명한 도시이자, 교통의 중심지라 불리는 지역이다.

남쪽으론 니베라 자작령이, 동쪽으론 마르지카 자작령이, 서쪽으론 튜벨란 백작령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데닉크 자작령이다.

거기에 북문을 통과하고 이어지는 대로를 타고 올라가면 제국의 수도로 향하는 ‘아무르 가도’가 나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대전과 같은 위치라 보면 된다.

초대 데닉크 자작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영지의 가치를 알았다.

하물며 자신의 영지와 연결되어 있는 두 영지의 가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쪽의 마르지카 자작령의 경우 대규모 광산을 끼고 있는 영지다.

광산에서 캐온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금속이 수도를 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지를 거쳐야 한다.

서쪽의 튜벨란 백작령은 농경지대가 구축되어 있는 곳이다.

드넓은 들판에는 밀과 보리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으며, 제국 황실에서 소모하는 밀과 보리의 90%를 생산하는 곳이 튜벨란 백작령이다.

두 영지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이다.

마르지카 자작령의 광산에서 캐오는 철광석은 농기구로 만들어져 튜벨란 백작령으로 향했다.

튜벨란 백작령에서 생산되는 밀과 보리는 마르지카 자작령에 납품되어,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배를 채워 주었다.

마르지카 자작령과 튜벨란 백작령의 거리는 이틀.

양쪽 영지의 하루 거리에 있는 것이 데닉크 자작령이다.

한마디로 가만히 있어도 통행세를 비롯해 양쪽 영지에서 하루를 머물며 쓰는 돈이 상당하다는 소리.

순식간에 부를 축척한 데닉크 자작이었다.

“보통 흔히 소설 속의 내용을 보면 가운데 있는 데닉크 자작이 졸부이자, 돈에 눈이 멀어 어떻게든 돈을 쓸어 담는 악역이 되어야 정상이지.”

내가 읽었던 몇 개의 소설만 봐도 그러하다.

개돼지처럼 그저 돈돈 거리며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기 위해 노력하며, 마지막엔 충성을 맹세하던 조국을 버리고 빌런에 몸을 위탁한다.

결국엔 주인공에게 칼 맞고 죽지.

그게 클리셰라는 거다.

근데 놀랍게도 데닉크 자작은 그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데 벌어들인 돈으로 두 영지를 오가는 이들을 위해 대규모 상업 구역을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다.

정기적인 거래를 위해 두 영지에서 온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는 물론이고, 장사를 하기 위한 장소도 마련해 주었다.

거기에 두 영지의 영주들이 머물 수 있는 저택도 만들어 주었다.

단순히 바로 앞의 이익이 아니라 양쪽 영지과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린 데닉크 자작이었고, 그결과는 더욱 많은 부를 축척하게 된 것이 바로 지금 내가 있는 데닉크 자작령이다.

근데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그래 맞다.

당장이라도 사냥터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괜찮은 몬스터가 있으면 포획해서 같이 성장하기도 바쁜 와중에 월오룰의 세계관에 해당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눈앞의 데닉크 자작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지금의 데닉크 자작령이 만들어진 걸세.”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이게 다 선조님들의 지혜이지.”

혼자서 데닉크 자작령에 대해 떠드는 그는 3대째 가문을 물려받은 하세기 데닉크 자작이었다.

삐쩍 마른 몸에 염소를 떠올리게 하는 수염을 가지고 있는 자였는데, 대뜸 나를 불러서는 이렇게 혼자 자신의 가문에 대해서 떠들고 있는 것이었다.

“니베라 남작이 자네 덕분에 한걸음 성큼 올라갔다는 것을 들었네. 그가 머릿속에서 가졌던 10년짜리 고민을 10분 만에 해결한 것이 자네라더군. 이미 제국에 소문이 자자하네.”

“그렇습니까? 저는 그저 남작님이 가셔야 할 길에 편히 가시라고 해 드렸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 편하게 갈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자네이지 않는가?”

게임상이자, 현실의 날짜로 치면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근데 벌써 제국에 소문이 자자하다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정말 그걸 느끼게 되자 소름이 돋았다.

