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44화 (44/275)

제44화

#44

“가자, 얘들아.”

나의 외침에 팅고, 범이, 그리고 이름을 아직 안 정해 준 매까지 힘차게 블러드 스네이크를 향해 달려갔다.

지금이 찬스다.

약해져 있다는 블러드 스네이크다.

물론 정예 몬스터이자 레벨 100짜리의 몬스터다.

약해졌다고 한들 여전히 강력할 터.

그나마자 지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블러드 스네이크니 어떻게든 공격해야 한다.

“파괴의 가호!”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30% 상승시킵니다.

블러드 스네이크에게 접근했을 때 일단 광역 버프를 먼저 시전했다.

이어 범이에게 블러드 스네이크를 향해 마안을 사용하라 외쳤다.

“범이 마안.”

“냐앙!”

범이의 눈이 번뜩였다.

[소환수 범이의 스킬 ‘마안’이 발동되었습니다.]

-이상한 힘이 마안 스킬을 튕겨 냅니다.

“미친?”

놀랍게도 마안 스킬을 튕겨내는 블러드 스네이크였다.

정확하게는 시스템창이 알려 주듯 이상한 힘이 스킬을 튕겨 낸 것이지만, 아무튼 마안 스킬이 먹히지 않는 것은 조금 충격이었다.

“설마 이것도? 눈높이 교육!”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스킬을 사용해 봤다.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격을 비교합니다.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이상한 힘이 스킬에 저항합니다.

-수치가 변경되었습니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모든 능력치 10% 하락합니다.

이번에는 스킬이 먹혔다.

물론 원래의 스킬보다 10% 떨어진 상태로 말이다.

이거라도 어디냐.

아주 없는 것보단 괜찮겠지.

“샤아아아!”

두 개의 스킬 때문일까.

고통에 몸부림치던 블러드 스네이크의 황금빛 눈이 나를 향했다.

“샤악!”

묘한 울음소리 안에 블러드 스네이크의 황금빛 눈에서 빛이 일어나려 했다.

“어림없지. 얘들아 뒤를 돌아!”

내 명령에 모두가 나와 함께 블러드 스네이크를 등지고 섰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전투 중에 이게 무슨 자살 행위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들과 다르게 나는 지금 블러드 스네이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

바로 사람들을 마비시키는 스킬이자, 범이가 사용하는 마안과 비슷한 스킬이자, 처음 등장 시 수많은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던 그 스킬이라는 것을 말이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눈이 떠졌습니다.]

-스킬 ‘메두사의 눈’이 발동되었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자들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저주이자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물론 나를 비롯한 셋은 그 아무도 블러드 스네이크의 스킬에 걸리지 않았다.

확실하게 몸을 돌리고 시선을 차단했기 때문. 등 뒤에서 일어나는 빛이 사그라졌을 때 다시 등을 돌려 놈을 바라보았다.

“이게 회귀 빨이다.”

크크크.

회귀 만세. 만만세.

지금에 나야 이렇게 쉽게 피했지만, 처음 블러드 스네이크가 등장했을 때 저 스킬이 발동되었을 때는 엄청난 숫자의 유저들이 희생되었다.

공략조의 주요 핵심 멤버 중 절반 이상이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 버렸다.

물론 사제들이 열심히 그 자리에서 저주를 풀어 주었으나 뒤이어 나오는 블러드 스네이크의 공격에 맥없이 죽어 버린 공략조였다.

메인 공략조가 무너지고부터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몸에서 떨어지는 피는 그곳에 있는 유저를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독이 되었고, 이따금씩 벌리는 아가리에 수십 명의 유저는 물론, 그 자리에 있는 흙과 바위까지 사정없이 삼켜 버렸다.

보스 레이드가 열렸던 영지는 결국 한 마리의 몬스터로 인해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여기까지가 블러드 스네이크의 대한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다.

나는 그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았다.

개인 적인 사정이 있어서 그날 빠졌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시청하며 만약 다시 블러드 스네이크와 싸우게 될 때 어떻게 싸울지 공략법을 잠깐이나마 만들었던 나다.

워낙 빠르게 실패한 레이드라 완벽하진 않지만 약식이나마 만들었던 공략법이다.

“그 공략법을 지금에서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것도 너프 당한 상태로 말이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범이는 좌측, 팅고는 우측! 어…….”

