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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43화 (43/275)

제43화

#43

[Welcome to the World of Ruler]

언제나 게임 접속을 알려 주는 문구와 함께 월오룰의 세상에 접속했다.

어제 내가 로그아웃한 곳은 다름 아닌 시이라 호수 앞이다.

“역시, 아름답네.”

시이라 호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월오룰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호수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시이라 호수다.

호수 주변으로 구성되어 있는 잔디밭은 누워서 뒹굴 거리며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낮잠을 청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 주며,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하여 피어 있다.

나무 그늘에는 누가 만들어 두었는지 모를 앉을 수 있는 돌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마치 지친 몸을 이곳에서 쉬어 가라 속삭였다.

특히 이곳은 저녁에 가장 절정을 이룬다.

하늘 위에 떠 있던 해가 서서히 호수 너머에 있는 산속으로 넘어가면서 석양이 질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호수에 비춰진 그 황금 물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그러고 보니 한때 그런 것도 유행했지.”

다름 아닌 시이라 호수의 석양 아래 키스한 연인은 헤어지지 않고 평생을 사랑한다는 이야기이자 유행이 퍼졌다.

이 시작은 유저도 아닌 NPC.

연인 NPC 둘이서 석양 아래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유저들이었고, 그 NPC에게 들은 이야기를 유저들도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저녁만 되면 유저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곳이 되었다.

스윽스윽.

나는 갑작스럽게 시린 옆구리를 쓸었다.

왠지 이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 내 솔로 경력이 지금의 감정과 몸 상태를 만들었겠지.

하…….

연애하고 싶다.

잠시나마 그런 생각에 멍하니 있던 나다.

“이럴 때가 아니지.”

머리를 흔들어 떠오르는 쓸데없는 상념들을 지워내고는 나는 다시 호수를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호수가 아름답지.

정작 물속에 사는 놈들을 보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걸.

호수의 물이 비치는 그곳의 수중 물고기를 보는 순간 질색하게 될 것이다.

식인 물고기라 불리는 피라냐를 시작으로 거대한 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파충류 몬스터가 물위를 헤엄치고 있으며,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해어라 불리며 못생겼으며 요상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수중 몬스터의 평균 레벨은 200.

이곳을 지나가는 유저들의 평균 레벨이 30언저리임을 생각하면 절대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 수중 몬스터를 뚫고 호수를 건너야 하는 것이 지금 첫 번째 목표다.

“자, 그럼 적당한 놈을 찾아보자고.”

지금 내가 찾는 것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존재다.

이유는 내가 얼마 전에 배운 스킬인 자리 체인지라는 스킬 때문이다.

지정된 소환수와 내가 자리를 바꾸는 스킬로 이것만 있다면 저 멀리 호수 건너편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소환수를 보내고 스킬을 이용해 내가 건너가면 회귀 전을 비롯해 지금까지 그 누구도 건너지 못한 시이라 호수를 건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째잭!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나무 위에 한 마리의 새가 앉아 있었다.

날렵한 몸과 부리가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 있으며 날카로운 발톱은 잡혔다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대충 생김새만 보자면 딱 매라 할 수 있을 것 같이 생긴 놈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나를 빤히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자신을 포획해 달라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마치 도움을 바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그대로 그 새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하급 포획.”

[스킬 ‘ 하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매를 포획합니다.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나는 그 즉시 소환수 창에 등록되어 있는 매를 소환, 그리고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이름: 없음

등급: 노멀

계열: 동물 매.

레벨: Lv10

스텟: 근력5 민첩7 체력6 지식5 지혜5

충성도: 50

성장 불가

진화 불가

정말이지 특별할 것 없는 상태창.

상관없다.

어차피 목적은 시이라 호수를 건너기 위함이었기에 저 정도 수준이면 딱이다.

굳이 이름까지 지어 줄 필요는 없기에 시이라 호수 너머로 날아가 달라고 부탁하려는 찰나였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 창이었다.

[숨겨진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매의 가족을 구하라.]

난이도: 어려움.

제한: 숨겨진 퀘스트를 발견한 자.

내용: 시이라 호수 너머의 이상 현상으로 인해 매의 둥지가 위험에 처했다. 매의 가족을 구하라.

보상: 특별한 선물.

“너, 사연이 있는 녀석이구나.”

나는 순간 매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삐이익!”

내 말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우는 녀석이었다.

놀라웠다.

단순히 시이라 호수를 넘기 위해 포획한 녀석인데, 놀랍게도 숨겨진 퀘스트의 비밀을 가진 녀석이었다.

하물며 이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소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유저만이 가능하다.

월오룰을 오랫동안 즐겨 온 나로서는 냄새가 났다.

“소환사용 퀘스트라고 말이야.”

내 감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퀘스트의 내용에 적혀 있다.

매의 가족을 구하라.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러한 근거에 따라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저기 호수 너머로 날아가 줄래? 그럼 내가 넘어가서 너희 가족을 구해 줄게.”

“삐익!”

내 말에 알겠다는 듯 힘차게 날갯짓과 함께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하늘 위로 올라간 매는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 공중에서 원을 그리듯 두 바퀴를 돌더니 그대로 호수 건너편으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점점 내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점이 되어 버린 매였고, 이윽고 저 멀리 아주 작은 점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삐이이이익!”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한 울음소리에 나는 그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자리 체인지.”

[스킬 ‘자리 체인지’를 사용했습니다.]

-소환수 ‘이름 없음’과 자리를 바꿉니다.

그 순간 내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바뀌었던 시야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는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하하하. 진짜 넘어왔네.”

