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39화 (39/275)

제39화

#39

대현자 볼드모드.

신화 급 무기인 <현자의 지팡이>의 주인이자 게임 설정상 8클래스 마스터의 경지에 있는 NPC.

엄청난 거물 NPC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 시기에 볼드모드가 여기 있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 지식 안에는 볼드모드가 이곳에 있다는 정보는 없다.

하물며 나도 이곳이 아니라 한참 멀리 떨어진 영지에서 사냥하고 있었으니 더욱 정보가 부족하긴 했다.

그와 동시에 이해도 되었다.

지금은 고작 월오룰이 오픈한 지 1년 차.

지금 눈앞에 있는 볼드모드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를 시기다.

회귀 전 기준으로 볼드모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월오룰이 오픈하고 7년 차가 되었을 시기. 그것도 마법사 랭킹 1위에 달하는 ‘위더스’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저가 처음 발견했었다.

그때 당시 그가 사냥하던 사냥터는 거대한 마탑을 끼고 만들어진 도시로 당시 최선전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그 마탑의 주인이 바로 볼드모드였다.

그곳의 마탑은 마법사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퀘스트와 그 보상으로 스킬 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스킬 북도 아니고, 최소 레어 이상의 스킬 북을 무한정으로 뿌려대는 마탑의 퀘스트였다.

덕분에 함께 사냥 왔던 다른 직업의 유저들이 부러움에 마법사들을 은근슬쩍 따돌린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시기와 질투가 심했던 적이 있다.

‘뭐, 그건 나랑 상관없던 이야기였지.’

당시의 나는 2군으로 내려가니 마니 하던 시절이라 1군에 버티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던 시기다.

소문으로 듣던 이야기라 별다른 감흥이 없던 일이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앞서 말했듯이 볼드모드의 등장은 위더스란 유저 덕분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위더스의 엄청난 퀘스트 소화력 때문이다.

남들 한 개 클리어 할 때 혼자서 두세 개를 클리어 했는데, 그것이 가능한 것은 다름 아닌 위더스가 한 길드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길드 명 위더스.

메인 딜러 위더스를 중심으로 탱거 셋과 힐러 셋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규모 길드다.

고작 일곱 명이서 활동하는 길드라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길드 랭킹은 무려 67위. 그것도 세계 랭킹 67위에 달하는 길드였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다름 아닌 위더스를 플레이하는 유저의 특별함 두 가지 덕분이었다.

첫 번째는 그의 직업이 레전더리 직업인 대마도사다.

대마도사이자 레전더리 직업답게 모든 원소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위더스였다.

스킬만 구한다면 엄청난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

놀랍게도 그는 중동 오일 머니의 최고 주주였고, 그의 손에 있는 수많은 현금을 이용해 게임을 즐긴 것이다.

‘진짜 돈으로 게임을 하는 방법이 뭔지 알려 줬지.’

그는 오일 머니를 가지고 전부 월오룰의 골드로 환전, 그 돈을 가지고 월오룰에 있는 마법사가 배울 수 있는 스킬이란 스킬은 전부 다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스킬을 가지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은 물론이고, 각종 연계기와 퍼포먼스를 이용해 수많은 팬을 가지고 있던 것이 바로 위더스란 유저다.

그런 대마도사 직업을 가진 위더스가 당시 퀘스트를 독식하다시피 완료했었고, 그 때문에 볼드모드가 그를 불러 직접 확인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때 당시 라이브 방송을 보며 알려진 볼드모드다.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위더스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 이름 모를 곳에 도착한 둘이었고, 위더스를 비롯해 그 영상을 시청하던 수많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채팅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 떠올라 있는 볼드모드.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각종 마법이 위더스를 반기고 있었다.

자신이 새로운 태양이라도 되는 듯 엄청난 열기와 함께 화염을 토해 내는 화룡.

한 조각이라도 맞았다간 그대로 몸이 꿰뚫릴 것 같은 얼음의 창이 지면을 강타했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은 창을 집어삼키며 마치 기분이 좋다는 듯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거기에 매섭게 위더스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만드는 바람과 어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수천 개가 넘는 마법들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

압도적인 마법과 그 숫자에 모두가 경악하는 얼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위대한 마법사이자 사기급 NPC인 볼드모드가 나를 반긴다라…….’

이건 쫌 상황이 많이 어렵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뭔가 과하다고 해야 할까?

상당히 부담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멍하게 있는 사이에 다른 이들은 벌써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응접실이다 보니 소파는 물론이고 테이블에는 간단하게 먹을 것이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미리엘 장로와 니베라 남작은 벌써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자네도 앉게. 이야기가 길어질 터니 말일세.”

인자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앉을 것을 권하는 볼드모드였다.

그 미소에 어색한 얼굴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볼드모드는 백발이 무성한 노인이다.

거기에 길게 자란 수염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으며, 그가 입고 있는 푸른색의 로브는 흔히 마법사 유저들이 볼 수 있는 로브와는 질부터가 달라 보였다.

주름진 얼굴에 보이는 잔잔한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차분하게 만들어질 정도였다.

회귀 전의 처음 볼드모드를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상당히 어색하다.

그때의 영상을 시청한 나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는데, 지금은 그저 옆집 할아버지와 같은 인자한 미소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날 보는 시선 또한 그러하다.

이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색 그 자체였다.

