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24
[거대 육식 토끼를 쓰러뜨렸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 했습니다.
-처음으로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 했습니다.
-업적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 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추가됩니다.
정상적으로 인던을 클리어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거기에 출구로 향하는 포털까지 생성되었다.
그 위치는 아까 내가 박살 낸 출구 앞에 나타났는데, 저걸 넘어가면 단번에 입구까지 갈 수 있다.
후, 진짜 인던을 클리어 했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클리어 했다는 말 때문인지 조금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수확은 좋다.
처음 클리어 한다고 업적도 하나 준다.
저 업적 하나하나가 전부 피가 되고 살이 되니 기뻐할 수밖에 없다.
워낙 나랑 범이가 스텟이 높아 전부 한 방에 죽이며 편하게 올 수 있었고, 마지막에 평소 너무나도 해 보고 싶었던 것까지 해서 그런지 상당히 뿌듯하다.
“자 그럼, 챙길 건 챙겨야지.”
내가 이 인던을 클리어 한 이유가 뭔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챙기기 위함이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눈앞에 죽어 있는 이곳 인던의 보스 몬스터인 거대 육식 토끼를 도축할 시간이다.
“도축.”
‘팟’하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거대 육식 토끼의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 창이다.
[거대 육식 토끼를 도축했습니다.]
-대형 토끼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대형 토끼 고기를 획득했습니다.
-식탐의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북을 획득했습니다.
어우야.
식탐의 목걸이 하나만 나와도 감사할 따름인데, 놀랍게도 무려 네 개의 아이템이 추가로 들어왔다.
이중에 나는 가장 마지막 줄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스킬 북이 가장 기대될 수밖에 없지.”
뽑기 시간이 찾아왔다.
이 뽑기야말로 진짜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시스템 아닌가? 순식간에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며 기대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 레전더리 등급이 나온다면 기쁠 것이다.
레전더리도 레전더리지만, 내가 사용할 스킬이다? 그럼 더욱 더 기뻐할 거다.
설사 유니크도 좋다.
레어라도 아쉽지만 괜찮다.
노멀 등급은…… 많이 아쉽겠지만, 적어도 내가 쓸 수 있는 스킬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 스킬 북을 확인할 시간.
나는 인벤토리 창에서 스킬 북을 꺼내 손 위에 올려 두곤 조용히 외쳤다.
“아이템 감정.”
내 말에 이제 시스템 창이 반응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순전히 운의 영역.
[스킬 북을 감정합니다.]
-스킬 북의 감정을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스킬 북의 정보를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스킬 북을 눌렀다.
[만능 교육관]
등급: 레전더리.
-사용 시 10분간 가르치는 대상이 받은 명령을 더 잘 이해하며 빠르게 학습시켜 주는 스킬이다.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유지 시간이 길어지며 쿨타임이 줄어든다.
-습득 시 쿨타임 30분.
헐? 미친!
여기서 레전더리 등급이 떴다고?!
기뻐하며 소리치려고 했지만, 스킬의 능력을 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엄청난 물건이다.”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북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엄청난 물건이라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내가 이 스킬을 익혔을 때의 효과이다.
어떤 효과냐고?
자 생각해 봐라.
다음 사냥터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고블린 부락이다.
말 그대로 부락이니 고블린의 숫자가 상당한 하지 않겠는가? 그런 곳에 나와 범이 둘이서 사냥하기엔 버거울 수도 있다.
아 물론 압도적인 스텟으로 찍어 눌러 사냥하다 보면 되긴 하겠지만, 그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몬스터는 계속 리젠 되니까.
그런 곳을 내가 범이와 단둘이 가겠는가? 당연히 나는 서머너 킹이라는 레전더리 직업의 고유 특성인 ‘왕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를 이용해 그곳에 있는 수많은 고블린을 포획할 것이다.
수많은 고블린을 이끌고 내가 고블린 부락을 습격한다.
이 얼마나 재밌겠는가? 마치 공성전을 한다 생각하고 직접 고블린들을 지휘하며 차근차근 공략하는 것은 상당히 재밌을 것이다.
벌써 지금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려고 한다.
물론 여기서 그 고블린들을 내가 전부 일일이 명령하고 컨트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후 토 나와.”
수많은 고블린을 진두지휘할 생각에 벌써 토가 나온다.
지금이야 범이랑 나 단둘이니 문제없이 사냥한다 치지만, 고블린은 소환수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전부 내가 다 명령해야 한다.
근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레던더리 스킬인 ‘만능 교육관’을 이용해 고블린들을 가르친다? 그럼 고블린들은 기본적인 전투 방식을 익히게 된다.
굳이 내가 일일이 모든 것을 컨트롤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고, 범이와 함께 내가 전장을 뒤흔들 수 있다.
“무조건 이기지.”
고블린 부락 따위는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아니 무너뜨리는 수준이 아니라 학살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걸로 영상 하나 뽑아내면 부수입도 꽤 짭짤할 거고.”
내가 알기론 이 시점에 고블린 부락을 무너뜨린 유저는 없다.
워낙 많은 숫자의 고블린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퀘스트라곤 고블린 몇 마리 소탕하라는 NPC가 전부였다.