정말이지 무섭다.

아무튼 지금의 데닉크 자작은 나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수상한 냄새를 맡았다.

‘킁, 킁. 이건 퀘스트의 냄새다.’

명벽한 퀘스트의 냄새.

지금 이야기의 주는 다름 아닌 두 영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두 영지에 무슨 일이 있다는 소리다.

‘아,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 기억을 떠올려 보니 한 가지 사건이 있다.

다름 아닌 두 영지 간의 전쟁 말이다.

‘미쳤네. 이걸 깜박하다니.’

아니 뭐 사실 이걸 까먹을 만하긴 하다.

그 이유가 있다.

회귀 전에 이 시절이면 나는 이곳이 아닌 다음 영지에서 작업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검은손 길드에 이제 막 입성해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열심히 성장 중이라는 소리다.

당연히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은 소식으로만 전해 들었지, 그 당사자가 아니다.

‘마르지카 자작령의 아들과 튜벨란 백작의 전쟁. 그리고 첫 번째 대규모 레이드.’

그렇다.

원래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다.

하나 갑작스런 파혼과 함께 두 영지의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지며 결국 전쟁을 일으켰다.

사실 전쟁이라 해 봐야 두 영지간의 영지전이 아닌 가문에서 고용한 플레이어 간의 싸움이었다.

양측 영지에서 고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열.

총 스무 명의 플레이어가 서로를 향해 싸우는 일이 있었다.

‘당시 승리한 쪽은 마르지카 자작령이다. 그때 싸워 준 플레이어들이 대장간에서 원하는 물건 하나씩 들고 갔지.’

원하는 물건은 다름 아닌 오더 메이드 물건.

당연히 가판에 걸려 있는 노멀 등급의 물건이 아니라 장인의 정신이 깃든 물건으로 레어 등급 이상의 물건을 얻어갔다.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얻어간 유저가 있었는데, 그 무기를 바탕으로 엄청난 성장세와 함께 인기를 얻은 유저가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지.’

여기서 둘의 싸움은 한쪽이 이겼으니 이제 화해하고 잘 지냅시다. 뽬.

이러고 끝나면 좋겠지만, 그다음에 문제가 생겼다.

다름 아닌 복수에 눈이 먼 튜벨란 백작이 금단의 길을 걸은 것.

복수에 눈이 멀어 자신의 영혼을 마족에게 팔고, 마족을 자신의 영지에 강림시킨 것이다.

퀘스트 명.

[마족에게 영혼을 판 튜벨란 백작의 역습]

월오룰의 첫 번째 대규모 보스 레이드다.

첫 번째 대규모 레이드 만큼 보스 몬스터인 튜벨란 백작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Lv100의 튜벨란 백작이고, 원래 마법사였건 그가 흑마법을 사용하며 플레이어에게 저주를 걸어 약화시킨 후, 좀비와 구울이 된 영지민을 이용해 공격했다.

당시 근처에 있던 고레벨의 유저 덕분에 너무나도 손쉬운 승리를 했고, 당시 참가자들이 스킬 뽑기권을 챙겨갔던 일이 떠올랐다.

영지간의 싸움과 대리전.

이어지는 충격적인 첫 번째 대규모 보스 레이드.

당시 그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다른 유저의 부러움을 사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놀랍게도 한 흑막에 일어난 일이지.’

훗날 밝혀지는 이야기지만, 훗날 한 단체가 세상에 나타남과 동시에 세드릭 제국에 일어난 가종 사건사고는 전부 자신들이 했던 일이라며 나타난 조직이 있다.

다름 아닌 마왕을 숭배하고 다시 부활할 마왕을 따르겠다고 일어난 흑마법사 조직 ‘마신교’가 세상 밖으로 진출했다.

그 뒤로 월오룰의 세계는 세드릭 제국의 각 귀족과 플레이어대 마왕의 부하와 마신교와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처음 시작은 세드릭 제국이 불리했다.

충성을 맹세하던 귀족 중의 일부가 마신교로 돌아섰고, 그로 인해 제국의 수도가 공격 받는 이벤트도 발생했다.