그런 나완 다르게 편하게 차 한 잔을 비워내는 셋이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는 요즘 날씨가 어떻다는 둥, 어제 먹었던 것 중에 뭐가 맛있다는 둥, 나와는 딱히 상관없는 대화가 전부였다.

그래서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앉아 있기를 잠시, 찻잔을 다 비웠는지 볼드모드가 들고 있는 찻잔을 내렸다.

딸깍.

그 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해 집중되었다.

“자, 그럼 이제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하네.”

막 지루하기 직전이었는데 살았다.

진짜 졸 뻔했거든.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그게 아니었으면 여기서 날린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을지도 모르니까.

“내 소개부터가 필요하겠지. 나는 볼드모드라고 하네. 세상 사람들은 나를 대현자라 부르지만, 실상은 그저 마법을 조금 하는 늙은이야.”

마법을 쫌 하기는…….

아직도 회귀 전에 영상만 생각해도 등줄기에 식은땀부터 흐른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시네.

이런 말을 직접 내뱉을 수는 없으니 얌전히 인사했다.

“플레이어 시저라고 합니다.”

“그래. 자네 이름은 미리엘 장로님에게 들었네.”

허허허 하며 웃는 볼드모드였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인사였다.

편하게 주고받은 인사와 다르게 다음 말은 상당히 직설적이며 날카로웠다.

“죄악의 힘을 품고 있다고 들었네. 그리고 죄악의 힘을 하나 더 찾았을 거라 이 늙은이는 생각하고 있다네. 맞는가?”

바로 훅 치고 들어오는 볼드모드였다.

거기에 방금까지 인자했던 미소와 눈빛은 사라지고, 지금은 날카로우며 나를 꿰뚫어 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연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나의 몸을 조금씩, 조금씩 조여 왔다.

조금씩이지만 내가 숨 쉬는 공기가 줄어드는 기분과 함께 온몸의 털이 주뼛주뼛 일어서는 것을 보면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 맞습니다.”

단 한마디를 내뱉는 것이 힘들었다.

고작 한마디인데, 정작 내가 느끼는 감정은 모든 힘을 쥐어 짜내어 겨우 한마디 한 것 같은 피로가 느껴졌다.

“허허허. 미안허이. 이 늙은이가 워낙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지라 자네를 조금 테스트해 봤네.”

그 말과 동시에 내 몸을 조여오던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아…….”

마치 장거리 마라톤을 마치고 골인과 동시에 찾아오는 무력감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난 탈진 감에 나도 모르게 소파에 기대고 있던 몸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누울까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나 그러기엔 대화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죄악의 힘에 대해서는 수많은 마법사, 그리고 신성 교단에서 철저한 비밀로 이뤄지는 연구일세. 신성 교단의 경우 신 아이샤 님의 가르침에 따라 죄악의 힘을 연구한다고 하지만, 우리 마탑은 다른 이유가 있네.”

지쳐 있는 나를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가는 볼드모드였다.

덕분에 나는 지쳐 있지만, 귀는 열어두어야 하고 머리는 빠르게 회전시켜야만 했다.

“우리 마탑은 죄악의 힘도 죄악의 힘이지만, 7대 죄악의 반대 되는 힘인 7대 주선의 힘을 연구하고 있네.”

“7대 주선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7대 주선의 힘이네.”

와. 여기서 이걸 들을 줄 몰랐네.

7대 주선의 이야기도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휘귀 전을 기준으로 내가 한번 죄악의 힘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그럼 7대 죄악의 반대되는 힘인 7대 주선의 힘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 때문에 나 또한 7대 주선에 대해서 잠시나마 조사했던 적이 있다.

7대 주선은 이러하다.

겸손, 자선, 친절, 인내, 순결, 절제, 근면.

각기 7대 죄악의 반대가 되는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물론 이 주선의 힘에 대해서는 금방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죄악과 다르게 근거가 될 아이템이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굳이 죄악의 힘이 있다는 근거가 있는데, 굳이 희망도 없는 주선의 힘을 찾는데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두 번째다.

모두가 번뜩하고 생각은 했지만, 이내 금방 사라진 주선의 힘.

그걸 NPC를 통해 들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7대 주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나 보군.”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과유불급이라 하여,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볼드모드와 미리엘 장로가 화들짝 놀랐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껄껄걸.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놀랍군.”

“그러게 말입니다. 순간 저는 신성 교단의 경전이라도 들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에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던 니베라 남작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미치지 못하다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내가 했던 대사였다.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그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았을 때 갑작스럽게 니베라 남작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아아앗!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미리엘 장로는 물론이고, 볼드모드가 벌떡 일어나더니 경악한 얼굴로 변했다.

“오오! 이런 경사가!”

“어머니시여…….”

볼드모드는 크게 기뻐했고, 미리엘 장로는 그 자리에서 신 아이샤를 위한 경건한 기도를 드렸다.

나만이 이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니베라 남작의 모습을 보아하니 짐작 가는 것이 하나 있긴 하다.

깨달음.

설마하니 내가 한 말에 니베라 남작이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설마하니 소설 속의 장면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흔히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을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하물며 나의 도움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다니.

뭐라 할까.

엄청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 뭔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제일 기대되는 것은 딱 하나 있다.

‘뭐 좋은 거 주겠지?’

명색이 내가 깨달음을 주게 했는데 말이야.

그런 기대 속에 기다리는 나였고, 얼마 가지 않아 니베라 남작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사그라졌다.

사라진 빛 대신 다시 빛이 나는 것은 니베라 남작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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