하물며 고블린 부락을 무너뜨리며 경험치를 얻는 것보다 다음 사냥터로 이동해 사냥하는 것이 경험치 효율 면에서 좋기에 유저들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블린 부락을 공략하지 않았다.
“그게 레전더리 아이템의 발견을 늦추게 되었지.”
고블린 부락엔 숨겨져 있는 인던이 있다.
부락의 필드 보스 몬스터인 고블린 제사장이 머무는 동굴에 말이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인 ‘분노의 반지’를 챙겨야 한다.
이 분노의 반지로 말하자면 사용자에게 ‘분노의 일격’스킬을 배울 수 있게 해 주는 반지다.
“위력은 쓸 만하지. 반동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스킬 분노의 일격은 레전더리 등급에 속하는 스킬이다.
사용 시 단 한 번의 공격의 대미지를 10배나 부풀려 주는 엄청난 스킬이다.
다만 그 반동으로 일격을 날린 후, 1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1로 변한다.
한마디로 캐릭터를 처음 생성했던 Lv1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착용하고 있는 장비나 업적 같은 추가 능력치는 그대로 유지되니 다행이지 그것마저도 적용이 되지 않았다면 끔찍한 스킬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반지를 빼는 순간 스킬 또한 사라지게 된다.
“그런 그 장비를 가장 잘 활용했던 것이 배상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
분노의 반지의 주인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양궁 선수 출신이자 금메달리스트인 그녀가 주인이다.
양궁 선수 출신답게 월오룰에서도 활을 사용하는 직업을 골랐다.
그 직업은 유니크 등급에 달하는 아마존이라는 직업이었다.
활을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적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났고, 거기에 분노의 일격 스킬을 통해 단 한방으로 레이드를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사용했던 반지를 내가 챙기려는 것이다.
그 반지는 고블린 부락 너머의 동굴에 있는 인던에 있다.
고블린 부락을 무너뜨리는 영상과 인던, 레전더리 아이템까지 얻는다는 것은 1석 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후후후. 이거 일이 잘 풀리는데?”
정말 회귀 전이랑 다르게 운이 따라 주는 느낌이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웃음은 지금부터다.
인던에 들어오기 전에 결심하지 않았는가? 식탐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크게 웃어 주기로 말이다.
“아이템 감정.”
나는 식탐의 목걸이를 향해 아이템 감정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괘씸한 놈.
이번에는 내가 가진다. 꿀 빠는 인생이 아니라 X빠지게 굴러라.
나는 통쾌하게 웃으며 아이템 감정이 끝난 식탐의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식탐의 목걸이>
등급: 레전더리
내구력: 100/100
사냥 시 얻는 경험치를 두 배로 올려 준다.
파티원 및 소환수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적용된다.
특이 사항: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봉인되어 있음.
“하하…… 엥?”
나는 웃다 말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당시 놈에게 들을 수 없었던 한 줄의 문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레전더리 아이템인 식탐의 목걸이가 놀랍게도 봉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혀 듣지도 못한 이야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봉인되어 있다라…….
꽤 혼란스럽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 지식에 자꾸 하나씩 뭔가 추가되는 것 같아서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아니, 서머너 킹의 직업을 얻었을 때도 그렇더니 이번에는 식탐의 목걸이도 다르지 않은가? 이러다가 나중에는 마왕 세지아르의 뒤에 있다는 흑막이 인간인 거 아냐?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특이 사항이 있지만, 식탐의 목걸이는 충분히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에 해당하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지금 옵션만 가지고도 세계 랭킹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길드에 충분히 가입할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팔아도 앞으로 반평생은 놀고먹으며 백수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고 다시 시작한 월오룰이 아니잖아?”
나는 충분히 이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거기에 최고의 자리에 어울리는 돈도 쥘 수 있다.
하물며 내가 월오룰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재밌으니까.”
이렇게 재밌는 월오룰을 버리고 백수라이프를 즐긴다? 그건 말도 안 될 일이다.
그런 내가 굳이 이걸 팔아서 돈으로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내가 이 목걸이를 얻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복수고, 하나는 나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다.
“그나저나, 내가 들고 있는 알이랑 앞에 문구가 똑같네.”
생각해 보니 지금 식탐의 목걸이 앞에 있는 문구와 내가 환수계에서 가지고 온 알이랑 문구가 똑같았다.
나는 한 손에 식탐의 목걸이를 들었고, 다른 한 손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파아아앗!
내 양손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이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과 식탐의 목걸이가 공명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식탐의 목걸이에 봉인된 힘을 흡수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봉인이 풀립니다.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에서 세배로 상승합니다.
시스템 창의 문구가 끝나자 식탐의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멈추었다.
대신 여전히 빛을 뿜어내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인던 한가운데 떠오른 알이 부르르르 떨었다.
마치 무언가를 먹고 만족한다는 느낌의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의 착각이 아니라는 듯 다시 떠오르는 시스템 창의 문구로 알 수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흡수한 힘에 만족합니다.]
-알을 부화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부화도가 14% 상승합니다.
-첫 번째 조건을 충족했기에 두 번째 조건이 공개됩니다.
-고블린 부락 너머의 숨겨진 던전을 찾으십쇼.
어라.
고블린 부락 너머의 인던?
설마?!
분노의 반지?!
지금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가 세 배가 된 것보다 더욱 놀랄 만한 사건이 생겼다.