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28
정예 몬스터.
사냥터에서 볼 수 있는 몬스터로 일반 몬스터보다 한 단계 높은 형태를 지닌 강력한 몬스터다.
이 정예 몬스터의 경우 월오룰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몬스터 순위를 정한다면 세 번째쯤 되는 녀석이다.
당당하게 3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있다.
“확률적이지만 스킬 북을 주기도 하니까.”
일반 몬스터의 경우 제로에 가까운 확률로 나오는 스킬 북과 다르게 정예 몬스터 정도만 되어도 확률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대충 절반 정도?”
공식적인 확률은 알 순 없지만, 정예 몬스터만을 전문적으로 사냥하고 다니는 길드의 입장에서 밝힌 확률은 50%정도라고 한다.
자. 확률이 반반이다.
절반의 확률이긴 하지만 스킬 북을 먹을 수 있다? 이건 월오룰을 하는 유저로서는 절대 참지 못할 일이다.
물론 그 스킬 북의 등급이 랜덤이라는 함정 카드가 숨어 있지만, 혹시 레전더리 스킬 북이라도 먹어 봐라.
그 자리에서 로또 맞는 거다.
거기에 정예 몬스터이기에 아주 가끔 꽤 쓸 만한 무기를 하나 던져 준다.
장비만 얻어도 돈이요. 스킬 북을 얻으면 돈이라.
나라도 못 참지.
암 그건 무조건 잡아야지.
그러니 유저들의 입장에선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만나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정예 몬스터다.
아.
가장 가치 있는 몬스터 순위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뭐냐고?
당연히 첫 번째는 인던의 보스 몬스터고 두 번째는 필드 보스 몬스터다.
보스라는 칭호가 붙은 만큼 스킬 북과 좋은 장비를 주니까.
얼마 전에 내가 식탐의 목걸이를 챙긴 것만 봐도 알지 않는가?
아무튼 눈앞에 정예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아냐?”
난 지난 10년간 정예 몬스터를 홀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길드에서 제보를 받아 사냥하거나, 단체로 사냥하던 중에 발견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혼자 발견한 것은 처음이라는 소리다.
아씨. 괜히 또 서글퍼지려하네.
참으로 내가 즐긴 10년의 월오룰의 사건 사고보다 요 며칠 플레이한 것이 더 다사다난하다.
정말이지 대단하다. 나란 놈.
자. 그럼 눈앞에 정예 몬스터가 나타났으니 좋은 장비와 함께 스킬 북 하나가 나오길 바라며 사냥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쩝…… 어쩌지?”
하지만 나는 사냥을 하지 않고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 다른 유저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공격하지 않고 뭐하냐며 묻거나, 먼저 선공을 날려 소유권을 주장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그럼에도 나는 공격하지 않고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
“다른 애들은 방생하고 홉 고블린 한 마리만 키워 볼까?”
자. 생각해 봐라.
홉 고블린이다.
무려 정예 몬스터이며, 이곳에 서식하는 고블린 무리보다 강력한 존재다.
심지어 내 소환수가 된 고블린 1호에서 9호 놈들이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강력하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
“정예 몬스터면 덜 부끄럽지.”
그렇다.
일반 몬스터와 다르게 정예 몬스터는 한눈에 봐도 색부터가 다르다.
이 색 구분은 다름 아닌 유저들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표기되는 이름의 색상이다.
평범한 몬스터인 고블린의 경우 흰색으로 표기된다.
정예 몬스터는 푸른색, 필드 보스 몬스터의 경우 붉은색이며 인던의 보스 몬스터의 경우 황금빛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니까 지금 1호부터 9호까지의 흰색으로 표기되는 고블린이지만 눈앞에 정예 몬스터인 홉고블린을 잡으면 푸른색의 이름을 자랑한다는 거다.
“나아아중에 나올 홉 고블린 사냥터로 가기 전까진 아주 특별한 소환수라는 소리지.”
특별한 소환수.
이건 좀 못 참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홉 고블린을 포획하려는 이유도 있다.
“내가 기억하기론 정예 몬스터를 처음으로 포획한 유저가 앞으로 1년은 더 있어야 나온단 말이지.”
그렇다.
아직 정예 몬스터를 포획한 유저가 없다.
그러니 지금 내가 정예 몬스터를 포획한다면 최초 업적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내가 말했다시피 업적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게 되는 것이 월오룰이다.
