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31화 (31/275)

제31화

#31

소환수의 진화.

이것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정보다.

“십 년 동안 그 조건을 ‘이거다’라고 말한 인물이 없지.”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많은 공략법과 연구, 육성법이 쏟아져 나왔지만, 유일하게 딱 하나 제대로 된 증명이 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소환수의 진화 방법이다.

소환사 유저들이 저마다 자신의 소환수를 가지고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을 보면 다들 똑같은 말을 한다.

“기준을 모르겠다.”

정말이지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떤 소환수의 경우 레벨이 올랐을 때 갑작스러운 진화를 하거나 충성도가 100%여야 한다거나, 어느 날 자고 일어나 접속하니 진화를 한다는 둥 여러 가지 가설들이 많았다.

그중에 가장 황당했던 것은 소환수가 100번째 죽었을 때 진화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개판이지.

보는 사람도 질릴 정도로 소환사 게시판은 늘 항상 개판이었지.

오죽하면 내가 소환사 정보를 모으다가 두 번이나 포기했겠어.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않을 거다.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잠깐이나마 공황장애 증상을 보였겠어.

그 당시를 떠올리니 몸이 흠칫하고 반응한다.

어후, 무서워.

아무튼.

모두가 의문을 가지고 어떻게든 자신의 소환수를 진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던 것이 회귀 전의 소환사들이다.

“근데 나는 서머너 킹이니깐 보인다 이거지.”

그것도 진정한 서머너 킹이기에 말이다.

크크크.

정말이지 이 직업은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인 것 같다.

기쁘다 못해 몸이 떨릴 정도로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범이의 진화 조건도 볼 수 있겠군.”

나는 범이의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범이

등급: 레전더리

계열: 환수.

레벨: Lv15

스텟: 근력40 민첩50 체력40 지식10 지혜10

충성도: 98

성장 가능

진화 가능

-1차 진화 시 고유 특성을 개방합니다.

저 중에서 진화 가능 부근을 눌러 보았다.

[충성도가 부족합니다.]

-진화 조건과 성장 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충성도가 100%를 달성해야 합니다.

오호라.

쉽게는 안 알려 준다 이거구나.

충성도를 100% 채워야지만 알 수 있단다.

이것도 조건을 달고 있을 줄이야.

그런데도 나는 기분 나빠하진 않았다.

적어도 남들과 다르게 나는 충성도 100%를 채우면 진화 조건을 알 수 있으니까.

“근데 범이는 왜 98%야? 내가 이온 음료니? 2% 부족해?”

“냐~앙!”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범이였다.

어래. 이거 보소.

밥 챙겨 줘, 놀아 줘, 쓰다듬어 줘.

이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저 모자란 2%는 뭔데?

서글퍼진다.

“집사로서 아직 자격이 부족하구나. 나는…….”

쩝, 기분이 좋았다가 한순간에 나빠지네.

어쩌겠는가.

그래도 기본 조건이 충성도 100을 채워야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에 기뻐하면 된다.

쩝 어쩔 수 없지.

“그럼, 고블린 부락으로 향해 볼까?”

“끼에륵!”

“냐앙!”

내 외침에 범이와 팅고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고블릭 부락으로 가는 길에 나는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움직일 거다.

뭐냐고?

레벨 업.

지금 내 레벨은 15.

20렙에 주어지는 스킬 뽑기권을 뽑고 고블린 부락을 쓸어버릴 생각이다.

* * *

효성이 소환수를 데리고 고블린 부락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이미 고블린 부락 근처에 다다른 파티가 있었다.

“자, 잠깐 휴식을 취하고 공략에 들어가겠습니다.”

리더로 보이는 자의 말에 일행들이 하나둘씩 그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아이고…… 죽겠다…….”

“그러게 말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힘드네요.”

“그래도 월오룰의 역사에 흔적을 남기기 위함이라 생각하니 힘이 나는걸.”

“어후, 그건 끝나 봐야 아는 거고.”

“하하하. 맞습니다. 끝나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법이지요.”

이곳에 자리 잡은 유저들은 다름 아닌 한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이다.

‘냥집사들’들이라는 길드명을 가진 이들은 원래는 월오룰이 아닌 다른 RPG 게임에서 넘어온 이들이다.

그들이 월오룰로 넘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월오룰의 인기에 그들이 하던 게임이 서비스 종료란 선택지를 내렸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였지만, 이미 그들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월오룰이라는 게임이 세상에 나오면서 급격하게 줄어든 유저의 숫자를 직접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서비스 종료하는 날엔 이들 여섯이서 마을 광장을 지켰을 정도니 서비스 종료라는 선택지는 게임 개발사 측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갈 곳을 잃은 그들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월오룰이다.

그들은 자신의 게임을 망하게 한 근본이나 다름없는 월오룰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접속과 동시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장난…… 아니네…….”

“왠지 유저들이 이쪽으로 몰려오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이미 싸움이 성립이 안 되는 수준이잖아…….”

압도적인 현실감이 그들의 두 눈을 가득 채워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생생한 자연은 후각을 비롯해 청각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제일 놀라운 것은 이질적이지 않은 아주 세세하게 느껴지는 촉각이었다.

마치 진짜 내 자신이 움직이는 듯한 이 느낌은 그 어떤 게임에서도 느껴 볼 수 없는 감각이었다.

결국 그들은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월오룰에서 새롭게 자리 잡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첫 번째 목표로 그들이 정한 것은 바로 고블린 부락을 첫 번째로 공략한 팀으로 이름을 남기기로 했다.

“저희가 누굽니까? 마지막까지 서버를 지키며 종료 직전에도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공략하던 저희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희는 성공할 것입니다.”

