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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46화 (46/275)

제46화

#46

대략 천 년 전.

마왕 세지아르가 강림하기 한참 전이자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에 인간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았을 무렵에 활동했던 것이 비에르라고 한다.

작은 부족 출신인 비에르다.

마을에서 한명밖에 전승이 되지 않는다는 비스트 마스터의 힘을 바탕으로 그는 수많은 동물과 교감. 그리고 부족을 성장 시키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어느새 늘어난 인구와 더 이상 마을을 지키는데 자신이 필요 없음을 느낀 그는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마을을 벗어나는 그의 곁에는 네 마리의 소환수가 있었다.

짐은 단출했다.

등에 메고 있는 작은 가방에 가볍게 먹을 것과 소환수가 전부였다.

워 베어 한 마리와 워 울프 세 마리가 함께했고, 그렇게 바깥세상으로 떠난 비에르는 생각보다 세상에 사람이 적다는 걸 느꼈다.

지금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몬스터.

비에르는 그런 몬스터를 죽이고 사람을 규합시키며 나아갔고, 결국 하나의 국가가 만들어졌다.

이는 브리타니아 대륙 최초의 국가였다.

그는 직접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를 선출시켜 나라를 다스리게 하고 그는 몬스터와 끝없는 전투를 시작했다.

비에르는 매일을 몬스터의 피로 물들었다.

하루에 땅으로 쓰러지는 몬스터의 숫자가 수백을 넘어갔고, 왕국이라는 울타리에서 육성되는 전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용맹한 전사가 되었다.

낮에는 오직 피로 물드는 잔혹한 싸움이, 밤에는 오늘 죽은 이들을 그리는 진혼제와 같은 술이, 새벽에는 다가올 싸움을 대비해 체력을 회복하는 것만이 전사들의 유일한 삶이었다.

하나 비에르와 왕국의 전사들이 매일같이 죽어라 싸워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몬스터의 공세에 점차 그들은 지쳐 갔다.

오히려 점차 늘어나는 몬스터의 공세에 방어선이 뒤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밀려나는 만큼 희생자는 늘어갔다.

최후의 방어선까지 밀려난 그들은 이제 끝이라 생각했다.

“정말 신은 여기서 우리를 버리는 것인가…….”

비에르는 자신과 사람들이 세운 왕국을 바라보았다.

이 왕국을 세우기 위해 그간 노력해 온 것이 이렇게 무너진다는 게 너무나도 야속했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술잔을 기울이는 그때였다.

“거들러 왔습니다.”

누군가 비에르에게 한 말이었고, 그곳을 바라본 비에르는 처음 보는 낮선 인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 그에 대한 시선은 잠깐이었다.

이미 내일 이곳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있는 비에르다. 아니 이곳에 있는 전사들 또한 같은 생각이다.

그렇기에 굳이 거들겠다는 자와의 정을 쌓는 행위 일절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밀려드는 몬스터를 향해 비에르와 전사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왕국을 위하여!”

“모두를 위하여!”

“물리치자!”

모두가 크게 소리치며 최후의 전쟁을 시작했다.

비에르 또한 시작과 함께 워 베어를 빙의시켜 강력한 힘을 뽐내며 수많은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하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죽인 몬스터의 숫자보다 늘어나는 몬스터의 숫자가 더욱더 많은 상황.

이제 끝이라 생각한 비에르였고, 전사들 또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였다.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어젯밤 합류하겠다는 그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안 비에르는 조용히 그에게 권했다.

“우리가 시간을 벌 터니 얼른 피하시오. 그것만이 살길이오.”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함께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는 수많은 소환수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부터 그 포악하다던 오우거나 트롤, 거기에 하늘을 지배하는 와이번과 그리핀까지.

거기에 전설 속이나,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유니콘이라든가, 페가수스, 드래곤까지 소환한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저만 믿으십쇼.”

그 말과 동시에 그가 소환한 소환수들이 몬스터를 무참히 짓밟았다.

