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36
엄마야. 이게 뭐야.
눈앞에 보이는 팅고의 상태창이 진짜 내 팅고의 상태창인지 의심이 들었다.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변화시키면 안 믿지.”
그도 그런 것이 팅고의 상태창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팅고의 등급의 변경이다.
레어에서 유니크로.
단순히 한 단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팅고 자체에 엄청난 변화를 주게 되는 일이다.
첫 번째로 팅고의 외견이 변했다.
기존의 팅고의 모습은 전형적인 홉 고블린. 고작 해 봐야 조금 덩치가 좋은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나 이번 진화를 통해 ‘홉 고블린 워리어’가 된 팅고의 키가 무려 170cm에 달하는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니다.
원래 고블린이라면 뼈에 가죽밖에 없을 정도로 빼빼 말랐으며 툭 튀어나온 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부실한 몸을 가지고 있다.
팅고의 경우 이제 전신에 오밀조밀 보이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게 되었다.
“보기 좋네.”
4, 50대의 관리라곤 하나도 하지 않은 중년 아저씨 같았던 배가 들어가고 대신해서 자리 잡은 식스팩은 기본이오, 팔과 허벅지에 잡혀 있는 근육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어디 전문적으로 운동을 한 선수처럼 튼튼해 보였다.
거기에 왠지 모르게 팅고의 얼굴이 조금은 멋있어졌다고 해야 할까? 뭔가 이목구비 같은 것이 뚜렷해졌다.
워리어라는 단어가 어울려 보이는 모습에 나는 흡족한 미소를 피울 수밖에 없었다.
외견부터가 달라지니 등을 맡겨도 될 정도로 든든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만족스럽다.
거기에 더욱 만족스러운 것은 다름 아닌 팅고의 스텟이다.
근력 스텟의 경우 두 배나 상승, 6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되었다.
이제는 범이를 뛰어넘는 근력을 가진 팅고란 소리다.
거기에 민첩과 체력 스텟의 상승으로 한층 더 강해졌으며, 지식과 지혜 스텟까지 상승한 것은 팅고의 지능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능이 상승한 만큼 내가 하는 명령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내가 가르치는 것을 잘 따르며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스텟이다.
특히 소환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너무나도 좋은 일이다.
굳이 여러 번 귀찮게 반복해서 가르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투 시 여러 가지 작전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중에 있을 전투가 벌써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 같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
나란 놈은 참으로 단순해.
뭘 벌써 기대하고 있는지 말이야. 웃겨.
혼자 낄낄대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팅고의 입이 열렸다.
“주인님! 충성을!”
“티, 팅고야?”
나는 그 자리에서 팅고를 덥석 안았다.
너무나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다.
놀랍게도 지식 스텟과 지혜 스텟의 상승으로 인해 지능이 올라가며 말을 할 수 있게 된 팅고였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왜냐?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앞으로 있을 전투 시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소리니 말이다.
“근데 놀라운 건 아직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거지.”
놀랍게도 팅고가 진화하고 새롭게 나타난 상태창엔 여전히 팅고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 문구가 있었다.
진화 가능.
아직 팅고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소리다.
앞으로 몇 번이 될진 모르겠지만, 당장 한 번 더 진화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지금까지 스킬이라곤 홉 고블린의 대롱에 있던 스킬인 포효뿐이었다.
하나 팅고는 진화와 함께 그 대롱을 어디다 팔아치워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라진 대롱을 대신해서 스킬을 달고 나왔다.
거기에 추가로 하나 더 있는 스킬.
저 스킬 때문에 나는 기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1: 1 전투에 있어서 저만한 스킬이 없으니까.”
나는 그 스킬을 상세 정보를 눌렀다.
<일기토 Lv1>
등급: 유니크
액티브 스킬.
-지정한 대상을 도발해 10분간 사용자만 바라보게 만든다.
-지정한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10분간 10% 하락시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소모MP: 100
그렇다.