하나 플레이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제국 수도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으로 마신교를 향해 공격해 점차 마신교가 불리해지는 상황이 펼쳐졌다.

하나 여기서 놀라운 점은 월오룰이 오픈 월드를 지양하는 게임이라는 점.

플레이어가 마신교에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고부터는 달라졌다.

세드릭 제국과 마신교의 힘이 같아진 것이다.

팽팽하게 맞서 싸우는 세드릭 제국과 마신교였고, 브리타니나 대륙을 남과 북으로 갈라 팽팽하게 맞서 싸우던 것이 회귀 전의 월오룰의 세상이다.

홀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데닉크 자작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같이 두 영지간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데닉크 자작이다.

그런 나에게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자네가 두 영지의 사이를 화해시켜 볼 생각은 없는가?”

[데닉크 자작이 제안했습니다.]

-제안을 수락 시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민했다.

자,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두 가문의 싸움이 흑마법사들의 조직인 마신교에서 벌인 수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두 가문의 싸움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싸움도 없어지고, 첫 번째 대규모 보스레이드도 없어…… 아 이미 했지.’

이미 내가 알던 월오룰과 달라졌다.

첫 번째 대규모 레이드는 고블린 족장으로 변하게 되었단 말이다.

그러니 튜벨란 백작의 대규모 레이드가 없어져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있었으면 이미 제제가 들어왔겠지.’

월오룰이 계속해서 인기가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는 시스템, 물건, 버그 등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블린 족장의 대규모 이벤트는 문제가 없다는 점.

후, 그래.

문제가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내가 쫄 이유도 없고.

암, 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퀘스트를 진행했을 뿐이니까.

안심해도 된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저 퀘스트를 받아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느냐다.

주범은 다른 이다.

그럼 주범이 다른 사람인 것을 증명하고 진실을 밝히면 된다.

아, 몰라.

어찌 되겠지.

설마 퀘스트가 생겼는데, 해결 방식도 안 알려 주겠어?

나는 대답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데닉크 자작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튜벨란 백작과 마르지카 자작령을 화해시켜라]

난이도: 매우 어려움.

제한: 데닉크 자작에게 퀘스트를 받은 이.

내용: 튜벨란 백작과 마르지카 자작령의 사이가 나빠졌다.

두 가문이 오해를 풀 증거를 모아라.

-이오지 광산의 숨겨진 던전에서 증거를 수집해라 0/1

-튜벨란 백작령에 숨겨진 던전에서 증거를 수집해라 0/1

보상: 각 가문의 특별한 보상.

크…….

역시 월오룰 갓 게임이다.

이렇게나 친절한 게 월오룰이다.

어디서 무엇을 구해 와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근데 난이도가 매우 어려움이라고?

그렇다면 확실히 난이도가 있다는 소리다.

아마 매우 어려움이라고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마 내 레벨 탓일 것이다.

지금 내 레벨은 29.

이오지 광산의 사냥터의 적정 레벨은 40이다.

튜벨란 백작령의 사냥터의 경우 70레벨은 되어야 수월하다.

‘이번 기회에 레벨도 좀 올려 보자고.’

안 그래도 이것저것 하느라 시간을 많이 날려먹은 상황이다.

이참에 확실하게 레벨링 좀 해야 할 것 같다.

거기에 이번 두 사냥터의 경우 레벨을 올리는 데 참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냥터이기도 하다.

비록 이곳에서 시간을 날렸지만, 지금까지 업적 하나를 얻은 것 때문에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 업적은 다름 아닌 ‘NPC 데닉크 자작에게 초대받은 자’로 저번 니베라 남작을 만났을 때 얻었던 그 업적과 같이 모든 능력치 +10을 얻는 업적이다.

이거라도 있었으니 이렇게 조용히 듣고 있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래도 듣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NPC고 귀족이니까.

약자의 서러움이지 뭐.

별 수 없다.

그러니 시키는 거나 잘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마음을 다졌을 때 데닉크 자작의 입이 열렸다.

“잘 부탁하네.”

“맡겨만 주십쇼.”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데닉크 자작의 성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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