리더이자 길드 마스터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크게 소리치며 다 같이 으쌰으쌰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적진 한복판이라 그러지 못하고 눈빛으로 전의를 불태우는 그들이다.

충분한 휴식을 가진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진짜 고블린 부락을 토벌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그들은 마지막으로 각자 점검을 끝내고는 길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가시죠.”

그들은 천천히 고블린 부락을 향해 갔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을 공략하는 것이다.

하나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 부락의 모든 고블린들이 분노에 휩싸입니다.]

-고블린의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 창에 어리둥절한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깨달았다.

이번 공략에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여기서 전멸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

“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지…….”

나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냐앙…….”

그런 나와 마찬가지로 내 품에 안겨 있는 범이 또한 동의한다는 듯 늘어지는 울음을 보여 주었다.

그도 그런 것이 딱히 나와 범이가 활약할 필요도 없이 팅고 혼자서 잘 사냥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편안한지 심심할 정도로 한가한 나였다.

굳이 할 게 있다면,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 쿨타임마다 스킬을 사용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파괴의 가호.”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10분간 유지됩니다.

안 그래도 강한 팅고인데 여기에 파괴의 가호까지 붙였으니 더욱 강력해졌다.

저기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적 고블린이 쓸려 나가는 중이었다.

“고블린 부락도 거의 다 왔고…… 내 경험치도 얼마 남지 않았네.”

고블린 부락에 도착하기 전에 목표는 레벨 20.

20레벨에 주어지는 스킬 뽑기권을 사용하고서 고블린 부락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흐아아암…… 쩝.”

물론 그 과정이 상당히 지루하긴 했다.

레벨 업이라는 것이 원래는 이렇게까지 지루한 편은 아니다.

회귀 전에는 매일같이 죽어라 검을 휘두르며 어떻게든 1분 1초라도 몬스터를 빠르게 사냥하기 위해 공략을 찾고 연구하며 사냥했던 나다.

당연히 지루할 틈은 물론이고, 단 하루도 한가한 적이 없었다.

그런 전사 직업과 달리 소환사 직업은 상당히 한가했다.

“게임 중에 인터넷 소설 보는 방법 없나?”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다.

물론 이것도 지금에야 가능한 일이지, 좀 더 상위 사냥터를 가면 내가 한가하게 있을 수 없다.

월오룰의 사냥터는 플레이어를 위한 곳이 아니라 그곳에 서식하는 몬스터를 위한 곳이다.

수많은 함정은 물론이고, 지형마저도 조금씩 바뀌어 플레이어를 야금야금 죽음의 문턱으로 데려가는 곳이 바로 사냥터다.

오죽하면 몬스터보다 사냥터 자체가 무섭다는 소리가 나올까.

정말이지 월오룰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이곳만 봐라.

산에 올라가야지만 나오는 사냥터다.

하늘 높이 자란 나무 때문에 주변은 점차 어두컴컴해지고 시야는 점점 줄어든다.

정말이지 유저를 위한 배려 따위는 없는 게임이다.

‘근데 그게 매력이지.’

그래서 더 끌리는 것 같다.

가질 수 있을 듯 없을 듯한 이 간질간질한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하물며 공략에 성공했을 때 찾아오는 그 짜릿함은 한번 맛보면 절대 헤어 나오질 못하는 마성의 매력이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한가함을 감사히 여기며 보낼 시기라는 소리다.

“그러니, 감사…….”

나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려는 찰나에 찾아온 시스템 창에 기뻐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소환수 ‘범이’이(가) 레벨이 올랐습니다.]

-2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나와 함께 경험치를 올렸던 범이까지 레벨 업을 한 상황.

잠시 사냥을 멈추고 스킬을 뽑을 시간이다.

“거기까지만 사냥하고 잠깐 쉬어.”

“끼에륵!”

내 말에 팅고 녀석이 신난 듯 소리쳤다.

뭐 지금까지 날 끌고 오느라 상당히 힘들긴 했을 거다.

시시한 적을 상대하는 것도 일이니까.

아마 그럴 거다.

표정에서 뭔가 심심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거든.

일단 지금 중요한 것은 팅고의 지루함이 아니라 스킬 뽑기권이다.

“그럼 범이부터 해 볼까?”

당연히 범이 먼저다.

저번만 해도 엄청난 물건인 레전더리 스킬을 뽑았던 범이다.

기대하면 안 되지만 사람이 레전더리 맛을 한번 보고 나니 쉽게 욕심이 떨치지 않는다.

근데 이상하게 심장이 간질간질 한 것이 아무래도 범이가 또 한 번 사고를 쳐 줄 것 같다.

“범이 뽑기권 사용.”

[소환수 범이의 스킬 뽑기 권을 사용했습니다.]

시스템창의 알림과 함께 눈앞에 백 개의 구슬이 나타났다.

밝은 대낮이지만, 수많은 나무 때문에 어둡던 이곳에서 환한 빛과 함께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

“자, 범아 골라와.”

나는 품 안에 있던 범이는 내려 주었다.

“냐앙.”

범이가 바닥에 내려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내 품에서 졸음이라는 놈과 열심히 싸우던 졸린 눈빛의 범이가 아니라 한 마리의 맹수의 눈빛으로 변했다.

황금빛의 눈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세는 당장이라도 무언가 한 건 해낼 기세였다.

“냥!”

잠시나마 고민을 마친 범이가 그대로 점프했다.

그러고는 입으로 하나의 구슬을 물었다.

[소환수 범이가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을 익혔습니다.

-레전더리 스킬 ‘메가톤 펀치’를 익혔습니다.

“헐?”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놀랍게도 이번에도 범이는 레전더리 스킬을 뽑아 왔다.

이 스킬의 원주인을 알기에 나는 화들짝 놀라 하는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