이 스킬로 말하자면 도발 스킬이자 하나의 적을 묶어 두는 데 완벽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예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의 경우 체력이 줄어들면 도주 스킬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는데, 이 일기토 한방이면 도주 스킬이 취소되며 오직 팅고를 바라보게 해 준다.
그러니 도망치는 적이 있다면 붙잡기 매우 좋은 스킬인데 그 와중에 능력치까지 떨어뜨리니 정말로 좋은 스킬이 아닌가?
“짝짝. 좋아!”
여기까지는 팅고의 변화다.
이제 남은 것은 내 차례다.
지금 내가 할 것은 다름 아닌 무려 세 권의 스킬 북을 뽑아야 할 시간이다.
메인 퀘스트 발견자이자 확실한 기여도를 자랑하는 내가 얻은 전리품을 뽑을 타이밍이라는 소리다.
“뭐부터 할까”
지금 인벤토리에 대기 중인 스킬 북은 총 세 권.
두 권은 레전더리 확정 스킬 북이고, 한 권은 스킬 북이다.
그냥 스킬 북은 뭐가 나올지 모를 스킬 북이라 아무래도 가장 쫄깃해지는 스킬 북이다.
“일단 레전더리부터 뽑아 봐야겠지?”
당연히 레전더리 확정 스킬 북에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이다.
회귀 전에 내가 아는 레전더리 스킬 중에 단 하나도 구린 것은 없다.
어지간한 레전더리 스킬을 가진 유저는 세계 랭킹 백 위권 안에는 무조건 들어갔다.
그걸 생각하면 무조건 대박이라는 소리.
“가즈아!”
나는 첫 번째 스킬 뽑기권을 사용했다.
[스킬 뽑기 권을 사용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구슬들이 생성되었다.
“와…… 이건 또 묘한 기분이네.”
그도 그런 것이 원래라면 무지갯빛을 뿜어내며 저 구슬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 미치게 만들었던 구슬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레전더리 등급을 상징하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구슬 백 개가 허공에 떠 있었다.
여기서 무얼 잡던 무조건 레전더리 스킬이다.
“크…… 다 좋은 거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망설여지네.”
이게 또 색다른 쪼는 맛이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다 좋은 걸 알고 있는 나다.
근데도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스킬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내 심장은 이미 터질 것 같이 뛰고 있었다.
두근거리다 못해 이러다가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흥분해 있는 몸이다.
전부 다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가슴에서부터 튀어 올라왔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얼른 하나를 골라야겠지.
나는 그 자리에서 손을 뻗어 하나의 구슬을 골랐다.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레전더리 스킬 ‘통찰안’을 익혔습니다.
“엥? 통찰안?”
이건 또 뭐야? 전혀 듣지도 보지도 알려지지도 않은 스킬인데?
내가 아는 지식에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스킬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레전더리 스킬이라 해 봐야 몇 가지 안 되는 게 맞긴 하다.
세상에 알려진 레전더리 스킬만 알고 있는 것이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게 정상.
하물며 눈앞에 백 개의 구슬이 떠올랐지 않은가? 저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스킬이라 해 봐야 몇 개 안될 것이다.
“자세한 건 확인해 보면 알겠지.”
나는 통찰안 스킬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통찰안 Lv1>
등급: 레전더리
패시브 스킬
소환사 전용 스킬.
-포획이 가능한 몬스터, 환수, 마수, 마족에 대한 정보를 포획 전에 알 수 있게 된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알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난다.
오잉? 소환사 전용 스킬이라고?
의아한 얼굴로 나는 상세 내용을 보곤 화들짝 놀라 했다.
“이 스킬만 있으면…… 포획 전에 진화 가능이나 성장 가능이 달린 애를 구분할 수 있다는 소리잖아?”
이 스킬만 있으면 굳이 내가 일일이 포획해서 확인할 필요 없이 바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 말은 즉, 정예 몬스터, 필드 보스 몬스터, 인던 보스 몬스터를 눈으로 보고 포획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하나 더!”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환수계로 이동한다.