평범한 소환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저마나 고유의 기술을 뿜어내며 방금까지 최후의 보루선까지 밀려왔던 몬스터의 군대를 쓸어버렸다.

압도적인 살육의 현장을 한발씩 걸어가는 그였고, 그를 본 비에르는 그에게 물었다.

“은인이시여. 성함을 알고 싶습니다.”

비에르는 이곳 왕국을 구원해 준 은인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은 없습니다. 다만…… 서머너 킹이라 불립니다.”

“서머너 킹…….”

이름 대신 알고 있는 서머너 킹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몇 번을 중얼거린 비에르였다.

확실하게 머릿속에 입력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그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비에르는 다짐했다.

언젠간.

꼭.

당신의 등 뒤를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겠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강해지겠다고 자신과 약속을 했다.

그 후로 왕국은 평화를 찾았다.

수많은 몬스터의 부산물을 바탕으로 왕국은 발전했고, 그렇게 비에르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나의 모든 것을 남기고 자격이 되는 자가 열었을 때 내 힘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못 이뤘던 그분의 등을 쫒아갈 수 있게 되기를…….”

그의 유언과 함께 눈앞의 무덤이 만들어졌다.

* * *

생각도 못한 사연.

그리고 내가 아는 월오룰의 역사가 확장되었다.

단순히 마왕 세지아르가 강림한 시점부터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월오룰이었다.

그리고 비에르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내게 왜 왕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서 서머너 킹은 왕국의 영웅이자 은인이다.

아무런 보답 하나 받지 않고, 오직 몬스터를 죽이며 사라져 버린 서머너 킹이다.

비록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고 하나 나는 그의 힘을 계승 받은 자이고, 지금 눈앞의 비에르에게 있어서는 죽어 유령이 되었지만, 그동안 못했던 감사함을 표할 수 있는 자이기도 한 것이다.

-왕이시여. 당신이 있었기에 왕국이, 그리고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간 왕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었으나 찾질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왕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조금은 난감한 상황.

지금의 나는 그 서머너 킹이 아니다.

분명 눈앞의 비에르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절을 하고 있는 것은 나를 대신해서 눈앞의 비에르와 왕국을 구해 준 서머너 킹에게 올리는 감사의 인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걸 알기에 나는 조용히 그의 인사를 받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감정을 추스른 비에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한 점의 미련 하나 없는 후련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고맙네. 플레이어 시저.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네. 이렇게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그분에 대한 미련을 털게 되지 않았는가? 정말로 감사하네.

분명 적대 관계까지 떨어졌던 비에르와의 호감도였다.

하지만 내가 서머너 킹임을 밝히고부터 호감도는 다시 최고치를 갱신, 이제는 나를 향해 고마움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오는 비에르였다.

불과 얼마 전의 니베라 남작의 눈이다.

이렇게 연달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도 못했던 나다.

그래서일까 왠지 모르게 조금은 뿌듯한 기분에 절로 코에 손가락을 가져가 살짝 긁었다.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고.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

“알겠습니다.”

-원래라면 비스트 마스터의 후계자를 넘겨주는 것으로 끝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네. 하지만 자네는 이미 서머너 킹. 소환사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존재네. 그러니 굳이 비스트 마스터가 될 필요가 없어.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

하물며 비에르가 들려준 이야기에서도 서머너 킹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다른 직업을 가질 필요가 없다.

-원래라면 다음 후계자를 기다리며 잠이 드는 것이 정상이나, 은인을 그냥 보낼 수 없는 법. 자네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려고 하네.

오예!

선물이라는 말에 나는 기뻐했다.

비에르 말마따나. 전직을 못하는 이상 이곳에서 얻어 갈 것이 없다고 생각해 안타까웠던 나다.

근데 선물을 두 개나 챙겨 준다고 하니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 들었다.

-첫 번째는 이것이네.

비에르의 품에서 나온 하나의 작은 조각상이었다.