아무래도 이름을 정하지 않기에 부르기 뭔가 성가셨다.

기왕 잠깐이지만, 그래도 이름을 정해 줘야겠다.

“이름을 호크로 정한다.”

[소환수 ‘이름 없음’의 이름을 ‘호크’로 지어 주었습니다.]

-소환수 ‘이름 없음’이 ‘호크’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사실 그냥 단순하게 ‘매’라 지을 수 있었고, 울음소리가 삐이익 거리는 게 삐약이나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

막상 부르려니 뭔가 간지가 부족한 거 같았기에 빠르게 떠오른 영어 단어인 호크로 지어 준 것이다.

다행이 마음에 들어 했다.

“호크는 공중에서 시선을 끌어 봐!”

“삐이익!”

내 말에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호크를 시작으로 범이와 팅고도 움직였다.

순식간에 양옆으로 움직인 소환수를 대신해서 내가 블러드 스네이크의 정면에 섰다.

“공략 첫 번째. 시야를 잡아 줄 능력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블러드 스네이크를 사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놈이 ‘메두사의 눈’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을 읽어내고 알려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적어도 몸놀림이 빠르고 넓은 시야와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좋다.

그게 나지.

회귀 전까지 경력을 생각하면 나만한 사람이 없다.

거기에 내 스텟은 이미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고 말이다.

거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자, 놈의 어그로를 계속해서 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곳이군.”

푸우욱.

내 손에 들려 있는 검이 블러드 스네이크의 몸을 찔렀다.

지금 내가 찌른 곳은 평범한 부위가 아니다.

약점 포착 스킬을 통해 가장 치명적인 부위를 공격한 것이다.

“샤악!”

강제 진화 때문에 느끼는 엄청난 고통에, 내가 입히는 치명타까지 더해지니 블러드 스네이크는 정신을 차리기 힘든지 몸을 세차게 떨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충분히 블러드 스네이크의 이목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공략 두 번째는 다름 아닌 네놈의 무식한 몸길이지.”

회귀 전 대규모 보스 레이드 당시의 블러드 스네이크의 몸의 길이만 해도 30미터나 되었다. 거기에 몸통의 굵기는 트럭만 했는데, 그 말은 즉, 때릴 곳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범이 물어뜯기. 팅고는 강하게 후려쳐!”

“충!”

“냐앙!”

내가 시선을 끄는 동안 양옆에서 공격하는 두 소환수를 막을 재주는 없는 것이 블러드 스네이크다.

“삐이익!”

거기에 허공에서 계속해서 견제를 하는 호크까지.

지금 블러드 스네이크는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상한 힘으로 인한 강제 진화로 인한 고통에 나와 소환수가 주는 고통까지 합쳐지고 있다.

“좋아, 이대로 계속 가자고.”

내가 만든 공략법이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먹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직 블러드 스네이크가 완전한 성장을 하지 못해 압도적이고 파괴적인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놈의 레벨이 100이지만 약해졌고, 그 약해진 힘은 나와 소환수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 공략법이 먹히고 있었다.

남은 것은 놈이 진화하기 전에 죽이는 것.

“범이 메가톤 펀치!”

“냐앙!”

“팅고, 검을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머리 위로 한껏 들어 올린 다음 내려쳐!”

“추웅!”

이미 스킬이 있는 범이와 다르게 아직 스킬이 없는 팅고에게 일일이 공격 지시를 내렸다.

나도 놀지 않고 계속해서 블러드 스네이크의 몸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샤아악!”

블러드 스네이크의 입에서 비명이 끝나질 못했다.

그런 모습에 나는 더욱 힘을 내어 검을 휘둘렀다.

아니, 힘을 내는 게 아니다.

나는 즐기고 있다.

지금 내가 절대 상대하지 못할 적을 상대로 사냥하는 것이.

내 소환수인 범이와 팅고, 오늘 하루만 내 소환수가 될 호크와 함께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재밌다.

정말로 내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나라는 존재가의 또 하나의 삶이다.

힘들 겨를도 없이 나는 그저 소환수에게 명령하고 검을 휘둘렀다.

“샤아아아악!!!”

블러드 스네이크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이지만 죽는 순간까지 나를 향해 주둥이를 벌렸다.