거기에 한 마리를 포획할 수 있는데, 이 통찰안으로 태생부터 좋은, 그리고 앞으로 키워서 손해 보지 않을 환수를 포획할 수 있다는 소리다.
첫 스킬 뽑기권부터 대박이 터졌다.
터질 것 같이 뛰던 심장에 이어 이제는 손까지 덜덜 떨려 오는 상황.
누가 보면 공포에라도 질린 것 같은 모습이지만, 지금의 나는 신이 나서 이러는 거다.
너무 흥분돼 주체를 못한다고!
“다음 가즈아!”
이 기세를 몰아 두 번째 스킬 뽑기권을 사용했고, 허공에 떠오르는 백 개의 구슬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레전더리 스킬 ‘약점 포착’을 익혔습니다.
어라? 저건!
이건 뭐 굳이 설명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약점 포착이란 스킬은 딜러 캐릭터를 육성하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스킬이니 말이다.
하지만 레전더리 등급의 수준까지는 모르기에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약점포착 Lv1>
등급: 레전더리
패시브 스킬
-대상의 약점을 표시해 준다.
-붉게 표시된 약점을 공격할 경우 대미지의 X10배가 들어간다.
-소환수와 공유한다.
“쩝, 딜러 키울걸 그랬나?”
정말로 딜러 캐릭터를 끼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스킬이다.
무려 10배다.
노멀 스킬이 2배, 레어가 3배, 유니크가 5배임을 생각하면 레전더리 등급은 너무나도 사기다.
열 대 때릴 거 한 대만 때려도 되니 말이다.
거기에 크리티컬이라도 터져 봐라.
그 대미지는 실로 어마 무시해진다.
근데 내 직업은 소환사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마지막 문구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다름 아닌 소환수와 공유한다는 점.
팅고와 범이 시키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자 나는 함박웃음을 피우며 좋아했다.
이걸로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도 손쉽게 제압 가능해졌다는 소리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달다. 달어.
이제는 다른 스킬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뭔가 나에게 어울리는 스킬만 얻는 기분이다.
“그럼 마지막 뽑기까지 끝내보자고!”
이제 남은 스킬 뽑기권은 하나.
노멀 등급에서 레전더리 등급까지 랜덤으로 나오는 스킬 뽑기권을 사용했다.
백 개의 무지갯빛 구슬이 눈앞에 팟하고 나타났다.
이미 레전더리 스킬 두 개나 좋은 걸 먹어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뽑기에서는 큰 기대라는 것이 없어졌고, 망설임 없이 하나의 구슬을 선택했다.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레어 스킬 ‘자리 체인지’를 익혔습니다.
이건 또 뭔 신박한 스킬이지?
즉시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자리 체인지 Lv1>
등급: 레어
엑티브 스킬
-스킬 사용 시 지정한 대상과 자리를 바꿉니다.
-스킬 사용 시 지정한 대상과 지정한 대상끼리 자리를 바꿉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소모MP: 100
“이게 있다면…….”
스킬의 상세 내용을 본 순간 나는 순간 번뜩이며 머리를 스쳐 가는 생각이 있다.
다름 아닌 다음 영지로 이동해 가면 있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이 호수가 왜 떠올랐냐고 하면 10년 동안 그곳이 미공략 사냥터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호수 너머에 있는 사냥터인데, 그곳으로 가려면 호수는 건너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호수를 건너기 위해서 수영을 한다거나, 배를 띄워 건너려고 했지만, 그들은 전부 호수에 사는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았다.
“꽤 강하거든. 거기 서식하는 놈들이.”
더군다나 사람이기에 물속에서 받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다.
근데 나는 그곳을 건널 방법이 저 스킬 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콜럼버스라도 되는 기분이군.”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기분을 간접적으로나 느낄 수 있겠지?
이거, 뭐 얼른 가고 싶어 두 다리에 힘이 빡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여기서 볼일은 남았다.
“자, 그럼 움직여 볼까?”
일단 이곳에 있는 고블린부터 도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