-그것은 우리 부족, 즉 비스트 부족을 뜻하는 조각상이네. 우리 부족을 만나거든 그것을 보이게 그럼 자네의 소환수에게 딱 맞는 물건을 줄 것이네.

비에르의 시선은 범이에게 가 있었다.

그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조각상의 정보를 확인했다.

<비스트 부족 패>

등급: 유니크

내구력: 100/100

비스트 부족임을 상징하는 조각상이다.

비스트 부족의 영웅 비에르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음…….

홀로 속으로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도 그런 것이 내가 아는 지식에 비스트 부족이 있다는 마을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아는 곳보다 훨씬 먼곳, 그게 아니면 숨어 있는 마을이라는 소리다.

-걱정 말게 근처에 가면 조각상이 자네를 안내해 줄 것이네.

“감사합니다.”

이로서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선물이네.

그와 동시에 내 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NPC 비에르에게 스킬을 전수받았습니다.]

-스킬 ‘서먼 스피릿’을 배웠습니다.

<서먼 스피릿 Lv1>

등급: 노멀

엑티브 스킬

-스킬 사용 시 소환수 창에 있는 소환수의 영혼을 불러와 추가 능력을 얻습니다.

-10분 동안 소환수의 능력에 10%를 얻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추가로 얻는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소모MP: 100

놀랍게도 비에르의 주력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서먼 스피릿 스킬을 전수해 줬다.

이대로 주면 섭섭하지.

그러더니 갑자기 시스템 창의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킬 ‘서먼 스피릿’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서먼 스피릿’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스킬 ‘서먼 스피릿’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서먼 스피릿’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서먼 스피릿 Lv1

등급: 유니크

엑티브 스킬

-스킬 사용 시 소환수 창에 있는 소환수의 영혼을 불러와 추가 능력을 얻습니다.

-10분 동안 소환수의 능력에 50%를 얻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추가로 얻는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소모MP: 100

순식간에 스킬의 레벨을 올리더니 그대로 등급을 두 단계나 올려 주었다.

고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50%로 변경되었다.

이거 완전 개꿀이다.

간단하게 말해, 무식하게 힘밖에 없는 오우거를 포획했다고 치자.

보통 오우거의 근력 스텟은 100을 넘는다. 그 절반에 달하는 50의 스텟을 내 스텟에 추가한다? 이건 뭐 엄청난 괴력을 뿜어낼 수가 있다.

그것 말고도 체력을 상승시켜 더 버틸 수 있다거나 민첩 스텟을 올려 빠른 몸놀림을 보여 줄 수도 있다.

이정도면 충분히 좋은 스킬을 얻어 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개꿀이다.

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네.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것은 날세.

그와 동시에 비에르의 몸이 아까보다 더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잠들려고 하네. 그래도 후계자는 정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맞긴 하다.

-그럼 잘 가게.

내가 미처 인사하기 전에 사라진 비에르였다.

“쩝, 어쩔 수 없나.”

더 인사하고 싶어도 인사를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려니 해야지.

자, 그럼 이제 진짜 데닉크 자작령으로 떠나볼까?

간만에 쇼핑 시간이다.

“호크야. 반대편으로 데려다줘.”

“삐이이익!”

나의 말에 호크가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시이라 호수 반대로 넘어갔다.

이제 호크와 작별할 시간이다.

“계약 해지하면 사라질지 모르니 이대로 헤어질 수밖에.”

몬스터면 그냥 사라져도 문제가 없겠지만, 호크는 한 가족의 가장이다.

폴리곤 조각으로 변하게 할 수 없다.

그러니 명령을 내렸다.

“다음에 찾아올 때까지 새끼들 잘 돌보고. 다음에 보자.”

“삐이익!”

내 어깨 위로 앉던 호크가 그대로 지 머리를 내 머리에 부비며 애교를 피웠다.

그 모습에 나는 웃었고, 그대로 호크가 다시 날아올라 돌아가는 모습을 잠시나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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