1년 차밖에 안 지난 지금 시점에 열심히 업적을 독식해 둬야 나중에 편해진다.
그러니 기회가 될 때 얻어야 한다.
“아…… 그러기엔 또 정예 몬스터라 아쉽단 말이지.”
막말로 눈앞의 정예 몬스터가 레전더리 스킬이라도 줘 봐라. 바로 로또 당첨이다.
물론 꽝일 수도 있다.
확률은 반반일 뿐 행운의 여신의 미소는 어디로 향하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포획하나 사냥하나 어찌 되었던 나에게는 좋은 일이니 무엇을 선택해도 괜찮다.
어떻게 잠시나마 고민했던 나는 문뜩 한 가지 생각으로 인해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래 포획하자.”
포획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렇게 결론이 나온 절대적인 이유가 있다.
얼른 포획하고 만능 교육관 스킬을 써야지.
애초에 내가 조금 전까지 다급하게 움직인 이유가 무엇인가?
얼른 열 마리의 몬스터를 포획, 소환수로 만들어 만능 교환관 스킬을 쓰기 위함이 아닌가? 이러고 고민할 시간이 없다.
“범이야. 가자.”
“냐앙!”
결론을 내리고 움직이려 하자 범이가 먼저 반응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 수 있게 자세를 잡았고, 명령만 내리면 바로 홉 고블린의 묵을 물어뜯을 기세였다.
1호부터 9호 고블린은 소환수 창에 다시 집어넣었다.
아직 싸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혹시라도 재수 없게 홉 고블린에게 사냥이라도 당할까 봐 미리 피신시킨 것이다.
이제 나와 범이만 남았고, 그 즉시 나 또한 검을 빼 들었다.
“그럼 가 보자고.”
나는 바로 검을 뽑아 들고는 홉 고블린을 향해 겨누었다.
범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놈이 우릴 발견했다.
“끼에에륵!”
처음 등장했을 때 보다 더욱 강력하고 거친 포효를 뿜어냈다.
“오호…….”
포효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몸에서 바로 반응이 나왔다.
살짝 저릿한 팔과 함께 나도 모르게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레벨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 긴장이다.
아직 내 레벨은 15. 눈앞의 홉 고블린은 무려 30.
무려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그럼, 뭐 해.”
이미 스텟만 따지면 나는 거의 50렙에 육박한 스텟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홉 고블린 따위가 뿜어내는 포효에 공포심을 느낄 리 없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 창이 증명해 주었다.
[홉 고블린의 포효에 노출되었습니다.]
-저항합니다.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레벨 차이가 크게 나는 몬스터의 포효를 버팁니다.
-업적 ‘강인한 정신력’을 획득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의 저항력이 10% 상승합니다.
오. 생각도 못한 업적을 하나 얻었다.
이걸 이렇게 얻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업적이다.
사냥한다는 선택지를 선택했으면 얻지 못했을 것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 뒤통수부터 찔러 놓고 시작했을 것이니 말이다.
아무래도 행운의 여신의 미소는 이쪽이었나 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볼까? 범이야, 일단 대기해 봐.”
“냥!”
범이는 내 말에 그 자리에서 걷던 것을 멈추고는 바로 낮게 몸을 낮추며 언제든 뛰어들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그사이에 내가 먼저 홉 고블린을 향해 다가갔다.
홉 고블린은 나의 접근에 즉각 반응했다.
“스으읍!”
빠르게 숨을 크게 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대롱을 바로 입가로 가져가더니 그대로 불어 버렸다.
피슝!
고블린의 특기 중 하나이자 공격 수단인 독침을 대롱을 이용해서 쏜 것이다.
“쯧. 이미 다 알고 있지.”
나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날려 그 독침을 피했다.
땅바닥을 한 바퀴 구른 나는 그 즉시 몸을 웅크리고는 검을 들어 크게 휘둘렀다.
붕~ 서걱.
손맛이 있다.
깊진 않지만 충분히 살을 베었다는 감각이 내 손을 타고 전해졌다.
그러고는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크크크. 이게 회귀빨이다.”
“끼에륵? 끼엑!”
내 말에 홉 고블린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허벅지에서부터 올라오는 고통 때문인지 비명을 질렀다.
한 발 물러나는 홉 고블린을 보며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내 머릿속엔 내 놈의 행동 패턴과 습관, 그리고 공략법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단 말이지.”