하나 내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고, 그때마다 공격하는 범이와 팅고에 의해 공격을 성공하지도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던 블러드 스네이크다.

쿵.

블러드 스네이크의 역삼각형의 대가리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예 몬스터 블러드 스네이크를 쓰러뜨렸습니다.]

-최악의 몬스터로 될 존재를 성장하기 전에 쓰러뜨렸습니다.

-업적 ‘재앙을 막은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특이점이 발생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수정됩니다.

줄이어 올라오는 시스템 창에 나는 업적이나 레벨 업을 했다는 문구가 아니라 그다음부터 있는 문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이점이라…….”

그렇겠지.

원래 이 녀석은 여기서 진화하고, 나중에 대규모 레이드 보스로 등장할 녀석이다.

그런 녀석을 성체가 되기 전에 내가 죽였으니, 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소리다.

근데…….

그렇다고 메인 시나리오가 수정이 된다고?

이건 조금 예상 밖이다.

그와 동시에 수긍이 가는 것도 있다.

회귀 전까지 월오룰의 메인 시나리오를 그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하물며 회귀한 지금에 시점에도 메인 시나리오의 실마리만 등장하고, 얼마 전에 이벤트성 메인 퀘스트가 발생한 게 전부다.

게임을 개발한 업체인 라온소프트 말고는 메인 시나리오에 대해서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말 그대로다.

계속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무언가 변화되어 찾아올 것이다.

적어도 내가 나는 월오룰은 확실한 게임이니까.

“자, 그럼 호크의 가족을 구하는 퀘스트와 이상한 힘의 정체를 알아내면 끝나겠군.”

일단 먼저 블러드 스네이크의 몸통을 바라보며 외쳤다.

“도축.”

[블러드 스네이크를 도축했습니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비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슬을 획득했습니다.

이번 사냥으로 얻은 아이템은 총 두 가지.

비늘 가죽이야 마을에 들러 팔면 되니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남은 한 개의 물건의 정체가 중요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슬>

등급: ???

내구력: ???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슬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구슬이다.

하나 이것을 쥔 순간 시스템 창이 대신해서 알려 주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시이라 호수 너머를 조사하라]에 추가 진행 사항이 생겼습니다.

-가까운 마탑에 이 물건을 건네야지만, 완료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려 주진 않았지만, 내가 이곳에서 조사해야 할 물건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다.

“가까운 마탑이라. 다음 영지에 가면 해결되겠군.”

다음 영지인 데닉크 자작령에 있다.

그곳에 가면 해결된다는 소리다.

“그럼 다음으로…… 호크야.”

내 부름에 호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너희 가족은 어디 있니?”

내 물음에 호크가 힘찬 날갯짓과 함께 순식간에 블러드 스네이크가 똬리를 틀고 있던 곳을 넘어 있는 절벽으로 향했다.

서둘러 나도 따라갔고, 그곳에 보니 절벽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새 둥지를 볼 수 있었다.

손을 뻗어 그 둥지를 들었다.

“어우야. 왜 이렇게 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 둥지를 들자 거의 내 상체만 한 둥지가 손에 들렸고, 그 속에 있는 새끼 새들이 허공을 향해 주둥이를 내밀고 하나같이 벌리며 울고 있었다.

“삐익! 삐익!”

“삑삑삑!”

아직 눈을 다 뜨지 못한 새들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작은 생명들의 살기 위한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읏샤!”

난 커다란 새둥지를 들어 절벽에 있는 한 커다란 구멍에 둥지를 넣어 두었다.

깊숙이 파인 곳이 아니라 눈에 훤히 보일 정도의 구멍이라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구멍이 아니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됐다.”

내가 그렇게 한 발 물어났다.

그러자 저 멀리 한그루의 나무 위에서 이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이 있었다.

“아…….”

이 새끼 새들의 어미이자, 호크의 짝인 또 다른 매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매는 서둘러 한 마리의 새끼의 주둥이에 먹이를 물려 주고는 그대로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금방 다시 나타나 새끼들에게 먹이를 하나씩 나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호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삐이익!”

호크가 힘찬 날갯짓을 하며 허공에 떠올랐다.

저 힘찬 날갯짓은 다름 아닌 한 가장의 날갯짓이며, 자식을 위해 먹이를 구하러 움직이는 멋진 아빠의 모습이었다.

“멋있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

그리고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

뵙고 싶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