내 등 뒤로는 내가 넘어온 시이라 호수와 지나가는 유저들이 보였다.

“삐익!”

그리고 허공에서 다시 들려오는 매의 울음소리.

나를 이곳으로 보낸 매가 돌아오는 소리였다.

매는 순식간에 날아오더니 내 어깨 위로 살포시 자리 잡았다.

“잘했어.”

나는 매를 향해 칭찬해 주며 인벤토리에 있는 토끼 고기를 꺼내 들어 매에게 주었다.

딱! 딱!

매는 부리를 이용해 고기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자, 어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오지 못했던 이곳을 한번 살펴볼까?”

다시 등을 돌려 바라보는 순간 나는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늘 끝에 닿을 듯한 절벽과 그 아래 커다란 무덤, 그리고 똬리를 틀고 있는 커다란 뱀 한 마리가 자고 있었다.

* * *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범이와 팅고를 소환했다.

“냐앙!”

“충!”

언제나 그렇듯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두 녀석이다.

특히 범이의 경우 빨리 소환하지 않았다는 것이 불만인지 등장과 동시에 나를 향해 쪼르르 달려오더니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아퍼.”

“냥!”

내가 아프다는 말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범이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더니 그대로 그루밍을 시작했다.

“저기 강한 적이 있습니다.”

나에게 불만을 표하는 범이와 다르게 팅고 녀석은 저기 있는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선 무기를 꺼내 들고는 언제든 싸울 수 있게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일단 편하게 있어.”

당장 공격할 자세를 취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놈을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블러드 스네이크 Lv100]

무려 레벨 100짜리의 정예 몬스터다.

이름에 어울리게 몸통이자 비늘의 색은 피의 색이라 할 수 있는 붉은색을 띄고 있다.

대충 보아도 몸통의 굵기만 해도 내 몸통만 했고, 역삼각형의 머리에 콧구멍 아래쪽의 주둥이에서 삐져나온 혀만 해도 내 키만큼 길어 보이는 것이 날름거리고 있었다.

“뭔가 이름이 익숙한데 말이야.”

몬스터의 이름을 보자 뭔가 기억이 날 듯 안 날 듯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가득해졌다.

일단 기억나질 않으니 곧 떠오르겠지 하며 놈을 바라보았다.

“윽…….”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하다.

거기에 파충류 특유의 노린내라고 해야 할지 비린 향이 아까부터 내 코를 자극했는데, 솔직한 말로 아침에 먹었던 치킨 볶음밥이 도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엄청 역하다.

자, 보자.

지금 눈앞에 정예 몬스터인 블러드 스네이크의 레벨은 무려 100.

원래의 월오룰의 루트를 따라가자면 지금으로부터 최소 3개의 영지는 지나야지만 나오는 사냥터의 몬스터와 같은 레벨이다.

근데 지금 눈앞에 있는 블러드 스네이크는 정예 몬스터.

그걸 감안해도 앞으로 두 개의 영지는 지나야 나오는 수준이다.

그런 놈이 이곳에 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거다.

월오룰이 사냥터의 난이도가 X랄 같은 걸로 유명하다지만, 적어도 유저들이 공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긴 한다.

그 공략이 대부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는 사악한 수준이긴 하지만.

아무튼.

지금 나는 초보자 마을과 초보자 사냥터라 불리는 니베라 남작령을 통과한 수준이다.

솔직히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 덕분에 다른 이들보다 레벨이 높은 편이라곤 하나, 이제 겨우 26레벨의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소리다.

아무리 내가 고인물이지만 이건 아니지.

무려 3배인데.

아 물론 3배 차이 나는 몬스터를 공략해 본 적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긴 하겠지.

대규로 보스 레이드의 대상은 레벨 차이가 심하게는 열 배 이상도 나니까.

물론 그건 대규모 레이드니 가능한 것이고, 지금 눈앞의 정예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나 혼자니 무리수에 가깝다.

이래서 퀘스트의 난이도가 어려움인 것 같다.

나는 씁쓸한 얼굴로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하며 블러드 스네이크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번뜩!

갑자기 블러드 스네이크의 두 눈이 번뜩하고 뜨이더니 갑작스럽게 몸을 뒤흔들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래?”

누가 공격한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블러드 스네이크 때문에 땅이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상에 입을 벌리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창이었다.

-이상한 기운이 블러드 스네이크의 몸을 변화시킵니다.

-이상한 기운이 블러드 스네이크를 강제로 진화시키려고 합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진화를 막아라.]

난이도: 매우 어려움.

제한: 블러드 스네이크의 진화를 발견한 자.

내용: 평범한 작은 뱀이었던 블러드 스네이크가 알 수 없는 힘을 삼키며 점차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강해질 경우 대륙에 크나큰 적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전에 막아야 합니다.

-블러드 스네이크의 진화를 막아라. 실패 시 훗날에 강력한 적이 되어 나타납니다.

보상: 명성 +1000

특이 사항: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포획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나는 떠올랐다.

“미친, 그놈이야?”

회귀 전.

몇 번째인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대규모 보스 레이드의 몬스터로 등장한 블러드 스네이크를 말이다.

전신에 피가 뚝뚝 떨어지며, 그 피가 치명적인 독이라 접근조차도 힘들었던 보스 몬스터이자, 최초로 공략 실패와 함께 그 지역이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눈앞의 블러드 스네이크다.

“미친, 그런 놈을 잡으라고?”

어이가 없어 황당해할 때 한 줄의 시스템 창에 나는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이상한 힘으로 인한 강제 진화로 블러드 스네이크가 약해집니다.

그래.

이래야 월오룰이지.

적어도 공략할 한줄기 빛은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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