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34화 (34/275)

제34화

#34

다른 게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자 길드 ‘냥집사들’ 속해 있는 여섯 명의 유저는 입을 벌리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정면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그러기엔 우리 눈으로 보고 있잖아…….”

그도 그런 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장면이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고블린 족장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방금 일어났던 일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한 유저가 이곳에 도착과 함께 단숨에 고블린 족장을 죽였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긴 하다.

아무리 필드 보스 몬스터인 고블린 족장이지만 유저가 죽일 수 있는 몬스터니까.

그런데 그들이 놀라 하는 것은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가더니 그대로 고블린 족장의 복부를 향해 귀여운 펀치를 날린 이후였다.

“끼에에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고블인 족장의 복부에 구멍이 생겨났고, 그곳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아하게, 그리고 도도하게 착지하는 고양이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 내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질 않는군.”

냥집사들이라는 길드 마스터인 집사길마는 자신의 눈이 의심된다는 듯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고 손으로 비벼 보기까지 했다.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지는 고블린 족장과 그 앞에서 그루밍 하는 고양이가 있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고블린 족장의 모습에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던 길드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미친! 고양이가 고블린 족장을 한 방 컷 했다고?”

“꺄앙! 저 그루밍하는 모습을 봐. 너무 귀여워!”

“제길! 이 세상에도 집사를 할 수 있다니…… 당장 직업 바꿀까?”

“엄청 강해! 너무 귀여워! 최고다! 고양이!”

모두가 순식간에 고양이에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거기에 그들이 기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방금까지 고블린에게 죽을 뻔한 위기에 있던 그들이다.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나타난 한 유저가 고블린 족장을 죽이고 이곳에 있던 고블린들이 전부 혼란에 빠진 듯 괴성을 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고양이와 고양이의 주인을 보고 싶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하질 못했다.

아직 남아 있는 고블린이 많이 있기에 말이다.

이 고블린들을 전부 처리해야 메인 퀘스트가 끝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서둘러 고블린을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길드 마스터의 말에 모두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걱정 말라고!”

“우리가 누군데?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아까보다 약해진 고블린은 쉬운 일입니다.”

“힘내자고요. 형님! 누님!”

길드원의 전의를 불태웠다.

방금까지 부상으로 쓰러져 있던 길드원도 어느새 상처를 털어 내고 다시 전투 준비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는 길드 마스터는 다시 시선을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고양이를 품에 안으며 기뻐하는 유저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함박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고,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은 정말로 고양이를 아낀다는 듯 정성스러웠다.

자신이 집사이기에 저 얼굴의 미소와 손길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성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꾸벅.

그런 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직 남아 있는 고블린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나마 멀리서 미리 인사를 보낸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길드원이 살아남은 것과 집사로서 존경심, 그리고 같은 유저이기에 나오는 진심의 인사였다.

그 마음을 알아서일까 상대 쪽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사길마는 이때 느꼈다.

얼마 가지 않아 저 유저의 팬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말이다.

아마 그건 자신만이 아니라 길드원 전부가 그럴 것 같았다.

그는 무기를 고쳐 잡고는 그대로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향해 달려들었다.

아직 이곳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 *

고블린 풀 세트를 어떻게 할까 하던 중에 갑작스러운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인사를 한 그의 얼굴과 함께 그의 캐릭터 네임과 길드가 표시되는 것을 보곤 살짝 놀라 했다.

“저들이 이 시기에 여기 있었어?”

놀라웠다.

저들로 말하자면 소수 정예로 구성된 길드이자, 남들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퀘스트나 던전, 사냥터를 전문으로 공략하는 진짜 전문가였다.

이전 게임부터가 이미 극한의 난이도를 가진 MMORPG로 유명했는데, 월오룰에 넘어와서도 여전히 극한의 사냥터나 던전만을 공략하고 다니는 자들이다.

뒤에서 말하기로는 극한의 난이도를 즐기는 변태들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그건 소문일 뿐, 실제로 저들과 친한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고양이를 좋아하는 집사들이라는 이야기만 들려왔다.

“오, 이거 범이에게 부족한 2%를 알 수도 있겠는걸?”

“냐앙?”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이 불려서인지 범이가 의아한 울음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범이에게 아니라며 쓰다듬어 주었다.

“슬슬 여기도 끝나가는군.”

고블린 부락에 남아 있는 고블린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략 서른 마리 정도? 그 정도 숫자는 팅고에게 있어서 아주 손쉬운 상대이다.

거기에 저기 냥집사들 길드도 있으니 내가 거들지 않아도 금방 끝날 것이다.

나는 힐끔 시선을 위로 두었다.

[대규모 이벤트 메인 퀘스트 현황.]

고블린 처치: 872/1000

고블린 족장 처지: 1/1

[기여도 순위]

1. 시저(572점)

2. 지라스(102점)

3. 폭풍간지훈이(75점)

“일등은 확실히 내 거네.”

고블린 족장의 머리통의 기여도가 무려 500점.

확실하게 이번 퀘스트의 보상은 내 것으로 확정되었다.

크크크.

1등 보상이 기대되는데?

뭘 줄지 아직 정확하게 상세 정보는 없지만 좋은 거 주겠지.

암. 대규모 이벤트 메인 퀘스트 보상인데 날 실망시키진 않을 거라 믿고 있다.

홀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팅고가 내 앞으로 왔다.

“고생했다. 팅고.”

“끼에륵!”

내 칭찬에 팅고가 기뻐했다.

전신에 고블린의 피와 살점을 뒤집어쓰고 있어 그로테스크한 모습이다.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고도 남을 모습이지만, 내 눈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으로 승리를 이끈 영웅의 모습이다.