회귀자 이기에 처음 홉 고블린을 만났음에 불구하고도 이토록 멋지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것이었다.
보통 고블린이었다면 독침을 쓰고 근접하기 전까지 또다시 독침을 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이곳 고블린의 특성이다.
그에 비해 홉 고블린은 독침을 쏜 뒤 유저가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접근하는 것이 첫 번째 패턴이다.
난 그것을 알고 역으로 검을 휘둘러 다가오기 전에 공격한 것이고 말이다.
사실상 처음부터 성립이 안 되는 싸움이라고 해야 한다.
“끼에륵!”
고통에 한 발 물러났던 홉 고블린이 이제 고통에 익숙해졌는지 다시 나를 향해 대롱을 휘둘렀다.
붕.
홉 고블린이 휘두른 대롱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말하자면 검도를 배운 지 하루 이틀밖에 안 된 수준? 그러니 초보자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공격을 당한다면 상당히 위협적이다.
월오룰의 몬스터의 레벨은 절대적이다.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력한 것이 몬스터이며, 낮으면 낮을수록 약하다고 보면 된다.
뭐. 그건 나중에 레벨이 좀 더 오르고 난 다음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나야 레벨에 비해 압도적인 스텟과 회귀라는 지식 정보가 있으므로 지금 눈앞의 홉 고블린의 공격이 너무나도 시시하고 허접해 보이는 것이다.
내가 너무 고였지.
전형적인 고인물이라 나도 모르게 꼰대 짓이 툭 튀어나왔다.
“에잉, 쯧쯧 라떼는 말이야. 기본 교육 자세부터 철저하게 받았다고…… 조금만 실수해도 똑같이 얻어맞았는데…… 요즘 것들은 참 편해졌어.”
고블린을 향해 중얼거리는 나는 혼자 낄낄대며 좋아했다.
참으로 내 자신이 우스웠다.
혼자 즐겁다 못해 신난 내가 고블린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아닌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깡! 깡!
고블린이 휘두르는 대롱은 전부 철저하게 내 검에 의해 막혔다.
솔직히 말해 여기 고블린 사냥터가 고작 20레벨의 사냥터이니 전사 계열의 직업이 아닌 내가 이렇게 만만하게 보는 거지. 나중에 50레벨만 넘어가도 내가 가지고 있는 머릿속의 전사 기술들을 펼치기 힘들다.
한마디로 조그만 있으면 나도 이렇게 검을 들고 움직일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전부 소환수에게 맡겨야지.
난 뒤에서 팝콘이나 먹으면서 구경하고.
그때를 위해 지금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슬슬 홉 고블린과 노는 것이 지겨워질 때였다.
“범이야! 마안!”
“냥!”
범이가 쏜살같이 뛰어와서는 그대로 홉 고블린을 향해 마안을 사용했다.
“끼에륵?”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게 된 홉 고블린이다.
무려 2초간의 마비. 나는 이 시간을 허투루 날리지 않는다.
“눈높이 교육!”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격을 비교합니다.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홉 고블린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정상적으로 스킬이 발동되었다는 것을 본 나는 흡족해하며 들고 있는 검을 들어 홉 고블린의 복부를 향해 힘을 주어 밀어 넣었다.
푸우욱.
“끼에륵!!!!”
듣기 꺼림칙한 비명과 함께 홉 고블린이 고통스러워했다.
범이의 스킬인 마안의 효과가 끝난 상황이라 마비가 풀렸기에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한손으로 훔치며 뒤로 물러나는 홉 고블린이다.
나는 서둘러 홉 고블린의 남은 피를 확인했고, 아직 절반이 남았다는 것을 발견하곤, 또다시 검을 들어 홉 고블린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손끝에 걸려오는 느낌은 제대로 공격이 통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홉 고블린의 피 통과 바닥에 쓰러지는 홉 고블린의 몸통이었다.
“어라?”
순간 떨어지는 속도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고블린의 피가 붉은색에서 아주 조금 남은 상태에서 멈추었다.
안심했다.
정예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데 까딱하면 그 기회를 가져 보기도 전에 날릴 뻔했으니 놀라만도 했다.
딱 포획하기 좋은 피를 남기고 쓰러진 홉 고블린이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홉 고블린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포획.”
[스킬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홉 고블린을 포획합니다.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어라? 한 방?
이따 로또 한 장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