저 늠름한 눈빛과 큰 상처 없이 굳건한 모습은 든든하기만 했다.

하물며 지금 거친 숨소리마저도 팅고가 노력했다는 것을 알려오는 신호이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그런 팅고에게 칭찬도 칭찬이지만,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수단도 가지고 있다.

“치유의 빛.”

내 손에서 만들어진 빛의 구슬이 그대로 팅고를 향해 날아갔다.

그 빛은 팅고의 가슴 쪽으로 향했는데, 뭔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놀란 듯한 팅고였다.

하지만 팅고가 반응하기도 전에 빛의 구슬은 팅고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스킬 ‘치유의 빛’이 팅고의 체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팅고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거친 숨소리는 이미 사라졌고,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그런 팅고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끼에륵! 끼엑!”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알 것 같았다.

당장 진화하고 싶으니 고블린 족장의 심장을 달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 해서는 안 된다.

“진화는 조금 이따가 하자. 저들이 없는 곳에서.”

다른 누군가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진화를 시킬 생각은 없었다.

만약 홉 고블린을 진화하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에 퍼지는 순간 나는 상당히 귀찮아질 것이다.

일단 소환사 직업을 가진 이들이 전부 달려와 물어볼 게 뻔했고, 그보다 앞서 대형 길드 쪽에서도 움직일 것이다.

진화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아…… 이미 걸렀나?”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메인 퀘스트의 기여도의 1등이 나다.

이미 주목이란 주목은 다 받을 예정이란 소리니 조용히 넘어가긴 힘들 것 같다.

“쩝, 어찌 되겠지.”

뭐 어떻게든 사람들을 피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게 힘들다면…….

저들에게 부탁해야지.

암. 죽을 뻔했는데 내가 살려 준 거나 다름없으니 은원 관계를 철저하게 계산할 꺼다.

그게 내 신조 중 하나니까.

저쪽도 고블린 사냥을 마쳤는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적대할 생각이 없다는 듯 저들의 손에는 무기 하나 들려 있지 않았다.

“끼에륵…….”

하지만 팅고는 저들을 향해 적대하는 듯 낮게 울었다.

충성심 넘치는 모습이라 나는 슬쩍 웃었다.

“적 아니니깐 편하게 쉬고 있어.”

나는 그대로 팅고를 소환수 창으로 돌려보냈다.

범이는 나를 툭툭 건들더니 뭐 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쓰다듬던 손을 멈춘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고블린 족장을 쓰러뜨리고 난 다음부터 계속해서 쓰다듬어 달라고 보채 왔다.

아이고, 그럼요.

당연히 쓰다듬어 드려야죠.

이게 다 범이 님 덕분에 사냥이 된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저들이 다가오는 동안 최선을 다해 범이를 쓰다듬고 긁어 주었다.

“먼저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은인 덕분에 저희 모두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닉네임만 보더라도 길드 마스터임을 짐작하게 해 주는 자가 인사를 했다.

여섯 명 모두 정중한 얼굴로 진심으로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을 느꼈기에 나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모두 무사하셨으니 다행입니다.”

내 말에 저들도 안심이라는 듯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저들의 저런 반응도 이해한다.

게임 속 세상이라고 미친놈처럼 별의별 놈들이 많은 곳이다.

내가 정중하게 나왔다고 상대가 정중할 거란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곳이다 보니 저들이 안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행이라 생각하는지 한결 얼굴이 편해진 길드 마스터가 미소 지었다.

훈훈해진 분위기 속에 눈앞에 있는 집사길마를 제외한 남은 길드원이 전부 범이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슬쩍 미소 지었다.

“길드 이름이나 여러분의 닉네임을 보니 다들 집사인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저희 범이는요?”

범이가 잘 보이게 슬쩍 앞으로 내밀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살짝 거리를 두고 있던 이들이 다가와 범이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름이 범이에요? 정말 이름이랑 어울리게 호랑이 무늬가 너무 예뻐요.”

“그르렁거리는 것 봐. 귀엽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기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건강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실의 품종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뱅갈이 아닐까 싶으네요.”

“한번 안아 보고 싶다…….”

순식간에 모여든 그들이 범이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꺼내왔다.

처음에는 범이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아 이것저것 말하던 그들이었지만, 끝에 가자 오직 범이에 대한 칭찬과 그런 범이를 안고 있는 나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 범이의 칭찬이다.

당연히 나도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어깨와 입가의 미소는 반사적이다.

다들 한번 안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이거 먹여 봐도 되나요?”

길드원중 한 명이자 ‘집사요리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성 유저가 나를 향해 뭔가를 내밀었다.

<토끼 고기로 만든 육포>

등급: 레어

수량 1/1

평범한 육포가 아닌 요리사의 손을 거친 육포다.

놀랍게도 토끼 고기로 만든 육포.

저번 촌장이 주었던 것과 다르게 무려 레어 등급의 물건이다.

“냐앙?!”

그리고 그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범이가 귀를 쫑긋 세우더니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기뻐하는 집사요리사였고, 육포를 내밀자 범이가 그대로 육포를 향해 뛰어들었다.

“앗!”

단숨에 집사요리사의 품에 안긴 범이었고, 그 육포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곳에 있던 길드원들이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왔고, 집사 요리사는 능숙한 자세로 범이를 안아 육포를 편히 먹이기 시작했다.

“하하하. 먹을 것에 약한 고양이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굶긴 것도 아닌데…… 쩝.”

뭔가 나라는 존재가 육포에게 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이게 충성도가 2% 부족한 이유겠지? 아마 그럴 거다.

아님 말고.

아무튼 그런 범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대규모 이벤트 메인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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